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조연은 용사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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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2.12.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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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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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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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입학식

DUMMY

팔에도, 다리에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은 완전 탈력 상태.


지금 내 상태가 이러한 이유는 의외로 마법사들에게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파르르 떨리며, 희게 질려버리는 창백한 얼굴과 무기력한 탈력감을 포함하여, 계속해서 떨어지는 코피를 더 불은 경련.


이것은 전부 마나 부족 현상과 더불어 계속된 마법사용에 뇌가 과부화가 걸렸기 때문이다.


나를 아예 감추며, 이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한계치까지 계속하여 환영을 유지 했더니 이리 되었다.


참고로 마법을 한 번 짧게, 파이어볼 같은 것을 날리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한 번 팍! 하고 힘을 주는 것과.


지속적으로 계속된 힘을 주는 것.


무엇이 더 힘들겠는가?


당연히 후자 쪽을 것이고.


그로 인해 나는 마나 부족과 과부화에 걸렸다.


그리고 더군다나 나는 단순히 환영만 유지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냥 환영만 유지하였다면, 그래도 이만큼의 근육통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내 환영은 일반적인 환영이 아니다. 마나를 이용하여, 색을 입혀 환영으로 만들어버린.


진짜 무식하며, 비효율적이지만. 가장 정교하여, 알아차리기 힘든 환영을 나는 만들었고.


나는 환영을 유지하는 것을 더불어, 환영을 그냥 내 몸에다가 덮어씌워 버렸다.


이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만전의 만전을 기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일을 하였고. 그 대가가 이거다.


온몸이 쑤신다. 근육 하나하나가 비틀리며 아프다.


마법을 자신의 몸에 부여한 부작용이자 대가다.


콕콕 쑤시는 걸 넘어서 무언가 몽둥이로 몸을 후려치는 느낌.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리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내 입가에는 한줄기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안이 무심코 놓치고 가버린 기연.


그것을 먹을 생각에.


초승달 같은 미소가. 입가에 새겨진다.


책장 너머, 이안이 아예 눈빛 한 번조차 주지 않고 넘기고 간.


낡고 낡아. 닳도록 닳은 책상.


이리저리 흉지고 흉져, 못해도 수십 년은 써버린 책상 같다.


책상 위에는 유일하게, 책 한권이 꽂혀있다.


제목 없는 책.


바로 옆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만은 유일하게 조금 닳아 있었다.


나는 책에 첫 페이지를 넘겼다.


사락. 하고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꺼끌꺼끌한 종이 특유의 느낌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온다.


넘겨진 종이 너머, 새로운 페이지에 적힌 글자가, 유려한 문체로 힘 있는 필력으로 적혀져있는 문장이 첫 페이지부터 눈에 담긴다.


[언젠가 이것을 읽을 후배들을 위해.]


이것은 어느 한 위대한 마법사의 일지.


수많은 마법사들이 탐낼 만한 책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 있어 탐나는 물건은 아니다.


이 일지는 내게 있어 동전 한 닢만도 못한 가치를 지닌 책이다.


이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 별 모양의 목걸이를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일지를 전부 넘기다가, 어느 한 페이지에 멈추어 섰다.


유일하게, 책 중간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는 페이지.


나는 손을 뻗어, 무언가를 집었다.


내 손에 들리는, 책의 중간에 끼워져 있던 작은 목걸이.


반짝반짝 아름다워, 귀족 여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은 목걸이다.


목걸이의 형태는 단순하며, 복잡하다.


그냥 단순한 별 모양이지만, 목걸이 안에는 작은, 깨알 같은 글자로. 무언가가 적혀 있다.


시장에 팔면, 은화 몇 푼 못 받을 만한 목걸이.


그러나 이 목걸이의 가치는 어쩌면 아까 이안이 가지고 간 스크롤과 맞먹는다.


단 한 번.


이안의 스크롤처럼 딱 한 번뿐이지만. 그 한 번이 중요하다.


용사가 아닌 이가.


잠시나마 마를 물릴 칠 수 있는 별빛을 손에 넣어, 일순간이나마. 용사와 같아질 수 있는 목걸이.


이것은 용사 이외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천만금을 주고서라도 얻고 싶어 하고 싶을 만한 능력을 지닌, 목걸이다.


내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목걸이 이고. 이안에게 있어서는 하등 쓸모없는 물건.


철크럭. 목에 무언가 걸리는 소리와 함께. 목에 목걸이를 걸고서.


나는 이제 동굴을 빠져나간다.


이곳에서의 볼일은 이제 다 끝났다.


철퍽철퍽 거리는 공간을 후들 거리며, 지친 몸을 이끌며 빠져나가고. 금방이라도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반 쯤 정신이 흐릿하며, 반강제적으로 정신을 조금 놓았을 때.


나는 그제야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끼익. 문이 열리고. 오늘 오전에 보았던 방 안의 정경이 보인다.


