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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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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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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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DUMMY

석룡자가 밧줄에 가는 불줄기를 세차게 뿜어대자 손목이 뜨거웠지만 참았다.


전불원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반쯤 벌리고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목을 묶었던 밧줄이 끊어졌다.


노소자는 몸에 박힌 암기를 뽑고 암기로 다리를 묶은 밧줄도 끊어버렸다.


석룡자는 약한 불을 뿜어 노소자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한 시진이 훨씬 지나서야 전불원의 상처도 아물어 간신히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적들과 싸우려면 우선 지친 몸부터 회복시켜야 했다. 노소자와 전불원은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정신이 점점 맑아지고 사지백해로 기의 유통이 순조로워지자 온몸에 힘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노소자와 전불원은 힘을 되찾자 몸에서 뽑은 암기를 갈무리하고 철책으로 다가갔다.


이 지하의 뇌옥(牢獄)은 돌로 만들어졌고 감방의 문은 굵은 철봉으로 철책을 만들어 커다란 자물쇠를 채어 놓았다.


노소자는 손에 내력을 일으켜 커다란 자물쇠를 비틀어 부숴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지하 감옥의 긴 복도는 중간에 겨우 등불 하나를 밝혀놓아 어두침침했다. 두 사람은 살금살금 복도를 따라 걸었다.


오른쪽으로 돌아나가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 위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감옥을 지키는 자들이 떠들고 있었다.


계단은 위로 짧게 이어져있었는데 살며시 다가가서 위를 살펴보니 세 명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귀기울이며 들어보니 그들 외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노소자는 뽑아두었던 암기를 들고 계단을 뛰어오르며 던졌다.


작은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세 명의 간수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소리치려는 순간, 날아온 암기가 그들의 목젖을 꿰뚫었다.


세 사람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황천길로 향했다.


탁자 바로 앞에는 육중한 철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노소자와 전불원은 철문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순찰을 도는 놈들이 몇 명 보일 뿐, 사방은 어둠에 싸여있었다.


감옥으로 잡혀올 때 지리를 눈여겨보았기 때문에 놈들의 본거지로 가는 길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갈소군도 그 본채 어디에 있음이 틀림없었다.


“형님, 본채로 가서 우선 갈소군을 구해내고 보검도 찾아야겠습니다.”


“알았네, 나는 갈무종이 타고 온 천리마를 찾아서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자네는 어서 가보게.”


노소자와 전불원은 잽싸게 어둠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채주가 거처하는 이층집 앞에 당도한 노소자는 통나무를 잡고 이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달은 이미 지기 시작했고 더구나 구름에 가려 사방은 캄캄하여 몸을 숨기기에 적당하였다.


거친 통나무를 잡고 가볍게 위로 올라간 노소자는 작은 창으로 다가가 살며시 밀었다. 창문은 쉽게 열렸다.


안은 어두웠지만 시력이 좋은 노소자는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식탁과 의자가 어슴푸레 보였고 그 옆의 침대에서 숨소리가 미약하게 들렸다.


노소자는 살그머니 창문으로 기어들어가 기척을 내지 않고 살짝 내려섰다.


침대로 다가가 내려다보니 긴 머리카락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불 속에서 여인의 숨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노소자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 여인의 입을 막고 나직이 말했다.


“너를 해치지 않을 테니 소리를 내지 마라. 알아들었냐.”


여인은 자다가 홍두깨를 맞는 격이라 깜짝 놀랐지만, 생사가 걸린 문제라 머리를 끄덕였다.


창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에 여인의 윤곽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삼십여 세로 얼굴이 둥글고 흰 편이었다.


노소자는 여인의 입에서 손을 떼고 조그맣게 물었다.


“당신은 이곳에서 무얼 하는가?”


“난 이곳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여인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오늘 새로 온 두 공자는 어디에서 자는가?”


