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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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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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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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 짝을 찾는 방법

DUMMY

월급은 마약이다.


직장인이 무료한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라면 한 달에 한 번씩 같은 날짜에 은행 계좌에 찍히는 숫자를 확인 하는 것이다.

그 숫자의 잔고가 올라갈수록 행복감도 올라간다.

그 잔고를 올리기 위해 출근과 야근은 계속되고 있었다.


마약은 한 번 발을 들이면 끊을 수 없는 법이다.

일단 중독되면 더 강력한 마약이 필요하다.

내성이 생기면 더 많은 양의 마약을 원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월급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오늘도 그 마약에 취해 고군분투(孤軍奮鬪)한다.

실제로 마약은 일의 집중력을 올려주기도 한다.

마약은 일을 하기 위한 목적이자 도구인 셈이다.


월급쟁이의 무료한 일상을 탈출할 유일한 방법은 또 다른 새로운 마약을 찾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마약,

그것도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은 건 월급이랑 비슷하다.

다만 삶의 활력소가 되니까,

마약보다는 보약에 가깝다고 보는 게 나을듯하다.


사랑하기 좋은 나이 이십 대,

이때의 사랑은 순수하다.

순수한 암수의 페로몬 냄새에 이끌려 사랑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순수한 사랑을 나눌 대상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일전에 소개팅의 아픈 기억 때문이었는지,

누구의 소개를 통한 부담스러운 만남을 갖고 싶지 않았다.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내 짝은 내가 직접 찾아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마음속에서 불타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는 어디 TV광고 속에서 들어본 말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졌다.



"자자! 원 샷~"


"외로운 싱글의 불타는 토요일을 위하여!"



직장인의 가장 큰 낙(樂)이라면 단연 토요일 저녁 마음 맞는 이들끼리 모여 소주 한 잔에 한주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것이 아닐까?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부터 근 20년을 같이한 꼬치 친구 두 명과 조촐한 불토의 여흥을 즐기고 있다.

술기운이 감돌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야야! 우린 왜 허구한 날 여자 하나 없이 남자들끼리 이렇게 궁상이냐?"


"내 말이··· 참~ 그럼 너라도 먼저 한 명 데리고 와 보던지?"


“있음 안 데리고 오지 그냥 둘이 놀겠지 너희들이랑 안놀고 하하하”


“이기적인 새끼!”



옆에 앉은 동구가 매 번 듣는 말이 귀찮은 듯 술잔을 비우며 내가 한 말에 시비조로 말을 걸어온다.

산적 같은 얼굴에 가무잡잡한 피부, 180cm의 큰 키, 큼지막한 손과 치수를 알 수 없을 만큼 큰 신발에 뭐하나 작은 게 없다.


꼬치친구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녀석은 어릴 때부터 우리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곤 했다.

녀석과 같이 다니면 웬만한 동네 양아치들은 우리를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구는 그런 덩치와는 다르게 싸움을 싫어한다.

사실 한 번도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

위로 누나만 세 명이다.

누나들 틈에서 자라서인지 생긴 것답지 않게 섬세하고 여성스럽다.

우리 꼬치친구들은 익숙하지만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본모습을 알고 나면 놀라는 이가 적지 않았다.



"야~ 어디 여자 만날 건 수 없냐? 소개팅 그런 거 말고 말이야. 정말 나의 운명의 여신님은 어디에 계신겨?"


"운명은 지랄 쌈 싸 먹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헛소리 말고 쌈이나 먹어라! 엇! 야! 야! 야!~ 니 운명이 다가온다!"



맞은편에 앉은 재득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내등 뒤를 응시한다.

당달만 한 체구에 옆으로만 퍼진 모습이 먹은 건 죄다 키가 아닌 허리로 가는 모양이다.

작은 키에 둥글한 체형이 마치 헬스장에 있는 짐볼을 연상케 한다.


녀석도 여자에 대한 관심은 남들 못지않지만 아직까지 성욕보다 식욕이 더 당기는 모양이다.

여자를 포기할지 언정 먹는 건 포기 못하는 자 결코 여자를 얻지 못하리.


음식은 돈만 있으면 당장의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여자를 통해 행복을 얻는 건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재득은 그런 인내와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시종일관 불판 위에 고기에만 집중한다.

셋이 앉아있으니 마치 사오정, 저팔계, 손오공이 모여있는 느낌이다.

내가 손오공이다.

그나마 내가 중간이다.

그럼 삼장법사는 어딜 간 건지...



"어디~ 어디?"


"안녕하세요!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에··· 예!"


"저희 **데이가 이번에 론칭 기념으로 행사 중이에요. 특별히 오늘 저희 소주를 주문하시면 선물을 드려요"


"어··· 떤 선물이오?


"네~ 이 상자 안에 손을 넣으셔서 추첨되는 걸로 드려요! 꽝은 없으니 걱정 말고 해 보세요!"


"당첨 선물 중에 님 같은 애인은 없나요? 하하하"


"··· 아··· 그건, 손님 참~ 농담도···"



행사 내레이터 직원은 세일러문에서나 보일듯한 시원한 푸른색의 짧은 스커트에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란제리인지 수영복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탱크톱을 입고 우리 앞에 서 있다.


도대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갈곳 잃은 시선은 마치 카멜레온이 먹이를 찾듯 내레이터 모델의 몸 전역으로 왔다 갔다 움직인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의심을 받기에 쉬지 않고 움직인다.

누가 보면 사시거나 정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녀는 나의 짓궂은 멘트에 잠시 당황해하는 듯 싶더니 다시금 영업 멘털을 재장착하고는 여유 있는 미소를 되찾는다.



