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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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이
작품등록일 :
2022.05.28 19:26
최근연재일 :
2022.06.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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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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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집들이

DUMMY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고민을 해봐도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가장 의지했던 친구지.”


현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무슨”

“친구 이상으로 내게는 하나뿐인 가족이었어”


현진은 입술이 삐죽 나왔다.

원하던 답이 아니었을까.

사실 현수 말이 맞았다. 좋아했었고. 애틋한 마음이 있었지만, 굳이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옛 감정보다는 현재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괜히 불편해질 필요는 없겠지.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는 듯하니 현수가 재빨리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주제를 바꾼다.


“이거 먹어봐. 이게 진빼이네”

“네가 다 먹었네??”

“여기 마지막 한점 띵”

“띵!”


수지타산을 맞췄는지.

4명이 먹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어 바비큐도 얇게 썰어서 나왔다.

참치를 먹고 나서인지 딱히 손이가지 않았다.

후식으로 과일이 나왔다.

과일에 또다시 소주 한 잔씩 하며, 슬슬 취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 식사는 입에 맞으셨을까요?”

“네 최고입니다”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셰프는 간단하게 끝인사를 하고 자기 장비들을 정리 후 돌아갔다.

시간은 오후 9시.

이제 슬슬 끝내야 하지 않을까.

한 자리에서 계속 음식을 먹다 보니 배가 빵빵해진다.


“산책이나 좀 할까?”

“그래 여기는 다 좋은데 뭐 놀게 없네?”

“이 정도 놀았으면 됐지.”

“아쉬운데”

“뭐 하고 싶었는데?”

“소화도 시킬 겸 노래방!”

“노래방이라. 어어? 조심해!”


이현진이 자리에 일어나다 쓰러질 뻔했다.

많이 취한 거 같다.

섞어 마시기도 했고. 한자리에서 계속 마시기도 해서인지 취기가 더 올라온다.


“그냥 여기 앉어 있을래?”

“바부야. 산책을 해야 술을 좀 깨지.”

“취했네”

“그래! 취했땅!”


휘청휘청하는 현진을 살며시 부축해 주며 걷고 있었다.

깜깜하다. 그래도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어둠은 아니었다.

산책로는 아닌데 여느 산책로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소쩍새는 울어댄다.

한 10분 정도 걸었을까.

이현진 말대로 이곳은.

놀 거리가 아무것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희들 어떻게 할래? 진짜 자고 갈 거야 아니면 대리 불러주리?”


현진이 혀를 꼬아 말을 한다.


“오빠 믿고 자고 가도 되낭?”

“이거이거 뭐야? 우리가 눈치 없이 자고 갈 뻔 했네?”

“아휴. 대리는 무슨 그냥 다 같이 자자”

“진짜 그래도 되냐?”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내가 눈치는 조금 빠른편인데 자고 가는 게 맞나? 잘 모르겠네.”


나는 말 대신 한진의 등을 떠밀었다. 한진의 이죽대는 모습에 꿀밤을 놔주고 싶었다.

현수가 뒤 따라오며 말했다.


“나는 어차피 집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이불은 있냐”

“없지”

“뭐?”

“이불 여유까지는 엔티리어 업체에서 안 해주던데. 빨래를 하려면 여유분이 있어야 할텐데”

“아니 애초에 인테리어 업체에서 이불까지 해준다고?”

“몰라. 나도 맡겨 본 게 처음이라.”

“역시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어 딸꾹”

“정말 그럴까?”

“당연하지 네 집을 봐라”


이제는 돈이 많아져서 평범해 질수도 없다.

그리고 굳이 평범함에 욕심이 나지도 않는다.

아직 까지는 말이다.


“아! 맞다 잠시만. 네들 먼저 들어가 있어”


나는 K5 트렁크 쪽을 열어 옛 이불들을 챙긴다.

버리려다 챙겨왔는데.

옛 이불이 너무 반가웠다.

챙겨 놓으면 언젠가는 다 쓸 대가 있나 보다.

집으로 들어가 보니 현진은 이미 내 새 침대를 점령했다.


“우리는 어디서 자냐”

“거실에서 자자.”


***


일요일 아침 11시.

누구도 먼저 일어나지 않았다. 중간에 알람이 울리기는 했는데.

살포시 무시해주었다.

정오에 가까울 무렵.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새 집에 오기 전에 장을 봐오길 잘했다.

