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월광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최근연재일 :
2022.05.02 09:35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89,262
추천수 :
1,653
글자수 :
510,686

작성
22.05.01 06:11
조회
445
추천
14
글자
11쪽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DUMMY

모두들 노소자 주위에서 걱정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갈소군은 노소자가 갈단 때문에 상처를 입었기에 한쪽에 서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설하는 전에 갈소군에게 줬던 약을 기억하고 노소자의 품을 뒤지더니 약병을 꺼내들었다. 다행히 약병 안에는 약이 한 알 남아있었다.


주진원이 약을 먹이자, 모두들 기대에 찬 눈으로 노소자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한 식경이 지났건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왜 그리 더딘지, 만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한 시진 이상이 지난 후에야 노소자가 숨을 길게 내쉬더니 힘겹게 눈을 떴다.


주위에 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걸 느끼자 계면쩍은 듯이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잔뜩 찌푸린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루가 지나자 노소자는 원기를 회복하고 일어날 수 있었다. 아들을 잃는 줄 알고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졸이던 어머니도 웃음을 되찾고 노소자의 등을 쓰다듬었다.


노소자는 장가계에서 노삼과 살던 일부터 그동안의 일을 어머니에게 자세히 설명하였다.


월하는 곁에서 찻물을 끓여오고, 유지란의 약을 달이는 등 정성스럽게 시중을 들었다.


두 모자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유지란의 병은 마음의 병이었다. 자식의 생사를 알지 못해서 내내 마음을 끓여 마음의 병이 된 것이다.


“얘야, 노삼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노삼이 그동안 고생이 많았구나, 그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느냐. 노삼이 보고 싶구나.”


“어머니, 곧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이 안정되자 유지란의 혈색이 돌아왔고 눈은 젊은 사람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저녁때가 되자 청영과 설하가 노소자를 찾아왔다. 유지란은 두 소녀를 처음 보았지만 매우 마음에 들어 방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청영은 스스럼없이 어머니라고 부르며 어리광을 부렸고, 설하도 이런저런 얘길 살갑게 하여 유지란을 기쁘게 하였다.


설하와 청영이 월하와 함께 주방에서 요리를 들고 들어왔다. 평소에는 음식을 잘 들지 않던 유지란은 기분이 좋은지 칭찬을 하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노소자는 청영과 설하를 만나게 된 일 등을 어머니에게 얘기했다.


웃음 띤 얼굴로 듣고 있던 유지란이 살며시 청영과 설하의 손을 잡고 다독여 주었다. 유지란이 살던 뒤채는 오래간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저녁을 먹은 노소자가 본채로 가자 왕 군사는 흑룡방에 대해 말했다.


“문주님, 흑룡방의 인물 중 과거를 뉘우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들은 돈을 주어서 보냈지만,


이미 가족도 없고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흑룡방 산채에 머무르도록 하였습니다. 그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건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할 일이 있어야 다시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 텐데, 무엇인가 일을 만들어줘야 할 텐데··· 요.”


노소자로서도 언뜻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주진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그들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해봐야 되지도 않을 거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표국을 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 일이라면 잘 할 것 같습니다.”


노소자가 찬성을 하자 표국을 여는 일에 대해 의논을 했다. 탕만리에게 그 일을 맡기기로 결정이 되어 탕만리를 불렀다.


“탕 대협,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불쌍한 인생들을 위해 표국을 운영해주십시오.”


“문주님, 부하들이 비록 못돼먹었지만, 하찮게 여기지 않으시고 그들에게까지 신경을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기꺼이 그 일을 맡겠습니다. 그럼 표국의 이름은···?”


왕 군사가 웃으며 말했다.


“표국의 이름은 ‘정의표국’ 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우선 낙양에 본부를 세우고 일을 해가며 각 도시에 지부를 세운다면 흑룡방이나 만무방에 있던 인원들이 모두 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표국을 세우는데 들어가는 돈은 흑룡방의 창고에 쌓여있는 돈을 이용하면 될 것입니다.”


“군사님께선 모든 걸 다 생각하고 계셨군요, 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세세한 일들은 전풍문과 의논해서 처리하면 순조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그럼, 탕 대협께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그 일을 처리해 주십시오.”


나쁜 짓을 일삼던 부하들의 삶에까지 신경을 써주는 노소자가 고마워서 탕만리는 넙죽 큰 절을 하였다.


“문주님, 정말 고맙습니다.”


“탕 대협, 어서 일어나십시오.”


