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조연은 용사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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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2.12.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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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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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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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친하게 지내라(2)

DUMMY

* * *


“이것으로 오늘 마법의 기초학 강의를 끝내겠습니다.”


오늘 강의가 끝났다.


다음 강의는 없다.


시간이 빈다.


“나는 이만 다음 강의 들으러 가볼게. 이따 점심시간에 보자.”


“그래, 이따가 보자.”


세리나와 헤어지고, 나는 평소처럼 도서관이나 학사 내 풍경 구경이 아닌, 훈련실로 향하였다.


편지를 보낸 것으로 시작을 하였으니.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걸음을 떼었으니.


이제는 내딛을 차례다.


* * *


의외라면 의외겠지만.


하닐르는 은근히 강하다.


그리고 하네프 또한 강하다.


하닐르가 검을 휘두른다.


하네프가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선다.


쉬익 하고 허공을 가른 검.


몸을 비틀어, 휘둘렀기에 잠시 무너진 자세에서. 잠깐의 빈틈이 생긴다.


하네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든다.


쿠웅!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하닐르가 있던 장소에 도끼가 내려 찍힌다.


하닐르는 다행히도 뒤로 피했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있던 곳에 거대한 도끼 자국이 남는다.


‘무식한 곰탱이 새끼.’


어마어마한 힘이다.


자칫 잘못 스치기만 하여도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괴력.


하닐르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검과 도끼가 허공에서 몇 합이나 부딪힌다.


까가가가강!


검과 도끼가 서로가 위를 차지하여, 내려찍기 위해 무기를 위로 들어올린다.


하늘 위로 검과 도끼가 떠오른다.


누가 우위를 차지할지 알 수 없다.


부웅!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검이 바닥으로 박힌다.


힘싸움의 승자는 하네프였다.


손에서 검을 놓았다.


검을 놓고,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네프의 배를 걷어찼다.


하네프와 하닐르가 붕 떨어진다.


검을 놓는 하닐르의 판단은 옳았다.


만약 계속해서 검을 쥐고 있었더라면 하닐르의 손목은 최소한 삐거나 부러졌을 것이다.


하닐르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하네프가 도끼를 하닐르에게 겨누며 말한다.


“검을 들어라. 전사는 무기를 지니지 않은 자를 상대하지 않는다.”


하네프의 말.


그 말은 하닐르에게 조롱처럼 들렸다.


“건방진!”


검을 쥔다.


하닐르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하네프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하지만 분노가 그의 눈을 잠시 멀게 한다.


하닐르가 달린다.


달리고 달린다.


타다다닥.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하닐르가 달리는 속도 그대로 검을 휘두른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검로. 하네프는 차분하게 하닐르의 검로에 간섭한다.


도끼가 밑으로 내려찍는 검로에 종착지를 바꾼다.


직선으로 가던 검이, 중간에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파앙!


검이 하네프를 스치지도 못하고 지나간다.


하네프가 빙글 돈다.


주먹을 쥔다.


두터운 손가락이 둥글게 말려, 거대한 주먹을 만든다.


하네프가 왼발에 힘을 주고, 어깨를 뒤로 당긴 뒤.


허리를 비틀고, 그대로 주먹을 내지른다.


퍼엉! 북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간이 인간을 때렸을 때의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마치, 풍선 혹은 북을 치는 듯한 소리.


하닐르가 저 멀리 뒤까지 날아간다.


관중들이 환호한다.


“우와아아아아아!!!!”


“이야, 저놈 괴물인데?”


“뭐하는 거냐, 하닐르! 어서 일어나서 싸워라!”


“신입생에게 지다니 쪽팔리지도 않냐!”


“하네프! 하네프! 하네프!”

벽에 처박혀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하닐르.


교수님은 아직 대련에 종류를 선언하지 않았다.


하닐르는 아직 기절하거나, 전투 불능에 빠지지 않았다.


“커헉!”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순간 멎었던 숨통이 다시 트인다.


“하아, 하아, 하아......”


대련은 항상 극한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피하고. 본능적으로 공격할 곳을 찾아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에 집중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닐르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아직은 더 싸울 수 있다.


교수님 또한 하닐르가 리타이어 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하더라도, 하닐르는 강하고, 나름 재능 있다.


그가 아무리 양아치라고 하더라도 그의 무력은 어디가지 않는다.


놀랍다면 놀라운 사실이지만. 2학년 중에서 하닐르의 전투 성적은 중상위권이다.


아일리온 아카데미에서 중상위권의 성적이라면 웬만한 준기사급의 실력이다.


즉 하닐르는 전혀 약하지 않다.


단지 하네프가 하닐르보다 더 강할 뿐이다.


하닐르가 다시 달려든다.


