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조연은 용사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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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2.12.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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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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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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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DUMMY

몸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차오른다.


내가 원래 지니고 있던 것이 아니라. 천칭에게서 받치고 나서 얻은 마나.


그 마나는 마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대가만큼 마음껏 가져가라는 듯. 끝도 없이 들어오지만.


인간이 호수 안의 들어있는 물을 한 손으로 한 번에 다 퍼낼 수 없듯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 또한 한정적이다.


그리고.


지금 내게 들어온 마나는 결코 절대 온전한 내 것이 아니다.


내게 이 마나를 준 천칭은 내가 마나를 쓴 만큼 내게 대가를 청구할 것이다.


으득! 이빨을 악문다.


곧 있으면 다가올 고통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마나를 끌어올린다.


천칭이 끌어올리는 만큼의 고통을 내게 부여하여, 대가를 가져간다.


고통이 엄습한다.


끔찍한 고통이. 말로 다 현저하게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내게 다가온다.


춥다. 뜨겁다. 따갑다. 아프다.


신경을 타고 고통이 흘러들어온다.


처음에는 미약한 고통이. 그러나 후반에는 점점 더 커다란 고통이 밀려온다.


천칭이 내가 사용하는 만큼의 마나를 징수한다.


스윽. 손을 들어올린다.


팔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어깨 근육도 같이 써야한다.


극심한 근육통이 느껴진다. 손에 별다른 감각이 없다.


마치 마비된 것만 같다.


그리고 그로도 모자라서.


쿠득! 쿠드득! 쿠드드득!


몸 깊은 곳에서. 무언가 들려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소리가 들린다.


근육이 여기저기 뭉쳐가지고 비틀어지고 끊기는 고통.


나는 천칭 위의 대가로 고통이라는 감정을 내놓았지. 육체를 비틀어 내는 고통을 대가로 내놓지 않았다.


그러니 이것들은 모두 환각이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통은 그게 진짜로 인식되게끔. 생생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ㅡㅡㅡㅡ!!!!!!!!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가 메아리친다.


꺽! 커컥!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뇌가 숨을 쉬는 방법을 잊었다.


폐가 제대로 쪼그라들지 않는다. 폐가 부풀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고 쓰러질 것 같다.


* * *


늑대인간이 눈앞의 인간. 아니 소년을 바라본다.


늑대인간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던 소년은 앞으로 몇 발자국 떼고서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뭐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자기 혼자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덜덜덜 몸을 떠는 것은 추위에 의해 떠는 것이 아닌 이뤄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 때문에 떠는 것일 터다.


늑대인간의 본능이 서로 충돌한다.


지금 당장 달려들어, 저 먹잇감에 목숨을 끊어놓자는 본능과.


먹잇감 뒤에서 휘몰아치는 마나폭풍이 심상찮으니 일단은 기다리자는 본능.


그 두 본능이 서로 맞부딪히고, 결판이 나지 않는다.


늑대인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겨우 이성의 끈을 유지하고 있는 소년이 움직인다.


* * *


덜덜 떨리는 손.


부러질 듯 꽉! 악문 이빨.


온몸에 일어난 핏발까지.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뿌득!


내장이 뒤틀리고, 관절이 삐그덕 대며. 근육이 녹아내리는 고통 속.


나는 앞으로 손을 뻗으며. 상상했다.


마나를 얻었다.


그러니 이제는 써야한다.


내가 고통을 대가로 받은 모든 마나를 이용해. 환영을 구성한다.


나는 상상한다.


때로는 강하게 소망하는 것이, 상상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하여, 나는 소망하고, 바란다.


꿈을 꾸듯. 몽롱한 정신 너머.


간절히 소망하며.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겨우 버텨내며. 바라는 것을 꿈꾼다.


나는 환영을 만든다.


스스스스스스ㅡㅡㅡㅡㅡ.


늑대인간에게도 통할 만큼의 환영이. 늑대인간을 덮친다.


순식간에 주위가 바뀐다.


낡은 건물은 사라진다.


낡은 건물 위로. 무언가가 덧씌워진다.


나와 늑대인간은 더 이상 낡은 건물 안에 있지 않는다.


내가 상상한 것은 드넓은 투기장. 늑대인간이 건물 밖으로 함부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든 환영이다.


거대한 환영. 늑대인간이 속을 정도의 정밀도의 환영이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내가 환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때려 박았다.


이 드넓은 건물 전체를 감쌌다.


마나로 이 공간 전체를 장악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단순히 주변 환경만 바꾸지 않는다. 환영과 마법을 접목시켜. 밤을 낮으로 바꾼다.


