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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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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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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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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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DUMMY

중립국가 벨루디스는 마족들의 국가인 마국에서 남서쪽에 뿌리를 내린 나라이다.


중립이라는 말처럼 벨루디스는 다른 국가에서의 분쟁이나 그에 협력하라는 요청들은 전부 딱 잘라 거절하기로 유명했다. 그렇다고 쇄국을 펼치는 국가는 아닌지라 타국과의 교역은 평범히 이루어졌다.


맛있는 부분만 먹는다고 해도 좋을 이러한 행보가 용인되는 이유는 이 나라의 지리적 특징에 있었다.


일단 벨루디스는 풍부한 자원이 가득한 대지 위에 세워져 식량부터 희귀금속까지 모두 넘쳐나는 축복의 땅이었다. 아쉬운 게 없다 보니 어지간한 타국의 요청은 한 귀로 흘려넘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보다 벨루디스를 건드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방파제라 불리는 것에 있다.


벨루디스의 국경은 마국. 인접한 다른 인간의 국가는 없다.


이처럼 마국과 완전히 맞대고 있는 벨루디스는 마족의 침공으로부터 제일 먼저 맞설 선봉이자, 위험을 알리는 신호의 역할을 겸한 것이다.


총알받이를 자진해서 치울 국가 따윈 없는 거다. 그렇기에 방파제로서의 의미가 강한 벨루디스는 타국으로의 간섭이 적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분쟁이 없는 벨루디스는 학문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고, 대륙의 어느 국가보다도 뛰어난 기술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그런 벨루디스가 만든 학원, 베르다드.


건국왕이 만들었다는 벨루디스는 자국민 할 것 없이 배우고자 방문하는 이를 막지 않았다.


신분도 가리지 않는다. 모두 평등하게 최고의 교육을 베풀었고, 학원은 점차 명성을 얻게 되어 타국에서마저 벨루디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이 그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세워진 지 750년이 넘은 베르다드 학원의 최고봉―― 학원장이 있는 학원장실로 가는 여성이 있었다.


여성의 정체는 세리오 리벨리타스, 베르다드의 부 학원장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긴 갈색 머리칼을 말아 올린 세리오는 언뜻 침착해 보이는 표정과 달리 상당히 초조한 기색을 흘렸다. 빠른 발걸음에서도 그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이윽고 학원장실 앞에 도착한 세리오는 문을 두드렸다.



“학원장 님. 실례합니다.”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없는 건 아닐 것이다.


――탐험에 나간 학원장은 어쩐 일인지 여느 때와 달리 금방 돌아왔으니 말이다.


언제나 3달의 방학 기간이 끝나기 직전에 돌아오던 그였기에 뭔가 놓고 갔나 싶었었다.


하지만 제대로 돌아온 게 맞았다.


그리고 학원장이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2장의 추천장을 쓴 것이었다.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학원장, 그는 장래가 기대되는 자라면 평민, 귀족 가릴 것 없이 학원으로 입학을 권유하긴 했다. 그러나 본인의 이름으로 추전장을 써준 적은 단연코 없었다. 매번 대신 추천장을 써 달라 조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하여 입학하게 된 자들은 학원장의 눈썰미 대로 뛰어난 성적을 보였고, 학원장과 함께 추천장을 써준 자신의 평가가 높아지는 일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 정확히 그의 이름을 기재한 추천장이었다.


누군지 궁금해 물었으나 학원장은 여성과 남자아이라는 대답만 할 뿐, 손수 입학 절차와 기숙사의 신청을 하기 바빴다. 더불어 교복, 생필품까지도 직접 준비했다.


상당히 지극정성이었다. 신청한 기숙사의 방도 학원 내에서 상당히 좋은 방으로, 어지간한 귀족이 아닌 한 배정되지도 않는 곳이기도 했고.


이러한 행보에 어딘가의 대귀족의 압력인가도 싶었지만······ 이 학원장이 그러한 권위에 추천장을 써줄 리가 없다. 그래서 단순히 재능 있는 귀족의 자제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다.


다만 한 가지 의아한 건 교복이었다.


고등부에 입학할 예정이라는 여성의 교복은 너무 작아 중등부에서나 입을 만한 사이즈였던 거다. 맞는 재고도 없어 주문 제작해야만 했다.


벨루디스에 나름대로 힘 있는 귀족 중에선 그렇게 작은 신장의 영애는 없다. 유력 귀족의 자제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에 확실했다.


