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조연은 용사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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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2.12.11 16:53
최근연재일 :
2022.1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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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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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어쩐 일이야?

DUMMY

붉은 두 눈동자가, 나를 비춘다.


늑대인간은 더 이상 울음소리를 내뱉지 않는다.


나는 늑대인간을 향해, 웃었다.


“인사도 안 받아주는 거야? 너무하네.”


늑대인간은 나를 경계한다.


“우리 세 달간은 매일 봐야 하는 사인데...... 인사라도 받아주지 그래?”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고.


품속에서 마법진을 꺼낸다.


늑대인간이 경계한다.


어제, 늑대인간은 마법진을 겪어 보았다.


늑대인간에게 나는 다가서고.


늑대인간은 피할 곳이 없자, 앞으로 나선다.


“오늘 밤도 길 것 같네, 안 그래?”


나는 미소 지었고.


수많은 마법진이 사용되며.


늑대인간이 달려들고.


앞으로 석 달간은 이어질 싸움이 시작되었다.


고요하고도, 조용해야만 하는.


밤의 장막이 가려주는 싸움이......


* * *


새벽이 끝나간다.


아침이 찾아온다.


여명이 떠오르고.


붉은 하늘이 몰려온다.


끼익!


문을 열고 나가니, 아직은 쌀쌀한 새벽 공기가 나를 반긴다.


“결국 오늘도 한숨도 못 잤네......”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 * *


“흐아아아암.”


아침 시간. 늘어져라 하품을 쏟아낸다.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더니, 아니 어제를 비롯하여 요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더니, 자꾸만 눈이 감긴다.


내가 꾸벅꾸벅 졸고 있자, 세리나가 인상을 찌푸린다.


“카디안, 잠 제대로 자고 있는 거야?”


벌써 아카다미에 다닌 지 한 달이나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 도서관에서 거의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2달 뒤 시험 미리 준비하느라 밤새 공부하는 거 아니지?”


앞으로 두 달만 더 지나면, 첫 번째 아카데미 정기 시험이 찾아올 차례다.


나는 세리나의 말을 무시하며, 연신 하품을 내뱉었고.


그런 나를 향해, 세리나가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붙이지만.


곧이어, 강의가 곧바로 시작되었다.


“자자, 모두 다들 조용! 강의 시작합니다.”


지루하고도, 긴 강의가 시작되고.


졸리고 뻐근한 눈이 자꾸만 감기는 것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새 강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와 있었다.


“하아암~.”


멈추지 않고 나오는 하품.


오늘 이게 몇 번째 하품인지 모르겠다. 뇌가 자꾸만 공기를 공급해달라고 한다.


오늘은 2시간 정도 쪽잠을 자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욱 피곤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감으면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잠을 자버릴 것만 같다.


“아직도 피곤해?”


이제는 거의 세리나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세리나가 내게 커피캔을 건네줬다.


“아, 고마워. 어제 잠을 자긴 했는데, 쪽잠을 자버려서 졸리네.”


나는 대충 대답하며, 거피를 원샷으로 마셨다.


“읍!”


쓰다. 잠이 확 깨는 맛이다.


갑자기 들어온 쓴 맛에 자칫하면 입에 머금은 커피를 뿜어내는 추태를 부릴 뻔했다.


마치 레몬을 100개 정도 압축해서 만든 즙으로 커피를 타, 커피 향만을 입힌 맛이다.


뒤에서 세리나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하하! 어대 잠 좀 깼어?”


“...아주 잠이 확 달아나네.”


정확히는 잠이 달아나다 못해, 아주 지구 뚫고 태양계 뚫고 우주 뚫고 안드로메다 행성까지 간 느낌이다.


“아하하하하.”


내 비유를 들은 세리나가 숨을 헐떡이며 웃는다.


“아, 배 아파.”


배를 잡고, 대폭소를 터트리는 세리나. 나는 그런 그녀를 떨떠름하게 쳐다보았다.


“재밌어?”


“응, 엄청.”


세리나가 겨우 웃음을 멈춘다.


“평소에는 뭐가 있든지 간에 나랑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항상 무표정인데,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잖아.”


정색하는 표정. 딱 보아도 평소 내 표정이 저렇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재밌으면 됐지 뭐.”


“또또, 그런다.”


“뭐가?”


“뭔 일이 있어도 너는 ‘아, 그런갑다.’ 하고 그냥 넘어가잖아.”


“그래서?”


