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최근연재일 :
2023.02.06 22:28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56
추천수 :
11
글자수 :
79,777

작성
23.01.15 13:51
조회
30
추천
1
글자
10쪽

시그니처 송 중간평가

DUMMY

8화


‘침착해. 어차피 아직 내 순서는 멀었으니까.’


유현은 제 가슴에 손을 올리고 심호흡을 하였다.


‘내 기억에 따르면 센터는 안현제였고 BRIGHT 멤버들 중 시그니처 송에서 센터 주변 자리에 뽑혔던 멤버는 누구더라?’


센터 만큼이나 센터 옆 날개 자리인 윙은 카메라에 많이 잡히기 때문에 유리했다.

윙이었던 두 명중 한 명은 데뷔조에 뽑혔으니 말이다.


‘이규영이나 최창인은 초창기에 실력이 부족해서 뒷자리였고. 민태윤은 앞에서 세 번째 줄이었지.’


윙으로 뽑혔던 연습생 중에는 유현보다 한 단계 낮은 7위로 데뷔조에서 탈락했던 연습생도 있었다.


‘센터 옆의 윙 자리를 차지해서 데뷔까지 했던 한 명은.’


유현은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성원을 의식하며 생각했다.


‘고성원이었어.’


성원이 선발 멤버로 무대에 섰던 덕에 시그니처 송 무대 공개 이후 고성원의 PR영상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랐었다.

실제로 안현제와 고성원의 얼굴합까지 화제가 되며 데뷔조로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중간에 그 일만 없었다면 고성원이 1위로 데뷔했을 수도.’


유현은 카메라가 돌고 있다는 것을 잊고 손톱을 잘근 깨물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상관없는 일이야. 이번에는 내가 센터에 1위까지 할 거니까.’


유현이 감았던 눈을 떴다.

때마침 시욱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다음, 7번 연습생 올라오세요.”


유현은 시욱의 말을 듣고 무대쪽을 바라보았다.


‘7번이면 안현제!’


안현제는 프로그램 내내 상위권이었는데 시그니처 송 센터의 영향이 컸다.

센터라는 이미지 자체가 안현제의 정체성이었다.


“안녕하세요, 7번 연습생입니다. 준비한 무대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제는 무표정한 심사위원의 눈빛을 마주해도 기죽지 않았다.

무대 전 연습생들이 흔히들 하는 심호흡도 하지 않았다.

전주가 흐르자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역시 잘하네.’


실제로 <턴 온 더 라이트> 내에서 안현제는 시그니처 송을 비롯한 모든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했었다.

적어도 이 프로그램에서 센터는 안현제였고, 안현제가 센터였다.

프로그램 내에서 센터가 아닌 안현제를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제의 무대가 끝나고 모두들 센터감이라 생각했는지 웅성대는 소리가 커졌다.


‘연습생들 중에 제일 잘하는 건 맞지만.’


유현은 숨을 몰아쉬는 현제를 빤히 쳐다보며 생각했다. 유현의 눈이 순간 반짝 빛났다.


‘그래도 절대 못 넘을 정도까지는 아니야.’


심사위원들은 똑같은 무대를 99번을 보아야 하는 입장이기에 조금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커피 하나만 더 주세요.”


심 작곡가는 앞에 있던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려는 편이었다.

한 대표는 하품을 숨기지 않았다.

시욱은 긴 촬영 시간도 거뜬히 버티는 프로라서 그런지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


“한 대표님, 하품 좀 그만 하세요.”


보다 못한 심 작곡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우, 졸려 죽겠어.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그런 연습생들이 많이 나오면 될 텐데 말이야. 내 탓이야?”


잠시 10분 정도 촬영을 끊어가는 김에 심사위원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했다.

시욱은 미소를 지으며 한 대표에게 말을 걸었다.


“작곡가님과 대표님께서는 여태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연습생이 있다면 어떤 연습생을 꼽으실 건가요?”

“7번 연습생이죠. 잘하드만.”

“나는 19번 연습생.”


심 작곡가는 실력으로 단연 돋보였던 안현제를 꼽았다.

반면 한 대표는 뜬금없이 최창인을 꼽았다.

그러자 심 작곡가가 ‘엥?’ 소리를 내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무 못했거든? 근데 보면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웃겨, 그냥. 창피해서 웃긴 게 아니라. 그것도 능력이야. 망신살 있는데 망신스럽지 않은 거.”


심 작곡가는 한 대표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억에 남는 연습생이라고 해서 꼽은 거야. 나도 걔 잘한다고는 생각 안 해.”


한 대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심 작곡가는 한 대표와 대화를 하기 싫었던지 괜히 시욱에게 말을 걸었다.


“시욱 씨는 기억에 남는 연습생 있던가요?”


심 작곡가의 말에 시욱은 무언가를 찬찬히 생각해 보는 듯했다.


“음, 저는 기억에 남기 보다는 기대가 되는 연습생이 있는데요.”


시욱이 입을 떼려는 찰나 촬영 재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시욱은 자세를 고쳐앉고 씩 웃으며 말했다.


“누군지는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심 작곡가는 다시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을 보고 긴장이 되었는지 헛기침을 했다.


“저희 몇 번 연습생부터 시작이죠?”

“52번이네요.”


시욱이 연습생들이 모여있는 쪽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52번 연습생,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유현은 무대 위로 올라가려다가 멈춰 섰다.


“52번 연습생?”


표정이 좋지 않은 유현을 보고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 안 좋은가요?”

“아, 죄송합니다. 잠시 어지러워서요.”


유현은 둘러대고선 무대 가운데에 섰다.