하네프는 제자리에 서서 가만히 하네프를 기다렸다.


가만히 고고히 제자리에 선 채.


적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하네프를 향해, 하닐르가 검을 휘두른다.


카앙ㅡ!


하닐르가 전력으로 휘두른 검은 이번에도 하네르의 도끼에게 막혔다.


힘의 반작용으로 뛰어오른 하닐르의 몸이 잠시 위로 붕 뜨다가, 살짝 뒤로 밀려난다.


그러나 하네프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뒤로 밀린 하닐르와 전혀 밀리지 않은 하네프.


그 점이 둘의 무력 차이를 알려준다.


하닐르의 몸이 빙글 회전한다.


뒤로 밀린 몸의 균형을 잡기보다는 공격을 우선시 한다.


반 바퀴 회전하는 몸.


검을 쥔 손에 힘을 더욱 꾹 쥐고.


그대로 내리꽂는다.


하네프가 부웅ㅡ. 도끼를 휘두른다.


내리꽂히는 검을 직통으로 때린 도끼.


대결을 지켜보던 이들은 숨을 죽였다.


도끼가 검을 직통으로 때리고, 검이 박살난다.


퍼어어엉!!!!!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검의 파편들이 흩날린다.


아름답게 비산하는 파편들.


그것들은 마치 이 대련의 끝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 하닐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검이 부서졌다. 하나뿐인 무기가 부서졌지만 상관없다.


하닐르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이것까지 쓰게 될 줄이야.


아니 그도 사실 알고 있었다.


하네프가 그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때문에 그리 쪽을 당할 때 감히 덤비려 하지 못했고, 지금도 정정당당해야 하는 대련에서 익명의 누군가가 준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이겠지.


이것은 상당히 쪽팔리는 일이다. 아니 쪽팔리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만약 지금 그의 상황을 누군가가 안다면 적어도 두고두고 그에게 따라다닐 오명을 쓸 만한 일이다.


하지만 누가 감히 알겠는가? 아니 애초에 대련에서 이 행위는 허락되어 있다.


대련은 실전과 같다고 하였다.


누가 감히 실전에서 남에게 받은 마법진을 사용했다고 1초 1초가 목숨을 가르는 곳에서 나무라겠는가?


애초에 운 또한 능력이라 한다면, 이런 마법진을 누군가에게 받은 그도 운이 좋은 것이다.


하닐르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품속에서 마법진을 하나 꺼냈다.


하네프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공중에서 점차 떨어지며, 지근거리에 있는 하닐르.


도끼를 있는 힘껏 휘두르느라 잠시 자세가 무너진 하네프는 하닐르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하닐르는 도끼를 휘두르느라. 텅 비어 버린 하네프의 속으로 파고들며 씨익 웃었다.


하닐르는 마법진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 행위의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편지지의 적혀 있던 마법진의 내용대로라면, 그리고 자신이 직접 확인한 대로라면. 지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이 마법진은 중력 조작의 마법이 담겨있었다.


하닐르의 눈앞에 마법진이 발동되자마자 갑자기 짓눌러오는 강력한 중력에, 무릎 꿇는 하네프가 비춰진다.


자신의 발 앞에 지상과 착 달라붙은 채 옴짝달싹도 못하는 하네프가 그려진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망상이다.


하닐르의 상상은, 하닐르의 망상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발동되는 마법진.


여러 복잡한 선이 그어진 마법진에는 중력 마법 대신 폭발 마법이 발동된다.


붉은 색이 점열하며.


한발짝 늦게 소리가 울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ㅡㅡㅡㅡㅡ!


훈련실의 유리창이 다 깨져나가고, 관중석에서 얌전히 대련을 보고만 있던 학생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기 전에, 재빠르게 교수님이 움직인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


“......!!!!”


비명을 지르는 학생들.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지만 다행이도, 관중석에 있던 학생들은 교수님이 펼친 방어막에 의해 아무대도 다치지 않았다.


그리고 폭발마법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맞았던 하닐르와 하네프 둘 또한 다행이도 무사하다.


하닐르는 마법진이 발동되는 순간 마법진에서 발생한 또 다른 마법에 의해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고.


하네프는 언제 온 것인지 모를 이안이 그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간 속.


하네프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의 이름을 불렀다.


“이안?”


“괜찮냐?”


“너가 왜 여기......?”


하네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하네프를 폭발 속에서 구한 이안은 하네프 대신 폭발에 살짝 휩쓸려 그 충격으로 쓰러졌다.


* * *


훈련실은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들어설 수 있다.


대련을 구경하는 것 또한 언제나 가능하다.


때문에 나는 아무런 제제도 없이 훈련실에 들어섰다.