"아! 어쩜··· 이렇게 유머 센스가 풍부하신 분이 여자 친구가 없으시다니 말도 안 돼! 세상 여자들이 눈이 삐었나 봐요, 그렇죠?"


"에··· 예?! 그런가요? 하하하"


"주변 테이블에 예쁘신 여자 손님분들도 많이 보이는데... 저희 **데이로 한 번 대시해보세요. 필요하시다면 제가 소주는 배달해 드리죠, 물론 계산은 우리 신사분께서 하시는 걸로"



진정한 멘털 고수를 만났다.

이 정도의 넉살이라면 우리 회사 영업부에 앉혀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녀와 말을 더 섞다간 영혼까지 빼앗길지 모른다.

이쯤에서 GG 치고 물러나는 게 상책이다.

우린 손사래를 쳐 보이며 **데이를 두 병을 주문하고 행사 선물로 물티슈를 잔뜩 받았다.

친구들은 내가 그녀랑 말장난하는 동안 눈요기를 제대로 한 듯 보인다.

불판 위에 고기가 타는 줄도 모르고 침만 흘리고 있다.



“니들 뭐하냐? 고기 타는 거 안 보이냐?”


"아쉽네! 쩝”


“다시 가서 물티슈 말고 그냥 티슈로 좀 바꿔 달라고 해라, 야동 볼 때 쓰구로 하하하"


"와~ 저 여자 보디라인 예술이다. 정말~ 야~ 쟤 말대로 소주로 헌팅이라도 좀 해보지 그랬냐?"


"됐거든, 너나 해라 이 자식아~ 술이나 먹자!"



동구와 재득은 멀어져 가는 내레이터 모델의 뒤태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나는 새로 주문한 소주병을 따서 친구들의 빈 잔을 채우고 건배를 한다.



"자! 자! 산사랑 회원분들은 안쪽에 예약된 자리로 가서 앉아주세요!!"



갑자기 술집 안으로 알록달록한 색의 향연이라도 펼치듯 화려한 아웃도어복을 입은 젊은 여자들과 그 뒤를 이은 남정네들 한 무리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얼핏 나이가 우리랑 비슷해 보인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젊은 남녀들이다.

등산 동호회인 것 같다.

남녀가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얼굴에 화색을 띠고 대화하는 분위기가 칙칙한 우리 테이블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와~ 쟤네들 졸라 부럽네, 여자애들 좀 봐 이쁜 애들도 꽤 많은데"


"그러게 여자들도 등산 많이 하나보다"


"바로~ 저거야! 우리도 등산 동호회 들어가자! 어때?"


"···"



나의 급작스러운 제안에 둘은 들고 있던 술잔을 잠시 멈추더니,

눈 고리와 입꼬리를 한쪽으로 추켜올리며 고민의 시간을 가진다.



"됐거든! 얼어 죽을... 어차피 내려올 산을 뭣하려 힘들게 올라가냐? 너나 가!"


"그럼 넌 어차피 죽을껀데, 왜 사냐?"


"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둘의 생각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재득은 평소 운동이라면 질색을 하는 녀석이라 산이라곤 가본 적이 없는 녀석이다.

숨쉬기 운동만이 그가 해온 운동의 전부이다.

산에 오르다가 여자를 만나기도 전에 저승사자를 먼저 만날지도 모른다.

녀석은 내 말을 무시하고 이내 불판 위의 고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동구의 시선은 아직 등산 동호회의 테이블을 향해 있다.

부러운 시선인지 호기심 어린 시선인지 모를 표정으로 그들 모임의 분위기를 세심히 스캔하고 있다.



"희택이 말도 일리가 있어,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가 많은 곳에 가야지, 안 그래?"


"맞지 맞지?! 그래 동구 네가 역시 생각이 앞서가는군, 저기 봐봐! 물 반 고기반이잖아 미끼만 던지면 물리겠구먼"


"하하하"


“또 쌈 싸 먹는 소리들 하고 있네”


“그래 넌 계속 쌈이나 싸 먹으세요”



동구와 나는 의기투합해서 둘이서 소주잔을 부딪친다.

둘 만 들뜬 기분이 불쾌했는지 재득은 혼자 소주를 들이켜며 불판 위의 남은 고기를 모두 흡입하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종업원을 부르며 생삼겹살을 3인분을 추가하고 불판도 바꿔달라고 소리친다.

그날 이후 난 퇴근 후에 인터넷 동호회 카페를 찾아 헤매었다.

인터넷 세상에 그렇게 많은 등산 모임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

너무 오랜 시간 오프라인 세상만 살다가 온라인 세상이 그토록 광활한 곳인지 몰랐다.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등산 관련 카페를 샅샅이 뒤졌다.

그중에서 회원 수도 꽤 많고 연령대도 비슷한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다.

동호회 게시판엔 각종 일정과 정보들 그리고 과거 등산 사진들과 기록들을 볼 수 있었다.

카페에 올라온 동호회 사람들의 사진들을 스캔한다.

그림 같은 예쁜 배경 때문인지 훈남훈녀들의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찬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빨리 저곳에 합류하고픈 설렘이 나를 머릿속을 휘감았다.

마침 다가오는 주말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근교 산행 일정을 발견했다.

나는 주저 없이 바로 참석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댓글란에는 이미 몇 명의 회원들이 참석 댓글을 달아놓았다.

그중에는 나처럼 처음 참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첫 산행 참석이라며 잘 부탁한다는 멘트도 잊지 않고 다른 댓글들을 참고해서 따라 적었다.

근교 산행은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고 당일 공지해 둔 장소에 간단한 점심이나 간식거리만 싸 들고 가면 그만이었다.


설레임으로 주말을 기다린 건 입사 이후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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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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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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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짝을 찾는 방법 22.05.15 558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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