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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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최근연재일 :
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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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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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걸려온 전화

DUMMY

1화


“벌써 7년이 지났네.”


달력을 보던 유현이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현이 데뷔 서바이벌에서 안타깝게 1등 차이로 떨어진 지도 어느새 7년이 지났다.


- 좋아하시는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 저의 롤모델이신 BRIGHT 선배님들이 아무래도~


그냥 틀어두었던 TV에서조차 최종 데뷔 그룹의 이야기가 들리자 유현은 리모콘을 집어들었다.


‘차라리 쟤네가 잘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유현은 리모콘을 쥔 채 멈춰섰다.

멤버들은 그동안 무섭도록 성장했고 7년 동안 유현과의 간극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들은 프로젝트 기간인 3년동안 아이돌 업계 탑으로 자리매김한 뒤 프로젝트 소속사와 재계약을 하여 정식 그룹이 되었다.

다시 해체할까봐 전전긍긍하던 팬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건 나야.”


유현은 잠시나마 그들을 원망하던 마음을 접어두었다.

몇 번이고 자신에게 왔던 기회들을 되짚어보았다.


‘내 마음 하나 컨트롤 하지도 못했으니까.’


자괴감이 유현의 몸을 뒤덮었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살아있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실패로 인해 유현의 자존감은 깎여있었다.


‘더 이상 일어날 힘도 없어.’


유현은 상처가 가득한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했다.

유현이 칼을 집어들고 제 심장을 향해 찌르려던 그 순간이었다.


‘전화?’


목숨을 스스로 끊으려던 찰나에 유현의 핸드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가족? 유현에게는 가족이라고 칭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있었으나 버림받은 지 오래였다.


친구? 그나마 남아있던 친구들마저 유현을 끄집어내지 못하고 지쳐서 떠나버렸다.


소속사? 어제부로 위약금 없이 자동으로 계약해지되어 유현은 완전한 일반인의 신분으로 돌아간 터였다.


고로 지금 유현에게 연락을 할 사람은 없다는 뜻이었다.


‘죽기 직전 마지막 전화가 고작 스팸이라니.’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싶어 유현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금방 끊길 줄 알았던 전화는 몇 번이고 계속 울렸다.

유현은 전화벨소리를 들으며 생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잠시 칼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나 고성원이니까 전화 받아]


낯설지 않은 이름에 유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칭인가?’


유현이 이렇게 생각할 법도 한 것이 고성원이란 프로젝트 데뷔 그룹인 BRIGHT의 최종 멤버였다.

데뷔 이후 몇몇 멤버가 유현에게 연락을 한 적이 종종 있긴 했으나 그게 성원은 아니었다.


‘이런 타이밍에 장난 전화라니.’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유현은 죽는 것을 조금 미루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정유현?


혹시나 싶었는데 정말로 성원의 목소리였다. 성원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들리니 잊을 수 없었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갑작스럽게 전화한 것도 당황스러운데 성원의 목소리는 오히려 침착했다.


- 7년 전 너와 내 인생이 달라졌던 그때.


서바이벌 프로그램 당시 유현은 간발의 차이로 최종 멤버에서 떨어졌다. 유현을 제치고 올라간 사람이 바로 성원이었다.


“그딴 말 할 거면 상대해줄 시간 없으니까 끊어.”

- 잠깐만, 내 말 좀 들으라고!


유현은 성원의 말투가 어딘가 고압적인 느낌이 들어 빈정이 상했다.

자신을 비아냥댄다고 생각하여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유현의 인생이 꼬인 지점이 바로 그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때부터였기 때문이었다.


- 마지막 투표할 때 기억나지.


그 당시 유현의 팬들을 주축으로 투표가 조작이 아니냐는 설도 제기 되었다.

하지만 소속사 대표로 나온 관계자의 모니터링 아래에서 개표를 하였기 때문에 조작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작을 제기한 유현의 팬덤에게 역풍이 불며 데뷔조 팬들에게 심한 욕설을 받았다.


“그래서, 투표가 조작이기라도 했었다는 거냐?”

- 조작이라는 게 아니라.


유현은 속이 울렁거리고 당장이라도 구토를 하고 싶었다.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성원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 확신했다.


“조작이든 뭐든 네가 가진 것을 다 포기하고 나한테 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때 일로 이제와서 나를 뒤흔드는 건데?”


성원은 유현의 말에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렸다.

유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


“안 그래도 지금 죽어버리려고 했는데 잘됐네.”


유현은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있던 감정까지 모두 성원에게 쏟아내었다.


