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충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1바위89
작품등록일 :
2022.05.14 21:42
최근연재일 :
2022.06.17 17:16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21
추천수 :
110
글자수 :
142,360

작성
22.05.30 18:12
조회
24
추천
5
글자
9쪽

그들의 이야기

DUMMY

굳어진 표정의 세명의 생존자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을 한 아내는 더욱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럼. 여기 다 같이 있어야 하나요?”

남자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네. 세명의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하니까요. 같이 이야기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같이요?”

남자는 더욱 불안한듯 물었다.


빅버그는 천천히 설명했다.

“음. 예를 들면 지민이 아빠가 먼저 얘기를 시작하면 아내도 그 때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그리고 지연이도 그 때를 생각하는 어떤 단어를 말하면··· 그럼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여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지연아 너도 아저씨말 알겠지.”


지연이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나도 동생을 볼 수 있어?”

난처한 질문이다. 역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힘든 존재야.


대충은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 줘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지연아. 넌 동생을 볼 수 없어. 그날 동생에게 사고가 있었을때의 모습은 아저씨만 보는거야. 지연이는 그때 지민이를 떠 올리면 돼.”


“아저씨. 나빠. 지민이는 아파. 지민이는 많이 아파.”

아이는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아버님. 그 때의 일을 생각하시고 저에게 조금 설명해 주세요. 아이는 벌써 그 때의 기억 속으로 가고 있어요. 어서요. 어머님도···”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고, 아내도 그 버스 정류장의 모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빅버그는 어느새 그 사고의 현장에 왔다.


벗꽃이 피고 너무나 화창하고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거리가 경기도에 있었는지..

가로수는 30년 40년은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와 산을 끼고 돌아가며 아파트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횡단보도에는 지민이 아빠 지민이 그리고 엄마와 지연이가 평화롭게 제잘거리고 있었다.

아빠는 지민이를 붙들고 엄마는 지연이의 손을 꽉잡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불빛에 벗꽃 몇개가 바람에 흩날리며 날아가고 반짝이고 있었다.


참 귀여운 지민이는 세살정도 되어 보였다. 지연이는 5살정도.. 너무나 귀엽게 생긴 지민이는 머리에 자신이 말썽꾸러기라고 딱 적어 놓은 듯 그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지민이는 그 순간 아빠의 손을 빼고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며 뛰쳐 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빠는 어설프게 붙잡았던 손을 놓치고 떨어진 헨드폰에 시선이 가고, 언덕에서 달려 내려오는 버스를 보았다.

그 참혹한 현장이 일어나는 그 순간 주위에서는 모두 외마디 비명만이 메이리칠 뿐이었다.


아. 그랬구나.

그 순간의 찰나가 이 한 영혼을 데려가고 세명을 지옥에 남겨두었구나.


천천히 빅버그는 버스와 주위의 모든 것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손을 벌리며 뛰어가는 한 미친 여자와 벌벌떨고 서 있는 한 남자와 한 아이가 있었다.

빅버그는 최대한 남김없이 먹었다.

그 봄날의 화창함을 다 먹어치웠다.


쇼파에는 아빠와 엄마 한 아이가 서로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아빠와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용히 최대한 조심해서 그들이 소유한 공간을 벗어났다.


밤의 공기가 차웠다.

구구를 타고 돌아오는 정대충은 이미 기절해 있었다.


구구를 두드리는 소리.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정대충은 눈을 떴다.

“괜찮아요. 여보세요~~”


구구의 창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은 도로시였다.

상황판단이 되지 않은 정대충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창문을 내렸다.


“괜찮으세요. 빅버그님!”

“아.. 네··· 그런데 누구시죠?”


“네? 저. 도로시에요. 옆집에 사는···”

갑자기 기억이 돌아왔다. 가물가물 알것 같은 사람. 옆집여자라는 말···

“아. 네. 죄송해요. 제가 요즘 기억이··· 깜빡깜빡해요. 죄송해요.”


“한참동안 제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도 움직이지 않으셔서···”

“아. 제가 잠이 들었나봐요. 여기가.. 아. 집 앞이네요. 하하”

차문을 열었다.

기지개를 펴며··· 웃었다.


“운동하시나 봐요.”

“아. 네. 오늘부터 시작했어요. 저녁에 운동하기로 했어요.”


“오. 그래요. 저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게을러서. 하하”

“같이 해요.”


“네? 지금요?”

“뭐 어때요. 산책처럼 돌아다니면 되죠.”


“아. 그렇긴 한데···”

“같이 가요.”

도로시는 빅버그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오오.. 하하.. 알았어요. 제가 집에 가서 옷을···”

“괜찮아요. 그냥 걸어요. 집에 들어가면 나오기 싫을거예요.”


“하하. 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아. 아침에 싸주신 샌드위치. 정말 맛있었어요. 그리고 그 원두커피. 뭐예요? 무슨 마약을 태워놓은 것 같은데요.”

“마약? 하하. 그거.. 브라질 산토스라고··· 맛보다는 향이 참 좋더라구요.”

“네. 그 향··· 캬~~ 정말 끝내주더라구요.”


“맛있게 드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도로시. 참 좋아보여요.”


“네?”

“제가 처음에 이사와서 지금까지 항상 모자를 눌러쓰고, 거의 눈도 마주치지 않는 그럼 모습만 제가 봤잖아요.”


“···”

“그런데 이제는 정말 제 옆집에 사는 그 분이 맞는지 정말 몰라보겠어요.”