라면 냄새가 집안에 풍기기 시작하니 쇼파에서 자고 있던 나한진이 일어났다.


“오오 냄새 죽이는데”

“일어났냐 가서 현진이 좀 깨워라”

“오케이”


어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지는 않았다. 양주 1병에 소주 5병.

4명이 이 정도면 많이 먹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보글보글 라면에 계란을 2개 넣고 마무리했다.

현수는 반쯤 풀린 눈을 보니 아직도 꿈속을 헤메는 거 같았다.

그래도 해장은 해야겠는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라면을 식탁에 놓을 때.


“나 여기서 잤어?”

“어 얼른 와서 라면 먹어”

“잠깐만”


현진은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현진아! 라면 다 불겠다.”

“응 먼저 먹고 있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후르르릅.

-후르르릅.


“허”

“하”


라면을 입에 넣고 뜨거워서 식히며 먹고 있다.

그러다 박현수가 내게 물었다.


“오늘 뭐하냐?”

“오늘 직원들 오기로 했어”

"일요일인데?"

"그래서 정시출근은 아니고. 일을 한다기보다는. 일 하기전에 다들 얼굴이나 익혀 놓으라고"



-후르르릅.


“그 중사 매니저랑 이쁘다는 수아씨?”

“어”

“와서 무슨 일 하는데?”

“내가 녹음기냐? 파라다이스 짓는다니까? 사람도 더 채용해야 하고.”

“농담 아니었어?”

“그렇게 얼토당토않는 말이라 생각해?”

“어.”

“그냥 라면이나 먹자”

“수아씨 오면 보고 가도 되냐”

“봐서 뭐 할라고”

“이쁘다면서.”


그 말을 들은 나한진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거린다.


“나도 이쁜 수아씨 보고 가야 겠다.”

“안돼”

“왜”

“사석이 아니잖아”

“집에서 보는 거 아니야?”

“장소야 어찌 됐든 일하려고 부른거고 첫날인데 그게 맞다고 생각해?”

“현수야 들었지?”


발뺌한 한진이 말을 이었다.


“너 혹시 수아씨한테 사적인 관심 있는 건 아니지?”


현수와 한진은 갑자기 초등학생처럼 ‘얼래리꼴래리’하기 전 표정이 되어있다.


“관심 없어. 있으면 일이 되겠냐”

“뭐 어때 돈 버는 일도 아닌데. 둘이 맨날 데이트 하는 거 아니야?흐흐흐흐”

“말을 말자”

“야 그러지말고 친해지면 나도 여자 좀 소개 시켜 줘라”

“그냥 선을 봐 제발”

“나이 32에 무슨 선이야”


현수는 아직도 이팔청춘이었다.

현진은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화장을 하고 나온 듯하다.

그러나 이미 국물도 없었다.


“뭐야 벌써 다 먹었어?”

“화장실에서 뭐하나 했네. 라면 먹을 거지?”

“네 하나만 추가요!”


그때.

나한진이 갑자기 귀신이라도 본 듯 향나무가 보이는 유리창을 본다.


“어?!”

“왜?”


나와 현수는 동시에 거실 쪽 벽면 탁트인 유리창을 보게 되었다.

근데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어린애 한명 못봤어?”

“무슨 어린애?”

“한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 보이는 꼬마였는데?”

“뭔소리야 아침부터”


나는 식탁에 일어나 창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 나한진이 봤다는 아이를 찾아본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허리를 숙여 찾아본다.


-똑똑


그러다 발견하게 된다.

납작 엎드려 있는 영호.

창문을 두드리니 엎드린 자세로 고개를 들어 멋쩍게 웃는다.

표정을 보니 밝아 보였다.

잘 해결된 것일까?

영호에게 손짓으로 현관문 쪽으로 오라고 했다.


“아는 애야?”

“어 뭐 안다면 아는 애고”

“그게 무슨 개똥 같은 말이야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지.”

“잘 모른다고”


현관문 앞에서 문을 열어보니 영호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어쩐 일이야?”

“아 지나가다가요”

“어디 가던 길인데?”

“모악산이요”

“혼자 등산을 가려 했다고?”

“네 이제부터 운동하려고요!”

“오 그래? 밝아 보이네 해결 된거야?”

“조금요?”

“조금이라니”

“처음으로 반항했어요! 의자를 집어 던져버리고. 막 욕도 하고.”