“내일 나 죽은 기사 뜨면 네가 죽인 거로 알고 있어라.”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유현은 핸드폰의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

화를 쏟아붓고 나니 힘이 쭉 빠진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운 유현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때 뭔 일이 있던 거더라도 모르는 게 낫지. 알면 더 이상 생길 정신병도 없다.’


세상에 서바이벌에서 떨어진 연습생들은 많았다.

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행보에서도 유현은 완전히 실패를 기록했다.

언제까지 그 프로그램 탓을 할 수는 없었다. 유현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기에 더 괴로웠다.


‘다시 돌아간다면 고성원 그 자식보다는 더 잘할 자신 있는데.’


그때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죽을 힘을 다했을 것이었다.

유현은 의미 없는 후회를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하루를 꼬박 잠에 빠진 유현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그제야 눈을 움찔거리며 잠에서 깼다.


‘죽네 사네 해놓고 아직은 나도 살만했나 보네.’


다음날 멀쩡히 천장이 보이자 유현은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누가 봐도 비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뭐지?’


유현은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자신을 찾아올 만한 사람은 없는데.


‘고성원인가?’


그 생각이 나자 문을 열려던 유현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니지, 그 놈도 바쁠 텐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어떻게 오겠어.’


차분히 다시 생각해보니 고성원이 스케줄을 마다하고 자신의 집을 찾아올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죽겠다고 말해서 그 놈이 신고라도 한 건가?’


유현은 뭔가 민망한 감정이 들었다.

죽겠다고 난리쳤는데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으니 성원이 비웃을 것 같았다.


“네, 지금 나갑니다.”


일단 사람들을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어보니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정유현씨 되시죠?”


유현은 문득 구급대원이 아닌 경찰이 찾아온 것에 대해 기시감을 느꼈다.

어쩌면 예상하지 못한 다른 일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독] BRIGHT 고성원, 연예인 J군과 마지막 통화 후 숨져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 고성원(26)군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어 많은 이들의 슬픔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고씨의 죽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특히 경찰은 고씨의 죽음과 마지막 통화를 했던 J군과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J군은 BRIGHT 데뷔 서바이벌이었던 <턴 온 더 라이트>에 참가했던 연습생으로 알려있으며 현재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유현은 죽어도 자신이 죽을 줄 알았다.

갑작스러운 성원의 알 수 없는 죽음에 혼란스러웠다.


“고성원씨와는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신 겁니까?”


경찰의 물음에 유현은 잠시 고민했다.

성원과의 통화 마지막에 했던 자신의 말 때문이었다.


- 내일 나 죽은 기사 뜨면 네가 죽인 거로 알고 있어라.


안 그래도 의심을 받고 있는데 그런 말까지 했다는 게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유현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책상 아래로 감싸쥐며 대답했다.


“그냥 안부 묻는 전화였습니다.”


용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서의 조사였기에 생각보다 유현은 빨리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치 않게도 기자들에게 사진이 찍히는 바람에 온갖 자극적인 기사들로 도배되었다.


‘고성원은 하필 왜 나에게 전화를 해서.’


유현은 자신을 골치 아픈 상황으로 끌어들인 성원이 원망스러웠다.


- 잠깐만, 내 말 좀 들으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원의 목소리가 제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때 성원의 말을 들어주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싶었다.


‘고성원은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사람들은 성원을 잃은 슬픔을 추모하다가도 유현에게 그 울분을 토해냈다.

마치 성원의 죽음에 유현이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성온라 @seongonthelight

[솔직히 눈치챘을 거 아냐....

탓하는 건 아닌데....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원망스러움]

공감 1721 인용 6192 좋아요 511


거래계 @dnashqkchnlkz;a

[ㅅㅇ이도 이러는 거 원하지 않을 텐데 그만해]


알계 @nonameaccount

[ㅇㅇ정유현이 고성원 죽인 거나 다름없지]


몇 년을 무관심 속에 박혀있던 유현에게 비난의 화살과 의심의 눈초리가 꽂혔다.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유현은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그 놈이 나 때문에 죽기라도 한 건가?’


유현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구토감이 올라와서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일어났다.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도는 느낌이었다.

유현이 눈을 질끈 감으며 벽을 짚었다.


‘너무 어지러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르던 그 순간이었다.


“괜찮아?”


분명 방에는 유현 혼자뿐이었기에 유현에게 말을 걸 사람이 없었다.

유현이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속 안 좋으면 나랑 순서 바꿔도 되는데.”


유현의 눈앞에는 고성원이 조금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데뷔 서바이벌 때의 그 얼굴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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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스템 경고 발동! 23.01.04 58 1 10쪽
» 죽기 전에 걸려온 전화 23.01.03 67 1 10쪽
1 프롤로그 23.01.02 83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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