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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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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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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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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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등에게 위로 하고 위로 받기

DUMMY

10화


“울지 마.”


유현이 현제의 앞에 서서 말했다.

‘재수없으니까’라고 덧붙이고 싶은 마음은 간신히 삼켰다.


“안 울었는데.”


현제는 자기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창피했는지 얼굴이 벌게졌다.

유현은 결국 목구멍을 간질거리던 그 말을 해버렸다.


“미안한데 울만큼 망한 것도 아니라서 네 눈물에 공감해줄 만한 사람은 없을걸.”

“진짜 안 울었다니까?”


말한대로 현제는 멘탈이 흔들린 건 맞지만 눈물이 나온 건 아니었다.

울었다고 오해받은 게 억울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유현에게 항변했다.


“위로받고 싶으면 확실하게 떨어지고 와. 그땐 해줄 테니까, 위로.”


유현은 현제를 혼자 남겨두고 방을 나왔다.

저렇게 충격받은 모습이 유현에게는 기만처럼 느껴졌다.

안현제는 어차피 센터일 테고, 최종 1위를 할 놈이었다.

유현이 보기에 현제는 배부른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참나, 누가 언제 지한테 위로받고 싶다 했나?”


현제는 닫혀버린 문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부담 갖지 말고 하자. 살면서 놓쳐본 적 없잖아.’


몇 초간의 정적 후,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현제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쪽잠이라도 자야겠다.’


유현은 연습실을 나와버렸으니 체력이라도 회복하자 싶었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성원과 유현을 제외한 연습생들은 이미 뻗어있었다.

유현은 조용히 침대에 누우려다가 잠시 생각했다.


‘고성원도 아직 연습하느라 안 들어왔는데 잘 수 없지.’


유현은 다시 벌떡 일어나 빈 연습실을 찾아 돌아다녔다.

하지만 다음날 유현은 밤샘 연습을 후회했다.


‘어제 그냥 잤어야 했나.’


밤을 꼬박 샌 것 때문에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다.

딱 봐도 거울에 비친 유현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적당히 하고 들어가려 했는데 고성원이 안 오는 바람에 오버해버렸잖아.’


유현은 세수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강당으로 향했다.

이미 몇몇 연습생들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센터감은 누구라며 저마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고성원은 왜 없지?’


자신의 오른쪽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유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순간 강당 문을 열고 성원이 들어왔다.


“어제 이 형이 자면 안 된다고 그렇게 추는데 잠이 오냐고 붙잡아서 한숨도 못 잤어, 와.”

“이러다 나 무대 위에서 조는 거 아니야?”


성원은 혼자 오지 않고 규영과 창인과 함께 들어왔다.

대화를 듣자하니 성원이 밤새 둘을 붙잡고 연습한 모양이었다.


“근데 덕분에 자신감 붙었어요!”

“하, 저 아직은 센터 좀 부담스러운데.”


창인이 한껏 건방을 떨자 성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하,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랬는데.”

“네? 형은 머리 갈색이잖아요.”

“음, 일단 자리 가서 앉을래?”


셋이 각자 자리로 흩어지면서 성원이 유현쪽으로 가까이 왔다.

유현은 성원을 의식하지 않는 척 하며 머리를 굴렸다.


‘뭐하러 그렇게까지?’


이상했다. 자기 것 하기도 바쁠 시간에 굳이 다른 연습생들, 그것도 실력이 모자라는 연습생과 밤새 연습을 했다는 사실이 찜찜했다.


‘못하는 연습생을 데리고 가르쳐주는 선생님 롤이라도 선점하려는 건가?’


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전에는 안 그랬잖아.’


1회차 때에는 고성원이 밤을 새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유현보다 일찍 들어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친화력이 좋긴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유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옆에 앉아있는 성원을 의식했다.


‘친해진 연습생도 하필 데뷔조 멤버들이라니 역시 뭔가 이상해.’


유현이 성원을 의심하는 사이 시간이 다 되어 최종평가가 시작되었다.

한 대표는 한껏 맨들맨들한 얼굴로 눈 하나 깜빡 않고 거짓말을 했다.


“드디어 최종평가네요. 아우, 나 궁금해서 잠도 못 잤잖아.”

“늦잠 자서 지각하셨잖아요.”


어이가 없었는지 심 작곡가가 끼어들어 면박을 주었다.

한 대표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시욱에게 말을 걸었다.


“황시욱 MC님,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죠?”


시욱은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MC 톤으로 목소리를 바꾸어 말했다.


“오늘은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센터 후보 세 명이 뽑힌 다음, 연습생들의 투표가 진행됩니다.”

“센터랑 윙은 우리가 뽑는 거구나?”

“네. 그리고 심사위원 점수 50%와 연습생들의 투표 점수 50%를 합산한 결과로 최종 센터가 결정되는 거죠.”


시욱의 말에 심 작곡가는 잠시 연습생들을 떠올려 보다가 말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대충 센터가 누군지 윤곽이 잡힌 것 같네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긴 했죠.”


시욱이 웃으며 대답했다.

한 대표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누가 확 치고 올라오면 재밌긴 하겠다~”


시욱은 평가를 시작하라는 제작진의 사인을 받고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자, 이제부터 최종평가 시작하겠습니다. 1번 연습생부터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최종평가의 범위는 1절 후렴까지가 아닌 전곡이었다.

