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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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이
작품등록일 :
2022.05.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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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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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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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한마음 보육원

DUMMY

원장님은 10년이 지났음에도 그대로 였다.


“이게 누구야. 상현이 아니야?!”

“죄송해요. 이제야 찾아뵙네요.”

“무슨 소리야. 이렇게도 찾아오니 기특한 거지. 여기 앉거라”


나를 대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 서운할 법도 한데.

이곳은 언제나 내가 숨기고 싶은 과거이기도 했고.

그리움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원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결혼 후 이혼까지.


“좋게 대우받고. 정리했습니다.”

“회사를 팔았다고?”

“네에. 지금은 이쪽 근방에 좋은집이 하나 있길래. 이사 준비 중 이예요.”

“잘 될 줄 알았어. 상현이가 공부를 참 잘했지”


비록 대학은 가지 못했다.

내가 대기업에 취업 할 수 있었던 이력은 오로지 포트폴리오.

대학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빠르게 경력을 쌓고.

실력을 쌓아.

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기적으로 이 보육원에 후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배풀 줄도 아는구나.”

“아닙니다. 받은 게 있으니 돌려드려야죠”


원장님은 돈을 위해 보육원을 운영 하는 분이 아니다.

그 이상의 가치를 두고 있다.

이것은 아이들을 위한 후원은 아니었다.

그런 마음은 우러러 나오지 않았다. 단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


“그래 상현아. 안 바쁘면, 우리 애들 좀 볼래?”

“네, 뭐 그러시죠”


탐탁치 않았다.

아이보다는 동물을 좋아했다.

원장님을 따라가 보니 봉사활동을 온 사람들이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있었다.

한 남자는 바닥에 엎드려 누워 있었고, 그 위에 애들이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는 아이를 품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저 정도면 자주 왔나보다.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고아는 아니다.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부모. 그리고 매일 찾아오는 부모도 있다.

그러다 연락이 끊긴 부모.

역설적이게도 이곳은 아이를 버리기 좋은 환경이기도 했다.

원장님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올라 경건해졌다.

봉사활동에 온 사람들에게 정이 들고. 또다시 버려졌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부모에 버림받은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 애착이다.

봉사활동 온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어린 시절 나로서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


“애들아? 여기는 아주 오래전에 보육원에서 지냈던 형이야.”


나를 한번 슥 쳐다보며, 얇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원장님이 말을 정정했다.


“삼촌이야 삼촌 호호. 벌써 이렇게 커버렸네.”

“와아! 안녕하세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밝았다.

어린나이에 철들어 버린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


봉사활동 온 사람들도 인사를 한다. 보육원 생활을 했던 나는 봉사활동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내 스스로 그런 상처를 가졌었기 때문에 정을 준다는 것에 조심스러웠다.

원장님이 나를 빤히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하는거 같아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내 등에 손을 얹어 등 떠밀었다.

아이를 대할 때 너무 어색했지만, 한 아이 앞에 다가가 물었다.


“이름이 뭐야?”

“이샛별이요”

“이름이 참 이쁘네”

“네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어, 어어 나는 박상현이야”

“평범한 이름이네요”


아이의 당돌함에 당혹함을 느꼈다. 아이들에게는 최대한 상냥한 말투를 해야 할텐데.

내게는 상냥함이 없었다.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몇살이니?”

“6살이요. 아저씨는요?”

“나는 32살이야”


대화가 이게 맞나?

그래도 한마디를 더 해 보니 조금은 어색함이 풀렸다.

아마도 이 아이도 어색할 것이다.

딱히 할말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슬쩍 원장님을 한번 쳐다봤다. 그러나 그저 흐뭇하게 쳐다볼 뿐이다.


“아하하하”

“히히”


멋쩍게 웃으니, 아이가 수줍게 웃으며, 공룡 인형을 끌어안았다.


“원장님! 저 왔어요!”

“보라씨 왜 안 오나 기다리던 참인데”

“그래요?! 일찍일찍 다녀야겠네요 ”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좋고, 싹싹하고 우리 보라씨 같은 딸 하나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그럼 딸 삼으면 되죠? 흐흐”

“말도 참 이쁘게하네”


상황을 보니 한 여자가 헐레벌떡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듯 보였다.

수수하고, 이뻤다.

검은색 긴 생머리에 검은색 니트. 베이지 롱코트를 입고 있었다.

옅은 화장에 체리 빛 입술이 돋보였다.


“어?”

“아 저기는 우리 보육원에서 지냈던...”

“아하!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이길래. 다른 봉사활동 모임에서 오셨나 했네요. 저는 신보라예요.”


대부분의 봉사활동은 단체로 활동을 한다. 여러 곳을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었고.

한곳에 정착하여 돕는 단체도 있었다.

“네 반가워요. 저는 박상현입니다.”

“아이들과 놀아주러 오셨군요!?”

“아...네에”


봉사활동 하러 온 것이 아닌데.. 여기서 아니라고 하기에는 앞에 아이가 뻘쥼해 할 거 같았다.


“샛별아 삼촌이 잘 놀아줘?”

“웅? 아니”

“삼촌이 놀아주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알아”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옆에 봉사활동 온 사람들이 어떻게 놀아주는지 캐치해 본다.

일단 내가 엎드려봤자 아이들이 올라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책이 좋겠다.


