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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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4 21:42
최근연재일 :
2022.06.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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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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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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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올~리셋

DUMMY

기억!

그것은...

기억.


먹고 살기에 가장 좋은 것은 가장 평범한 일상이지.

가장 지루한 하루의 일과. 그것은 가장 오랫동안 먹어야 할 일이지.


대충 아침을 먹고. 이빨을 닦고...

이빨을 닦으면서 창문을 열고. 19층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다.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산을 향해 뱀처럼 꼬여서 줄지어 올라간다.

하늘은 약간 구름을 머금고 있다.


항상 이런 모호한 모습을 보다보면...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깜빡했다.'

대충은 뭔가 잊어버린듯이 황급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다.

'아. 오늘이구나!'


이빨에 물을 부어 헹구고 옷을 입고 뛰쳐나간다.

발을 동동거린다.


[[ 띵! ]]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급하게 타려고 뛰어들어가려는데. 마침 또 누군가 급하게 뛰어 나온다.

모자를 눌러쓴 긴머리를 한 여자.

이웃집의 여자.

거의 스치듯이 지나치는 그녀에게..

"죄. 죄송합니다."

인사를 바닥에 닿을 듯 굽신거리는 자신의 모습은 평상시와 다르다.

이미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네.. 아니.. 뭐. 괜찮..."

여자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가려는 듯 대충을 쳐다보려한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은 그들을 갈라놓았다.

대충은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혼돈과 당혹스런 대 혼란이 머리에서 발작을 일을킬 것 같다.

오늘은 7월 31일이다.

'오... 제발..'

대충은 기도해 본다. 만약 신이라도 존재한다면 제발...

지하 1층에 내린 대충은 뛰어가듯이 구구를 부른다.

벌써 시동이 걸린 구구는 만반의 준비가 된 듯이 브르릉 거린다.


좌석에 앉자마자.

"구구. 제발... 인사동으로... 그.. H 카페... 그 곳으로.."

"Big Bugg 님. 안녕하세요?"

"구구.. 빨리 가줘. 모든 교통신호를 무시해도 좋아. 그냥 달려. 제발."

"비상상황입니까? 넵. 알겠습니다."

"어서. 출발해."

"네. Big Bugg 님!!!"

구구는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나오자 마자. 첫번째 신호등. 거기에는 30km/h 신호과속단속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구구는 번쩍이는 카메라의 후레쉬를 멀리하고 더 속도를 내고 있었다.

양쪽 깜빡이가 켜지고, 순간 순간 경적을 울려대며...

달리는 구구...

서울 외곽에서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길은 너무나 복잡했다.

특히 아침 출퇴근 시간에 어떤 길로도 만만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1시간 20분은 걸리는 아침시간이다.

그래도 7시 10분에 출발을 해서 조금은 줄일 수 있을 지 몰라도.

30분만에 도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구구는 해냈다.

7시 40분 인사동의 어느 'J' 카페 앞에 구구는 섰다.

"Big Bugg님. 다 왔습니다."


대충은 천천히 일어났다.

지금까지 그렇게 서두르던 모습은 다 사라지고,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렁크에서 뭔가 선물스러운 것이 들었을 것 같은 팩을 집어들었다.


주위는 빌딩과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한 그 한 중앙에...

70년대식의 고즈넉한 기왓집과 정원을 갖춘 카페가 있을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충은 이곳이 너무나 익숙한 듯.

천천히 대문을 열었다.

굳게 잠겨있을 것 같은 대문은 천천히 열렸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그의 발걸음은 무겁다.

지옥의 문이 열린 것인가?

천국의 문을 통과한 것인가?

자욱한 안개가 발 아래로 스며 올라왔다.

안개를 밟으며 한 걸음씩 정원에 들어섰다.


"오. 왔구나."

그리운 목소리.

너무나 듣고 싶었던 목소리.

10년이 지났다.

갑작스런 이별....

"잘. 계셨어요."


어느새 나를 끌어안는 당신의 품은 언제나 따스하다.

꿈만 같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많이 야위웠구나."

"아니에요."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네. 회사에서..."


"결혼은 했니?"

"아.. 아직요."


"너. 결혼하는 거 보고 갔어야 하는데..."

"엄마는 잘 지내요?"


"..."

말도 안되는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말해본 것이 미안했다.

"아.. 여기 엄마한테 주려고 가져왔어요."

"이게 뭐니?"


"..."

"오. 예쁜 구두네. 참 예쁘구나."


"엄마 작은발에 잘 맞을거예요."

"그럼. 잘 맞네. 아이고. 예뻐라."


"엄마 목소리 들으니 정말 좋아요."

"나도.. 아들. 이렇게 잘 커줘서 엄마도 기쁘구나."


"엄마."

대충는 그렇게 엄마를 꼬옥 안아줬다.


"대충아. 이제 엄마 가야겠다."

"잠깐만요. 1분만..."


대충은 아주 짧은 그 1분을 잡으며. 엄마의 손을 잡았다.

거칠고 두꺼운 손. 그러나 따뜻한 손을 꽉 잡았다 놓으며.

바닥에 머리를 갖다 대며 큰 절을 올렸다.


"어머니...."


"잘 있거래이..."

대충은 눈을 들지 못했다. 사라진 그 공간을 볼 자신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고 안개가 걷히고, 정원에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서서히 대충은 눈을 떴다.


H 카페의 정원은 사라지고, 아늑하고 넓은 방안은 아무것도 없는 초록색 바닥과 천장으로 된 빈 공간이었다.


대충은 H카페의 101호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방문 앞에 있는 모니터 아래의 붉은색 빛이 나는 곳에 자신의 손목을 갖다댔다.

