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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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이
작품등록일 :
2022.05.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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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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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다시 시작된 관계

DUMMY

질문의 의도는 입양.

입양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자신이 없습니다.”

“상현이 정도면,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니에요. 저는 뒤에서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게요.”

“아이들을 위한 도움은 항상 고맙지. 그래도 가끔 와서 애들이랑 놀아주고. 얼굴도 비추고 할거지?”

“네.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렇게 할게요.”


이번에는 새끼손가락을 걸지 않았지만, 얼떨결에 4명과 약속을 하게 되었다.

거부를 못 하는 성격은 아니다.

단지 상대가 3명의 아이들이었고.

은혜를 갚아야 할 원장님이었다.

그나저나 정기적 후원은 얼마 정도가 좋을까.

‘500?’

나에게는 적은 금액이지만, 충분히 감사함을 표현하기에 좋은 금액인 거 같다.

물론 원장님 호주머니로 들어가지 않겠지만.

원장님은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 더 챙겨줄 수 있다면.

행복하실 거다.


“여기에 이체하면 되죠?”


후원 전용 계좌.

명함을 한 장 꺼내서 지갑에 챙겨 넣었다.


“그래. 좋은 일에 돈 써줘서 고맙다. 한 평생 보육원을 운영하다보니. 이런날이 다 오네?”

"앞으로 계속 복 받으실 겁니다."

"고맙다. 잘 커줘서"


사실 이전에도 얼마든지 후원은 할 수 있었다.

이혼 하기 전에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고.

적은 돈으로 얼마든지 고마움을 전할 수 있었다.

그래도 굳이 진실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


"제가 고맙죠."


#


투룸 월세방에 도착.

인테리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1년을 살았는데 1달 더 산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까톡


[박현수 : 잘 지내?]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25살? 이후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친구.

빌어먹을 결혼식에도 안 온 친구.


[나 : 오랜만이네.]

[박현수 : 어 한 5년만인가?]

[나 : 한 7년 되지 않았나?]

[박현수 : 그런가 세월이 참 빨라]

[나 : 무슨일 이야?]

[박현수 : 상현아 다름이 아니라 내가 진짜 급해서 그러는데 한 300만원만 빌려줄 수 있냐? 7년만에 연락해서 이런 부탁 하는 거 실례인거 아는데 내가 진짜 급해서]

[나 : 실례 아닌가?]


이런 톡을 살면서 몇번 받을까.

오랫동안 연락 끊긴 지인에게 결혼식 초대를 받거나.

혹은 더 나아가 이자식처럼 돈을 빌려 달라거나.

박현수는 읽어 놓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건가.


[나: 계좌 불러]

[박현수 : 진짜 고맙다. 농협 3044434xxxxxxx 다음주 중으로 바로 갚을게]


옛 친구와 돈 관계.

돈을 안 받아도 상관없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300만원으로 친구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좋은 일이다.

베푸는 즐거움이랄까.

그리고 이런 부탁을 할만한 놈은 아니었다.

정말 급한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보니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려준

나한진과 연락을 안 한 지 10~11개월은 된 거 같다.


[나: 뭐 하고 사냐]


바로 답은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책상에 올려두고 간단히 짐을 정리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는 어디부터 정리할까 생각하다가 옷장 앞에 앉았다.

대부분 버릴 거지만, 쓸만한 것들은 챙겨야 한다.

정리하면서 드는 생각인데.

쓸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다 돈 주면 살 수 있는 것들.

정말 이렇게 돈을 펑펑 써도 될까?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살아온 습관들 때문인지, 인지부조화가 온다.

말하자면 싸구려 옷이라도 멀쩡하면 아깝다는 것이다.

애초에 옷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굳이 라는 생각.

굳이 내가 싸구려를 입어야 할까?

굳이 돈을 내가 다 써야만 할까?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불필요하게 돈을 써가면서까지 돈을 다 쓸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싸구려 옷 중에 아끼는 옷들은 다시 쓰레기봉투에서 꺼냈다.