그렇다는 건 해외라는 건데······ 그건 또 이상했다.


학원장은 탐험을 나간 것이다. 돌아오자마자 쉬지도 않고 바로 준비했으니 다른 데로 새지도 않았다.


애당초 탐험하러 나간 장소가 마국의 인근 숲이 아니라, 다른 나라였으면 가능성은 있었으나······ 학원장은 아무런 말을 해주질 않으니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의문은 쌓여갔고, 학원의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학원장의 등장에 허둥지둥 그가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줬다.


그렇게 큰 어려움 없이 추천생의 입학 수속을 마친 그는 지금――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오늘도 여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세리오는 곧장 학원장실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은 시원스레 열렸다.



“문도 안 잠그시고······”


최근 뭔가 조심스러워하던 리카드답지 않다.


그러한 걸 티내려 하지 않았지만, 그가 조심하고 있다는 걸 세리오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탐험을 다녀온 이후 달라졌다.


미소 짓고 다니는 모습은 같았지만, 그 속에 있던 그늘이 사라진 것이다.


‘좋은 징조로 보여 마음을 놓았는데······’


근심 어린 마음으로 세리오는 학원장실 안쪽에 있는 연구실로 향하였다.


――철컥.


연구실의 문도 열려 있었다.


주저없이 안으로 들어간 세리오의 눈에 복잡한 문양이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이 보였다.


마법진은 학원 내 연구실 중에서도 상당히 큰 편에 속하는 학원장의 연구실을 거의 가득 메울만한 크기였다.


――그리고 그 커다란 마법진 한가운데에 리카드, 그가 서 있었다.


열중하고 있는지 세리오가 들어온 것도 전혀 알지도 못하였다.



“학······원장님?”


조심스럽게 부르는 세리오의 말에 리카드는 시선을 돌렸다.



“힉!”

“아~ 세리오 씨였습니까?”


돌아본 리카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른한 말투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상냥하였다.


하지만, 희번덕 뜬 눈은 실핏줄이 붉게 충혈되어 광기마저 서려 있는 듯했다.


미쳤다······


리카드를 욕하는 사람들이 뒤에서 몰래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걸 매우 싫어하던 세리오였으나······ 지금만큼은 그들의 말을 긍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학원장은 섬뜩했고, 미쳐 보였다.


불길한 기분에 매일 같이 찾아오긴 했지만, 오늘과 같은 이런 모습은 결단코 아니었다.


1달 반. 연구실에 틀어박힌, 이 1달 반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흠칫 몸을 떤 세리오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리카드는 그런 세리오를 전혀 알아차리는 법 없이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마침 잘 됐습니다. 자자~ 세리오 씨도 와서 보세요.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그리 말한 학원장은 구석에 치워져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와, 완성이라니요? 뭘 말이죠?”

“하하. 보시면 압니다. 이제 발동만 하면 되거든요. 그러니 얼른 이쪽에 앉으세요.”

“아, 아뇨, 전······”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런 세기의 순간에 저 혼자만인 건 굉장히 아깝지 않겠습니까?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냉큼 세리오의 손을 잡은 리카드는 억지로 그녀를 이끌고 방금 가리킨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당황하고 있는 세리오를 무시한 채 그는 거대한 마법진의 끝에 섰다.



“자! 갑니다!”


말릴 새도 없었다.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리카드는 지팡이를 들고 마법진 위에 손을 얹어 마력을 불어넣었다.



“[――소환!]”


작게 말한 리카드의 발동어와 함께 마법진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휘몰아치며 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점차 밝아지던 마법진은 눈을 뜨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마력을 빨아들이던 마법진은 이윽고――


――챙!


그릇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빛이 사그라졌다.



“헉······ 허억······”

“학원장님!”


세리오는 의자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리카드를 부축했다.



“괘, 괜찮으세요?!”

“괘······ 허억······ 찮습니다. 그런 것보다 보십시오. 성공했습니다.”


가쁜 호흡 때문에 말도 끊어졌건만 리카드는 기쁜 얼굴로 떨리는 손을 들어 마법진의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바로 그곳에는――



“뭐, 뭐야?! X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여긴 또 어디고?”


흑발에 진한 갈색의 눈을 지닌 웬 이상한 남자가 있었다.


‘이 마법진은 누군가를 소환하기 위한 것이었나?!’