훈련실 안으로 들어서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대련을 지켜보는 수많은 학생들이 보인다.


나는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 한 사람을 찾았다.


이안. 소설 속 주인공.


나는 그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로써 이안을 마주하는 것은 두 번째다.


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닐르와 하네프의 싸움에 집중해, 이안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하닐르가 검을 휘두르고, 하네프가 도끼를 휘두른다.


실력차가 명확하게 나는 대결.


대련은 점차 그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네프가 그 거대한 도끼를 있는 힘껏 휘두른다.


마치 유리가 바닥에 떨어져 깨져나가는 것처럼 하닐르의 검이 깨지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하닐르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나는 눈을 빛냈다.


지금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안에게 속삭인다. ‘위험하다고, 얼른 앞으로 뛰쳐나가서 하네프를 구하라고. 안 그러면 하네프가 중상을 입을지도 모른다고.’ 결코 닿을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전한다.


그리고 이안이 마치 내 속마음을 엿듣기라도 한 듯. 곧바로 자연스레 앞으로 뛰쳐나간다.


마나가 이안을 감싼다.


신체강화 마법.


이안은 자연스레 그것을 구사한다.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다.


뇌가 뭐라 판단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나는 뭐라 할 틈도 없이 신체강화 마법을 펼치며, 앞으로 달려나간 이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재능이 확실하게 개화됐네.’


지금의 이안은 약하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안의 아카데미 입학 순위는 간신히 턱걸이였다.


애초에 소설 제목 자체가 ‘아카데미에 빙의로 천재가 되었다’다.


그래 빙의로 ‘천재’가 되었다.


이 말은 반대로 해석하자면 빙의 전에는 애당초 재능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물론 곧 있으면 아니 지금도 계속해서 그 재능이라는 날개를 이제는 활짝 피어 괴물처럼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안은 교수와 같은 급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교수보다 더 빠른 반사 신경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명백히 천재의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내 눈에 어느덧 하네프에게 거의 다가선 이안의 모습이 비친다.


과연 주인공답다고 해야 할지.


이안은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아주, 매우 뛰어나다.


지금도 그렇다.


남들은 지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건만.


이안은 움직인다.


물론 아무리 신체강화 마법을 걸었다고 할지라도 약간은 폭발의 휩쓸리겠지만, 뭐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내 예상대로.


이안은 폭발 속에서 하네프를 구했고.


하네프 대신 폭발에 휩쓸려 쓰러졌다.


“이안! 이안!”


황급하게 이안의 이름을 외치는 하네프가 보인다.


당황했겠지. 하지만 괜찮다.


이안은 그닥 크게 다치지 않았다. 애초에 폭발의 위력을 내가 줄여 놨으니.


직통으로 맞았어도 한 두 달만 요양을 취하면 될 정도로 약한 폭발마법이다.


지금 이안이 쓰러진 이유는 그냥 이안이 허약해서다.


쓰러진 이안을 챙기는 하네프를 보며, 나는 웃었다.


이안은 오늘 하네프의 목숨을 구했다.


이로써 둘의 우정은 돈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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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2) 22.12.12 4 0 11쪽
24 24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1) 22.12.12 3 0 12쪽
» 23화 친하게 지내라(2) 22.12.12 3 0 12쪽
22 22화 친하게 지내라(1) 22.12.12 3 0 11쪽
21 21화 제대로 되고 있다 22.12.12 6 0 12쪽
20 20화 세리나 페르난데스 22.12.12 3 0 11쪽
19 19화 어쩐 일이야? 22.12.12 3 0 12쪽
18 18화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22.12.12 4 0 11쪽
17 17화 더없이 달콤한 독 22.12.12 3 0 13쪽
16 16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22.12.12 3 0 11쪽
15 15화 원하는 것을 말해라 22.12.12 2 0 11쪽
14 14화 다음을 대비하며 22.12.12 4 0 11쪽
13 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22.12.12 4 0 11쪽
12 12화 깊은 밤 속에 야수(4) 22.12.12 5 0 12쪽
11 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22.12.12 5 0 11쪽
10 10화 깊은 밤 속에 야수(2) 22.12.12 2 0 12쪽
9 9화 깊은 밤 속에 야수(1) 22.12.12 4 0 12쪽
8 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22.12.12 3 0 11쪽
7 7화 아일리온 아카데미(2) 22.12.12 5 0 12쪽
6 6화 아일리온 아카데미(1) 22.12.12 6 0 12쪽
5 5화 입학식 22.12.12 7 0 13쪽
4 4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2) 22.12.12 4 0 12쪽
3 3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 (1) 22.12.11 12 0 12쪽
2 2화 날개를 달아라 22.12.11 11 0 13쪽
1 1화 빙의되었다 22.12.1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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