그리고는 여행용 캐리어에 옮겨 담았다.


‘컴퓨터는 중고로 팔아야겠다.’


꽤 사양이 좋은 컴퓨터.

그래도 더 좋은 컴퓨터로 바꾸고 싶다.

옷에는 관심이 없지만, 컴퓨터에는 관심이 있었다.

현존하는 최고사양으로 맞출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개발일을 취미로 할 생각은 없다. 그다지 재밌는 일은 아니다.

그냥 게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펑펑 써야겠다.


‘영화관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하면 어떨까?’


아마 피곤할 거 같긴 한데.

시도해 보는 건,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이런 내 취미에는 돈을 아끼면 안 된다.

애초에 게임개발자가 되었던 것은.

내가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발일을 시작하고 부터는.

게임이 재미가 없어졌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다시 게임에 흥미를 가지고자 했다.


임시로 거처할 집에는 수영장이 없다는 게 아쉽다.

가끔 집 밖에 나와 발을 담궈, 물장구도 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차차 내가 만들 파라다이스에는 모든 것이 있으면 좋겠다.

‘놀자 타워’를 만들면 어떨까?

1층에는 오락실과 카페, 2층에는 피씨방, 3층에는 노래방, 4층에는 당구장, 5층에는 볼링장, 6층에는 스크린골프.

다 놓자.

몇층으로 할까.

술집도 있으면 좋겠지.

내가 허용하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띠리리링.


전화가 왔다.


[010-XXXX-XXXX]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일하자’에서 비서채용 공고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아네.”


처음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인지라.

반가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왜 연락이 안오나 내심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따로 서류면접 같은 건 없었다.

서류는 그저 종이쪼가리일 뿐이다.

그래도 면접 당일 이력서는 받아야겠지.


“성함과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박소현 26살입니다.]

“네 혹시 비서 일 해보셨나요?”

[아니요.]

“네 그럼 간단한 이력서 하나 준비하시고, 면접 날짜 문자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네 그때 뵐게요.”

[네 들어가세요.]


짧고 간결하게 통화가 끝났다.

한 5일 정도는 연락을 기다려 보고, 그 후 면접 일정을 잡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내게 가장 중요한 최측근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

물론 하다가 영 아니면 다른 사람 쓸 것이다.

주 5일, 8시간 근무.

500 만 원.

그만큼 일을 잘 했으면 좋겠다.

욕심은 아니겠지.

회사도 아닌 곳에 돈을 많이 준다고, 그런 인재가 올 수 있을까?

힘들 수도 있다.

일단 눈을 낮추자.

눈을 낮추고 최대한 사람 됨됨이를 봐야겠다.


[나한진: 그냥 숨 쉬고 살고 있지]


정리가 끝나갈 무렵.

나한진에게 톡이 왔다.


[나: 오랜만에 술 한잔 할까]

[나한진: 언제?]

[나: 오늘 저녁]

[나한진: 그려]

[나: 그럼 7시에 땡삼겹에서 보자]

[나한진: ㅇㅋ 근데 뭐 안 좋은 일 있냐? 웬일로 술을 먹제]

[나: 안 좋은 일은 아니고, 만나서 얘기하자]

[나한진: ㅇㅋ]


집도 샀고, 보육원에 얼굴 비춰 인사드렸고, 비서채용도 진행 중이었다.

여러모로 기념해서 술 한 잔하고 싶은 날이었다.

나한진과 나는 먼저 술 먹자고 하는 사람이 술을 사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메뉴도 먹자고 한 사람이 고르면 되니 불만이 없었다.

그래도 서로가 형편을 알기에 보통 번갈아 가면서 술을 먹자고 하는 편이다.

최근 1년간 사업에 집중하느라 술을 먹지 않았다.

계속해서 술자리를 거부하니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 같다.


***


-치이이이익.

식당에 도착해 문을 여니.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났다.

‘웅성웅성’거리는게 시장통 같다.