세리오는 놀란 눈으로 리카드를 봤다.


먼 곳에 있는 누군가를 데려올 수 있다니. 이것을 체계화하여 보급할 수 있다면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 확신을 품을 수 있을 정도의 일이었다.


정말 엄청난 위업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가 읽을 만한 동화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진짜로 해냈으니 말이다.


세리오는 그 위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남자―― 마법진 위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이국적인 생김새의 그를 보았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은 아직 어려 보이긴 했으나, 드문드문 수염이 나기 시작한 걸 보면 그래도 성인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학원장님, 그래서 저분은 누구―― 아!”


리카드가 말한 발동어가 무엇이었나. ‘소환’이라 한 건 분명하였으나 앞에 뭔가가 더 있었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그때의 입 모양으로 추측해보자면······



“요, 용사······”











머리에 각각의 뿔이 달린 마족부터 평범한 인간까지, 다양한 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사람은 꽃을 들고 새하얀 단상이 있는 곳을 꾸미고 있었고, 또 어느 사람은 많이 놓인 식탁에 음식들을 날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모두가 분주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경사였기 때문이었다.


――한 사람만 빼고.



“으흑······ 리아야······”

“당신도 참. 그만 뚝 해요. 리아가 보면 어쩌려고요.”

“그치만, 우리 리아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잖아요.”

“그렇긴 한데 너무 빠르지 않아? 리아는 이제 막 성인이 됐을 뿐이잖아.”

“뭐······ 그건 부정하지 못하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막을 건가요?”

“······어떻게 막아. 필리아, 당신도 리아를 봤잖아.”

“네. 정말 기쁜 듯이 웃고 있었죠.”

“그래. 최고로 예쁜 미소였지. 누구에게 열불이 날 정도로 말이야.”

“――나 말인가?”

“응?”


한심한 표정으로 울고 있던 남자, 이스카르는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돌아봤다.



“뭐야, 찬크에르잖아. 너 말고 누가 있겠냐. 그런데······ 그 옷이 말했었던 그거야?”

“그렇지.”


찬크에르가 입고 있는 옷은 검정 바지와 흰색의 셔츠, 그리고 마찬가지로 검정의 겉옷이 한 세트인 복장이었다. 거기에 신발까지도 검고 광택이 났다.


상당히 묘한 의복에 이스카르와 필리아는 신기한 듯이 봤다.


하지만 지구에서 온 사람이었다면 조금 다른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190cm에 달하는 훤칠한 신장의 에르였다. 그런데다가 미남미녀가 많은 오엘문리아에서도 한층 빛나는 외모다.


체형이 잘 보이도록 딱 들어맞는 옷은 그의 균형 잡힌 육체를 더욱 돋보이게 했으며, 비단처럼 고운 긴 흑발도 이상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 그리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검은 눈은 신비한 매력까지 품고 있었다.


이러한 복장을 처음 본 이스카르와 필리아조차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만약 지구였다면 그를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리 말했을 것이다.


――턱시도 빨 잘 받는다고.


그 의미가 조금씩은 다를 수도 있지만 어울린다는 것엔 이의를 제기할 자는 없을 거다.



“정말 멋지네요. 그렇지 않나요, 당신?”

“그럭저럭. 나쁘진 않네.”

“그런가. 고맙네.”


어색하게 반응하는 찬크에르를 빤히 보던 이스카르는 물었다.



“어딘가 먼 나라에서 예식을 올릴 때나 입는 옷이라고 했지?”

“흠······ 뭐, 그렇지.”

“과연······ 솔직히 별로 기대는 없었는데, 이거라면 우리 리아도 아주 이쁘겠어.”

“나도 그때가 기대되는군.”

“응? 뭐야, 너도 아직 안 봤어?”

“리아가 부끄럽다 해서 아직 못 봤어.”


댕댕댕.


머릿속으로 리아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던 이들에게 종소리가 들렸다.



“어머. 준비가 다 된 모양이에요. 오늘의 주인공이 늦을 순 없으니 어서 가죠.”

“으윽.”


싫은 표정으로 꾸물대는 이스카르. 그런 그의 팔을 꼬집은 필리아는 찬크에르를 데리고 단상 쪽으로 갔다.


단상 앞에는 이미 마을 주민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이야~ 그 말썽꾸러기 리아가 벌써 결혼할 줄이야.”

