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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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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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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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차 -3-

DUMMY

“100파운드짜리 기계식 자동장전 산탄총과 2파운더 속사포라...분명 마음에 드는 물건이긴 한데....”


찰스 엘리엇은 조선 장인들과 영국군이 힘을 합쳐 개발했다는 그 시제품을 보고 고민하고 있었다.


“함상전에서야 쌍열 산탄총만한 무기가 없지만, 100파운드나 나가는 것을 거치해서 산탄을 쏘기에는 사거리가 너무 짧지 않은가?”

“그 슬러그라고 하는 단일 탄체를 쏘면 그래도 100야드정도는 날아갈텐데요.”


조선제 네메시스호의 함장 웨스커가 말을 받아주었다.


“야전에서야 100야드면 쓸만한 사거리지, 대함전에서 100야드는 말 그대로 코앞 아닌가. 애매하군 애매해...”


찰스 엘리엇의 머릿속에는 이럴 때 쓰는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닭갈비(계륵, 雞肋)라고 하던가?”

“닭갈비(Chicken Ribs)요?”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기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다던데.”

“저는 또 새로운 조선식 먹거리인가 생각했습니다. 조선인들이야 워낙 다양한 것들을 먹지 않습니까?”

“그야 저기 청국인들도 마찬가지이지. 그쪽은 요즘 우리 애들이나 저기 개구리놈들, 그리고 미국애들도 잡아먹는다면서?”

“그게 흑사병 약이 된다고 해서 잡아다 푹 끓여 스튜를 만든다고 하던데요.”

“Bloody bastards.”


짧은 플린트락을 대여섯개씩 들고 커틀라스를 찬 채로 도입하던 선상 전투때보다 쌍열 산탄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었고, 레드코트나 로열 마린들 모두 브라운 베스보다는 조선제 쌍열 산탄총을 선호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연발로 쏘는 무기체계를 배에 올리거나 끌고 다니는 식으로 제식화 하는 것은 꺼려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사거리만 길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는데...”


나선이 새겨진 단일 탄체 탄환을 쏘더라도 200야드정도가 되면 사실상 쏘고 나서 맞기를 기도해야 하는 수준이었고, 그냥 둥근 납탄을 쓸 경우 머스킷이나 저 총이나 쏴서 맞출 수 있는 거리는 100야드 정도가 한계였다. 50야드 안쪽이라면야 전 세계를 뒤져본들 저 총보다 치명적이면서 빠르게 장전할 수 있는 총은 없을 것이겠지만, 100파운드짜리 쇳덩이가 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는 것이었다.


“베이커 라이플정도의 사거리만 가질 수 있어도 좋겠는데...”

“베이커 라이플의 사거리를 가지면서 연발로 나가는 총이요?”


웨스커는 순간 “양심은 어디 출타하셨습니까?”라고 물어보려다 그 말을 삼켰다. 왠지 그게 가능할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강선을 파고 탄자를 조금만 개량하면 가능도 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이곳에 와서 금속제 단일 탄피에 탄두와 화약, 뇌관이 같이 결합된 산탄을 봤고, 그것을 뒤로 장전하는 쌍열 산탄총도 봤으며, 그것을 다시 연발로 쏴대는 물건도 본 마당이었다.


“이번에 그 기계식 자동장전 산탄총을 만든 자들에게 베이커 라이플을 주고, 95라이플연대 출신 장교나 간부들도 좀 붙여주면 그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 나도 그 생각을 했다네. 저걸 뜯어보니 구조가 꽤 복잡하던데, 그걸 만들어 낼 정도면 총열에 강선을 새기는 것 정도는 쉽게 하겠지.”


강선을 새기는 것과 그 효용은 이미 백여년 전에 영국 왕립학회에 논문으로 정리되어 나온 바 있었고, 총과 포를 쓰는 모든 장교들이라면 이제 한번쯤은 정독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바로 “Of the nature and advantage of a rifled barrel piece”이 그것이었는데, 대충 “강선을 새긴 총신의 특성과 장점”쯤 되는 제목이었다.


그 이론과 함께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켄터키 라이플로 무장한 민병대에게 저격의 참맛을 겪어 본 영국 또한 강선의 효용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고, 그 교훈들을 바탕으로 베이커 라이플이라고 하는 제식 강선 소총을 만든 바 있었다.


그리고 이 베이커 라이플을 운용하면서 녹색 코트를 입고, 잠입 및 정찰, 저격을 전문으로 하는 라이플 연대를 창설해서 이들에게 라이플을 집중 운용하게 하며 그 전훈을 수집하고 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영국이었다. 이들은 실제로 쏠쏠한 전과를 여럿 올린 바 있었으니, 그 중 대표적인 것은 1809년, 무려 700야드가 넘는 거리에서 적 장성과 그 부관의 저격에 성공한 것이었다.


