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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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4 21:42
최근연재일 :
2022.06.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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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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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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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DUMMY

일요일 오전··· 딩굴딩굴거리는 대충.

그래 이거다. 피로를 씻는거.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하든가. 게임하다가 잠이 오면 쇼파에 눕고, TV를 틀다가 눈이 감기면 자고.. 그러다 깨면 다시 딩굴딩굴 쇼파에 붙어 있는 것.

다시 눈이 가물가물한다.


[[[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요즘들어서 메일이 정말 많이 온다. 그런데 이상한 메일들이 많아서 다 알림을 차단했다.

그런데 또 메일을 알려준다고? 뭐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커지고··· 내 눈동자를 보고 인식을 했는지 잠금화면이 사라졌다.

구석에서 수백통의 메일들이 쌓여있음을 보여준다.

그 많은 메일들을 내가 다 확인할리는 없다.

지금 방금 도착한 메일이 무엇때문에 휴대폰 알림이 떴는지 확인하고 차단하려고 할 생각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로 시작하는 제목은 처음이다.

이렇게 시작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귀찮은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호기심이다.


>>>>>> 제목 : 죄송합니다. 혹시 저를 도와 주실 수 있나요? 마지막으로···


[ 병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깔아보라고 해서.. 올리셋 앱을 최근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하다보면 잠시나마 기억을 좀 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렇지만, 그 악마는 매일 밤 저를 찾아옵니다.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기억은 곧 되살아나고, 저는 그 이전보다 더 힘들고 죽고 싶어집니다.

게임을 하다보니 Help 라는 메뉴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거기에 [정말 도움이 필요하시면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억을 지워줍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문구가 적혀있더라구요. 어쩌면 이게 장난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런 것조차도 붙잡아봅니다. 혹시나 해서... 그리고 이렇게 메일을 보내봅니다.

저는 오늘도 그 끔찍한 꿈을 꾸게 되고··· 다시금 잊었던 기억은 되살아 나고, 그 악마는 저를···. 제발. 도와주세요. 저에게서 그 기억을 지워주세요. 아니면 전. 오늘밤이 되기전에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거예요.

이 글을 다 읽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해요.

적어도 당신은 이런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최초의 사람이니까요. 메일 주소를 보니.. 당신의 성함은 모르겠지만, Big Bugg 라고 ··· 불러도 되겠죠. 어쩌면. 마지막으로 제 일생에 좋은분을 만난것 같아 감사해요. 빅버그님.

From : 도로시 ]


정대충은 메일의 발송시간을 확인했다. 5시36분.. 그럼 아직은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 제목: 죄송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른 방법을 찾지 마시고 지금 만납시다.

[ 혹시 저를 믿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메일로 만날 장소를 알려주세요.

저는 검은색 반바지에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나가겠습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빅버그 올림 ]



메일을 보냈다.

한참을 지나도 답이 없었다.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장난인가? 메일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나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웬지 불길했다. 날이 어두워졌다. 헉. 이러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뭐지?

불안감. 그리고 제발.. 아니길···


[[[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나는 휴대폰을 들고, 메일을 열었다.


>>>>>> 제목 : 지금이라도 괜찮으시면 만날 수 있을까요?

[ 경기도 XX시 XX로 441 821동 1902호 ]


빅버그는 계속 망설였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났다. 그래 어쩔 수 없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맞은편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 띵똥~~~ ]]]

1초. 2초.. 3초··· 4초···

힘없는 한 여자의 약간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빅버그입니다.”

“···”

1초 2초 3초 4초···

잠시 머뭇거리는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문은 열렸다.

[[ 띠리링~~ ]]


“네. 제가 빅버그 맞습니다..”

“아니. 전. 옆집에 살고 계신다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해서요···”


“네. 저도 처음엔 많이 놀랐습니다. 이런 인연도 있나 하구요···”

“절 이상하게 생각하셨겠네요.”


“제가요?”

정대충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부인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옆집여자는 포기한 것처럼 무표정했다.


“도로시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도로시. 제게 물한잔 주실 수 있나요?”


“네. 잠시만요.”

여자는 정신을 차린 것처럼 냉장고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500ml 물병을 하나 꺼내왔다.


빅버그는 우선 도로시에게서 물병을 받아들었다.

“우선 이쪽으로 앉으세요”

빅버그는 도로시를 먼저 쇼파에 앉게 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쇼파 스툴을 끌어다 약간 거리를 둔 맞은편에 앉았다.

“우선 뭐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밤마다 너무 무서운 악몽을 꾸는것 같은데요. 그 기억을 지워주면 되는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만약 그 기억이 지워진다면 다시는 그런 악몽을 꾸지 않을 수 있을것 같긴해요.”


