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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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4 21:42
최근연재일 :
2022.06.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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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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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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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명의 생존자

DUMMY

앗. 8시 50분!!! 알람은 꺼져있고, 햇볕이 암막커튼을 비집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계속 잠에 취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이 늦었다.

아침에 교육이 잡혀 있다.

어쨋든 교육은 해야하니··· 쪽팔리게 교육에 늦어서··· 변명하는 일은 없어야지···

대충 이빨을 닦고, 옷을 걸치고, 미친듯이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발을 동동거리며 기다렸다.


10층에서 갑자기 섰다.

이런.. C··· 늦겠다. 제발···


속으로 아무리 외쳐봐야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빨리 올라와라.. 괜히 상관없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한번 더 눌러봤다.


[[ 띠리링~~ ]]

갑자기 옆집의 현관문이 열렸다.


“저.. 빅버그님.. 안녕하세요.”

빼꼼 쳐다보는 도로시의 표정은 뭔가 수줍은 듯 그러나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정대충에게 인사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하하”

조금은 낯선 상황이었지만 도로시의 밝은 모습을 보고 기뻤다.


“저. 이거..”

도로시는 정대충에게 보자기로 싼 뭔가를 주었다.


“이게.. 뭔가요?”

“혹시.. 아침을 못드셨으면.. 샌드위치랑. 원두커피를 한번 만들어 봤어요···. 아침마다 식사를 못하고 가실것 같아서···”


“아니.. 제가 이걸 받아도 되는지···”

그러나 이미 정대충은 그것을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제가 늦어서.. 잘 먹겠습니다."


이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았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지각할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사라졌다.

구구에 올라타 차의 시동을 걸면서도···


구구가 뭐라뭐라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냥 회사로 가면 되는 거였다.

그냥 10분정도 교육시간이 늦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살아가는 거였다.

뭐 그리 그런게 중요하다고···


한입 베어 문 샌드위치가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맡아본 적 없은 그윽한 원두커피의 향이 대충이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자신이 잊고 있었던 아니 잃어버린 어떤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처럼 그렇게 뭔가를 얻은 기분이었다.


[[[[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 제목 : 안녕하세요. 정말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요?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생존자입니다. 제게는 아내와 딸이 있습니다. 2년전에 사고로 아들을 잃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날의 그 기억때문에 아직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없고, 버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운전은 더 더욱 할 수가 없구요. 그러니 제가 가장이고 그리고 한 가정을 먹여살려야 하는데··· 2년동안 백수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도 그 충격으로 집 밖을 나가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까지 아들의 보험금로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는게 아니에요. 아무리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날 그 기억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제가 운전이라도 한다면, 제가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따면··· 저도 일상생활을 해야 하지만, 안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돼요. 첫째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녀석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동생이 사고가 나는 날 함께 그 광경을 봤거든요. 어쩌면 당신이 준 그 메시지때문에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제 자신이 바보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농담이겠죠. 그렇게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대박이죠. 그런 기술이 있다면 세상에 벌써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 있겟습니까? 수억을 들여서라도 지우고 싶을겁니다. 가능할까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렇게라도 메일을 쓰고나니.. 지금 눈물이 나요. 2년동안 우울증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저도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사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에게 메일을 보내본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렇게 두서없이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읽어 주셨다면··· 그래도 답장이라도 해 주세요. 아내에게 보여주려구요··· 어떤 내용이든지..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고.. 제가 지금 뭔 말을 하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from : 지민이 아빠]


회사에 다 도착해 가고 있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 제목: 지민이 아빠 그리고 엄마 그리고 누나에게..

[ 메일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저와 밖에서 만날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집 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믿어보세요. 정말 제가 기억을 지워줄 수 있는지 아닌지 의심하지 마시고, 저를 초대해 주세요. Form : Big Bugg ]


[[[ 메일이 도착하였습니다. ]]]

>>>>>>>> 제목: 정말인가요? 아니 믿어보려구요.

[주소 : XX 시 XX 로 350 XX 아파트 102동 101호.

아내에게 보여주었어요. 지연이에게도 보여주었어요. 아내는 그냥 웃기만 했어요. 그런데 지연이는 빅버그 빅버그 라고 하면서 지금 너무 좋아해요. 언제든지 오세요. 오랜만에 집안 청소도 하게 되었어요. 아내가 그래도 청소는 해야 한다고. 손님이 오는 일이 거의 없어서요. 가능하시면 저녁에 오세요. 그때는 청소가 끝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빅버그님. ]


메일을 읽으며 구구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39층을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정대충 혼자만이 있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적당하게 교육을 잘 마무리했다.