“강선을 파느라 값이 엄청 비싸고 재장전에 거의 2분이 걸린다는 것만 제외하면 쓸만한데 말이지...”

“항상 장군님께서는 군대는 시간과 예산으로 성장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그 예산만 넉넉했어도 더 많은 강선총을 보급할 수 있었을텐데...”


강선을 파는 것만으로도 베이커 라이플의 가격은 브라운 베스 머스킷의 5배가 넘었고, 생산량 또한 처참했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든 강선을 싸고 빠르게 파는 방법을 알아낼거야.”

“늘 그랬듯 말이죠.”


그렇게 강선을 파고, 강선에 맞춘 새로운 탄의 개발도 의뢰하게 되었다. 당시 강선을 판 총이나 포에 쓰는 탄이라면, 가죽이나 종이로 된 패치로 감싸거나 탄에 징(stud)을 박아 징이 강선에 맞물리게 해서 회전력을 갖게 하는 방식이 주였던 때문이었다.


“너무 비싸지는 것 아닐까요?”

“제품이 나오면 탄을 뜯어보고 우리도 직접 생산하는 쪽으로 해 봐야지. 연발로 탄을 쏘게 되면 그 가격을 무시할 수 없을테니 말일세.”


영국은 작고, 수비해야 할 식민지는 세계 각지에 뿌려져 있었다. 영국군의 숫자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지켜야 할 영토는 더욱 크고 넓었기에 군사 예산 또한 생각만큼 물쓰듯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 예산의 대부분은 결국 식민지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최소한 식민지를 유지하고 방어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은 당연히 군에 써야만 했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이 예산을 신청하는 자와 승인하는 자, 그리고 집행하는 자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일단 저 기계식 자동장전 산탄총(Machine autoloading shotgun), 아 너무 길군. 그냥 기관총(Machinegun)이라고 당분간 부르자고. 저기에 들어가는 탄피와 화약을 우리가 쓰고 있는 것으로 대체해서 발사 가능한지 한번 테스트해보고, 저 기계식 속사포(Machine Quick-firing gun)도 그냥 QF라고 부르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 해 보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선제 탄피를 회수한 영국군은, 곧 문제에 처했다.


“탕탕탕탕탕탕틱!”


조선제 탄을 쓸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탄피에 흑색 화약과 뇌홍을 쓰는 퍼커션 캡을 채워 재상한 탄은 20발을 다 쏘기도 전에 탄 걸림이 일어난 것이었다.


“탄이 걸렸습니다!”

“분해해보자.”


“어후....”


총열 내부가 탄매와 찌꺼기로 가득했고, 그것들 중 일부가 약실 입구까지 끼는 바람에 탄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걸린 것이었다.


“닦고 다시 쏴보자.”


그러나 몇 번을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적으면 20발 안쪽, 많아도 두 박스, 즉 40발을 쏘기 전에 걸림이 일어났고, 매번 총을 분해해서 닦아야 했던 것이다.


“QF도 시험해볼까요?”

“아니다. 저건 터지지라도 않지, QF로 시험하다 탄이라도 터지면 골치아프니 일단 시험은 보류다.”


조선제 탄약을 뜯어 장약을 봐도, 검은 알갱이였고, 그것은 영국제 화약도 마찬가지였다.


“코닝(corning, 흑색화약 가루를 가공해 알갱이 형태로 만드는 것)을 한 같은 화약같은데 연기 나오는 양이 확연하게 다르긴 하니...성분이 아예 다른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조선제 화약은 탄매가 거의 끼지도 않고, 연기 색도 훨씬 옅으면서 약간 회색빛인게...다른 성분을 쓰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물어봐야 하겠구만.”

“알려줄까요?”

“알려주면 좋지만...알려주지 않으면 일에 치여 죽게 될 것인데?”

“...아.”


확실히 조선에서 영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탄약을 만드는 데에는 무리가 있으리라. 그렇게 확신하며 엘리엇은 사영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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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4년차, 인술. +4 22.10.17 791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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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4년차, 영국 -3- +15 22.10.13 831 45 9쪽
98 4년차, 영국 -2- +8 22.10.12 804 42 10쪽
97 4년차, 영국 +14 22.10.07 840 4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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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4년 7개월차 +8 22.10.04 794 3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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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3년 9개월차 -2- +8 22.09.20 831 4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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