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조연은 용사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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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2.12.11 16:53
최근연재일 :
2022.1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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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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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DUMMY

점심시간이라 수많은 학생들이 아카데미를 나오니. 금방 길거리가 와글와글 복잡해지며,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와...... 사람 진짜 많다.”


“그러게.”


사람이 많다. 정말 많다.


아일리온 아카데미 점심시간에는 총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사제 식당에서 돈을 주고 사먹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그냥 아카데미 자체 식당. 즉 구내식당에서 사먹는 것이다.


나는 세리나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 거야?”


어디서 먹든 내게는 상관없다. 그냥 배부르게 먹기만 하면 된다.


때문에 나는 세리나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음......”


세리나의 눈동자가 학생들에게 향한다.


주로 두 갈래로 나뉘어져 점심을 먹기 위해 가고 있는 학생들.


그들을 잠시 보고, 고민하던 세리나는 이내 결정한 듯 당차게 말했다.


“아카데미 음식 먹을래?”


가격적인 측면에서 아카데미 음식이 유리하고 또한 아카데미 음식에 흥미가 있으니 한 번 먹어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세리나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나야 뭐 상관없어.”


뭐든 더 싸고 양 많고 맛만 좀 있으면 된다.


나는 세리나와 함께. 아카데미 급식실로 향했다.


* * *


“야. 오늘 메뉴 뭐야?”


“몰라.”


“뭐가 젤 맛있냐?”


“아카데미 급식 맛있다고 선배들이 말했잖아. 다 맛있겠지.”


“와...... 음식 진짜 많다.”


“저쪽은 뷔폐 형식이니깐 돈 더 내야해.”


“얼마나?”


“한 두 배 정도 더 내야 한다고 들었음.”


“비싸네......”


“그래, 그러니깐 너도 여기서 시켜먹어.”


점심시간이라 아카데미에서 먹는 점심이기에 지극히도 당연하게, 오늘자 급식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이들과.


“야. 이번 신입생들 어떻게 보이냐?”


“다 비리비리해 보이던데?”


“뭐래. 신입생들이 너보다 더 강해보이는 데.”


“네가 나보다 약한 건 잊었냐?”


“뭐?”


“전에 나하고 모의전 5번 했는데 네가 다 졌잖아. 심지어 그 후에 네가 꼭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아등바등 발악하며 나한테 10번 정도 더 덤볐었는데 기억 안 나냐?”


“......”


“분명 날 텐데?”


“......”


“뭐, 기억 안 나도 상관없어. 어차피 기록으로 남아있으니깐 말이야.”


“......나쁜 놈.”


“시작은 네가 먼저였어.”


낄낄낄. 웃으며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는 이를 비롯해.


“야, 너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왜, 최근에 돌아다니는 소문 있잖아.”


“소문, 뭐.”


“늑대인간.”


“아~, 들었어.”


최근 시사를 잡담하는 이들이 와글와글 모여서, 만들어내는 불혀화음들이 울리고 울려. 구석진 곳곳에 다 퍼져나가 듣지 못하는 이가 없게 만든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곳.


그런 곳에 나는 발을 들이밀었다.


“와...... 여기가 밥 먹는 곳이구나.”


세리나와 함께 말이다.


“고급지네.”


“그러게 말이야.”


아카데미 내 식당은 깔끔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개방감을 주는 인테리어다.


하얀색은 음식물이나 기름기가 튀어 더럽혀지기 쉬움에도. 대부분의 벽지들이 새하얗고.


학생들이 밖에서 흙 묻힌 발들을 그냥 안으로 들여보내기만 해도 곧바로 더럽혀질 흰색들이 더럽혀지지 않고 대리석을 깔았는지 오히려 반짝반짝하게 광택을 내며. 식당과 어우러지는.


말끔해 보이는 광경은 식당이 있는 공간 자체가 고급지어 보이면서 세련되어 보이게끔 만든다.


아카데미 식당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무제한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일반 식당처럼 정해진 수량의 음식을 들고 가는 것이다.


참고로 뷔페 쪽이 두 배에서 세 배정도 더 비싸다.


그리고 어차피 많이 먹어봐야 거기서 거긴데 굳이 뷔페 쪽으로 갈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은 나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니깐 점심을 함께 먹을 세리나를 쳐다보자.


내 눈빛을 받은 의미를 짐작한 세리나가 손가락을 들어올려,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뷔페 쪽이 아닌 학생들이 주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곳. 세리나는 그쪽을 가리켰고. 나와 세리나는 함께 줄을 섰다.


슬쩍 맨 앞줄을 바라보니, 아직 우리차례가 되기까지는 한참 남았다.


지루한 기다림이 될 거 같다.


멍하니 앞을 보며.