“잘했네. 그래 뭐가 되었든 뭐라도 해야 결과가 나오지”


내가 괜한 걱정을 했었나?

비서가 구해지면, 정말 학교를 인수하는 것을 진지하게 알아볼 생각이었다.

비단 영호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모 없이 어디 학교를 가든 이정도 대우받기 힘들다’는 선생의 말은 현실적이었다.

내가 자라온 보육원만큼은 그런 대우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스스로 해결 중인 모습이.

나름 대견하여, 팔 쪽을 토닥거려 주었다.


“아아”

“왜 그러니?”


살짝 토닥여 줬을 뿐인데 아파하길래 영호의 팔 소매를 걷어보았다.

팔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나 있었다.


“아직도 괴롭히니?”

“그래도 의자에 맞은 놈은 저를 조심스러워 하더라구요.”

“흠.”

“천천히 한 놈씩 손 봐 줄 거예요. 그러려면 일단 체력이 먼저인 거 같아요”

“등산보다는. 차라리 복싱을 다니든. 그게 좋지 않겠어?”

“이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 아시잖아요”

“음”


맞는 말이다.

말은 안 했지만, 돈도 문제일 거다. 친구들은 뒤에서 구경난 듯 지켜보고 있었다.


“근데 보육원 왜 안 오세요? 샛별이 삐졌어요”

“아! 그러니? 아이고 미안해서 어쩌냐. 계속 미루게 되네 이번에 꼭 들린다고 전해줘.”

“네 꼭 들리세요! 전 운동하러 가볼게요”


친구들은 앞뒤 상황을 모르니 무슨 이야기 인가 궁금할 듯 싶다.


“혹시 아저씨도 같이 등산 가실 래요?”

“어..?”


딱히 등산은 취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술 먹은 다음날. 거기다 이미 선약이 있다.


“미안한데 아저씨가 만날 사람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가자”

“가요 진짜?”

“아니. 사실 내가 등산은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또 습관적으로 뱉은 빈말.

얼른 주어 담았다.

뒤에서 현수가 이 부분을 지적했다.


“에이 상현아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지.”

“야?”

“운동도 하고 내려와서 파전에 막걸리도 한잔하면 얼마나 좋냐. 집도 가까운데 한번 갔다와”


앞에 영호 얼굴을 보니 내심 같이가기를 기대하나보다.

내가 좋나?


“후우.. 그래 영호야 언제 한번 같이 등산 하자.”

“좋아요. 아! 그리고 그 수표 가짜라면서요!?”

“가짜는 아니지. 아마 분실 처리되서 못 쓸거야”

“완전 쌤통이었어요. 애들이 곤죽이 되어서는 진짜 돈 받았냐고 막 물어보다가...............”

“그렇게 싸웠는데 걔네들은 잘 지내나 보네?”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거 같다.

서로 의가 상해서 뿔뿔히 흩어지길 바랬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그래도 그날 바로 다음날에는 정말 살벌했어요. 얼굴이 떡이 되었는데도 자기들끼리 또 피 터지게 싸우더라구요.”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근데 왜 이 녀석은 보육원을 냅두고 이곳에서 잠을 자게 된 걸까.


“너 근데 그날은 왜 여기서 잔 거야?”

“사실 그날 구이중학교 얘들한테 끌려갔었죠.”

“그랬구나.”

“사는 곳이 여기라서 전학을 가도 마주치게 되네요.”


소주는 아쉽게도 구이중학교 애들인 거 같았다.

별 상관은 없었다.

그래 봤자 중학생.


“그래. 등산 잘하고, 조만간 아저씨가 보육원에 맛있는 거 사서 들릴테니까 그때 보자”

“네 감사합니다.”


영호를 보내고 뒤를 돌아 친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집 보러 왔을 때 여기서 봤던 얘야. 나랑 같은 보육원이더라고”

“난 또 뭐라고.”

“근데 샛별이는 누군데?”

“샛별이는 한마음 보육원에 인사드리로 갔을 때 봤었지.”

“샛별이라는 애가 너 보고 싶었나봐”

“그런가? 그날 처음 봤는데”

“관심 없으면 삐지지도 않겠지? 결혼은 안한다더니 혹시 입양에 생각 있는 거야?”


보고 싶을 수 있나?

하루 봤다고 어떻게 정이 들까.

매정한 나로써는 납득이 안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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