“말썽꾸러기인 건 아직 변함없는걸? 하하핫!”

“하하! 그건 그래.”

“그 비실비실했던 아이가 벌써 결혼이라······ 세월 참 빨라.”


감회가 새롭다는 듯 이야기하는 인간 주민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나이까지 리아가 살아있지 못 할 거라 여겼던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러한 그들과 달리 새롭게 주민이 된 마족들은 비실거렸던 리아를 잘 모르는지라 공감하기 어려워했다.


이런 상반된 감정을 품고 즐거이 떠들던 그들은 다가온 필리아들을 보고는 반갑게 맞이하였다.



“여~ 이스카르. 오늘 같은 날에 얼굴이 왜 그래?”

“오늘 같은 날이니까 그렇지! ――아얏!”

“후훗. 남편이 조금 피곤한 모양이에요. 어제 밤잠을 설쳤거든요.”

“아니, 피곤할 리가――”

“――자자~ 당신, 우리도 준비할 게 있잖아요. 리아의 한 번뿐인 오늘을 망칠 셈은 아니겠죠?”

“그, 그럴 순 없지.”


눈을 번뜩이는 필리아에게 흠칫한 이스카르는 서둘러 리아가 대기실로 사용하는 마족들의 숙소로 향했다.


참고로 리아가 찬크에르에게 부탁하여 마족 주민들 각자의 집을 만들려 했으나, 바지탄스들은 직접 지어 가겠다고 거절했었다.


그래서 자신의 거처가 있는 마족들은 많지 않았고, 리아도 오늘 하루만을 위해 따로 대기실을 만드는 건 내키지 않아 그들의 숙소를 잠시 빌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가는 이스카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필리아는 덥석 찬크에르와 팔짱을 꼈다.



“그럼 저희도 준비하러 가죠.”

“잘 부탁하네.”

“저야말로 잘 부탁해요.”


부드럽게 웃는 필리아를 에스코트하며 찬크에르는 단상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이곳에 왔을 때부터 신기한 복장의 찬크에르에게 쏟아지던 시선은 더욱 많이 몰렸다.


홀린 듯 눈을 떼지 못하던 주민들은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깊은 탄성을 내질렀다.



“머······멋졌지? 찬크에르 님.”

“응. 행동거지도 우아하셨어.”

“정말. 우리 남편은 성에도 안 찰 정도야.”

“――그러게요. 찬크에르 자식······ 멋있긴 하네.”

“바보 아빠 주제에 말이야.”

“어머! 도련님과 아이리스 님!”


단상 앞 첫 줄에서 홍조를 물들이며 떠들던 주민들 곁으로 다가온 루데릭과 아이리스. 둘의 표정은 좋지 못하였다.


이유는 마음에 안 들어서였다.


이는 둘의 공통된 생각으로, 소중한 동생, 소중한 어머니의 중대사임에도 뭔가 탐탁지 않았다.


물론 이 결혼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찬크에르가 리아를 아끼며 사랑할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도 없으니까.


평소에도 시도 때도 없이 알콩달콩한 둘이다. 되려 그런 의심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둘이 이러는 건 그저 치기 어린 마음 때문이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아직 어린 루데릭과 아이리스, 이 둘의 심정을 알아차린 주변은 어색하게 웃었다.



“저, 저기······ 두 분도 잘 어울리시네요.”


그저 어색한 분위기를 쇄신하려 꺼낸 이야기였지만, 완전 빈말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턱시도로, 신체에 딱 맞게 만든 찬크에르의 작품이었다.


이런 쪽으로는 과거 센스가 좋았던 전적을 보인 찬크에르였다. 마치 고급 양복점에서 주문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믿을 정도로 완성도는 무척 훌륭했고 디자인도 세련됐다.


덕분에 찬크에르만큼은 아니지만, 둘도 나름대로 많은 시선을 끌고 있었다.


더불어 외모조차도 충분히 장래를 기대할 수 있었기에 일부 미혼의 젊은 마족들은 뜨거운 시선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건 알 턱이 없는 루데릭은 인상을 찡그리기만 했다.



“고맙긴 한데······ 그 도련님이란 것 좀 어떻게 안 돼?”

“그래그래. 여러분,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저까지 님을 붙이지 않아도 돼요.”

“안 됩니다~ 두 분을 이리 부르고 싶은 저희의 갸륵한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맞아요! 저희 가족을 도와주신 분께 그럴 수야 없죠!”