무념무상으로 시간이 빠르게 할 마법. 일명 멍 때리기를 하려고 할 때. 뒤에서 세리나가 나를 불렀다.


“아, 카디안.”


“응? 왜?”


“그러고 보니 너 그거 알아?”


“뭐를?”


그거라...... 뭐가 그건데?


“그거 있잖아.”


“그거가 뭔데?”


“그거......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머리를 쥐여 짜내며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세리나.


뭘까? 분명 나한테 무언가 궁금해 하는 것 같은 데. 그거라니.


뜬금없이 그거라니. 그게 대체 뭔데?


나는 재촉하지 않고, 차분히 세리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괜히 닦달 하면 떠올리던 것도 까먹게 된다.


나는 한참을 끙끙. 거리며 머리를 싸매는 세리나를 내버려 두었고.


이내 줄이 절반을 넘어서 나와 세리나의 앞에 4분의 1 정도의 인원이 남았을 때.


그제서야 세리나가 확! 하고 떠올랐다는 듯이. 거의 외치듯이 말하였다.


“저기 아카데미 산 너머에 어떤 유명한 마법사가 남긴 일지 있다는 거.”


세리나의 말. 곧바로 짐작이 가는 게 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알아.”


알지. 당연히 안다.


내가 가서 기연을 다 먹어버렸기에. 당연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근데...... 소문이라......


나는 이 소문을 냈을 이안을 떠올렸다.


위대한 마법사의 일지니깐 연구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여 다른 마법사 협회의 건네는 주고 싶지만 괜히 오지랖 부렸다가는 괜한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차라리 소문을 내어 마법사 협회의 마법사가 알아서 찾아갈 수 있도록, 소문을 낸 멍청한 놈.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고마운 놈이다.


저 헛짓거리 덕분에 원래라면 다른 마법사가 얻었을 이 목걸이를 내가 얻을 수 있었으니깐.


가슴팍까지 내려와 있는 별 모양의 목걸이가 빛을 받아 살짝 은은하게 빛났다.


멍청한 짓이지만, 내게 있어서는 고마운 짓이다.


그러니 고맙다. 이안.


짧게 이안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나는 세리나를 바라봤다.


갑자스레 의문이 든다.


분명 그 소문이 돈 것은 이안이 기연을 먹고 난 이후.


즉 아카데미 입학식 하루 전.


이 소문이 돈지 이틀 밖에 안 되었다는 의미인데, 이걸 알고 있다니.


얘는 대체 뭐하는 얘일까?


내가 묘한 눈빛으로 세리나를 보고 있자니, 세리나가 입을 멈추지 않고 놀린다.


“그 유명한 마법사가 예전에 대현자라고 불릴 정도의 사람이었다는 데 진실일까?”


“글쎄?”


“왜, 있잖아.”


“뭐가?”


“그..... 그 뭐지...... 기연 얻고 뭐시기 하는 이야기.”


“기연 얻고 강해지는 이야기?”


“어어, 그거.”


“그게 왜?”


“왜냐니. 이야기 속에서 기연을 어디서 얻어?”


“음..... 동굴이나 산속 깊은 곳에서 얻지.”


“그렇지? 그리고 지금 소문이 난 곳은 어디?”


“깊은 산속?”


“그렇지! 그거야!”


정답이라는 듯이, 확. 화고 두 눈을 빛내며. 나한테 열렬하게 자신에 의견을 말하는 세리나.


나는 그런 그녀에 분위기에 말려들어, 설렁설렁 허탈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얼른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깊은 산 속에 있는 기연! 이거 진짜 있을 거 같지 않아? 왜 다른 이야기에서 전승으로 이렇게 많이 내려오는 거면. 진짜 있을 만 하잖아.”


“그래...... 그렇구나.”


그 기연 내가 먹었어. 그러니깐 포기해. 라는 말이 굴뚝같이 올라온다.


사실 세리나의 이야기 중 틀린 점은 별로 없다.


진짜 거의 다 맞다.


흔히 소설 속에서 클리셰라 불리우 듯. 항상 비슷하게 전개되는 기연을 얻는 이야기.


그게 전부 세리나의 입에서 나왔다가 내 귓속으로 들어갔다.


다 맞는 말이다. 진짜로.


세리나의 말처럼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동굴 안에. 기연이 있다.


위대한 마법사였던 이가 남긴 기연이.


하지만 그거 이미 다 먹어버리고 이제는 그냥 허물만 남아버렸으니, 소문을 믿는 누군가가 가봤자 얻을 건 없다.


아니 애초에 찾을 수는 있으려나?


기연답게 복잡한 곳에 있어서 찾을 수 있을 랑 모르겠네.


“다음 학생!”