초저녁부터 역시 이곳은 장사가 잘 된다.

나한진이 도착했다는 톡을 받긴 했는데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상현아!”


큰 소리에 뒤 돌아보니 손을 들고 있는 나한진을 볼 수 있었다.

벌써 소주를 까서, 혼자 3~4잔 먹은 듯 하다.

이미 고기는 한번 익혀져 가장자리로 쌓여있었다.

나한진은 일 끝나고, 바로 왔는지 작업복 차림이었다.

나한진은 건축회사에서 현장사람들 관리하는 일을 한다.


“약속시간이 7시인데 6시 20분에 오는 놈이 어딨냐”

“늦는 거보다 났지”

“참 유별나”

“늦게 왔으면 자리도 없어 저거 봐”


친구가 고개 짓 한 곳은 웨이팅하는 손님들이었다.


“잘했다 잘했어.”


항상 나한진은 나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린다.


“한잔 하게.”

“그래”


-짠.


오자마자 빈속에 한잔을 권하는 나한진.

오랜만에 소주를 입에 머금었더니. 알콜향이 코를 통해 뇌로 가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

나한진이 ‘크으’ 소리와 함께 고기 한 점을 집어 들며 말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 먹으면 왜 이 맛이 안날까? 똑같은 삼겹인데 말이야”

“불판도 다를 거고, 야외에서 라면 먹는 맛도 다르듯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안부를 묻기 보다는.

잡다한 수다를 떨며 술을 먹는 데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거 다 떠나서 여기 진안 흑돼지잖아”

“언제 한 번 삼겹살 사러 진안 가야겠네”


다르긴 다르다.

지방 부분이 쫀득쫀득하고 살코기는 야들야들하다.


“혼자 살아서 좋냐”

“어”

“부럽다 부러워”

“하하하”


처음에는 두려웠는데.

막상 혼자가 되니 좋았다.

누군가에게 맞춰줄 필요도 없었고.

필 받았을 때. 회사에서 밤을 새도 눈치 보며, 허락받을 일이 없었다.

내 삶에 주체가 된 느낌.

해방.


“애들은 잘 크고?”

“둘째가 이제 걸어 다닌다. 얼른 크면 좋겠다. 오늘도 나오는데 눈치 엄청 보여서 주말에 나 혼자 애들 봐준다고 약속하고 나왔다.”

“그러게 애를 왜 두명이나 낳았냐”

“애가 생겼는데 낳아야지 어떡하냐”


-띠리리리링


나한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나한진은 가만히 핸드폰을 보다가 마음에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어 자기야”

“이따 한 10시 쯤?”

“아니 그게 아니라. 일끝나고 바로 왔는데 그래도 여유롭게....알았어 한 8시 30분?”


시무룩한 표정으로 전화를 하는 나한진.

주말에 애를 봐주기로 했다며, 당당하게 말하던 나한진은 어디갔을까.

한풀 기가 죽어있었다.


“뭐래”

“그래서 언제 들어 올꺼냐고 묻네”

“오늘 하루 놀게 해주는 거 아니었어?”

“하루종일 애 보느라 너무 지쳐서 졸리데”


봉사활동을 하고 와서 그런지 공감이 갔다.

진 빠진다는 표현이 맞을까.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그렇겠지.”

“미안한데 오늘 간단하게 먹어야겠다.”

“나도 어차피 간단하게 먹을라고 했어”


나한진이 표정이 어두워지자.

눈 밑 다크서클이 더욱 짙어진 거 같다. 그래도 아들 때문에 살고, 행복하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 거다.


“애들 저녁에 잠은 잘 자냐?”

“자다 깨다 하지 뭐. 깨면 또 재워주고”

“힘들겠다”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대화 소재도 바뀌게 된다.

20대 초반에는 학창시절, 군대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요즘은 결혼생활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때였다.


“어?! 안녕하세요? 여기서 다시 뵙네요.”


이 여자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줄은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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