“너희 말이야······”

“뭐 어떠니, 루데릭. 본인들은 물론, 아버지 같은 분과 맏언니, 맏오빠를 도와줬는데 고마워할 수도 있지. 남자가 계속 쫀쫀하게 그러는 거 아니다? 뭣하면 나도 도련님으로 불러줄까?”

“켁. 그건 참아주세요, 아주머니.”

“전 별로 불만 없으니 루데릭만으로 넘어가주세요.”

“야! 너만 쏙 빠지기냐?!”

“풋.”

“흐흡. 죄, 죄송해요. 풉.”

“――여전히 사이가 좋으시군요.”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의 목소리.


화목한 분위기로 떠들던 모두는 경계심을 가지고 돌아봤다.


거기에는 자신의 대검을 들고 있는 바지탄스와, 마찬가지로 고락을 함께한 자신의 활에 화살까지 재두어 언제든 쏠 수 있게 준비한 티라이드가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완전무장.


하지만 이것은 그들 사이에 있는 외부인 남성 때문으로,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맑은 청색의 눈동자와 머리카락,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눈매, 그리고 지적으로 보이는 생김새와 그걸 더해주는 안경까지―― 언뜻 보면 학자 같은 이 외부인 남성은 오늘 초대받은 손님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쳐다보는 시선과 신병을 구속하듯, 최적의 공격거리만큼 떨어져 남성의 양옆을 따라오는 바지탄스와 티라이드를 보면 그리 환영받는 손님 같진 않다.


남성은 이러한 주변의 반응을 모르는 것인지, 미소를 띠며 로브 같은 펑퍼짐한 흰옷을 산들거리면서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다행히도 제시간에 맞춰 올 수 있었습니다.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밝게 인사하는 그에게 모두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도련님, 저희는······”

“응. 고생했어. 나랑 아이리스가 보고 있을 테니까, 둘 다 어서 준비하러 가. 곧 시작할 거야.”

“예. 감사합니다.”


묵례를 하고 떠나는 둘을 배웅하고, 루데릭은 찌릿하고 그를―― 중립국이라 불리는 벨루디스에서 온 외지인,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를 째려봤다.



“헤에~ 먼 여행길인데 잘도 왔네. 분명 힘들었을 텐데 말이야.”

“아뇨, 아뇨. 걱정해주셔서 감사하지만, 무척이나 발이 빠른 마수 분께서 바래다주어 금방 올 수 있었습니다.”


구태여 잘도 왔네를 비꼬아 말해도 리카드는 변함없이 미소를 잃지 않고 대응했다.


그 모습에 루데릭은 혀를 찼고, 리카드는 대놓고 불신감을 내보이는 주민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머리를 숙였다.



“지난번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오해라고는 하지만 여러분들의 가족을 다치게 하여 죄송했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진심 어린 사과에도 주민들은 냉랭했다.


이번만큼은 제아무리 리카드라도 이런 반응에 조금 난처한 기색을 흘렸다.


그러던 때에, 그를 도와주는 목소리가 울렸다.



“뭣들 하는 거냐. 손님을 이리 내버려두고.”

“촌장님······”


신관처럼 보이는 군청색의 복장인 에이브안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면서 다가왔다.



“잘 왔소, 클로디아노 선생. 이런 대접을 받게 하여 면목이 없으나,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던바. 너그러이 여겨준다면 고맙겠네.”

“물론입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에이브안은 주민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식을 거행한다. 준비가 필요한 자들은 어서 끝마쳐둬라.”


위엄을 내비친 에이브안의 지시에 주민들은 리카드에게 신경을 끄고 각자 할 일을 하러 흩어졌다.


이윽고 흐트러진 부분은 없나 몸단장하거나, 식의 진행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의 자리로 가 순서를 떠올려 보는 등 금세 시끌벅적하였다.


그런 주민들을 둘러보고는 에이브안은 단상으로 갔다.


단상 위에는 이미 먼저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에이브안이 오자마자 득달처럼 달려들었다.



“초, 촌장님. 제가 이런 역활을 맡아도 되는 겁니까요?”


간절히 묻는 이는 잭으로, 무심코 옛날 말투로 소리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자네 말고 누가 한단 말인가?”

“바지탄스라든가, 티라이드도 있잖슴까. 여차하면 바리오가 대신 해도 괜찮지 않습니까요?!”

