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조연은 용사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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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2.12.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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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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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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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DUMMY

오늘 세리나는 지겨운 하루를 보냈다.


‘무단결석인가?’


카디안이 오늘 하루 종일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각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몇 차례의 강의가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었건만 여전히 카디안은 보이지 않는다.


아예 아카데미에 등교하지 않은 것이다.


따분하게, 가만히 있는 세리나에게 난데없이 교수님이 말을 건다.


“세리나 학생.”


“예? 아, 교수님.”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다가와서 놀란 것도 잠시. 다가온 이가 교수님이라는 것을 알고, 세리나는 금세 침착해졌다.


“어제 세리나 학생이 카디안 학생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으니 부탁드려요. 카디안 학생이 어째서 오늘 아카데미에 등교하지 않았는지 알아봐 줄 수 있을까요?”


상냥하며, 어르는 말투로 부탁하는 교수님.


세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 예.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세리나는 카디안의 무단결석 이유를 알아오라는 교수님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 * *


“끄으으으......”


입에서 고통에 겨운, 신음이 새어나온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마치 누군가가 큰 돌멩이를 들어서 내 머리를 강하게 내리찍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자꾸 이명이 몰아친다.


뇌신경을 자꾸 누군가가 바늘로 찌르고 있는 듯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끄으으으으으으으......”


입에서는 외마디 제대로 된 비명조차 나오지 못한다.


오늘 아침에는 느끼지 못한 것.


아니 더 정확히는 다른 고통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다.


환영마법에다가, 신체강화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며, 천칭과 거래를 한 부작용.


그로 인해 나는 아직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픈 곳은 머리뿐만이 아니다.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온 혈관에 창백한 피부.


지금 당장이라도, 응급실에 입원하여, 안정을 취해야만 할 것 같은 모습은 지금 내 몸상태가 평범하지 않다고 말해준다.


마나폭주.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의 마나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마나 그 이상을 사용하였기에. 몸이 사용하는 마나의 양을 버티지 못하고, 과부하에 걸리며 무너져 내린 것이다.


손가락 까딱하나 할 힘도 없다. 전신이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만약 지금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든다면, 나는 꼼짝없이 목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르륵. 코에서 다시 코피가 난다.


이게 몇 번째 코피인지 모르겠다.


10번째 코피인가? 아니다. 그 15번째 이었던가......


어차피 의미 없는 숫자세기.


나는 코피를 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했다.


너무 멍청했다.


나는 멍청했다. 아니 멍청한 걸 넘어서 무지하고, 무식했다.


나는 늑대인간과의 싸움 때, 천칭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다.


죽을 것 같은 고통. 비유가 아니다.


진짜 죽을 것 같은 고통이다.


아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거 같은 고통이다.


근육이 찢기고, 뼈가 녹아내리며,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신경을 불태우는 고통.


이러한 고통은 어차피 죽으면 느끼지 못할 텐데, 나는 살아있어서 느끼고 있다.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고, 나를 향한 비웃음이 매달린다.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같은 놈이 나다.


나는 여기가 소설 속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 다음을 간과했었다.


나는 소설 속에서 나름 활약하기는 하지만, 그뿐인 소설 속 엑스트라 1.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사실을 나는 항상 머릿속 깊은 곳에 박아두었어야 한다.


그러나.


빙의라는 믿지 못할 현실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소설 속이라는 기본 전제의 생각 때문일까?


나는 가장 중요하며, 항상 생각하고, 의심하고, 명심해야 되는 것을 놓치고 말았었다.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다.


나는. 카디안은.


그닥 가치가 있는 편이 아니다.


천칭은 대상의 가치를 저울질하여, 거래한다.


그리고 나는 천칭을 이용하여, 거래했다.


참으로 무지하게도, 내 가치가 당연히 이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천칭과 거래했다.


고통이라는 감정을 대가로, 마나를 얻는 거래.


그 거래에서, 나는 마나를 받았고, 대가를 지불했다.


하지만 부족하다. 너무도 부족했다.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대가를 내고 있을 만큼.


나는 늑대인간과 마주하기 전에, 미리 계산을 해두고 만났었다.


늑대인간에게 환영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마나가 필요할 것이고. 그 정도의 마나는 아마도 이 정도의 고통이 될 거라고, 나는 어림짐작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받는 고통은 적어도 내가 짐작한 고통보다 몇 십 배는 더 높다.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또 다른 사실 중 하나.