나는 의아했다. 세리나는 내게 계속 설명하지만, 그 말은 내게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어차피 지나간일. 이미 당한 일.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내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 해주니, 세리나가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카디안 너는 진짜 특이해.”


“뭐가?”


“생각 방식 자체가 말이야.”


“그래서 뭐가?”


“음...... 이거를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세리나를 냅두고, 나는 먼저 점심을 받았다.


나를 뒤쫓아 오던 세리나가, 확! 손가락을 튕긴다.


“아! 그래 마치 자기 자신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만 같아.”


“그래?”


“어. 꼭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타인을 바라보고만 있는 느낌이야.”


“알았어.”


나는 세리나의 말을 대강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세리나가 뭐라 중얼거린다.


“...닮았네......”


누군가랑 내가 보면 볼수록 닮았다고. 세리나의 눈빛에서 추억이 묻어나온다.


오늘따라 얘가 왜 이럴까? 싶다. 마치 억지로 더 밝아보이게 하는 티가 난다.


뭔가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싶지만, 나는 금방 신경을 꺼버렸다.


세리나가 뭐라 뭐라 하든지 간에, 나랑은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오늘은 한 달의 마지막 날.


오늘 하루도 나는 일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도 쉬지 못할 것을 직감하며, 나는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 * *


늦은 오후, 아카데미가 끝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방 안을 보자, 수북이도 쌓여있는 이미 사용한 마법진들과 무언가를 적은 종이들이 보인다.


나는 그것들을 어디, 한 구석에 대충 치워둔 채.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다.


중요한 날이라는 듯, 동그라미를 쳐 놓은 날.


한 달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나는 가볼 곳이 있다.


오늘 나는.


훗날 용사의 동료가 될, 마법사를 만나야 한다.


아니 정확히는 굳이 만날 필요는 없다. 그저 얼굴만 알고 있으면 된다.


앞으로 2달 뒤.


아카데미에는 큰 사건이 하나 터진다.


카디안과 연관되어 있는 아주 커다란 사건.


그 사건을 대비하기 위해서, 나는 마법사를 만나야만 한다.


이안과 같이, 일러스트는 보았지만. 실제와 그림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으니깐 말이다.


2달 뒤 벌어질 사건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는 밖으로 나섰다.


* * *


제국 굴지의 마법 명가의 일원.


세리나 페르난데스.


그녀의 재능은 결코 어디에서도 전혀 꿇리지 않는다.


수많은 날고기는 천재들이 입학하는 아카데미인, 아일리온 아카데미에. 세리나는 최상위권은 아니어도, 상위권의 성적으로 입학하였고.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골머리를 싸매며,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여태 들어온 강의들을 전부 학습하여, 이해하고, 응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재능은 분명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다.


세리나의 나잇대에, 그만한 재능을 지닌 이를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리나가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페르난데스 가문의 기준에서는 그 평가가 갈리는 법이다.


세리나는 다른 페르난데스 가의 사람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녀가 지닌 재능은 일반적인 아카데미 학생보다야, 뛰어난 재능이지만.


페르난데스 가의 가문 내부에서의 기준으로 치자면.


그녀의 재능은 간신히 합격점을 줄랑말랑한 수준이었다.


“실망이구나.”


툭 하고 내뱉어지는 한마디가.


세리나의 숨통을 조인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 한 달이다.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지.”


나근나근, 무언가를 질책하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런데 그 시간동안 고작해야 이룬 것이 이것들 밖에 없느냐?”


그 목소리는 천천히, 세리나의 목을 조여 온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룬 성과가 고작해야 이것들 밖에 없다면, 내가 너를 지원해줘야 할 이유를 모르겠구나.”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세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목소리의 주인의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깨달은 것은, 저 목소리를 그저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 불편한 상황은 빨리 끝난 다는 것이다.


“아일리온 아카데미에 그리 가고 싶어 하기에 보내줬더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목소리의 주인.


그 시선은 무심하며, 차갑다.


“갔으면 적어도 수석은 이루어야지, 성적이 고작 차석이라니.”


아일리온 아카데미에 차석은 결코 무시 받을 만한 위치가 아니다. 검증된 천재들 중에서, 가장 우뚝 높이 솟아 오른 천재 중 한 명이라는 소리니깐.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차석을 고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니, 그래 그거라도 해야겠지. 그래야 네 가치가 아주 조금이라도 증명되는 거니깐.”


목소리가 사근사근, 세리나의 정신을 갊아 먹는다.


목소리의 주인이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말한다.


