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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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14 21:42
최근연재일 :
2022.06.17 17:16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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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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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DUMMY

작은 마을이었다.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이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기어가고 있었다.

하천 주위로 아기자기한 집들이 두 세집씩 뛰엄뛰엄 놓여있었다.


덴마크의 어느 시골 마을을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분명 이국적이었다.


“빅버그님. 200미터 앞입니다.”

다리가 보이고, 그 옆으로 들어가는 작은 1차선 길이 보였다.

맞은편에 차라도 나온다면 피할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하지만, 구구는 잘 들어가고 있었다.

100미터를 더 들어가자 2층 단독주택이 나타났다.


마당을 뛰어다니는 작은 강아지 한마리가 그 집의 주인인것처럼 행세하고 있었다.


마당으로 구구가 들어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집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고, 그 골목은 오로시 2층집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구에서 내려 찬란히 빛나는 햇볕을 가려줄 선글라스를 써야만 했다.

대문은 없었다.


낮은 담 옆을 따라 가을을 알리는 여러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어디에도 초인종이 될만한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마당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어느새 강아지가 빅버그의 앞에 섰다.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뒤로 뛰어가서


“멍멍!!”

작고 경쾌한 소리로 누군가가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에 누가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집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빅버그는 핸드폰을 열고, 메일을 열고, 주소를 확인했다.

맞는데···

다시 다가온 강아지에게 물었다.

“여기가 지민이네 집 아니니?”

“멍멍!!”

맞다고 하는데···

집 뒤에서 뭔가를 꺼내들고 오는 지민이 아빠는 자신의 손에 든 것을 집어 던지고는 빅버그에게로 두손을 벌리며 달려왔다.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겨우 두번째 만남이 아닌가?


“오. 빅버그님.”

얼마나 반가운지. 와락 끌어안았다.


“아.네···”

숨이 막혔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그날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지민이 아빠가 덩치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이렇게 힘이 센 분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악스런 손과 이두박근의 탄탄함이 빅버그를 강하게 압박했다.

“오실 줄 알았어요.”


“여보! 누가 왔는지 나와봐요. 어서!!!”

흥분된 지민이 아빠의 목소리가 하천을 넘어 메아리쳐 오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며 지연이가 달려 나왔고, 뒤따라 지민이 엄마도 달려 나왔다.

“버그 아저씨!!!”


지연이는 빅버그에게 뛰어들었다.

“오.. 많이 컸네!!.”


너무나 달라진 지연이의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긴머리가 빅버그의 코를 간질거렸고, 어린 아이들의 특유한 향기가 어질어질하게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저씨. 여기. 초롱이에요.”

초롱이란 말에 강아지는 주인행세를 더 이상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듯 빙글빙글 빅버그 주위를 돌았다.


“아. 초롱이 이름이 예쁘네~~”

“안녕하세요. 빅버그님. 어서 오세요.”


정말 언제나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아니. 모두 이렇게 환영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


“빅버그님 저녁에 고기 구워 먹으려고 했는데 괜찮으시죠.”

지민이 아빠는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는 듯이 말한다.


“아. 네...”


“오늘 자고 가셔야죠.”

아내는 한 술 더 뜬다.


“아니. 저 일찍 가봐야 해요. 잠깐 들른거예요.”

“버그 아저씨. 자고가요? ”


“지연아. 아저씨는···”

참 곤란했다. 특별히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괜히 부담이 되었다.


“그래요. 자고 가세요. 2층에 빈방이 있어요. 올라가셔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오세요. 고기냄새가 베인다구요.”


“감사합니다. 아. 여기 와인을 좀 사왔습니다.”


“오. 이런 모양의 와인도 있네요. 병이 참 예뻐요.“

아내는 병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맥주도 많아요. 오늘은 밤세도록 마셔야겠네요.”


“지연이는 콜라 먹을거야.”

이러다 정말 자고 갈 지도 모를 일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2층에는 방이 두개가 있는 듯 했다.

하나의 방문은 꽃으로 장식한 하트모양의 보드판과 그 위에 꼿혀있는 인형이 지연이를 닮았다.


맞은 편 방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 둔 방으로 보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은 깔끔한 침대가 창문을 향해 놓여있었다. 마치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듯 조금의 구김도 없는 메트리스가 이불커버에 덮여 있었다.


정말 자기를 위해 항상 준비하고 만들어진 방처럼 느껴졌다.

옷장에는 잠옷 한벌과 런닝복으로 입을 옷 한벌이 걸려 있었다.


놀랍게도 빅버그의 사이즈에 맞았다.


옷을 갈아입고, 마당에 나온 빅버그는 어떻게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한 마음으로 초롱이를 바라보았다.


빅버그는 이런 평온한 가정에 허리케인을 몰고온 죄인인양. 뭔가를 해야 할것 같았다.

집을 천천히 바라보다가 뭔가 어색한 것을 보았다.

집의 위쪽벽과 특정 부분이 페인트 칠을 하지 않아서 아랫부분과 어울리지 않고 있었다.

이상했다.


빅버그에게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사다리는 있었지만 그 높이까지는 닿지 못한 것 같았다.