나는 용사도, 초인도, 대마법사도 아니다.


천칭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한 획을 그을 만큼의 힘을 지닌 이들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용사, 초인, 대마법사. 이들의 가치는 모두 매우 높다.


아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엑스트라 1인 나와 달리, 대륙에서 한 손에 꼽히는, 재앙과도 맡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의 가치가 더 높은 것은 말이다.


이걸 좀 비유하자면.


나는 뒷골목 빈민촌에, 아무런 연고지가 없는. 갑자기 내가 죽어도 아무도 알만한 이가 없는 거지 꼬맹이이고.


용사, 초인, 대마법사는, 저 위에서 백성들을 굽어 살피는 황제와도 같은 이들이었다.


자, 한 번 생각해봐라.


만인지하 일인지상이라는 지고한 위치에 있는 황제의 고통과.


뒷골목 빈민촌에 아이의 고통.


둘 중 뭐가 더 소중하며, 가치 있겠는가?


아주 조금만 머리를 쓸 줄 아는 이들이라면, 곧바로 이해할 것이다.


빈민촌 아이의 고통과 황제의 고통.


같은 고통이지만, 가치를 따지자면, 황제의 고통의 가치가 훨씬 높다.


빈민촌의 아이가 아파하며, 죽어간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황제의 경우. 황제가 아파서 사경을 헤맬 경우, 전 세계를 뒤집으며, 쥐새끼 한 마리까지 다 찾아낼 기세로, 황제를 살릴 방법을 찾을 것이다.


황제와 가난한 빈민촌의 거지.


이 둘은 그 가치가 다르다.


그리고 저 둘의 관계가 바로 나와 용사, 초인, 대마법사의 관계다.


가난한 빈민촌의 아이는 나고.


황제는 용사, 초인, 대마법사들이다.


가치가 다르다. 나와 그들의 가치가.


하여, 나는 원래라면 진작에 끝났어야하는 고통을 받고 있다.


가치가 다르니, 내가 내야하는 것은 더욱 많으므로. 나는 다시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하아......”


깊은 한숨. 무거운 숨소리.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는 정신이 자꾸만 의식을 끊으려한다.


하지만 견딘다. 견디고 견딘다.


으득! 이빨을 강하게 맞물리고, 입술을 깨물며 흐려져 가는 의식을 강제로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몽롱하다. 앞이 흐릿하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영원히 잠들 것만 같다.


수없이 눈을 깜빡이며, 진짜 이대로 있으면 기절하듯 잠들겠다는 기분이들 때 쯤.


똑똑 거리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뭐야?”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의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 아카데미 사람인가.”


입학 이틀 만에 무단으로 등교하지 않았다.


며칠도 아니고, 겨우 입학식이 지나고, 수업한지 하루 만에 등교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정도면 아카데미에서 사람이 찾아올 만 하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아무리 씻고 정리했다지만 아직도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구겨진 옷을 입은 상태 그대로 나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앞에 있는 이는 정말로 뜻 밖에 인물이었다.


아카데미에서 온 사람이 맞기는 하다.


아카데미를 다니는 사람이 맞기도 하다.


다만, 직장으로 월급을 받으며, 다니는 이들이 아닌.


돈을 내고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이 서있었다.


세리나가 문 밖에 서있었다.


“뭐야?”


세리나와 만난 것은 바로 어제.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이야기 해준 기억이 없다.


얘가 대체 나를 어떻게 찾아온 것일까......?


그러한 내 의문은 세리나의 한마디에 다 풀렸다.


“무단결석이라서, 교수님이 한 번 찾아가보래.”


“그래?”


아무래도 어제 내가 세리나와 함께 있는 모습을 눈여겨본 교수 중 하나가 세리나에게 시킨 심부름 같은 모양이다.


음, 뭐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세리나의 말을 받아들였다.


* * *


세리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앞에는 카디안이 있었다.


세리나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당황으로 물들어진다.


카디안의 몰골이 그녀의 맑은 눈동자 위에 그대로 비친다.


코피라도 난 것인지, 코밑 인중의 묻어있는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굳어버린 피와, 옷 곳곳에 덕지덕지 묻어 얼룩진 핏자국은 약과다.


입술은 이미 터졌고, 얼굴은 창백하다.