“한 분은 바로 앞방이고 다른 분은 그 오른쪽 끝 방에 자고 있을 거예요.”


“채주는 어디에 있는가?”


“그분은 자는 곳이 일정치 않아요, 이층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내가 나간 다음에 소리를 지른다거나 누구에게 알린 다면, 모두 불태워 죽일 테니 내말 명심하길 바란다.”


노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소자의 뒤에 있던 석룡자가 불을 뿜어내었다. 여인은 혼비백신 하여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부들부들 떨었다.


노소자는 방문을 살그머니 열고 나와 맞은편 방의 문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방문은 안으로 잠겨 열리지 않았다. 노소자는 방문을 살짝 두드렸다.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거야?”


갈소군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갈 형, 접니다.”


노소자가 속삭이듯 말했다. 순간, 방문이 살며시 열리며 갈소군의 모습이 보였다.


노소자는 머뭇거리지 않고 얼른 방안으로 들어갔다. 갈소군은 반가워 노소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구해줄 줄 알았어요···.”


갈소군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다. 노소자도 반가워서 할 말이 많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갈 형, 갈무종의 방에 들러 보검을 찾아올 테니 창문으로 해서 내려가요. 밑에서 형님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니에요, 같이 가요.”


갈소군이 떨어지려고 하지 않자, 할 수 없이 갈무종의 방으로 가서 방문을 살그머니 밀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아서 기척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노소자의 보검은 침대 머리맡에 있었다.


노소자가 침대로 다가가보니 갈무종과 낯선 여인이 서로 뒤엉켜 잠들어 있었다.


노소자는 자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보검만 살그머니 빼내었다.


그러나, 그런 지저분한 모습을 본 갈소군이 참지 못하고 갈무종의 따귀를 후려쳤다. 노소자가 막으려 하였으나 갈소군의 손이 너무 빨랐다.


한참 단꿈에 빠져있던 갈무종과 여인이 벼락 치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두 사람 모두 옷을 입지 않아서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당황해서 서로 이불을 끌어당겼다.


자다가 세찬 손길에 뺨따귀를 얻어맞은 갈무종은 혼이 나갈 지경이었는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갈소군이 경멸스런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갈무종은 염라대왕을 만난 것보다 더 놀라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생각이 꽉 막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갈소군이 전광석화처럼 손을 놀려 갈무종의 혈도를 짚어 꼼짝 못하게 하고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인도 혼혈을 짚어 잠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갈무종은 노소자를 잡아먹을 듯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지만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어서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두 사람은 창문을 열고 소리 없이 내려왔다. 어둠속에서 전불원이 서역의 준마 세 필을 끌고 나타났다.


전불원은 생각 같아서는 채주를 잡아 죽이고 산채에 불을 질러 이곳을 깡그리 없애고 싶었다.


그러나 안전하게 빨리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세 사람은 말에 올라타자마자 배를 차며 정문으로 달렸다.


말들은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바람을 가르며 맹렬한 속도로 달렸다. 한밤의 적막한 산중에 말발굽소리만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한밤에, 그것도 느닷없이, 말발굽소리가 울리며 세 필의 말이 정문 쪽으로 달려오자 경비병들은 막아야할지 어떨지를 몰라 우왕좌왕하였다.


노소자와 전불원이 손을 휘젓자 화살처럼 튀어나간 암기가 그들의 목을 꿰뚫어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말들이 그들을 뛰어넘어 밖으로 빠져나간 뒤에야 흑랑채의 졸개들이 소리를 지르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뒤늦게 보고를 받은 채주 호대랑이 뛰어나와 추격하라고 외쳤지만, 전불원이 마구간에 있던 말들의 고삐와 안장을 모두 끊어놔서 금방 추적할 수가 없었다.


결국 호대랑은 쓸데없이 부하들만 닦달하며 속을 태우다 갈무종에게 알리려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 불을 밝혔다.