탕 대협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노소자가 왕 군사에게 물었다.


“참, 흑룡방주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자가 평소에 워낙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흑룡방의 부하들까지도 절대로 살려주면 안 된다고 아우성이라 할 수 없이 처형했습니다.”


노소자가 씁쓸한 듯이 말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로군···.”


다음날, 성 본채 일층에 소림과 무당을 비롯한 큰 방파의 인물들을 비롯해 정의문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노소자가 나서서 인사를 했다.


“여러분, 소림을 비롯하여 무당파와 아미파, 개방 등 여러 방파의 영웅들께서 불원천리하고 달려와 힘을 합해 악도들을 물리쳐주신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신군은 도망쳤지만 악도들도 모두 꼬리를 감추고 숨어서 감히 나쁜 짓을 하지 못할 겁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노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


“이제 무림에는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약속했던 대로 오늘부터 정의문은 완전히 해체될 것이니 여러분들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잠시 좌중을 둘러본 노소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곳에는 제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특별히 갈 곳이 없어 이곳에 남고 싶은 분이 계시면 그분들을 환영할 것입니다. 그럼 모두 살펴 가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그동안에 생사를 마음에 두지 않고 동고동락하며 정이 들었기에 모두 악수를 하고 껴안으며 석별의 정을 달랬다.


마당에는 커다란 술동이가 준비되어 있었고, 이별을 아쉬워해서 전별주(餞別酒)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대었다.


노소자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무영문의 우두머리들이 모두 올라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쉽지만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그러나 무영문의 임무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계속 갈단의 행방은 추적하여 보고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의 협의(俠義)와 기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문주님, 평안하시길 빌며 소인들은 물러갑니다.”


잠시 후, 하남삼걸이 와서 전에 있던 장가계로 간다고 인사를 하였다.


주진원은 만무방의 산채를 비워두면 혹시라도 산적들의 소굴로 변할지 몰라, 하남삼걸에게 폭파시켜달라고 부탁했다.


호북사호도 자신들의 장원으로 돌아가 전처럼 말을 키우며 살겠다고 했다.


인생길은 회자정리라고 만나면 반드시 떠나게 되어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을 누비던 영웅들은 전별주를 마시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뒤로 남기며 하나둘 떠나갔다.


군웅들의 귓가에는 유시습이 부르는 이별의 노래가 구슬프게 들려왔다.


위성의 아침에 비 내려 먼지를 적시고

푸르고 푸른 객사에 버들잎 새로워라.

그대에게 권하여 또 한잔 술을 올리노니

서쪽으로 양관을 떠나면 옛 친구 아무도 없으리.

* 위성과 양관은 모두 지명임.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조우읍경진

客舍靑靑柳色新 객사청청류색신

勸君更進一杯酒 권군갱진일배주

西出陽關無故人 서출양관무고인


점심때가 되었을 때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이삼십 여명만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전불원은 앞장서서 큰소리로 떠들며 일을 지휘하고 있었다.


노소자가 어머니에게 가다가 마당을 쓸고 있는 노삼을 만났다.


“아버지, 그런 일은 안하셔도 돼요.”


“도련님, 난 일하는 게 습관이 돼서···.”


“도련님은 무슨, 그냥 이름을 불러주세요.”


노소자는 노삼과 함께 어머니한테 갔다. 설하와 청영이 그 옆에서 조잘조잘 재미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유지란도 매우 즐거운지 얼굴에 화색이 돌아 예전의 미모를 되찾고 있었다.


요사이 어머니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져 노소자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어머니가 노삼을 보더니 반가워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그 그대는 노 노삼이 맞지?”


노삼은 그 자리에 넙죽 꿇어앉아 큰 절을 올렸다.


“마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소인이 너무 늦게 찾아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님!”


유지란이 눈물을 글썽이며 노삼을 잡아 일으켰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 천상이를 이렇게 볼 수가 있겠는가, 천상일 이토록 훌륭하게 키워줘 정말 고맙네.”


유지란은 고맙다며 노삼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자네는 천상이를 키워준 아버지일세.”


노삼은 감격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러자 노소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와 키워준 아버지를 만났고, 제 본래의 성과 이름을 찾았으니 주위 분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 생각인데 어떠신지요?”


“아주 좋은 생각이다. 그동안 널 위해 고생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대접하는 잔치는 매일 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지?”


그때 밖에는 금 보주가 식구들을 데리러 커다란 마차를 대동하고 성채로 찾아왔다. 노소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보주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허허, 나야 뭐···, 고생은 문주가 많았지.”