어두운 밤에서. 갑자기 환한 대낮이 찾아오자. 늑대인간이 당황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늑대인간이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고개를 이리저리 뒤흔든다.


주륵.


눈에서 실핏줄이 터진다.


뇌에 과부화로 인해, 코에서 피가 주르륵. 샌다.


하지만 나는 내 뺨을 타고 흘러, 턱을 적시고, 옷을 적시며. 바닥에 뚝. 뚝. 하고 떨어지는 피를 닦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으며.


앞으로 달려든다.


늑대인간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부 파악하지 못했다.


낡은 건물이 갑자기 투기장이 되었다.


어두운 밤하늘이. 갑자기 밝은 낮이 되었다.


그것은 이성을 잃은 채. 현재 본능만이 남아있는 늑대인간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본능만이 남아있기에, 늑대인간은 지금의 현상의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늑대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점은 단 하나다.


바로 눈앞의 있는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먹잇감.


캬르릉.


늑대인간이 낮게 울부짖으며.


등을 굽고, 언제든지 뛰쳐나갈 준비를 한 다음.


먹잇감이 달려들자. 늑대인간 또한 달려든다.


* * *


아우우우우ㅡㅡ!!!


가슴을 펴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짓쳐들며 포효한 늑대인간이 두 팔을 휘두른다.


날카롭고 기다란 발톱이,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며 지나치고.


양팔을 휘두르느라 텅 비어버린 가슴팍 쪽으로 나는 돌진한다.


촤악! 품속에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 안타깝게도, 늑대인간의 털을 넘어서 근육을 베어 넘기지 못했다.


두터운 근육 덩어리를 베어 넘기기에는 검의 예기를 뛰어넘는 방어력을 늑대인간이 지니고 있다.


명검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만들어진 보급용 검이다. 하지만 그러한 검의 날카로움으로는 늑대인간에게 검을 찔러 넣을 수 없다.


하아.


참았던 숨을 한 번 내뱉고.


후웁!


다시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1초 1초가 생과 사를 가르는 싸움 속. 호흡을 고르고, 숨을 쉬는 것은 사치다.


마나를 더 움직인다.


또다시 고통이 찾아온다.


끝나지 않은 고통.


이미 반쯤 놓은 의식이지만. 다시 한 번 훅! 치고 들어오는 고통에.


잠시 흔들렸던 정신이 확 든다.


마나를 움직인다.


환영이 아닌 신체에 두른다.


신체강화 마법.


마법사가 기사 같이 육체를 쓰게 만드는 간단한 마법이다.


마나를 육체에 때려 박자. 아까보다 훨씬 더 상승된 육체 능력을 지닌 채. 다시 한 번 늑대인간을 향해, 돌진한다.


타다다닥!


거친 발걸음 소리가 울리고.


늑대인간이 내가 다가오자.


팔을 휘두른다. 후웅!


단순히 팔을 휘두르기만 할 뿐인 단순한 공격이다.


그러나, 늑대인간의 근력과 스피드를 고려해보면. 저 팔의 스치기라도 하는 순간 최소 치명상의 이를 정도의 위력이다.


머리 위를 향해 휘둘러져 오는 팔을 피하기 위해서.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늑대인간이 무릎을 들어올려, 걷어찬다.


양 팔을 들어올렸다. 방어마법도 펼쳤다.


그러나 늑대인간의 괴력에, 순식간에 방어마법이 깨지고. 나는 뒤로 날아갔다.


쿠웅! 투기장 벽. 실제로는 낡은 건물 벽 한구석까지 날아가, 처박힌다.


“커헉!”


멈추었던 숨통이 강제로 터지고.


“쿨럭, 쿨럭! 커억! 컥!”


폐가 쪼그라들었다가 부풀어 오르는 짓을 반복하니. 호흡이 안정되지 않으며. 머리가 핑 돈다.


하지만 멍하니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하고, 곧바로 옆으로 굴렀다.


콰앙!


내가 박혀 있던 자리에. 늑대인간이 휘두른 주먹으로 인해. 박살난 돌조각들이 비산한다.


나는 곧바로 움직인다.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근접전은 잠시 피한다.


이제는 마법을 쓸 차례다


환영을 만든다.


아니 단순 환영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환영과 함께, 마법을 섞는다.


화르르륵!


수많은 불구덩이들이. 하나, 둘, 셋, 넷...... 일곱, 여덟...... 스물, 스물 하나......를 넘어서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불구덩이들이 하늘 위로 떠오른다.


투기장 하늘을 가득 채운 불구덩이들.


