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머 아카데미 유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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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20 17:59
최근연재일 :
2022.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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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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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탐사 선발전(4)

DUMMY

[‘프리지아’가 2단계로 진화했습니다!]

[체력: 43 → 48]

[속도: 43 → 48]

[물리 공격: 43 → 48]

[물리 방어: 43 → 48]

[마법 공격: 43 → 48]

[마법 방어: 43 → 48]

친밀도: 100



“와하, 와하하하하!”


파트너가 폭소한다.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에.

굉장히 원초적이고 천진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쳐 고급 1인실을 지하 동굴처럼 만들었다.


“몸이 커졌네? 다리도 길쭉해! 꼭 고양이 모델 같아! 이 떠돌아다니는 음표들은 뭘까요? 너무 예쁘다!”


파트너가 감탄한다.

예술 공예품처럼 변한 자기 모습에.

다른 의미로 신비한 몬스터가 됐다. 원래의 동글동글하고 폭신폭신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그 대신 마법 아이템과 이펙트를 화려하게 두른 성체 고양이랄까.


“야, 거울 닳겠다.”

“그럼 많이 사주세요! 매일 보고 싶거든요!”

“짜식.”


내 손길이 닿자 프리지아는 아양을 떨었다.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 뜻밖의 수확에 나도 미소 짓게 된다.


몬스터가 진화하는 방법은 3가지다.

레벨 업.

진화의 비석.

몬스터 교환.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방법이고, 전설의 몬스터라면 뭔가 차별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김이 빠지긴 해도 오히려 이득이다. 생소한 방식이면 또 알아내느라 고생했겠지. 아스터 그 자식이 순순히 알려줄 성격도 아니고.


그나저나 숨 멎는 줄 알았네. 저번처럼 검은 아우라라도 나왔으면 큰일 날 뻔. 어떤 형태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우, 우으으으으윽.”

“응?”


갑자기 프리지아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 감성적인 녀석 때문에 또 눈물바다가 되겠군. 손수건부터 준비해야겠어.


“······.”


아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

바다처럼 새파란 눈에서 툭툭 떨어지는 건 눈물이 아니었다. 얇은 비닐로 싸인 채 굳은 설탕덩어리.

사탕.

점점 생물에서 멀어지네, 이 녀석. 도대체 무슨 원리로 고체가 수정체를 뚫고 나오는 거지? 개폐식인가.


“프리지아, 뚝.”

“우흐으으으윽.”

“나 제과점 차리기 싫어. 뚝!”

“뚜, 뚜욱.”

“여기에 코 풀어.”

“패애앵.”


상황 종료.

티슈에 찐득찐득하게 밴 콧물······. 아니, 땅콩버터를 휴지통에 던져놓고 물었다.


“왜 그래?”

“드, 드디어 언니들한테 한 발짝 다가갔어요.”


마법고양이는 여전히 울상이 된 채 회포를 풀었다.


“평생 못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인님 덕분에 이렇게······.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뭘. 내가 한 거라곤 돈지랄뿐인데.”

“그거 비싼 물건들이었죠?”


뜬금없이 귀금속 시세를 물어보는 파트너.

얘도 슬슬 세상물정을 알아가려는 모양이다.


“대충 합쳐서 30만 골드 좀 넘었어.”

“얼마나 비싼 거예요? 과자 100봉지?”

“차 5대.”

“······.”


예상 범위를 훌쩍 넘어선 대답에 고양이는 말을 잃고 말았다. 얘가 내 앞에서 침묵 모드라니, 보기 드문 진풍경일세.


“그, 그걸 전부 저한테 쓰신 거예요?”

“뭐 어때? 윤나래한테 또 달라고 하면 되지.”

“그래도 주인님도 하고 싶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있어. 당연히 있지.”


열기구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는 녀석을 붙들고 품에 안아주었다. 예전보다 귀염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얌전한 모습이다.


“널 언니들보다 훨씬 강하고 뛰어난 몬스터로 만드는 거. 내면에 잠자고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거. 그래야 세상에서 제일 튼튼한 안전벨트가 될 테니까.”

“주인님······.”


목이 멘 프리지아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내 품에 몸을 맡겼다. 마치 과자봉지를 막 뜯은 것처럼 달콤한 체취가 피어오른다. 혹시 하얀 털은 솜사탕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나저나 진화하면 인간형이라고 하지 않았어? 왜 고양이 형태 그대로야?”

