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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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이
작품등록일 :
2022.05.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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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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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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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미뤄 왔던 약속

DUMMY

문맥상 입양 이야기인 거 같았다.

샛별이는 입양이 될 건가 보다.


“음. 샛별이가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덜 됐나 봐요.”

“허허, 언제쯤 샛별이가 마음을 열어줄지 모르겠군요.”

“혹시 눈여겨보신 다른 아이는”

“허허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천사 같죠. 하지만, 샛별이를 데려가고 싶네요.”


아저씨는 샛별이에게 꽂혀 있었다.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원장님이 입양을 보내는 거면, 어느 정도는 입증이 된 사람이 아닐까. 샛별이만 괜찮다면,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아저씨는 쇼파에 앉아 있는 나와 신보라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아이고 젊은 부부가 입양을 생각하고 있으신가 보네?”

“예? 아니예요. 부부 아닙니다.”

“아 그래요? 그럼 요즘 말로 하면 썸이라는 사이인가?”


해명이 필요해 보였다.


“아닙니다. 그저 봉사활동 와서 한번 보고 이번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그럼 이제 시작하는 단계구나? 풋풋하니 보기 좋네. 보기 좋아.”

“예?”


신보라는 그저 조용히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이 웃기긴 할 것이다.

선그라스 아저씨는 넘겨짚기 고단수였다.

그나저나 나이 32에 풋풋한 연애라니. 풋풋함도 그저 상대적인 것인가 보다.

선그라스 아저씨가 악수를 건네며 통성명을 한다.


“반갑습니다. 왕영기입니다.”

“아 저는 박상현입니다.”


왕영기.

유명인인가 싶었는데 맞다.

트로트 가수에서 연예기획사 대표까지.

그렇게 큰 기획사는 아니었다.

이름도 기억이 안 날 정도?

그래도 돈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불명예스러운 평판.

자신의 기획사 연예인과의 스캔들.

26살 연하를 만나는 사람이다.

오래전 이혼을 했으니. 서로 사랑한다면, 문제가 되겠냐 만은.

문제는 그가 했던 망언과 행실.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봅시다. 스스로 외도를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주변에 나 좋다는 여자가 천지빼까리인데 어떻게 외도를 안 합니까? 그건 본능적으로 불가능한 겁니다. 내 말이 틀렸다면 당신은 아직 그 상황이 되 보지 못 한 거야. 그게 아니면 아랫도리가 부실한가?>


자신의 외도는 떳떳하다고 밝힌 왕영기.

그저 난봉꾼이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를.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스스로 떠들고 다닌다.

전 아내의 외도가 떠오른다.

그녀라면 왕영기의 주장에 공감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다 큰 아들도 두 명이나 있을 텐데 입양을 원하고 있다.

통성명하기 전에는.

그저 넘겨짚기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였다.

후에는 색안경이 씌워졌다.

왜 원장님은 이런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려 할까.

내 눈에는 충분히 결격사유가 있어 보였다.

재력 때문일까.


“봉사활동 온 건가?”

“네 원장님께 인사도 드릴 겸 왔습니다.”

“내가 이런 말은 잘 안 하는데 혹시 내가 누군지 아는가?”

“예 잘 알죠.”

“하하 요즘 젊은이들이 나를 못 알아보는 게 서운했는데 고맙네”

“그런가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실 텐데.”


왕영기는 이어 신보라를 보며 말했다.


“참 이쁘게 생겼네, 몇 살이에요?”

“아! 저요? 27살이요.”

“아이고 아깝네. 조금만 일찍 봤으면, 원석인데 원석. 아니지. 지금도 늦지는 않았어요. 연예인 해볼 생각 없어요?”

“오 정말요?! 사실 어렸을 때 꿈이 가수였어요.”

“노래를 잘하니?”

“아니요? 그래서 꿈을 접었죠. 아하하.”

“어차피 노래는 배워서 하는 거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따로 한번 보자고. 아가씨처럼 청초한 여인은 또 처음이네?”


왕영기는 명함을 하나 건넸다.


“감사해요! 청초하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요!”