또한 격한 춤과 함께 라이브로 노래까지 불러야 하니 어지간히 실력이 좋지 않으면 2절에서 털리곤 했다.


“혼자서 라이브하면서 추기는 확실히 힘들죠. 보통 아이돌은 그룹이라 파트를 나눠 부르기도 하고요.”


2절까지 하느라 체력적으로 후달려서 그런지 처참한 무대들이 이어졌다.

시욱이 위로를 한답시고 한 빈말에 한 대표가 발끈하여 마이크를 잡았다.


“한 곡 완곡이 힘들다고 징징댈 거면 솔로도 하면 안 되지. 평생 그룹만 할 거라 못하는 거야? 웃겨, 증말.”

“하하, 대표님 말씀도 맞습니다.”


시욱은 웃으며 한 대표를 진정시켰다.

심 작곡가는 더 이상 한 대표의 말에 대꾸를 하기 싫었는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다음 연습생은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시욱이 무대 아래서 대기하고 있는 현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7번 연습생, 올라와주세요.”


현제가 주먹을 꽉 쥐더니 심호흡을 길게 하고서 발걸음을 뗐다.

현제의 눈빛에서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역시 잘하잖아.’


유현은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날아다니는 안현제를 고깝게 바라보았다.


‘센터 빼앗긴 것처럼 벽 치고 울고 난리치더니.’


어제는 연습생들 중에서 잘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다시 보니 안현제는 안현제였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현제는 현직 아이돌에 견줄만한 실력이었다.


‘내가 저 놈을 넘을 수 있을까?’


유현은 현제의 무대를 보며 위기감을 느꼈다.

고성원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안현제가 더 높은 벽이었다.


“아니, 저게 가능해?”

“목소리가 흔들리질 않네.”


아이돌로서의 스탯을 육각형으로 나타낸다면 현제는 어느 한쪽 푹 파이지 않는 정육각형일 것이었다.

보컬, 댄스 그리고 비주얼까지 평균 이상이니 센터 그 자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됐다!’


무대를 마치고 심사평을 기다리면서 현제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자신이 생각해도 연습한 것 그 이상으로 무대를 했다.

틀린 음정이라던가 놓친 안무, 부족한 표현은 없었다.


“저 형 회사에서 월말평가 때마다 1등이었거든요. 열 여섯 살 때부터 3년 내내.”


현제와 같은 소속사로 보이는 연습생이 하는 말이 유현이 귓가에 들렸다.


“7번 연습생, 혹시 아이돌 하다가 회귀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칭찬 감사합니다!”

“인생 1회차 실력이 아닌 것 같아서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쪽은 지금 당장 솔로 해도 되겠다~ 나 벌써 콘서트 티켓팅 하고 싶다니깐?”


심 작곡가와 한 대표의 극찬이 이어지자 현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할지 알고 계시네요. 안무 강약조절도 좋고, 기본적으로 노래가 안정적이니까 춤에도 집중할 수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욱까지 긍정적인 평이 이어지자 현제는 마음이 놓였는지 안 그래도 밝았던 얼굴이 한층 더 환해졌다.


“감사합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하셔도 됩니다.”


이대로 인사하고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기습으로 인터뷰를 하자 현제는 당황했다.

그냥 뻔하지만 심사위원께 감사하다며 아부를 떨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였다.


“저희한테든 아니면 다른 연습생들한테든.”


시욱이 덧붙인 말에 현제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마이크를 전달 받고 연습생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어제 최종평가 때문에 부담을 느꼈었는데, 그때 52번 연습생이 저를 위로해주는 말을 했거든요.”


갑자기 현제가 유현을 언급하자 연습생들의 머리가 일제히 유현쪽을 돌아보았다.

유현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자 부담스러움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시선을 피하려 무대 위의 현제를 바라보았다.


“이제 위로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오오오오!”


현제는 유현과 눈을 맞춘 채로 여유롭게 말했다.

연습생들은 기싸움인지 연대인지 헷갈리는 현제의 말에 환호를 하며 흥미진진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는 내가 응원해줄게, 잘 해라!”


현제가 주먹을 꽉 쥐고 힘 내라는 모션까지 해보였다.

유현은 현제가 ‘봤지?’라는 감정으로 자신에게 도발한 것이구나 싶었다.


‘참자. 상대는 열아홉이다.’


유현은 마인드 컨트롤을 하였다.

자신도 껍데기는 열아홉이지만 알맹이는 7살을 더 먹었어서 그런지 어린 놈들의 말과 행동이 더 어리게 느껴졌다.


“...그래.”


유현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현제의 도발에 가까운 응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유현의 눈 앞에 창 하나가 떴다.

익숙한 글씨체와 색깔에 유현은 움찔거렸다.


‘설마 또 경고창이 뜬 건가?’


중간평가에 이어서 최종평가에서까지 오류가 발생하는 건가 싶어 유현은 망연자실하였다.

유현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으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경고창의 글씨를 읽어보았다.


[시스템 오류가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팝업창은 유현의 예상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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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센터-윙 인터뷰 23.02.06 12 0 10쪽
17 타도53 23.02.02 17 1 10쪽
16 센터를 불편해 하던 이유 23.02.01 16 0 10쪽
15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23.01.31 15 0 11쪽
14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23.01.30 19 0 10쪽
13 센터로 추천합니다 23.01.27 20 0 11쪽
12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23.01.26 24 0 10쪽
» 1등에게 위로 하고 위로 받기 23.01.25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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