“저희는 두 번의 진화를 거치거든요! 언니들은 이미 지나간 단계예요.”

“오호.”


반사적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걔네도 어지간하네. 테이머의 손을 안 거치고, 자기 힘만으로 최종 단계까지 이른 건가? 전설이라는 칭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니로군. 아무리 아스터가 곁에서 도움을 줬다곤 해도, 소유한 테이머가 아니라면 결국 한계가 있을 텐데.


“아무튼 너도 한 번 더 진화하면 된다, 이거지?”

“네!”

“좋아, 나한테 맡겨.”

“혹시 레벨 업 캡슐이라는 거 팍팍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방금처럼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맛있더라고요!”

“레벨 업 캡슐로 올릴 수 있는 구간은 40까지 한계야.”

“아하.”


이런 밸런스 조정이 없었으면 캡슐빨 게임이 됐겠지. 앞으로 굉장히 긴 여정이 될 지도 모른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필요한 경험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어쩌면 마지막 진화는 레벨 업이 조건이 아닐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 3개를 습득합니다!]



“어?”


진화 완료 상태창을 스크롤하자, 새로운 안내 메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문구다. 특정 레벨이나 진화 단계에 다다르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건 당연하니까. 어떤 기술이냐가 문젠데.

여기서 성능이 갈린다. 【노려보기】나 【애교 부리기】 따위의 폐급 스킬이라면 티어가 뚝뚝 떨어진다. 반대로 【화염 날개】나 【번개】, 【아쿠아 펌프】처럼 메타와 상성을 안 가리고 두루 쓰이는 기술이라면 평가가 확 오르고. 커뮤니티에 작성된 몬스터 티어표는 대개 습득 기술에 기반을 둔 자료니까.


자, 프리지아.

너는 과연?


“······.”

“주인님, 왜 그러세요?”

“······.”

“주인님?”

“어, 너한테 새로운 기술들이 생겼어.”

“진짜요? 신난다!”


내 파트너는 쫑긋 귀를 세우더니, 허공을 팔딱팔딱 뛰어다니며 기쁨을 만끽했다. 부모님과 테마파크에 놀러온 어린이처럼 천진하고 즐거운 모습.

그러나 나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흉내쟁이】가 【흉내쟁이 Lv.2】로 업그레이드!]


【흉내쟁이 Lv.2】

- 카피를 할 때 접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시야에 들어온 대상을 모두 카피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실물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아. 충분히 반길 만한 소식이다. 전술의 폭이 훨씬 넓어지겠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다크 인페르노】를 습득!]

[【인피니티 페인】을 습득!]

[【히프노시스】를 습득!]



너희가 여기서 왜 나와?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좌절을 안겨준 공포의 기술들.

플레이어는 절대로 쓸 수 없는 비기.

수천 수만 수억 번의 게임 오버 화면을 불러낸 원흉.


바알.

마몬.

릴리트.


디아볼로스의 총애를 받는 3대 간부.

그들의 핵심 전용기다.


“주인님, 표정이 안 좋아요.”


넋이 반쯤 나간 채로 상태창을 응시하고 있는데, 프리지아가 내 눈앞에서 앞발을 흔들어댔다.


“동공이 덜덜 떨리고요. 숨도 거칠어지시고. 왜 그러세요?”

“저, 저기, 프리지아.”

“네?”

“【흉내쟁이】 말이야. 앞으론 슥 보고 지나치거나, 홀로그램 화면 너머로 비친 사람들도 베낄 수 있어.”

“진짜요? 신난다~!”


우선 좋은 소식부터 알리고 넘어가자.

흥분해서 나머진 잊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


“새로운 기술은요?”

“······.”


쓸데없는 곳에서 기억력이 좋네.

아무래도 살살 타일러야겠다.


“프리지아.”

“네?”

“내 말은 뭐든 들을 거지?”

“물론이죠! 말씀이라고 하세요?”

“그럼 말이야,”


헛기침을 하고 정적을 지키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새로운 기술은 당분간 쓰지 말자.”

“네?”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펄쩍 뛰다가 몸이 굳어버린 고양이. 예상한 반응이라 마음이 더 아프다. 선물 줬다가 빼앗는 기분이네.


“왜요? 왜요, 왜요? 기껏 언니들한테 한 발짝 다가갔는데!”

“내 말 듣는다고 했잖아. 얌전히 따라. 우린 【흉내쟁이】만으로 충분해.”

“······알았어요.”

“옳지, 착하다.”