한 대표는 별로 기대도 하지 않는지 유현의 어두운 인상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젠장! 하필 왜 이 시점에!’


잔뜩 긴장을 한 듯한 유현의 얼굴에 시욱은 괜찮다는 듯이 심호흡을 하라는 손짓을 했다.

유현은 전주가 흘러나오기 전의 정적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시스템 경고!

[시그니처 송 무대 중 PTSD

발생 예상 시간: 5초 전]


그도 그럴 것이 유현이 무대 계단을 오르던 순간, 경고창이 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직전에 알려주면 뭐 어쩌라는 거야!’


유현은 무시하려고 했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경고창은 한 번 겪어본 터라 중간평가도 PR영상처럼 망치는 구나 싶어 허탈해졌다.


‘그래도 멍청하게 서있을 수는 없잖아.’


유현은 전주가 시작되자 고개를 들었다.


“생각보다 잘하는데?”


유현이 어두운 표정에 반응도 크지 않아서 소극적일 줄 알았더니 꽤 시원시원하게 안무를 하자 심사위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별반 기대를 하지 않던 연습생이었기에 기대치가 낮은 것도 한 몫했다.


‘다행이다, 몸이 기억하고 있어.’


유현은 7년이나 지났는데 자신의 몸이 그 시절의 안무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렇게 듣고 싶지 않던 노래였는데.’


유현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모두들 허우적거리던 파트까지 무난히 지나갔다.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센터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직감했다.


“잘하네요.”


후렴 시작 전에 노래가 잠시 조용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시욱이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유현의 시야가 넓어졌다.


‘숨이 막힐 것 같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무대 아래의 연습생들.

시선에 무게가 실린 것처럼 유현은 가슴이 무거워지고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때처럼 실수할 수는 없어.’


유현은 최대한 춤과 노래에 집중하려 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저 형 점점 버벅이는 것 같지 않아요?”


형곤이 한 자리 건너 있던 성원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성원은 말없이 유현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차라리 보지를 말자.’


유현은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땅으로 향했다.

자신의 시야에서 사람들이 벗어나니 그나마 나았다.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 생각하니 준비한 만큼의 절반 정도는 보여줄 수 있었다.

음정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유현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심사평을 기다리면서 유현은 입술을 깨물며 후회했다.


‘안무를 틀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시선처리로 한 소리 듣겠군.’


유현의 예상대로 심 작곡가와 한 대표에게 고개 좀 들라는 잔소리를 질리도록 들었다.

마지막으로 시욱의 심사평만이 남았다.


“52번 연습생.”


시욱은 마이크를 쥐고 유현을 바라보았다.

시욱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사람의 시선이 버거웠던 건가요?”


유현은 예상했던 지적이었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었다.


“...아직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죠.”


시욱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런데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자리에 올라가는 거라 그 점은 스스로 극복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시욱이 유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고개를 들고 카메라든 관객이든 시선을 맞춰주세요.”


유현은 시욱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가수는 음악을 눈으로도 들려줘야 되니까요.”


시욱은 씩 웃고는 심 작곡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부분만 개선되면 솔직히 앞부분에서는 센터로도 손색없다고 보거든요. 안 그랬나요?”


커피를 마시던 심 작곡가가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초반에 나쁘지 않긴 했죠.”


한 대표는 둘이 하는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는 다는 듯이 유현의 얼굴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지금 보니까 다크써클이 인상이랑 잘 어울린다~ 난 원래 방긋방긋 웃는 애들 좋아하거든? 52번은 차가운 인상이 더 사연있어 보여서 유니크하다. 너무 숙면하지는 마. 알겠지?”

“한 대표님, 지금 비주얼 평가 시간 아니거든요.”

“어머, 작곡가님 비주얼 평가 한 번 제대로 해드려요?”

“됐습니다.”


유현이 인사를 하고 내려올때까지 한 대표와 심 작곡가가 서로 투닥거렸다.

유현은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다음 무대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성원과 눈이 마주쳤다.


“나 응원 좀 해주고 가지? 긴장되는데.”


그대로 지나치려는 유현을 붙잡고 성원이 말했다.

중요한 평가 전에도 장난이나 치고 있는 성원의 태도가 유현에게는 언짢았다.


“어, 열심히 해.”


대충 대꾸해주고서 유현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고성원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유현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성원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생각하는 게 틀렸으면 좋겠네.’


만약 고성원이 중간평가에서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면 매우 수상할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23.02.07 10 0 -
18 센터-윙 인터뷰 23.02.06 13 0 10쪽
17 타도53 23.02.02 17 1 10쪽
16 센터를 불편해 하던 이유 23.02.01 16 0 10쪽
15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23.01.31 16 0 11쪽
14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23.01.30 19 0 10쪽
13 센터로 추천합니다 23.01.27 20 0 11쪽
12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23.01.26 25 0 10쪽
11 1등에게 위로 하고 위로 받기 23.01.25 23 0 10쪽
10 중간평가 실수는 고의? 23.01.17 34 1 10쪽
» 시그니처 송 중간평가 23.01.15 31 1 10쪽
8 심사평 혹은 막말 23.01.12 34 1 10쪽
7 맛표현 한 마디씩 해주세요 23.01.10 41 2 11쪽
6 익숙한 시그니처 송 23.01.09 47 2 11쪽
5 달라진 프로필 사진 23.01.08 54 0 10쪽
4 이전 시스템 기록 자동 소환 23.01.05 58 0 10쪽
3 시스템 경고 발동! 23.01.04 59 1 10쪽
2 죽기 전에 걸려온 전화 23.01.03 67 1 10쪽
1 프롤로그 23.01.02 83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