“감사합니다. 다음 예약일은 e-mail 로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기계음이 들리는 카페를 뒤로 하고 거리를 나섰다.

구구에 탄 대충은 멍하게 앞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Big Bugg 님! 안녕하세요.”

“가자. 회사로~”



[[[[[ 징이잉~~~ ]]]]

보안문이 열리고, 실험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초초하게 나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 후배녀석이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맞이하듯이 똘망한 눈동자로 대충이에게 달려온다.

“선배!!!”

“하이! 이 위대한 선배를 향해 종을 울려라~~~”


“선배!!!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난리 났다구요.”

“난리?”


“선배가 만든 거 대박났다구요.”

“내가 만든 거?”


“아니. 그거.. 기억을 지워 준다나 뭐··· 그렇게 올려 놓은 엡 있잖아요.”

“아. 올~리셋 그게 왜?”


“아니. 선배. 휴대폰 꺼 놓은 거죠.”

“아..”


“빨리 켜 봐요!”

휴대폰을 꺼내려는 순간.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정대충이~ 너. 뭐하는 놈이야!”

“···”

뒤를 돌아보는 순간. 괴물 팀장이 나를 잡아 먹으려는 듯이 달려들었다.


“도대체 핸드폰은 폼으로 달고 다니냐? 연락이 안돼?”

“아. 네. 죄송합니다.”


“됐고, 어서 가자. 위에서 불러.”

“네?”


“CEO님이 빨리 오레.”

팀장은 대충이를 거의 끌고 가듯이 데려간다.

“저. 제가 올려 놓은 올리셋이 잘못 된 겁니까?”

“아니. 근데. 그게. 정말 가능한거야?”


“기억을 지우는 거요? 그냥 장난이죠. 일부 그냥 좀 잊어지게 해 주는 정도라고 할까요.”

“근데. 효과가 있나봐.”


“예? 효과가 있다구요?”

“그래. 지금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THC-2000 시리즈 말이야.”


“아니. 그건 의료장비고, 제가 만든건 그냥 보조용으로 엡을 다운받아서 그냥 장난으로 해 보는 정도의 가벼운 프로그램인데요.”

“나도 알아. 그래서 그때 이건 빼자고 했던거잖아.”


“네. 팀장님은 빼자고 했고, 저도 뭐. 굳이 이번에··· 그래서 소개만 할려고 했던 건데···”

“그거는 말안했으면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냥 이건 우리 내부적으로 그랬던 거고, 외부적으로는 적극적으로 개발한 내용으로 알려야. 자네도 좋고. 우리팀을 위해서 알겠지. 무슨 말인지.”


“아. 네. 그럼요. 제 혼자서 개발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 팀웍을 강조하자고. 자 그럼. 화이팅!!”


“아. 네. 화이팅!”

이상하지만, 하이파이브를 하는 시늉을 내야만 하는 분위기.


“오~! 황팀장. 그리고 정수석!”

둘은 CEO가 맞아주는 환대를 받으며 테이블로 이동했다.


“뭐. 길게 얘기할 거는 없고, 내가 상품기획팀에도 얘기를 했고, 이건 완전 대박이야. 뭔 말인지 알지.”

“사실 저는 아직 상황이 파악이 안됩니다.”

정대충은 아직 어리둥절했다.


“음. 그래. 뭐냐면, 최근에 정신과 진료가 상당히 많이 늘었다는 거 알고 있지.”

“네.”


“근데, 사람들이 뭐가 문제냐면, 특히 우울증이 말이야.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단 말이야.”

“네. 그래서 이번에 THC-2000 도 뇌촬영 기술과 영상분석에 많은 기능들을 탐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근데 의사들이 아무리 잘 분석하고 원인을 알아도. 치료를 위해서는 말이야 현재 효과적인 것이 없다 이거지.”

“···”


“근데, 자네가 아마 대부분 개발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올리셋이라는 앱 말이야.”

“아. 그게. 사실 치료라기 보다는 그냥 게임같은 겁니다.”


“그래. 나도 알아. 근데. 그게 어느정도 환자들의 기억을 지워준다고 의사들이 말하고 있어. 그래서 환자들의 회복이 빨라진데. 자신들이 지우고 싶어하는 그런 기억들 때문에 고통스런 환자들. 특히 어떤 충격적인 장면이나.. 뭐 그런 트라우마 같은거 있잖아.”

“근데. 그건 일시적인 거 아닐까요?”


“그렇지. 지금은 일시적이지. 그런데도 도움이 된다고 그러잖아.”

“아. 네.”


“그래서 황팀장과는 얘기 했는데. 정말 잘 개발하면 정말 원하는 기억을 잘 지워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


정대충은 고민스러웠다. 정말 자신이 지워줄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개인적으로 자신이 직접 찾아가서 해결해줘야 할 일인 것이다.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는 거지.”

“···”


어쩌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 그럼 정말 그들이 행복해지고, 병이 낫는다? 그럴 수도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때. 좀더 잘 만들어서 홍보도 하고, 그래서 정말 효과가 있으면 우리 제품도 잘 팔리고 다 좋은 거잖아.”

“아. 네. 뭐 그럼 좀 더 잘 개발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렇지. 자네가 PL을 맡고, 자네가 필요한 인력를 골라봐. 알겠지. 그리고 황팀장. 정수석 잘 도와주고. 좋아. 좋아. 한번 대박내 보자고.”

CEO는 정대충과 황팀장을 문까지 배웅해주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었나 싶을정도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정대충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통해 누군가가 구원을 받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곧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면,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자들에 의해서···


엄마도 좋아할거야...

엄마는 언제난 나에게 그랬지..


착하게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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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셋 22.05.28 47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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