“아. 그렇죠. 정말 오랫만에 깊이 잠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왜 그렇게 우울하게 지냈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분명 어떤 기억때문에 그랬을 것 같은데. 그 어떤 기억이라는 그것 조차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리고 마음도 편해요. 애써 안 좋은 기억을 떠 올리려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네. 맞아요. 기억하려고 하지 마세요.”


“정말 고마워요. 제가 부탁했던거. 그리고 그 기억을 지워주신거. 정말. 정말 고마워요.”

“아.. 네. 그럼 됐어요. 도로시가 그렇게 좋아진걸 보니 저도 너무 좋아요.”


“전 내일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하려구요.”

“공무원요?”


“네. 사실. 엄마가 제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공무원이 되라고 했었어요.”

“도로시님이 좋아하는 걸 해야지요.”


“하하. 저도 좋아 질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됐죠.”


“정말. 고마워요.”

“그만 하세요. 정말 고마워하고 있는거 다 보여요. 하하”

도로시는 진심으로 빅버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기억은 못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을거라는 것이 상상이되요. 근데 그게 상상이 되는 것과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는 정말 다른가 봐요. 상상은 되는데 제 기억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 신기하고,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요."


"그럴거예요. 사람들은 디테일하게 다 기억하는 것과 그냥 그랬을거라고 상상하는 것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다른 거예요."

정대충은 충분히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잊어버리라고. 그걸 어떻게 잊어요. 그 기억을 어떻게 잊을까요? 근데 신기하게도 그날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전 그일이 있은 며칠 후에 엄마의 장례식을 치루고, 그 악마가 재판을 받고.. 그리고 그 범행이 어떤 것이었는지··· 공판이 이루어진 그날 제가 엄벌을 내려달라고 했었거든요. 사형을 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달라고 했어요.”

“···”


빅버그는 도로시의 느려지는 발걸음을 맞추어 걸었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날의 기억은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그 악마의 꿈도 꾸지 않아요.”

“다행이에요. 그래도 다른 기억들 때문에 힘들겠네요. 다른 기억들도 지워달라고 하시면···”


“아니요. 그건 사실이잖아요. 저도 알고 있어야 하구요. 저에게는 그날의 기억만 없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정말 그 날만 기억이 나지 않구요.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은 기억하고 있어야죠. 그게 저의 운명이잖아요. 이제는 좀 받아들여져요.”

“아. 그렇군요. 도로시님이 행복하기를 저도 바랍니다. 그래야 하구요.”


“감사해요. 세상에 당신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 아직도 믿을 수 없네요. 세상은 모두 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저를 비웃어요. 더러운 여자다. 그런 아비를 둔.. 그렇고 그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니. 어떻게 그런말을···”


“아니요. 이젠 좀 용기가 생겨요. 응원해 주세요.”

“아. 그럼요. 당연히 응원해야죠.”


“저. 당분간은 아침을 제가 준비해 드릴께요.”

“네? 아니에요. 그건 너무···”


“꼭 그렇게 하게 해 주세요. 제가 힘들면 그만 둘게요. 며칠만이라도 그렇게 하게 해 주세요.”

“정말 맛있긴 해요··· 그럼 커피만 주세요.”


“아니요. 그건 너무 성의가 없어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네. 그러세요. 하하”


“그리고 제가 드린 샌드위치 통과 텀블러만 씻어서 주세요. 그럼 돼요.”

“넵.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로시님”


“하하하”

도로시는 마음껏 웃었다.

원래 저런 여자였구나.

빅버그도 같이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억충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프로포즈 해도 될까요? +1 22.06.17 11 1 9쪽
29 나비가 되어~~~ 22.06.17 12 1 9쪽
28 기억충을 삼키다니... 용 22.06.17 11 1 12쪽
27 검은 용 인 척! 22.06.16 12 1 9쪽
26 떨리는 척! 22.06.16 15 1 10쪽
25 검은 척!! +1 22.06.15 18 1 11쪽
24 아까운 척!!! 22.06.13 12 1 10쪽
23 함정 22.06.13 14 1 11쪽
22 살아남 은 척!! +1 22.06.12 25 1 11쪽
21 박춘삼 vs 빅버그 22.06.11 24 1 14쪽
20 연변에서 온 썅간나이... 22.06.10 21 1 9쪽
19 기억충과 마리와의 만남 22.06.10 12 1 13쪽
18 당당히 앞으로 22.06.08 12 2 11쪽
17 마리가 도나를 만났을 때 22.06.07 15 2 13쪽
16 곤충학자 마리 돌로마이오 박사 +1 22.06.06 23 2 11쪽
15 드레곤헌터 22.06.06 19 2 9쪽
14 소한 마리 22.06.05 13 3 10쪽
13 선녀와 나무꾼 22.06.05 12 3 10쪽
12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남자 22.06.04 20 4 12쪽
11 박춘삼 인 척 +1 22.06.04 15 4 9쪽
10 레오~~ +1 22.06.03 16 3 11쪽
9 버그 사냥꾼들 22.06.02 14 2 9쪽
8 방문 22.06.02 13 1 11쪽
7 나는 지난 여름날의 그 일을 알고 있다. 22.06.01 18 3 15쪽
6 기억충을 소개합니다. 22.06.01 24 3 10쪽
» 그들의 이야기 22.05.30 25 5 9쪽
4 세명의 생존자 22.05.30 30 11 10쪽
3 도로시 22.05.29 38 12 10쪽
2 올~리셋 22.05.28 47 15 11쪽
1 Big Bugg +1 22.05.14 81 2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