시무룩해서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리는 프리지아. 나는 녀석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얘 기분 맞춰주다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순 없지.

만약 이 기술들을 내보이는 순간, 나는 디아볼로스 군으로 몰리게 된다. 100% 확실하다.

당장은 괜찮더라도, 나중에 디아볼로스 간부들이 이 전용기들을 사용하면? 그 광경을 아카데미 교수들이나 베테랑 테이머들이 지켜본다면? 이쪽으로 싸늘한 시선이 쏠리겠지. 그리고 ‘너도 한 패였냐?’라는 무언의 압박이 송곳처럼 팍팍 박힐 거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그나저나······.

도대체 프리지아가 왜 흉악한 기술들을?






“다들 준비는 잘 하고 계신가요?”


선발전을 하루 앞둔 날.

서다혜 교수의 「모의 던전」 강의는 이론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탐사 선발전에 쓰일 던전을 스포일러할 수 없다는 이유라나.


“내일 여러분이 맞이할 던전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절대로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선배들조차 버거울 테니.”


잔뜩 겁을 주는 서 교수. 그러자 학생들은 불안한 기색을 내보이며 수군댔다.


“‘심해 탐사선’ 아니야? 그거 수압에 약한 몬스터로는 통과 못할 텐데.”

“내 생각엔 ‘유물의 함정.’ 사방에 트랩이 쫙 깔렸는데, 뭐 하나 잘못 건드렸다간 바로 아웃이래.”

“‘어둠 속 철로’라니까. 초음파 쓰는 몬스터 필요할 걸?”


땡.

땡.

땡.

전부 다 틀렸습니다, 학생 여러분. 어떻게 정답만 쏙쏙 피해가는지.

교수님 말씀이 맞았군. 학생들이 지레짐작하는 난이도를 훨씬 넘어선 던전들이니까.

‘천공의 추락선’, ‘미지의 바다’, ‘푸른 계곡’, ‘고스트 동굴.’

신입생들 실력을 감안하면, 어려운 단계를 훌쩍 넘어선 시련이다. 특히 마지막 ‘고스트 동굴’은 베테랑 테이머들도 가끔 발이 미끄러질 텐데. 무슨 사자도 아니고 어린애들을 이렇게 험난하게 키우려는지.


“입학 전부터 실전을 많이 치른 학생이라면 꽤 수월할지도 모르겠네요.”


서 교수는 슬쩍 내 옆자리에 앉은 금발 여학생에게 시선을 보냈다. 이미 반쯤은 우승자가 보인다는 표정.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고스트 동굴’을 혼자 돌파한 건 윤나래 최대의 업적이니까. 이 캐릭터의 이름이 브레이브 대륙에 널리 퍼지게 된 결정적 계기. 몬스터 배치나 히든 루트, 함정 위치 따위는 얘도 줄줄이 꿰고 있겠지.


만약 4개의 던전이 주르륵 이어진 방식이 아니라, ‘고스트 동굴’ 딱 하나만 놓고 경쟁을 시켰다면 나도 장담을 못했을 거다. 내가 경험이 많다고 해봐야 모니터 밖에서 깨작거린 게 전부니까. 앞에 배치된 3개의 던전에서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겠군.


“주인님.”

“응?”


그때, 품속에 감추고 있던 프리지아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정말 1등 하실 건가요?”

“당연하지. 사파리 월드에서 네 첫째 언니가 기다리고 있는데. 혹시 안 보고 싶어?”

“어, 솔직히 반반인데요.”

“치킨 시키냐?”

“또 만나면 훈련하자고 하루 종일 닦달할 게 뻔해서······.”

“땀 흘리길 좋아하나보네.”

“네, 엄청 강한 언니예요. 디아볼로스 간부쯤은 혼자 때려눕힐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장담해요.”

“더더욱 동기부여가 되는군. 무조건 손에 넣어야지.”


터프하고 활동적인 육탄전 특화 몬스터.

딱 내 취향이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요.”

“뭔데?”


프리지아가 천천히 앞발을 들어 내 옆자리를 가리켰다.

눈매를 송곳처럼 세운 채, 서다혜 교수를 찌릿 노려보는 이사장 외동딸을.


“우리가 1등하면,”

“응.”

“저 언니는 어떻게 되죠?”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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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탐사 선발전(6) 22.06.13 278 12 15쪽
24 탐사 선발전(5) +1 22.06.11 306 12 12쪽
» 탐사 선발전(4) +1 22.06.10 29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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