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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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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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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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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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DUMMY

14화


‘바로 취업할 수 있을만한 일을 해야겠지.’


유현은 책상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제출하라고 했던 종이를 내려다 보았다.

종이에는 ‘진로’ 칸만이 비어있었다.


‘대학은... 나한테 사치일 테니까. 내가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국립대로 간다고 할지라도 기숙사에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최대한 그 어느쪽에도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완전히 연을 끊기 위해서는 홀로 서는 것이 중요했다.


‘사지 멀쩡한 남자니까 안 되면 무슨 일이든 몸으로라도 때우면 못할 일은 없겠지만.’


유현은 결국 ‘진로’ 칸을 공백으로 비워두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


유현이 한숨을 쉬며 종이를 덮어두었다.


‘차라리 그래서 다행인가.’


하고 싶은 게 있었다면 분명 접어야 했을 테니까.


“너 학원은 안 다니냐?”


갑자기 룸메이트였던 정환이 유현에게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정환이 침대에서 만화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유현을 보고 있었다.


“그 정도로 열심히면 보통 학원도 엄청 돌지 않나 싶어서.”


정환은 공부보다는 체육쪽으로 진로를 정한 친구였다.

딱히 유현과 접점이 없어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학원 같은 거 다녀본 적 없는데.”


유현은 종이를 가방 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나 할 거 없어서 하는 거야. 공부.”


유현의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정환이 대충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짐작을 했는지 괜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분위기를 풀었다.


“야, 그런 놈이 뭔 공부야. 놀기나 해.”


정환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유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나가자. 어차피 공부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유현은 친화력 좋은 놈들은 원래 저러나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정환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은 정환과 볼링장도 가고 피시방도 다니며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놀았다.


“넌 팔뚝에 힘이 없는 건 아닌데 방향이 왜 안 맞냐?”

“볼링 재미 없던데.”

“못하니까 재미 없겠지.”


그냥 하루쯤의 일탈로 끝날 줄로만 알았다.

정환과 그곳을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 목소리 개좋은데? 가수할 생각 없냐?”


정환이 노래를 불러야 기숙사에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들어온 코인노래방이었다.

얼떨결에 마이크를 잡은 유현이 노래를 부르자 정환이 놀란 눈으로 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되게 빈말 잘하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정환은 답답했는지 노래방에 있는 반주기에서 ‘박수’ 버튼을 연달아 눌러댔다.

유현이 귀를 틀어막고선 반주기를 뺏어버렸다.


“너 정말 네가 노래 잘하는 거 몰랐냐? 모를 수가 없는 실력인데.”


진심이 담긴 정환의 말에 유현은 자신이 노래쪽으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가창 시험 있는 거 알지?”

“아, 에바예요. 쌤.”

“곡은 자유곡이니까 장르 상관 없이 부르고 싶은 거 준비하고. 음악 성적 써먹을 데 없다고 대충하면 재시험 본다. 두 번 부르기 싫으면 제대로 준비하도록.”


음악시간에서의 가창 수행평가가 유현에게 그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노래방 마이크는 다 잘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거니까.’


유현은 정환의 말에 자신감을 가질뻔한 자신이 웃겼다.


‘어디 짧고 부르기 쉬운 노래 없나. 두 번 부르긴 싫은데.’


유현은 최신 노래를 잘 듣지 않던 터라 무슨 노래가 유행인지 알지 못했다.


“황시욱?”


황시욱이 자신이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의 OST를 직접 부른 듯했다.

황시욱은 유현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그룹의 멤버였었다.


‘나쁘지 않네.’


유현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사람의 목소리인가?”

“개못부른다. 내가 고막 보험 청구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며칠 뒤 자비없는 가창평가가 이어졌다.

영상 사이트에서 반주를 찾아 틀어두면 혼자서 교실 중앙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음치인 친구들에게는 동료들의 진심 섞인 혹평이 쏟아졌다.


“정유현.”


유현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담스러운데.’


유현은 민망했는지 괜히 땅바닥을 보며 음악이 시작하길 기다렸다.

그런 유현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심산인지 정환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야, 유현이 노래 개잘부르는 거 앎?”

“진짜?”

“김정환, 창피하니까 제발 바람잡지 마.”


유현이 다급히 정환의 입단속을 했다.

정환의 말이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친구들은 그냥 웃기만 했다.


“황시욱 노래 아냐?”

“이거 후렴 은근 부르기 어렵던데.”


유현은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손을 말아쥐었다가 폈다.


‘속으로만 연습하고 소리내서 불러보는 건 몇 번 못 해봤는데.’


기숙사에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고작해야 가사를 외운 정도였다.

유현의 평소 목소리와 노래하는 목소리는 비슷했다.

조금 낮은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고 노래의 중심을 잡았다.


‘대충 하려고 했는데 진지하게 해버렸네. 민망하게.’


평가는 1절까지였기 때문에 유현은 2절을 한 소절 불렀다가 멈췄다.

유현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집중해서 불렀던 탓에 눈을 뜨기가 민망했다.