엷은 화장에 하얀 피부.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

청초한 게 맞는 거 같다.

색안경 때문인지.

고개가 삐딱하기 때문인지.

썩 유쾌한 자리는 아니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원장님이 말을 꺼냈다.


“샛별이 보고 가실 거죠?”

“그럼요. 하루라도 안 보면 어찌나 보고 싶던지.”

“샛별이도 그 마음을 알아줘야 할 텐데요?”

“하하하 딸 갖는 게 어디 쉽겠어요.”

“그럼 갈까요?”

“좋습니다. 오늘은 꼭 샛별이에게 점수를 따겠습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저 샛별이에게 점수를 못 땄으면 좋겠다.


“저 봉사활동 정기적으로 할게요.”

“오 그래?! 잘 결정했어. 앞으로 자주 보겠네?”

“네 자주 찾아뵐게요.”

“와우! 그럼 우리랑 같이 활동하는 거죠?!”

“네 그럽시다.”


신보라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단체 톡 방에 나를 초대했다.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24명. 그중 활동하는 사람은 몇 명인지 모르겠으나.

아까 밖에서 봤을 때.

전에 왔던 사람들이 있었다.

3명 정도가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일까.


“매주 나오실 거죠!?”

“네 별일 없으면?”


단톡방에 간단히 자기소개와 인사를 했다.

다들 바쁜지 옆에 있는 신보라만 인사를 받아주었다.

[신보라: 환영해요!! ㅎㅎㅎ]

바로 옆에 있는데 말이다.

신보라가 모임에 주최자였다.

때마침 아이들과 보육교사는 보육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봉사활동 온 한 남자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성기호 25살 입니다.”

“아네 잘 부탁드려요!”

“제가 편하게 형이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아 네 편하실 대로?!”

“한참 형이신데 말씀 편히 놔주세요!”

“음.”


아이들에게는 말을 놓는 편이기는 한데.

사회에서는 말을 놓는 게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사적인 모임에서는 관계에 노력은 해야겠지.


“그럴까?”

“네 형!”


방에 들어가니. 보육교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과자를 큰 접시에 옮겨 담고 있었다.

봉지 과자부터 박스 과자까지 싹 쓸어왔다.

나랑 신보라는 옆에서 과자를 까주는 걸 도와줬다.


“뭐해요?”

“어?”


샛별이가 옆으로 와서 묻는다.

뭐 하는지 눈에 보일 텐데 말이다.


“과자까지?”

“오늘 책 읽어 줄 거죠?”

“그럴게”


그 모습을 본 신보라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샛별이가 들리지 않게 작게 소근 거렸다.


“샛별이가 오빠한테 관심받고 싶나봐요.”

“오빠요?”


잘못 들었나 싶었다.

방금전 까지만 해도.

‘님’호칭을 붙이던 신보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빠라고 한다.


“저랑도 말 편히 해주세요!”

“어.. 그럴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애초에 말을 놓을 거라면 빨리 놓는 게 좋기는 하다.

샛별이는 아직도 내 옆에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왕영기가 다가왔다.


“우리 요정이 여깄었네?!”

“안녕하세요.”

“아이고 이뻐라. 뽀뽀”


샛별이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아이고 착해라. 우리 저쪽에 가서 앉아 있을까?”

“그냥 여기 있을래요.”


샛별이는 내 바지를 잡고 있었다.


“샛별아 친구들이랑 놀고 있어”

“왜요?”

“심심하지 않아?”

“책 읽어준다면서요”

“그래야지 간식 먹고 읽어줄게. 샛별이는 무슨 과자 좋아해?”

“저는 마요구미 좋아하는데”

“아 그건 안 사왔네. 다음에는 그거 많이 사와야 겠다.”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아요.”

“아 그렇니? 그럼 조금만 사와야겠네?”

“하지만 많이 사오 시면, 제가 나눠서 먹을게요”

“하하”

“하하하”


샛별이의 명랑함에 웃음이 나왔다. 왕영기는 다시 샛별이를 설득한다.


“샛별아 아저씨가 책 읽어줄게!”

“오늘은 상현이 삼촌이 읽어주기로 약속했어요.”