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자세히 답하지는 못하고 나머지 상세한 부부은 메일로 답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실험실 모니터를 켜고 회사메일을 확인해 보니 올리셋에 대한 문의와 버그에 대해서 수정해달라는 메일들이 잔뜩쌓여 있었다. 역시 유지보수가 힘들구나. 개발보다 더 힘든거야.


벌써 퇴근시간이 되었다.

“선배! 오늘은 뭐해요?”

연수는 나보다 10살은 어린 후배사원이다. 그러나 박사학위까지 있는 똑똑한 친구다. 물론 박사학위가 얼마나 개발에 유의미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오~~ 연수.. 왜? ”

“아니. 뭐.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구요.”


“갑자기 저녁? 무슨 일이 있어?”

“아니.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선배랑 저녁을 먹나요?”


“하하. 내가 그렇잖아. 재미도 없고, 뭐.. 그냥 그렇잖아. 아. 그리고 사실 저녁에 약속이 있어.”

“아. 그래요. 그럼 다음에 해요.”


“미안.. 오랜만에 저녁 같이 먹자는 후배한테.. 정말 미안해. 내일 어때 내일은 괜찮은데”

“내일요? 잠깐만요.”

급히 헨드폰을 찾아 뭔가를 유심히 위 아래로 보더니..

“네. 내일도 좋아요. 그럼 내일은 꼭. 알겠죠.”

“하하. 그래. 갑자기 저녁을 먹자고 하니.. 무서운데..”


“아. 아니에요. 그냥··· 내일 만나면 알아요.”

“오우.. 케이··· “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는 팀장이 함께 타고 있었다.

인사는 했지만, 괜히 서먹했다.


“정수석.. 잘가~~”

“네. 팀장님도 조심해서 가십시요.”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각자의 애마에게로 흩어졌다.


“구구. 주소를 입력했으니 그 쪽으로 가자.”

“네. 빅버그님.”

좀 멀었다. 퇴근시간이기도 했고, 서울을 가로지르고 가야하는 먼 여정이었다.

서울의 남쪽과 서울의 북쪽의 수도권은 왠만한 도시를 몇개는 통과해야 할 만큼의 거리이다. 그리고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아주 안 좋은 선택이다.

정대충은 가까운 대형마트를 들렀다.

몇가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와 달콤한 초코렛 몇 개를 골랐다. 음료수와 와인 한병과 함께···


아파트는 많이 낡았다. 곧 재건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1층이여서 그런지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창문은 블라인드로 내려져 있었다.


[[ 띵동!! ]]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한 남성의 작은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빅버그입니다.”

“아. 네.”


잠금 장치를 제거하는 소리가 들렸다.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남자의 뒤에는 아내가 서 있었고, 아내의 치마를 잡고 뒤에 선 예쁜 꼬마아이가 있었다. 모두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처럼 우울한 눈을 가졌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냥 서 있었다. 뻘쭘하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저. 이거.”


그렇다 이런것 때문에 선물이 필요한 것이다.

대충이가 쏟아낸 선물 보따리에는 과자랑 초콜렛 그리고 음료수.. 그리고 와인이 한병 나왔다.


“어머.. 뭐. 이런걸···”

금새 아내의 표정이 달라졌다.


쇼파에 앉은 세명의 생존자들은 바닥에 앉은 빅버그를 신기한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그들은 정대충에게 여러가지를 물어봤다. 어디에 사느냐? 직업이 뭐냐? 결혼은 했냐? 왜 이런 것들이 궁금한지 모르겠다. 이들이 메일을 보낸 사람들이 맞는지 오히려 정대충이 궁금했다. 그냥 이야기하는 모습은 거의 정상이었다.


그들이 밖을 나가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이 심한 그런 가족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정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는 건가요?”

정대충은 무심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횡단보도라는 단어가 대충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세명의 생존자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고, 침묵은 이어졌다.


“아. 네. 죄송해요. 이제 시작을 해야 했어요.”

“뭘요?”

남자가 물었다.


“이제 기억을 가져와야 한다구요. 그 때의 이야기를 하셔야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아. 네. 그렇죠.”

“자세하게는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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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레오~~ +1 22.06.03 1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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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명의 생존자 22.05.30 31 11 10쪽
3 도로시 22.05.29 38 12 10쪽
2 올~리셋 22.05.28 47 15 11쪽
1 Big Bugg +1 22.05.14 81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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