손목은 부러진 것인지 아니면, 삐기라도 한 것인지 칭칭 붕대를 묵고 있고, 눈은 이미 터진 실핏줄로 인하여 빨갛다.


멀쩡한 몰골이 아니다.


어제.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카디안은 평범하고, 멀쩡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세리나가 보기에, 카디안은 아픈 곳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당장 금방이라도 툭, 건드리면 죽을 거 같은 모습이다.


세리나는 카디안의 모습에 당황하여, 뭐라 입을 떼지 못했다.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카디안이 묻는다.


“뭐야?”


카디안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세리나가 입을 뗐다.


“무단결석이라서, 교수님이 한 번 찾아가보래.”


“그래?”


세리나는 카디안의 몸을 흩어보며, 말했다.


“많이 아파 보이는데 괜찮아?”


“그래 보여?”


카디안은 피식, 하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대꾸했다.


세리나는 물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어? 어제까지는 멀쩡했었잖아?”


몸이 저 상태가 된 근본적인 이유를 말이다.


“멍청한 짓을 저지른 대가지.”


카디안은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멍청한 짓?”


“어, 멍청한 짓.”


세리나는 마법사가 할 만한 멍청한 짓을 생각했다.


마법사가 할 만한 멍청한 짓...... 그것은 거의 하나 밖에 없다.


“마법 실험이라도 했어?”


안전도 확보되지 않은 채, 마법 실험을 하는 것.


목숨을 도박으로 하는 실험이다.


그리고 또한 많은 마법사들이 하는 실험이고 말이다.


“비슷해.”


카디안의 대답을 듣고 나서.


세리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가문이 나선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세리나는 한숨 돌리며, 이제는 차분한 마음으로 대화했다.


“후유증은?”


마법 실험은 자칫하면, 영구적인 상처와 막대한 후유증을 남긴다.


지금 카디안의 상태를 보면, 꽤 큰 실험을 했지만, 잘못하여 이리 된 것 같다.


“없어.”


“언제 쯤 다시 아카데미에 나올 수 있어?”


“글쎄? 아마도 다음 주 쯤부터?”


“알았어, 교수님께 말해둘게.”


“그래, 고마워.”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


“그래.”


짧은 대화.


카디안을 배려하여, 세리나는 짧게 대화를 마치고 돌아갔다.


그리고 세리나가 가고 나서.


나는 회복에 전념하였다.


일주일은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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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2) 22.12.12 4 0 11쪽
24 24화 뒷세계에 거물이 되어보자(1) 22.12.12 3 0 12쪽
23 23화 친하게 지내라(2) 22.12.12 3 0 12쪽
22 22화 친하게 지내라(1) 22.12.12 3 0 11쪽
21 21화 제대로 되고 있다 22.12.12 6 0 12쪽
20 20화 세리나 페르난데스 22.12.12 3 0 11쪽
19 19화 어쩐 일이야? 22.12.12 4 0 12쪽
18 18화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22.12.12 4 0 11쪽
17 17화 더없이 달콤한 독 22.12.12 3 0 13쪽
16 16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22.12.12 3 0 11쪽
15 15화 원하는 것을 말해라 22.12.12 2 0 11쪽
14 14화 다음을 대비하며 22.12.12 5 0 11쪽
» 13화 닭 쫓던 개 지붕 위 쳐다본다 22.12.12 5 0 11쪽
12 12화 깊은 밤 속에 야수(4) 22.12.12 5 0 12쪽
11 11화 깊은 밤 속에 야수(3) 22.12.12 6 0 11쪽
10 10화 깊은 밤 속에 야수(2) 22.12.12 2 0 12쪽
9 9화 깊은 밤 속에 야수(1) 22.12.12 4 0 12쪽
8 8화 아일리온 아카데미(3) 22.12.12 3 0 11쪽
7 7화 아일리온 아카데미(2) 22.12.12 5 0 12쪽
6 6화 아일리온 아카데미(1) 22.12.12 6 0 12쪽
5 5화 입학식 22.12.12 7 0 13쪽
4 4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2) 22.12.12 4 0 12쪽
3 3화 개가 사자 흉내를 내기 위해서 (1) 22.12.11 12 0 12쪽
2 2화 날개를 달아라 22.12.11 12 0 13쪽
1 1화 빙의되었다 22.12.11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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