“샛별아 책 읽어줄까?”

“네 리안 읽어주세요”

“리안?”


아이가 자리에 일어 나더니 서재에가서 책을 하나 빼왔다.


“이거요”

“그래”


책을 펼쳐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아주 작고 귀여운 리안은...”


‘리안’은 사슴이었다.

국어책처럼 읽게 된다. 표현력을 풍부하게 하자니 낯부끄럽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했다.


“어느날 이었어요. 리안이 파란코가 되어..”


아이의 표정을 보니.

마지못해 들어주는 표정이었다.

읽다 보니 이것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한번이 어려운거야.’


“파란코는 슬프데요”

“응?”

“파란코는 리안이 슬픈거예요”

“그렇니?”


아이는 리안 이라는 책을 여러번 본 것 같았다. 나와 책의 주인공. 리안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리안은 혼자 있을 때 코가 파랗게 변해요.”

“음..”


‘리안은 혼자인 게 슬프다?’

동화 속에는 전혀 그런 문구가 없었다. 계속해서 읽어 나가자 두 명의 아이가 다가와 앉는다.

이야기를 듣고 싶은 모양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 하니, 경청의 자세가 되어있었다.


“삼초온 리안은 코색이 왜 변하나요?”


한 아이가 물었다.

나도 잘 모른다.

따지자면,

작가가 그렇게 설정한 것이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상상해야만한다.


“음. 리안이 마음풀을 뜯어먹게 돼서 그래”

“마음풀?”

“응 마음풀을 먹게 되면,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마음에 따라서 코의 색이 변하게 돼.”

“마음푸울 리안은 좋겠다”

“왜 좋다고 생각하니?”

“왜냐하면 코의 색이 변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잖아요!”

“그렇구나 리안은 좋겠네?”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슬프면 바로 우나 보다.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그러나 나는 리안이 부럽지 않았다.


어느새 책을 다 읽어주자.

샛별이는 또 다른 책을 내게 내밀고 있었다.

어쩌다가 발목 잡혔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아이들의 생각이 흥미롭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계속 책을 읽어주다 보니.

어느새 오후 5시가 되었다.


-짝. 짝.

원장님이 박수를 쳐서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자 이제 형 누나들 갈 시간이예요”

“네!”


아이들은 원장님 말을 잘들었다.

읽어주던 책을 덮고는 나도 모르게 ‘다음에 읽어 준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언제요?”


이제 안 올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음.. 시간 될 때?”

“약속해요”

“어, 어”


새끼 손가락을 내미는 샛별이.

다음을 기약하는 방법은 샛별이에게 통하지 않았다.

샛별이에게 새끼손가락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저랑도요!”

“저두요”


같이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도.

샛별이 따라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인가?’

내심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을 줄까 봐 겁이 났다.

얼떨결에 세 명의 아이와 약속을 하게 되었다.

“꼭 와야 돼요?”

“그래 또 올게”


샛별이는 말 할 때는 건조하고.

웃을 때 수줍은 아이다.

말할 때는 웃지도 않을 거 같은 아이가 수줍은 듯 빙그레 웃는다.

아이들은 보육교사를 따라 갔고.

원장님과 봉사활동 인원이 모여있었다. 서로가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신보라가 내게 말했다.


“얘들과 헤어지는 거 너무 아쉽죠?”

“네 아쉽네요”

“아이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솔직하게 말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일단 확실한 건 이 무리가 아이를 좋아하는 무리라는 것.

그러나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원장님께 인사드리로 왔습니다.”

“아아”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그럼 처음이시군요?”

“네 봉사활동은 처음이네요”

“해보니까 어떠세요?”


정녕. 내 입으로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할까?

꼬리를 무는 질문이 당혹스러웠다.


“아이들의 생각이 흥미롭더라구요.”

“그러셨구나”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아직 아이를 대하는 것이 어렵고.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정을 주지 않고자. 애써 외면하는 걸까?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봉사인원들은 갔고.

나도 그들처럼 자연스레 가려 했으나..

원장님이 차 한잔을 권유하셔서 따라갔다.


“오늘 보기 좋더라. 상현아”

“보기 좋았다니 다행이네요. 근데 저는 아이를 대하는 게 너무 어렵네요”


원장님에게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그래 보이더라. 호호. 그래도 보기 좋았어.”

“네. 항상 고생 많으시네요.”

“고생은 무슨. 혹시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니?”


‘...’


무슨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 잠시 생각을 했다. 그래도 입양을 권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원장님은 입양을 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기도 했고.

자발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결격사유가 없는 올바른 부모를 찾아주는 원장님이다.

그렇기에 우리 보육원은 입양이 적은 편이었다.


“샛별이가 참 바르더라고요. 어른스럽기도 하고. 수줍게 웃는거 보면 아이같기도 하고. 먼저 다가와 준거 같기도 하고. 참 생각이 깊은 아이 같아요.”

“맞아 샛별이는 생각이 깊어, 아이와 놀아주는 게 어색한 어른을 대할 줄 아는 아이야”

“네 맞는 거 같네요.”


나이와 이름을 묻는 6살.

조금 당혹스러웠다.

별 이상할 건 없는데 말이다.


“상현아.”

“네?”

“아이를 키울 생각 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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