“자 그럼 시작을 할까요? 그 기억이 있는 곳으로 저를 안내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지금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나요?”

“네.”

“그게···”

“이야기 하기 곤란한 부분은 건너뛰어도 됩니다. 정확한 한 장면만 이야기를 해 주시고, 대충 그 상황을 얘기하시면 됩니다.”

“아. 네. 사실 제가···”

도로시는 이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란 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로시의 엄마는 가끔씩 술을 많이 마신다고 했다. 깡패같은 남자친구와 고등학교때 어울리다가 도로시를 낳은 엄마의 이야기는 술에 취한 엄마가 들려준 것이었다. 그 깡패같은 남자친구가 도로시의 아빠란다. 비열하게 아이를 가진 여자의 돈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양아치가 그 악마였다. 그자를 피해서 작은 시골마을이나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식당일을 하시는 엄마와의 추억은 지워서는 안된다고 했다. 작은 도시의 초등학교 친구들과 중학교 친구들은 아직도 연락을 할 만큼 귀한 추억이라고 했다.

그렇게 모녀는 17년 동안 15번의 이사를 했다고 한다. 야간에 짐을 챙겨서 떠난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도로시는 그 인간의 얼굴고 모르는데, 누구를 피해 다니는지도 모르는 그것이 더 두려웠다고 했다.

도로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던 해 구미에서 공장을 다니기 시작하신 어머니는 도로시를 김천에 있는 S고등학교에 보내고 일주일에 한번 모녀는 구미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 일이 벌어진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를 나온 도로시는 엄마를 만난다는 기쁨으로 구미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엄마가 살고 있는 11평짜리 다세대 주택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쯔음이다. 항상 엄마는 저녁을 차려 놓기 위해 금요일은 일찍 퇴근한다고 했다.

반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계단은 항상 불이 꺼졌다 들어왔다 했다. 반지하 창문으로 세어나오는 불빛과 저녁을 준비하는 냄새는 항상 도로시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음식냄새도 없었고, 불빛도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리고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도로시가 문을 여는 순간···

그 악마는 도로시를 잡아끌고 현관문을 걸어 잠구었다.

그 악마가 이미 도로시의 엄마를 어떻게 했는지 엄마는 미동도 하지 않고 쓰러져 있었고, 도로시는 두려움과 자신을 넘어뜨린 그자가 그인간이라는 것은 파악이 되었다. 한번도 얼굴도 모르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그 인간을 처음 만난것이 그날이었다. 그 인간이 도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감히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다.

도로시는 이야기를 멈추었지만, 빅버그는 그 일이 벌어진 그날 그 기억속에 있었다.

그 악마의 더러운 웃음소리와 술냄새는 지하를 흘러다니는 역겨운 하수의 썩어가는 찌기 같은 것이었다. 도로시를 넘어뜨리고 옷을 벗기려는 녀석의 입가에는 짐승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비열함이 스며있었다.

참으로 역겨운 맛이 될지도 모르지만 빅버그에게는 그것또한 그저 먹이일 뿐이었다.

그 악마의 눈이 빅버그와 마주쳤을때, 녀석의 얼굴에 그 비열함은 사라지고, 자신의 머리속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고통의 그림자가 얼굴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마치 너는 뭐지? 너가 왜 거기 서 있는거지? 하는 눈빛과 자신의 악마적인 죄성을 감추지 못했다는 허술함을 자책하는 듯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빅버그는 배고픈듯이 반지하의 방에 놓인 것들과 쓰러진 도로시의 어머니 그리고 도로시까지 천천히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악마의 머리에서부터 하나도 빠지지 않고 싸악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 스윽 --------

평생 간직해야 할 그 순간의 기억들은 이제 도로시에게는 존재하지 않겠지.. 그래야지... 빅버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것들보다 더 깔끔히 먹어치웠다.


조용히 빅버그는 일어났다.

그리고 물통을 쇼파테이블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쇼파의 옆에 놓인 이불을 집어들고 너무나 평온하게 잠든 그녀의 몸을 덮어주었다.

현관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숨을 죽였다.


[[[ 삐리릭~~]]]

현관문이 닫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감히 정대충은 그것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노력을 해서도 안된다.

이 모든 것을 감추어주는 것. 지워주는 것.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복구 불가능하도록 그 지워진 곳에 부디 좋은 기억들로 체우길 기도해 본다.


자신의 방안에 들어온 정대충은 그대로 쓰러졌다.

너무나 힘든 경험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떤 기억들이 지워졌는지 점검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씻는다는 것. 옷을 갈아입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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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레오~~ +1 22.06.03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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