어쩌면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민이 아빠는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빅버그는 자신이 전에 아르바이트로 페인트칠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페인트 통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롤러와 페인트가 뒤엉켜 있었다.


아마도 오늘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버려야 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빅버그는 열심히 페인트 칠을 하기 시작했다.


“오~~~”

아래에서 감탄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여기 나와봐요. 빅버그님이 저 꼭대기 나머지 부분을 페인트 칠하고 있어요.”

놀란 아내도 지연이도 모두 뛰쳐 나왔다.


내려오는 빅버그를 세명의 생존자들은 놀란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요. 지민이 아빠가 거기까지 칠할 수 없다고 해서 나중에 전문가를 불러서 해야 한다고···”


“아니. 뭐. 제가 옛날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버그 아저씨 최고!!!”

빅버그는 지연이를 향해 웃어주었다.


“혹시 이상하게 칠했으면 전문가를 부르셔야 할지도 몰라요. 하하”


“아니에요. 너무 예뻐요. 저 꼭대기 삼각형 밑을 보세요. 너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어요. 전문가보다 솜씨가 좋은것 같아요!”


참 별일 아닌걸로 감동을 많이 하는 가족이다.


고기를 먹고 나서 지민이 아빠와 엄마는 지민이를 2층에 제우고 내려왔다.

마당의 한 쪽에 피워놓은 모닥불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있었다.


“빅버그님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니. 뭐 당연히 와야죠. 초대해 주셨는데···”


“처음 며칠은 아내도 저도 많이 먹먹했어요. 2년동안 우울하게 지낸 시간들 때문에 서로 마음이 많이 닫혀 있었고, 서로를 너무 원망하고 있었어요.”

“서로를 원망했었다구요?”


“아내는 그날 제가 핸드폰을 보다가 지민이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저는 너무 정신이 없었고, 놀란 마음에 제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를 자책하고, 아내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빅버그는 그날 본 상황을 설명했다.

“아니에요. 지민이 아빠는 지민이를 잡고 있었고,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지민이가 신호등이 바뀌면서 갑자기 뛰어나가며, 아빠의 손을 빠져나간거예요. 그리고 핸드폰이 떨어진거구요.”


“아. 네. 이젠 기억이 없으니. 애써 그날에 대해서 서로를 원망하지 않아요.”

지민이 아빠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날의 기억에 사로잡혀서 우리는 서로 중요한 많은 것을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맞아요. 남편도 저도 이제는 그날의 기억 속에 살지 않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지연이도 지민이가 하늘나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지만, 그 충격적인 장면을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이전의 지연이로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네..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힘든 거였군요.”


“그런것 같아요. 가끔씩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물어보지만,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이젠 횡단보도도 잘 건너고, 차도 타고, SUV 승용차도 최근에 구입을 했어요.”

“아. 네. 운전은 지민이 아빠가 하시나요?”


“네. 전 운전면허증도 없는 걸요.”

밤 공기가 차게 느껴졌다.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셔서 그런지 잠이 왔다.


“피곤하시면 들어가서 주무실레요?”

“아니에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좀 더 있다가 같이 들어가시죠.”


“우리에게 이런 시간이 올지 몰랐어요.”

“사실 그날 빅버그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남편과 저는 나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수면제를 많이 준비해 두었거든요.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는 없다고.. 그렇게 결심하고 실행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랬군요.”


“정말 무서운것은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너무나 무기력하고··· 너무 우울했다는 거예요. 모든 것이 싫었어요.”

“지민이 아빠가 그랬다는 것이 믿기지 않네요.”


“사실 저희들은 그렇게 무기력한 사람들이 아니이었어요. 지민이 아빠도 외향적이고, 저도 활동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고 이후로 저도 지민이 아빠도 너무 서로를 자책하고, 그 충격에 쌓여서 아무런 일도 못하고 몇 개월을 지내면서··· 살도 찌고, 삶의 의욕을 거의 상실해 버렸어요. 정신과 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았구요.”

“아. 한 순간의 사고로 가족이 모두···”


“삶은 한 순간이더라구요.”

“신은 없다고도 생각했어요.”


“맞아요. 그런데 빅버그님을 만나고.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잘하셨어요.”


“빅버그님은 종교가 있어요?”

“아니요. 그렇지만, 신은 존재할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구요.”


“하하. 그렇군요. 혹시나 천사인가 해서요.”

“네? 천사요? 제가요? 제게는 날개가 없잖아요.”


“하하. 날개가 있어도 날기는 힘들 것 같아요.”

지민이 엄마는 웃었다.


지민이 아빠도 빅버그의 등을 건드려 보았다.

“분명히 없네요. 하하”


검은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쏟아질 것처럼 다가왔다.

“근데. 빅버그님은 날개는 없지만, 천사 일 거예요. 아니면 그런 역활을 하라고 보낸 전령같은 존재? 분명히 그럴거예요.”


아내는 무척이나 단호하게 힘을 주어 말하고 있었다.


“하하. 그럴리가 없어요. 전 인간이라구요. 평범한 인간. 보세요.”

빅버그는 팔을 벌려 보였다.


모두 웃었다.


조용한 마을에 조용한 웃음이 하천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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