그것을 늑대인간을 향해 던진다.


늑대인간이 처음에는 불구덩이를 피한다.


그러나 피하다 피하다가 늑대인간은 결국 날아오는 불구덩이 하나를 맞았다.


화르륵!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직빵으로 맞은 늑대인간.


그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어째서일까? 왜 맞았는데도 아프지 않은 거지? 같은 뉘앙스의 의문이 늑대인간에게서 떠오른다.


그러나 늑대인간은 곧 그런 의문을 지웠다.


늑대인간이 달려든다.


나는 또다시 불구덩이를 날렸다.


이번에 늑대인간은 피하지 않는다.


어차피 맞아봤자 아프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에 나는 미소지었다.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허공에 떠올라 있던 모든 불구덩이가, 늑대인간을 향해 쏟아진다.


멍청한 늑대인간은 불구덩이를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면으로 돌진하며, 들이박았다.


그리고, 곧이어.


콰아아아앙ㅡㅡㅡ!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크허어엉!


늑대인간이 고통에 울부짖는다.


일순 환영이 흐트러져, 낡은 건물이 잠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진다.


나는 앞으로 달렸다. 이 기세를 몰아야 한다.


늑대인간이 바닥에 처박힌지 오래 있지 않아.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늑대인간이 고개를 비튼다.


카앙!


늑대인간이 비틀기 전의 고개가 있던 곳에 내 검이 박혔다.


크르르르.


늑대인간이 뒤로 물러난다.


늑대인간이 자세를 고친다.


이제 더 이상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서 취하던 자세가 아니다.


늑대인간은 방금 전 위협을 느꼈다. 자칫하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거라는 위협을.


본능의 충실한 늑대인간은 인정했다.


눈앞의 먹잇감은 결코, 자신의 먹잇감이 아니다.


그것을 깨닫자. 늑대인간의 눈빛부터 시작하여, 움직임 자체가 달라진다.


늑대인간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 이상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다. 같은 포식자를 바라보는 눈이지.


주르륵.


잠깐의 소강상태.


잠시 멈추었던 코피가 다시 흐른다.


머릿속에서 이명이 메아리치며. 신경이 전부 불탈 것만 같은 고통이 계속하여 올라온다.


나는 내게 들어오는 모든 고통을 무시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고통이. 천칭에게 대가로 받쳐서 얻은 고통인지. 아니면 늑대인간과의 싸움으로 인해 얻은 고통인지 더 이상 분간이 안 간다.


그러니 무시한다. 지금 내게 있어서 다른 곳까지 신경을 쓸 만한 여유는 없다.


내 모든 감각을 오로지 늑대인간에게만 집중한다.


눈에서 흘러내린 피로 인해, 붉게 물든 시야지만. 사물을 인식하고, 분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한 발짝 걸음을 내딛는다.


늑대인간 또한 한 발짝 걸음을 내딛는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늑대인간은 팔을 휘두른다.


늑대인간이 포효하고.


내가 기합을 외친다.


늑대인간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점차 환영이 무너져 내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른 끝내야만 한다.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늑대인간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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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친하게 지내라(1) 22.12.12 3 0 11쪽
21 21화 제대로 되고 있다 22.12.12 6 0 12쪽
20 20화 세리나 페르난데스 22.12.12 3 0 11쪽
19 19화 어쩐 일이야? 22.12.12 3 0 12쪽
18 18화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22.12.12 4 0 11쪽
17 17화 더없이 달콤한 독 22.12.12 3 0 13쪽
16 16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22.12.12 3 0 11쪽
15 15화 원하는 것을 말해라 22.12.12 2 0 11쪽
14 14화 다음을 대비하며 22.12.12 4 0 11쪽
13 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22.12.12 4 0 11쪽
12 12화 깊은 밤 속에 야수(4) 22.12.12 5 0 12쪽
» 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22.12.12 6 0 11쪽
10 10화 깊은 밤 속에 야수(2) 22.12.12 2 0 12쪽
9 9화 깊은 밤 속에 야수(1) 22.12.12 4 0 12쪽
8 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22.12.12 3 0 11쪽
7 7화 아일리온 아카데미(2) 22.12.12 5 0 12쪽
6 6화 아일리온 아카데미(1) 22.12.12 6 0 12쪽
5 5화 입학식 22.12.12 7 0 13쪽
4 4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2) 22.12.12 4 0 12쪽
3 3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 (1) 22.12.11 12 0 12쪽
2 2화 날개를 달아라 22.12.11 11 0 13쪽
1 1화 빙의되었다 22.12.1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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