“현실적으로 언제 순서를 맞추겠나. 이미 늦었다네. 얌전히 받아들이고 우리 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그, 그런······”


매정하게 말한 에이브안은 단상의 중앙으로 향했고, 그 뒷모습을 잭은 허망하게 바라봤다.



“어, 어째서 내가······”


애당초 도와달라는 에이브안과 찬크에르의 부탁을 냉큼 수락한 게 문제였다.


단순히 힘쓰는 일 정도로 생각했건만······


그러나 이번에 부탁받은 건 진행―― 식의 순서를 알리는 진행자였다.


보통 결혼식은 주민들이 모여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의 신에게 두 사람이 혼인의 맹세를 하고 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하는 결혼식은 완전 처음 본 형태였다.


대강의 진행 순서와 해야 할 말 같은 건 이번 결혼식의 발안자인 찬크에르에게 전해 들었으나, 한순간에 익숙해지긴 아무래도 어렵다.



“만약 실수라도 한다면······”


에이브안은 물론이고 찬크에르, 리아를 열성적으로 사모하는 마족들, 게다가 인간 주민들에 이어 이스카르와 필리아까지. 그들에게 당최 무슨 소리를 들을는지······


꿀꺽.


잭은 인생에 이 이상은 없다고 생각될 만큼 긴장감이 몰려왔다. 식은땀마저 나는 듯했다.


도망칠 순 없다.


드물게도 에이브안이 딱 잘라 말한 것이다. 딴 사람에게 떠넘기고 빠지는 퇴로 따윈 존재하지 않은 거다.


결국 포기하고 단상 왼쪽 한편에 선 잭은 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봤다.


입석으로 진행되는 식은 단상의 앞 계단을 기준으로 가운데를 비워두고 양옆에서 관람하는 형식이었다. 그렇게 몇 줄로 쭉 서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기뻐하며 식이 시작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몇몇은 이미 단상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잭의 아내인 페이다도 있었다.


힘내라는 듯 살짝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잭도 마주 손을 들어줬다. 그렇지만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어 공허하였다. 손을 든 것도 거의 무의식적이었다.


‘아······ 찬크에르가 옷을 준다고 했을 때 그냥 받을걸’


처음 보는 괴상한 옷에 거절했지만, 막상 찬크에르나 루데릭들이 입은 모습을 보니 썩 나쁘지 않았다.


뒤늦은 후회를 하며 잭은 자기 옷을 내려다봤다.


······평범했다.


집에서 가장 멀쩡해 보이는 옷을 입고 나왔으나, 너무 평범하여 괜히 이 자리엔 어울리지 않게만 느껴졌다.


‘이게 다 찬크에르 때문이야!’


하지만 아무리 탓하더라도 찬크에르가 단단히 기합을 넣고 만든 이 식장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 되려 괜스레 새하얀 구조물들이 더욱 반짝거리게 느껴질 뿐이었다.


동지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함께 이 기분을 나눌 이는······ 아쉽게도 없다.


유일하게 같이 단상에 오르는 에이브안도 본인의 옷이긴 하나, 그는 원래부터 이러한 식장에서만 입던 옷이었던 거다. 자주 본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 다시 봐도 이 식장의 분위기와도 크게 어색하진 않다.



“아. 미치겠네.”


날씨마저도 축복하는 듯 주변은 흐리지만, 마을만은 구름 하나 없이 맑기만 하다.


그러한 가운데 다리까지 떨며 긴장하고 있는 잭에게 종말을 알리는 것처럼 종 소리가 2번 울렸다.


미리 준비한 신호로―― 신랑, 신부 모두 준비가 됐다는 뜻이었다.


즉 잭의 차례가 왔다는 소리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브안을 본 잭은 몇 번이나 암기한 대사를 입에 담았다.



“아, 아. 음······. 그, 그럼. 공사다망하신 와중······ 신랑, 찬크에르 군과 신부, 이스피리아 양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주신 하객 여러분――”

“――푸하하하! 잭, 뭐라고 하는 거야? 똑바로 말해봐.”

“잭 씨, 긴장하지 마세요~”

“크크큭. 어이, 웃으면서 말하면 안 되지.”


잭은 혈압이 올랐다.


그리고 폭발했다.



“야! 그럼 네가 해봐라! 뭔 놈의 말들이 이리 어려운지―― 핫?!”


‘크, 큰일 났다!’