청영이 뛰어나와 아버지에게 매달리며 어리광을 떨었다.


다음날 주진원, 전불원, 양백송, 황자상, 금 보주, 남해일절 등을 모시고 잔치를 열었다.


갈소군은 죄를 진 사람처럼 집에서 나오지 않아 노소자가 찾아갔다. 그동안 갈소군의 어머니와 노소자의 어머니는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


더구나 갈단이 노소자를 해친 것을 안 갈소군의 어머니는 죄인처럼 숨어 지낼 수밖에. 그러나 앞으로 한 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 것인데 서로 데면데면해서야 되겠는가.


노소자의 간곡한 부탁에 갈소군의 어머니도 마지못해 참석하게 되었다.


모인 사람들은 너도나도 축하의 덕담을 나누고 술잔을 권하며 화기애애했지만 갈소군의 어머닌 고개를 숙이고 좀처럼 말이 없었다.


그러나 전불원이 걸쭉하게 너스레를 떨자 잔치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졌다.


갈소군의 어머닌 전불원이 떠드는 목소리를 듣고 어딘지 귀에 익어 살짝 고개를 들어 전불원을 힐끔 쳐다봤다.


전불원은 자꾸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살며시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다 갈소군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갈소군의 어머니는 음식을 훔쳐 먹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져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모습을 보던 전불원의 두 눈이 갑자기 퉁방울처럼 휘둥그레지더니 입을 벌린 채 몸이 굳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월광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제82화. 노소자여 안녕히 +12 22.05.02 541 17 12쪽
» 제81화.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 +2 22.05.01 446 14 11쪽
80 제80화. 제 버릇 개 주랴 +4 22.04.30 456 13 11쪽
79 제79화. 산중수복(山重水複) 갈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3 22.04.29 491 15 11쪽
78 제78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혈투를 벌이다 +4 22.04.28 499 13 11쪽
77 제77화. 못된 제자와 사부의 결투 +2 22.04.27 467 15 12쪽
76 제76화. 또다시 스승을 배반한 신군 갈단 +4 22.04.26 485 15 11쪽
75 제75화. 용호상박 龍虎相搏 +2 22.04.25 505 15 11쪽
74 제74화. 무림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무대회 +2 22.04.24 504 12 12쪽
73 제73화. 갈단의 사부, 구유귀왕(九幽鬼王) 뇌진성 +2 22.04.23 493 12 11쪽
72 제72화. 화산 성채를 접수하다 +2 22.04.22 513 12 12쪽
71 제71화. 불구대천의 원수 +4 22.04.21 561 16 11쪽
70 제 70화. 금면악동(金面惡童) 상관마, 상관해 +2 22.04.20 626 18 13쪽
69 제69화. 파렴치한 갈단의 과거 +2 22.04.19 549 15 13쪽
68 제68화. 신군 갈단의 과거 +4 22.04.18 566 17 12쪽
67 제67화. 마침내 신비의 인물, 신군과 만나다 +4 22.04.17 578 15 12쪽
66 제66화. 사나이 대장부의 길 +2 22.04.16 581 12 14쪽
65 제65화. 노소자 사로잡히다 +4 22.04.15 578 11 13쪽
64 제64화. 흑랑채의 채주 금안랑군(金眼狼君) 호대랑 +2 22.04.14 577 14 12쪽
63 제63화. 인생이란 결국 빈손, 공수래공수거 空手來空手去 +4 22.04.13 588 15 12쪽
62 제62화. 위기일발 (危機一髮)의 순간 +4 22.04.12 605 16 13쪽
61 제61화. 독 안에 든 쥐 +4 22.04.11 620 13 13쪽
60 제60화. 결국 꼬리를 밟히다 +2 22.04.10 624 16 14쪽
59 제59화. 도화곡(桃花谷)에서 +2 22.04.09 649 15 14쪽
58 제58화.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 +2 22.04.08 617 13 13쪽
57 제 57화. 태행산으로의 잠행 潛行 +2 22.04.08 663 16 14쪽
56 제56화. 솔바람 그늘아래 벽계수 흐르는데 +4 22.04.07 709 18 14쪽
55 제55화. 화산파의 멸문지화 滅門之禍 +2 22.04.06 715 19 13쪽
54 제54화. 갈소군의 과거 +2 22.04.05 697 17 13쪽
53 제53화. 이 파렴치한 놈아 +4 22.04.04 710 1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