“쯧, 다른 귀족 가문의 아이와 선을 보고 정략혼을 기껏 주선해줬건만 공부한다는 핑계로 회피하더니, 얻어낸 결과가 고작해야 이거라니.”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비웃음이 들린다.


“아무리 혈족이라고 해도, 빈민가에서 주워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세리나의 고개가 더욱 숙여진다.


눈이 땅과 맞닿고.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그러고 보니, 카디안이라고 했던가?”


카디안의 이름이 나오자, 세리나의 어깨가 움찔 인다.


“예전에 너랑 빈민가에서 같이 있던 아이랑 닮았더구나.”


“......”


“설마 그 카디안이라는 아이 때문에 내가 주선하는 선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겠지?”


“......”


“쯧, 이만 가봐라.”


“......”


귀찮다는 듯이, 더러운 날파리를 쫓아내듯이. 손을 휘휘 젓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세리나는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그 불편한 공간을 빠져나왔다.


세리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말 싫다.’


목소리가, 그녀를 갊아 먹는다.


사근사근, 천천히. 그녀의 정신을 개미처럼 갊아 먹는다.


항상 이렇다.


매번, 달마다. 그녀는 이 일을 똑같이 겪는다.


해당 달의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내보이고, 그 성과를 평가 받는다.


그것은 육체적인 통증만 없지, 정신적인 고문이다.


세리나는 걸음을 옮겼다.


터덜터덜한 발걸음이 나아간다.


길을 걷는 와중에, 세리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말이 떠오른다.


‘예전에 너랑 빈민가에서 같이 있던 아이랑 닮았더구나.’


갑작스레, 떠오른 말.


그 말이 세리나의 발목을 잡는다.


예전에.


진짜 예전에.


세리나에게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아주 친한 친구가.


서로가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그녀에게 기억 속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친구가.


오랜 기억이 떠오른다.


예전에 세리나는 페르난데스 가문의 거두어지기 전에 그녀는 빈민가에서 살았었다.


어둡고, 더러운.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살아가는 곳.


그곳에서 세리나는 살았었고.


당시에 세리나에게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밤하늘을 감싼 듯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에.


흡사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너무나도 어둡고 어두워 자기 자신을 비추는 눈동자를 지녔던.


마치.


“세리나?”


어두운 밤하늘 같던 소년이......


자신을 부른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검은 머리카락에, 밤하늘과 닮은 소년이 있었다.


“...아......”


하지만 그녀의 오랜 기억 속에 친구는 아니다.


닮긴 닮았지만.


그녀의 오랜 친구는 아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친구가 마치 모든 것을 품는 밤하늘이었다면, 지금 눈앞에 비치는 이는 세상을 뒤덮는 밤하늘 같은 이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러나 저 소년 또한 자신의 친구인 것은 같았다.


세리나는 새로운 친구를 향해 웃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카디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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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다 짜여진 판(1) 22.12.12 3 0 12쪽
25 25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2) 22.12.12 4 0 11쪽
24 24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1) 22.12.12 3 0 12쪽
23 23화 친하게 지내라(2) 22.12.12 3 0 12쪽
22 22화 친하게 지내라(1) 22.12.12 3 0 11쪽
21 21화 제대로 되고 있다 22.12.12 6 0 12쪽
20 20화 세리나 페르난데스 22.12.12 3 0 11쪽
» 19화 어쩐 일이야? 22.12.12 3 0 12쪽
18 18화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22.12.12 4 0 11쪽
17 17화 더없이 달콤한 독 22.12.12 3 0 13쪽
16 16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22.12.12 3 0 11쪽
15 15화 원하는 것을 말해라 22.12.12 2 0 11쪽
14 14화 다음을 대비하며 22.12.12 5 0 11쪽
13 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22.12.12 4 0 11쪽
12 12화 깊은 밤 속에 야수(4) 22.12.12 5 0 12쪽
11 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22.12.12 6 0 11쪽
10 10화 깊은 밤 속에 야수(2) 22.12.12 2 0 12쪽
9 9화 깊은 밤 속에 야수(1) 22.12.12 4 0 12쪽
8 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22.12.12 3 0 11쪽
7 7화 아일리온 아카데미(2) 22.12.12 5 0 12쪽
6 6화 아일리온 아카데미(1) 22.12.12 6 0 12쪽
5 5화 입학식 22.12.12 7 0 13쪽
4 4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2) 22.12.12 4 0 12쪽
3 3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 (1) 22.12.11 12 0 12쪽
2 2화 날개를 달아라 22.12.11 11 0 13쪽
1 1화 빙의되었다 22.12.1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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