진행자의 역활을 잊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잭은 빠르게 에이브안을 쳐다봤다.


단상 중앙에 있는 에이브안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웃고 있었다. 입가를 가리고 시선을 피했지만, 명백하게 웃음기가 가득한 눈이다.


여러모로 허탈해진 잭은 한숨을 내쉬고 앞을 봤다.



“이제 긴장이 좀 풀렸냐?”


자신을 위해 일부러 그랬나.


잭은 웃는 얼굴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주민들에게 감사―― 따윈 하지 않았다.


‘이 자식이?! 네놈이 가장 신나게 쳐 웃지 않았냐!’


땅바닥까지 치면서 웃어 재끼던 모습을 똑똑히 봤다.


마음속 명단에 그의 이름을 기입하면서 잭은 계속 진행했다. 다만 분개하는 마음과 달리 확실히 긴장이 풀어졌는지, 좀 전처럼 자신감 없이 더듬거리나 하지 않았다.



“몇몇 하객들의 난동으로 진행이 늦쳐줘 조금 순서를 건너뛰겠습니다.”

“난동?!”


일부 사람들이 항의를 하지만 잭은 가볍게 무시했다.



“금일 결혼식의 주례를 맡아주실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축복 가득한 결혼식의 주례는 우리 마을의 촌장님이자, 신부, 이스피리아 양의 조부 되시는 에이브안 님이십니다.”


소개에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축하드립니다, 촌장님.”

“에이브안 님 멋져요!”

“잘 생기셨어요!”

“단둘이서 차를 마시고 싶어요!”

“축하드립니다!”


‘······엥? 뭐야, 이건.’


찬크에르의 설명으로는 보통 주례를 소개할 때 대강 손뼉을 치고 끝난다고 했었는데, 뜻밖의 열렬한 반응이었다.


그중에서는 개인적인 욕망이 가득한 외침이 섞여 있기도 했지만, 이러한 반응을 생각지도 못하였던 잭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어어······ 아! 다,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들께선 박수로 신랑을 맞이하여 주십시오.”


신랑 입장이라는 잭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성들은 눈을 빛냈다.


곧이어 단상 오른쪽 계단에서 필리아와 함께 찬크에르가 나타나고――


순간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꺅!! 오빠! 너무 아름다워요!”

“오빠는 무슨, 이 여편네가.”

“뭐 어때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말을 해보겠어?”

“절 가져요, 찬크에르 님!”

“야! 지금 결혼하시는 분에게 뭔 헛소리야?!”

“찬크에르 님, 아가씨와 함께 셋이서 차를 마셔보고 싶어요!”

“예쁘다~! 필리아!”


아비규환이었다.


간간히 한껏 차려입은 필리아를 칭찬하는 말들이 나왔지만, 대다수는 사심 가득한 여성들의 외침이었다.


마족들마저도 그러했다. 처음 만남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아직도 조금은 찬크에르를 무서워했으나, 전의 일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듯 대하는 그의 매너 넘치는 행동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무서워하는 것도 지금에 와서는 그저 유명 연예인을 대하는 듯 어려워하는 느낌이 강했다.



“후훗. 인기 좋으시네요.”

“나는 리아에게만 인기가 있다면 그걸로 족하네만.”

“그럼 걱정 없겠네요. 찬크에르 씨는 리아에게 인기 만점이니까요. 이날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몰라요.”

“기대인가······ 훗.”

“왜 그러세요?”

“아니. 나야말로 오늘 이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바라왔는지 모르네. 긴 세월 살아오며 이토록 시간이 안 지나간 적도 없었지.”

“후후. 그러셨나요?”


미소 짓는 찬크에르를 따라 필리아도 웃으며 둘은 함께 단상 중앙에 섰다.



“그럼, 찬크에르 씨. ――아뇨, 사위! 우리 딸을 잘 부탁해요!”

“맡겨주게. 반드시 리아를 행복하게 하겠네.”


자신감 넘치는 만족스러운 대답에 신랑의 배웅―― 본인의 역할을 마친 필리아는 몸을 돌렸다.


주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을 내려가는 필리아. 그녀의 눈가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다.


찬크에르는 그런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깊게 머리를 숙여 감사함을 전하였다.



“이어서 오늘 결혼식의 꽃, 아름다운 신부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작가의말

드디어 결혼식!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주말 기분 좋게 잘 보냈습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하루 기분 좋은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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