“뭐야? 유현아. 진지하게 너 가수해도 되겠는데?”


음악선생님의 말에 유현은 눈을 떴다.


‘어?’


유현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이렇게 많은 시선을 받아보았던 적이 언제였더라.


“아니, 유현아. 너 해야겠다. 가수.”


음악선생님께서 웃으며 유현을 칭찬하셨다.


“52번 연습생?”


유현은 제작진의 목소리 때문에 간신히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빠져나왔다.


“아, 네. 대답하겠습니다.”


유현은 7년 전의 자신이 지금보다 더 말주변이 있던 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다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제 무대로 시선의 온도를 바꾸는 것이 제 가슴을 벅차게 만듭니다.”


집에서 받던 차가운 시선, 밖에서 받던 시큰둥한 시선이 바뀌던 그 순간.

놀람과 기대에 가득한 눈동자들이 별빛처럼 쏟아지던 그 순간을 유현은 생생히 기억했다.


“제가 잘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이제는 확실히 압니다.”


유현이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저한테는 그게 노래였습니다.”


진지한 유현의 태도에 제작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춤은 아닌가요?”

“네? 춤은 나중에 시작하긴 했지만 춤도....”


유현은 당황해서 허둥대며 대답했다.

애초에 분위기를 풀려고 했던 질문이었는지 제작진들이 웃어넘겼다.


“하하하, 솔직하네요.”


나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첫 인터뷰를 마쳤다.


‘센터 후보가 되니까 분량을 챙겨주려는 건가? 묘하게 전보다 잘대해주는 기분이 드네.’


유현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인터뷰룸을 나갔다.


“PD님, 쟤 어때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제작진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딱 오해받기 좋은 얼굴이라 편집하면 재미 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극적인 장면 넣어야 되잖아요.”


PD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대결구도 짜기 좋은 놈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게 무작정 악편 하는 건 아니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PD는 유현의 프로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흐음.”


***


“그거 되게 열심히 쓰시네요.”


세수를 하고 나온 형곤이 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유현은 멋쩍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을 해두고 싶어서.”


유현이 펜을 다시 집어들고 데뷔희망일지를 적어내려갔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 되게 의외네요. 공부 잘하셨나 보다.”


유현은 자신이 공부를 잘 할 것같이 생기지는 않았다는 말일까 싶었다.


“별로 그런 건 아니었지만.”


매번 다짐해 두어야 마음이 단단해질 것 같아서였다.


“53번 형은 왜 아직까지 안 오시지?”


형곤이 성원을 언급하자 유현의 손이 삐끗했다.


‘아, 묻어버렸네.’


볼펜이 묻어버린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 씻어야겠다.’


유현은 화장실 안의 광경을 보고 멈춰섰다.


‘젠장. 오늘이 그 날이었구나.’


화장실 안에서는 상일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한참 전부터 피우고 있었는지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어, 야. 미안하다.”


유현이 쿨럭이다가 입을 막고 상일을 노려보았다.


“근데 너네가 이해해야지. 여기 금연구역이 너무 많잖냐. 그리고 괜히 다른 데에서 피우다가 카메라 찍히면 어떻게 하냐. 내 이미지랑 안 맞잖아.”


유현은 대체 상일의 이미지에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뭐가 깬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화장실에서 피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유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따졌다.


“다른 층까지 냄새 밸 것 같은데.”

“그냥 우리도 어디서 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말이 많냐?”


상일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상일은 꽤 거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턴 온 더 라이트> 출연 후 딱 1년 뒤에 술집 폭행 시비로 몇 없던 팬들의 탈덕 러쉬를 일으켰던 연습생이었다.


‘원래는 고성원이 들이박았었는데.’


유현은 성원도 한태 형도 없는 지금, 자신이 상일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말 그대로 머리로 들이박아서 김상일 코피 터지고 난리였지만.’


유현은 상일과 물리적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아 한 발 물러섰다.


“다음부터는 그래도 다른 곳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융통성 없는 놈.”


그 순간 숙소의 초인종이 울렸다.

제작진일 수도 있었기에 상일이 급하게 화장실 문을 닫아버렸다.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형곤 대신에 유현이 문을 열어드렸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 맞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던 제작진이 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52번 연습생, 담배 피웠죠? 냄새 나는데.”


숙소 내 흡연은 회당 벌점 3점이었으며 벌점이 5점 이상이면 자진하차라는 룰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담배 냄새 난다고 해서 온 거라서요.”

“이건 제가 아니라.”


아까 문을 열고 상일과 이야기를 하다가 방에 담배 냄새가 퍼진 모양이었다.


“벌점 드릴게요. 다음부터 조심해주세요.”


유현은 자신에게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자 억울했다.

누가 피웠는지 살펴볼 생각은 안 하고 유현이 문을 열었다는 것만으로 유현에게만 벌점을 주는 게 어이가 없었다.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쯧.”


제작진이 문고리를 돌리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유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작진이 문을 닫고 나가버리기 직전, 유현이 현관 옆에 있던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버렸다.


“그러게요,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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