그렇게 내가 세리나의 분위기의 완전히 말려들어 기가 빨리고 있을 때.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음식은 대충 아무거나 싸고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고르고. 세리나까지 선택을 완료하자.


나는 재빨리 자리를 선점했다.


둘이 앉기 충분한 크기의 식탁에 두 개의 의자. 거기다가 햇빛도 들어오는 목 좋은 자리다.


자리에 앉은 지 몇 분 되지 않아서, 음식이 나온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음식. 솔솔 불어오는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의 침이 절로 고인다.


“맛있겠다.”


“그래 보이네.”


맛있어 보인다.


콕. 하고 나는 음식을 집었다.


부드럽게 고기를 파고들어간 포크를 들어 올리자,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손에 들린다.


우물, 우물, 우물, 우물. 고기를 한입에 넣고 씹자. 고기가 곧바로 입안에서 나뉜다.


오랜 시간 푹 삶은 것인지. 전혀 질기지 않는다. 그리고 살짝 달달하며, 쓸쓸한 알 수 없는 양념이 계속하여,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고기 바로 옆에 있는 식초 절인 샐러드가 고기가 너무 물리지 않도록 해준다.


음...... 맛있다.


진짜 맛있네.


분명 맛있는데...... 손이 다시 고기로 향하지는 않는다.


고기가 물린 게 아니다. 배가 부른 것은 더더욱 아니고.


고개를 숙여, 음식이 담긴 그릇을 응시한다.


내가 모르는 형태의 음식.


그것을 인지하자. 뭐랄까. 때와는 맞지 않는 다고 생각하지만, 이리 모르는 음식을 먹고 있으니. 새삼스레 내가 책 속에 빙의된 게 또다시 실감난다.


하지만 상념도 잠시.


이내 나는 다시 음식을 먹었다.


의외로 밥 먹을 때의 세리나는 조용하다.


보통 수다쟁이들은 점심시간 밥 먹는 도중에 대화를 가장 많이 할 텐데 말이지.


그리 생각하며, 세리나를 잠시 쳐다보니, 살짝 이상한 것이 보인다.


“안 먹어?”


세리나는 여태 음식의 손 한번 대지 않았다.


그의 이상함을 느끼고 물었지만, 더더욱 이상하게 세리나가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세리나는 어디 한 곳을 쳐다본다.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다.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세리나가 쳐다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리나가 보고 있는 곳. 거기에는 일말의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이.


세리나와 비슷한 외향이지만, 세리나보다 1~2살 더 많아 보이는 학생이 한 명 있다.


입고 있는 교복을 보니, 한 학년 선배다.


세리나와 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세리나와 똑같이 물결치는 바도 와도 비슷해 보이는 머리카락을 지닌 학생이 세리나와 나를 향해 다가온다.


세리나의 언니일까? 싶을 정도로 닮은 외모를 지닌 선배.


성큼, 성큼. 그 걸음에 망설임은 없었고.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누군지 모를 선배는.


나를 한 번 흩어보고서는, 세리나에게 뭐라 속삭이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 속삭임을 들었다.


한심하다라는 그 속삭임을.


세리나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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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1) 22.12.12 3 0 12쪽
23 23화 친하게 지내라(2) 22.12.12 2 0 12쪽
22 22화 친하게 지내라(1) 22.12.12 3 0 11쪽
21 21화 제대로 되고 있다 22.12.12 6 0 12쪽
20 20화 세리나 페르난데스 22.12.12 2 0 11쪽
19 19화 어쩐 일이야? 22.12.12 3 0 12쪽
18 18화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22.12.12 4 0 11쪽
17 17화 더없이 달콤한 독 22.12.12 3 0 13쪽
16 16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22.12.12 3 0 11쪽
15 15화 원하는 것을 말해라 22.12.12 2 0 11쪽
14 14화 다음을 대비하며 22.12.12 4 0 11쪽
13 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22.12.12 4 0 11쪽
12 12화 깊은 밤 속에 야수(4) 22.12.12 5 0 12쪽
11 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22.12.12 5 0 11쪽
10 10화 깊은 밤 속에 야수(2) 22.12.12 2 0 12쪽
9 9화 깊은 밤 속에 야수(1) 22.12.12 4 0 12쪽
» 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22.12.12 3 0 11쪽
7 7화 아일리온 아카데미(2) 22.12.12 4 0 12쪽
6 6화 아일리온 아카데미(1) 22.12.12 6 0 12쪽
5 5화 입학식 22.12.12 7 0 13쪽
4 4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2) 22.12.12 4 0 12쪽
3 3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 (1) 22.12.11 12 0 12쪽
2 2화 날개를 달아라 22.12.11 11 0 13쪽
1 1화 빙의되었다 22.12.1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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