아까 나가기 전에 열어두었던 창문 너머로. 어느덧 해가 지고 둥근 달이 떠오르며.


홀로 우직하게 떠올라 있는 달의 곁에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듯. 어미 오리 따라가는 아기 오리처럼. 함께 달의 곁을 지키고 있는 별들이 수놓은 하늘. 어여쁜 밤하늘이 보인다.


아름다운 정경.


현대, 지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되는 밤하늘이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아파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있음에도.


저절로 무심코 스윽. 하고 손이 밤하늘을 잡기 위해 올라간다.


하지만 그러한 손은 이내 멈춘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밤하늘을 구경하러 밖으로 뛰쳐나가.


높은 산 위에서 운치 좋게 아래와 위를 보고 싶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너무 지쳤다.


어차피 밤과 함께 찾아오는 밤하늘의 풍경은 날이 모든 빛을 감쌀 정도로 안개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이러한 밤하늘은 언제나 항상 반복되니.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자.


“하아아아아아아......”


길게 숨을 내뱉으며,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에 굳이 저항하지 않으며.


새액, 새액하며,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은 드디어 입학식이다. 늦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조금 일찍. 나의 하루가 끝났다.


* * *


쌀쌀한 공기가 주위를 맴돌고.


봄이 막 시작되는 시기 쯤이라. 겨울의 향기가 남아있으면서도.


곳곳에 피어오른 아기자기한 꽃들이. 이제는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다.


초록색이 범람한다.


활짝. 꽃봉오리를 피운 꽃들이, 이제 막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반긴다.


시끌시끌, 왁자지껄.


아카데미 앞에서, 입학에 신난 신입생들이 여기저기서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서. 강당 안으로 들어선다.


드넓은 강당.


둥근 반월의 형태를 그리며, 한 곳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편하게 만들어진 그곳은 사실 강당이라 하기에는 투기장 같은 모양새의 가까웠다.


학생들이 떠든다.


“하······ 입학이라니 믿기지 않다.”


“그러게 말이다, 네가 어떻게 입학했는지 나도 의문이다.”


“뭐?”


“네가 어떻게 입학했는지 나도 의문이라고.”


“야.”


“왜.”


“네가 나보다 입학 순위 밑이야.”


“······”


“왜, 말이 없냐?”


“······. 닥치고 가자.”


친구와 함께 입학하여, 티격태격하며. 긴장을 풀고 있는 이들과.


“올해 신입생들은 많네.”


“에이, 작년에도 이 정도는 되었을 걸?”


“그랬나?”


“그렇지. 근데 신입생이 많건 적건 사실 상관은 없지.”


“그렇긴 하지. 근데 이번 신입생들은 많다.”


“양이 많아봐야 뭐해. 쓸모가 있는 놈들이 있어야지.”


“실력있는 애들이 있으려나?”


“글쎄다.”


강당이 한눈에 보이는 데서 이제 막 갓 들어온. 병아리 같은 신입생들을 보며. 조잘조잘 떠드는 선배들을 비롯하여.


강당 안이 오로지 목소리로만 가득 채워져, 그 음성의 귀가 먹먹해지며. 속이 울렁이며 울리는 순간.


뚜벅, 뚜벅.


학생들의 목소리에 파묻혀버려버린, 규칙적인 걸음 소리가 강당 안에 낮게 파묻히며. 목소리라는 이름의 덮개에 완전히 가려버려지고 있을 때.


낮게 걷는 소리가 강당 안에 낮게 울려 퍼졌다. 검은색 교사 정복을 차려입은 중년보다는 살짝 더 나이들어 보이는 남성이 대강당 중앙에 올라섰다.


[모두 반갑습니다.]


중후한 목소리가 강당 전체에 울려 퍼지며.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어? 왔다.”


“드디어 입학식 시작인가.”


“저 사람이 분명 그 사람이었지?”


“와······ 되게 젊어 보인다.”


“에이, 젊어 보이는 것보다는, 음······. 뭐랄까 되게 노신사 같다.”


“음. 인정.”


강당 위에 올라선 남성이 말을 하니 잠깐은 정적이 찾아왔던 강당이.


하나 둘 봇물 터지듯이 다시 한 번 쏟아진다.


시끌시끌 왁자지껄을 넘어서 소음에 가까운 소리.


[학생 여러분. 저는 아일리온 아카데미의 학장 하드만 데 아프렌데르라고 합니다.]


확성 마법에 의하여. 강당 곳곳에 퍼지는 중후한 목소리.


그 낮게 깔림 음성에 의하여, 또다시 다시 한 번 짧은 정적이 찾아왔지만.


이내 다시 시끌벅적해 진다.


시끄럽다. 소란스럽다.


기대를 잔뜩 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떠들어. 오로지 소리 만으로 가득차버린 공간.