“허허 삼촌이 지금 바빠서 못 읽어준다는데?”

“거짓말”

“진짜야 아까 아저씨한테 얘기했어. 그치 상현씨?”


왕영기는 나에게 잉크를 날려 협조를 구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제가 그랬었나요? 샛별아 이따 삼촌이 읽어줄게”

“좋아요”

“그래 가서 친구들과 놀고 있어”

“네!”


왕영기 표정을 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그냥 꽁하니 서서 나를 보고 있다.


“저도 약속 한 게 있어서요.”

“약속 그래 중요하지. 근데 양보를 하는 게 맞지 않았나? 자네는 봉사활동이지만, 나는 입양을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왕영기의 만행을 알고 있기에 전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혹시 모르죠? 저도 봉사활동 하다 보면 입양을 생각하게 될지도요.”

“그런가? 그럼 나와 자네. 둘 중 누가 샛별이를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을까?”


의도치 않게 샛별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중요한 건 샛별이 마음이죠. 굳이 이런 걸 따질 필요가 있나요.”

“아니지. 중요한 건 현실이고. 돈이야. 마음이 중요해? 자네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거 같은데?”


준비는 다 끝나가는데 이야기는 점점 깊어진다.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옆에 신보라는 다 듣고 있을 것이다.


“돈이 많아서 부모 자격이 있다? 뭐 이런 걸 말씀 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그럼 마음이 밥 먹여 주겠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랑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샛별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나를 돈으로 찍어 누르려고 할까.


“저도 돈은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젊어서 그런지. 돈에 대한 감각이 부족해. 마음을 움직이는 게 결국 돈이야 이 사람아.”

“그만하시죠.”


서로 관점이 다른 대화.

이 부질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 정말 멀리서 왔어. 자네가 자리를 비켜 주면 좋겠는데. 내가 부탁하지.”

“싫습니다.”

“뭐 이런..”


단호하게 말했다.

양보할 생각은 없었고.

어차피 좋게 말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판단했다.

왕영기는 혼잣말 하듯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어휴 돈 백만원 쥐어 주면 바로 헤헤 거릴 놈들이 꼭 현실감각이 부족하단 말이지.”

“아니 그럼 백만원이라도 쥐어 주면서 말하시든가! 마음을 움직이는 게 돈이라는 사람이. 맨입 가지고 부탁을 하나??”


조금 큰소리가 나왔다.

보육원에 모든 시선이 왕영기를 향하고 있었다.

왕영기는 기가 찼는지.

심하게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후..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봤나. 아니 원장님? 내가 매달 이곳에 후원하고 있는 돈이 얼마인데 이런 대우 받아야 합니까?”


왕영기는 원장님께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그러나 원장님은 그 손을 뿌리쳤다.


“이거 어쩌죠. 후원은 상현이도 하고 있습니다.”

“뭐요?”

“매달 100만원 씩 후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상현이도 매달 500만원씩 후원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상현이에게 더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아니 그게 무슨”

“그런 대우를 바라시는 거라면,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허.. 참... 참나.. 뭐 500? 참나.”


그렇게 왕영기는 혼자 궁시렁 대며 나갔다.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비아냥 거림에.

상당히 화가 났지만, 그래도 내 편 들어주는 원장님 덕분에 위로가 되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지어 본다.

옆에 신보라는 잘했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리고 원장님은 나를 부른다.


“음 상현아 잠깐 볼까?”


왕영기와 큰소리가 오간 것을 해명해야 할 시간인 거 같다.


“아까 왜 그렇게 화가 난 거니?”

“저도 모르게 화가 났나 봅니다. 죄송해요. 제가 참았어야 는데.”

“잘했다. 사실 나도 그 사람에게 우리 애들 보내기가 너무 찝찝했단다.”

“잘하긴요. 죄송하죠.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따지면, 재력은 충분하고. 결격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랬군요. 후우. 괜히 제가 아이들 입양 기회를 날려버린 건 아닐까요?”

“아니다. 다행인 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라. 어차피 샛별이는 네가 입양할지도 모른다면서?”

“그게 들렸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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