뺨에 손자국이 선명한 갈무종이 혈도를 집힌 채 눈만 멀뚱멀뚱 뜨고 바보처럼 누워있었다.


대춧빛과 얼룩무늬의 몸집이 크고 헌걸찬 서역의 준마들은 가파른 능선을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리며 힘차게 달렸다.


흑랑채에서 이들을 쫓아오기는 이미 물 건너갔고 역부족이었다. 한동안 달리다가 전불원이 말했다.


“동생, 놈들은 이미 흑룡방에 연락을 했을 것이니 흑룡방의 무리들이 중간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관도를 버리고 계속 산길로 가야겠네.”


“네, 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빨리 정의문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이들 세 사람은 산길을 택해 달리다 인가를 만나면 돈을 주고 소박한 식사를 했다.


말들도 콩을 삶아 배불리 먹여서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밤이 되면 움직였고 해가 뜨면 으슥한 곳에서 쉬었다.


그러나 깊은 산속을 빠져나와 산기슭으로 접어들었을 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적들과 마주쳤다.


놈들의 숫자는 대략 삼십여 명, 우두머리인 듯 덩치가 우람한 마영탁이 방천화극을 꼬나쥐고 태산처럼 버티고 서있었다.


갈 길이 바쁜 터라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었다. 노소자는 말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가며 검을 뽑아들었다.


마영탁은 왼발을 한걸음 내딛고, 방천화극을 두 손으로 굳게 움켜쥐며 달려오는 말을 겨냥했다.


노소자는 마상에서 훌쩍 몸을 날려 공중에서 말의 머리를 밟아 말을 멈추게 하였다.


질주하던 말이 갑자기 멈추자 노소자의 몸은 탄력을 받아 물살을 가르듯이 몸을 일자로 뻗으며 앞으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말을 겨냥하던 마영탁이 검 빛을 번쩍이며 날아오는 노소자를 막으려고 방천화극을 걷어 들였을 때는,


노소자의 검이 어느새 마영탁의 목에 한줄기 상처를 낸 후였다.


한차례 공격 후 땅에 내려선 노소자는 재빠른 신법으로 좌충우돌하며 적들의 곁을 지나치면서 검 빛을 흘리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적들은 모두 목을 감싸며 픽픽 쓰러졌다.


예리한 검에 목이 베인 적들은 우두머리인 마영탁이 방천화극을 놓치며 쓰러지는 순간부터, 흐릿한 그림자가 스쳐지나가는 것만 느꼈지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몰랐다.


확실히 노소자는 무영검의 절기를 터득하고 악부정, 구염부와 싸운 후부터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


뒤따라오던 갈소군은 물론 전불원까지도 짧은 시간 내에 괄목상대할 만큼 노소자의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을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 뒤로는 다행히 장가계에 가까이 올 때까지 귀찮은 일을 당하지 않았다.


이들이 오랜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관도에서 장가계 쪽으로 길을 접어들었다.


말도 쉴 겸해서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말을 몰아 길가에 세워진 정자에 도착했을 때, 오십 대의 키가 큰 남자가 이들을 보고 조용히 서 있었다.


순간, 갈소군은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남자는 세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웃음을 띠운 채 조용히 다가왔다.


“아, 아버지···.”


갈소군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남자는 네모난 얼굴에 눈썹이 관자놀이 쪽으로 뻗어나갔고 눈매가 날카로웠으며 팔자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몸매가 다부져보였고 은연중에 감히 범접하지 못할 기상이 엿보였다.


노소자는 물론 전불원도 벼락을 맞은 듯 깜짝 놀랐다. 신비에 싸인 신군, 바로 갈소군의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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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1 17 12쪽
81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7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79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1 15 11쪽
78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501 13 11쪽
77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8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5 15 11쪽
75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5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3 12 12쪽
71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1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7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49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7 17 12쪽
»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9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1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80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8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5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20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5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50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3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10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6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10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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