소음이 소음을 넘어서 이미 진작에 고막테러가 된지 오래지만. 고막테러를 넘어, 이제는 마치 곰만한크기의 크나큰 스피커를 바로 앞에서 틀어놓는 것과도 비슷한 소음이 날 때.


쿵ㅡ!


거대한 소리가. 여태 일어나는 모든 소음을 집어삼킨다.


[모두 정숙해주시기 바랍니다.]


순식간에 고요 해져버린 강당.


마치 여태까지 떠들던 게. 아직까지 귀가 울리는 그 소음 공세가.


거짓이라듯이 순식간에 조용해져 버린 강당.


꿀꺽. 하고 누군가가 침 삼키는 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들릴 정도로 소리가 사라진 공간 속에.


유일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 다시 인사하겠습니다.]


싱긋 웃으며.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저는 아일리온 아카데미의 학장 하드만 데 아프렌데르라고 합니다.]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


아일리온 아카데미 학장 하드만 데 아프렌데르.


그는 올해도 모여든 수많은 신입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우선.]


너무 빠르지 않게. 그리고 너무 느리지 않게. 딱 적당한 속도로.


말을 내뱉으며.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일리온 아카데미에 오기 위해서 정말로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원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아일리온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서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오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 마디 내뱉고, 한 번의 호흡.


후읍.


잠시 숨을 고른 하드만은 진중한 눈빛으로 수많은 학생들을 바라본다.


부드러운 햇살 아래엔 빛나는 청소년들의 얼굴은 활력과 기대로 상기되어 있었다.


다만 모두가 기대와 행복으로 상기되어 있지는 않았다. 강당을 둘러싼 수천 명의 학생들 중 몇몇 학생들은 한없이 어둡고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몇몇의 낮빛이 어두운 학생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한껏 꿈이 부풀려 있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보자니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맺혔다.


어린 새싹들을 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드만은 아직 미래가 창창한 인재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저는 길게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짧게 말하겠습니다.]


하드만은 안다. 입학식 때. 새로운 경험에 들떠있는 이들에게 길게 말을 하면 지루해 한다는 것을 말이다.


때문에. 매년 입학식 때마다. 하드만은 언제나 짧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많은 시간을 아일리온 아카데미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분들은 많은 벽을 마주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간다면결국 단단한 벽을 뚫고 자신이 바라던 걸 손에 넣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간단하게, 앞으로 재능이라는 한계를 마주칠 수 밖에 없고. 마법이라는 난관 앞에. 경지라는 벽에 가로막힐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의지를 불어주는 말을 하고서는.


[제가 할 말은 이게 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시길.]


정말로 짧게 말을 마친 하드만은 강당에서 내려왔다.


하드만이 강당에서 내려가자 이번에는 다른 이들이 서서히 강당 위로 올라선다.


앞으로 입학생들을 가르칠 교사들.


그들이 학생들을 복도우는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아카데미를 함께 잘 지내 보자는.


단어만 바뀌었지. 그 안에 들어있는 똑같은 진의에 연설을 들으며. 슬슬 학생들이 지쳐갈 때 쯤.


[이로써, 올해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ㅡㅡㅡㅡㅡ!!!!!


학생들의 함성과 우레 소리와 함께 입학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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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2) 22.12.12 4 0 11쪽
24 24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1) 22.12.12 3 0 12쪽
23 23화 친하게 지내라(2) 22.12.12 2 0 12쪽
22 22화 친하게 지내라(1) 22.12.12 3 0 11쪽
21 21화 제대로 되고 있다 22.12.12 5 0 12쪽
20 20화 세리나 페르난데스 22.12.12 2 0 11쪽
19 19화 어쩐 일이야? 22.12.12 3 0 12쪽
18 18화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22.12.12 4 0 11쪽
17 17화 더없이 달콤한 독 22.12.12 3 0 13쪽
16 16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22.12.12 3 0 11쪽
15 15화 원하는 것을 말해라 22.12.12 2 0 11쪽
14 14화 다음을 대비하며 22.12.12 4 0 11쪽
13 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22.12.12 4 0 11쪽
12 12화 깊은 밤 속에 야수(4) 22.12.12 5 0 12쪽
11 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22.12.12 5 0 11쪽
10 10화 깊은 밤 속에 야수(2) 22.12.12 2 0 12쪽
9 9화 깊은 밤 속에 야수(1) 22.12.12 4 0 12쪽
8 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22.12.12 2 0 11쪽
7 7화 아일리온 아카데미(2) 22.12.12 4 0 12쪽
6 6화 아일리온 아카데미(1) 22.12.12 6 0 12쪽
» 5화 입학식 22.12.12 7 0 13쪽
4 4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2) 22.12.12 4 0 12쪽
3 3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 (1) 22.12.11 12 0 12쪽
2 2화 날개를 달아라 22.12.11 11 0 13쪽
1 1화 빙의되었다 22.12.1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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