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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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최근연재일 :
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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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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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표현 한 마디씩 해주세요

DUMMY

6화


‘이상해.’


성원을 눈으로 좇던 유현은 기시감을 느꼈다.


‘다들 잠도 안 자고 연습하겠다는데 왜 혼자 여유있어 보이지?’


다른 연습생들이 거울과 태블릿을 보면서 몇 번이고 뼈가 부서질 기세로 연습하는 동안 성원은 오히려 힘을 빼고 설렁설렁 추고 있었다.


‘일부러 연습을 안 하는 느낌이야.’


유현은 성원을 의식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다.

조급해 보이지 않는 성원의 모습에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아까 웃던 모습, 내가 잘못 본 게 아닌 것 같아.’


유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1회차 인생 때를 떠올려 보았다.


‘그 때는 어땠더라.’


개인 연습 기간에 같은 방 사람들 모두 허둥댔었다.

그나마 한 번 데뷔했던 경험이 있는 한태 형 정도가 안무를 간신히 다 땄었다.

고성원은 열심히 하긴 했지만 연습 때에는 실수도 꽤 했었다.

실제로도 중간평가에 실수한 뒤에 만회한 것이니 말이다.


‘안현제가 거의 몰표 수준으로 센터에 뽑혔었지. 고성원은 윙이었고. 하지만 나도 꽤 앞이었어. 세번째 줄이었으니까.’


유현은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잘만 하면 이번에 센터까지 노려볼 수도 있겠어.’


세번째 줄에서 시작해도 6위까지 갔었다.

만약 센터에서 시작한다면 5위 어쩌면 그 이상까지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 하지 않아? 12시간 후 중간평가, 24시간 후 최종평가. 도대체 잠을 자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상일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유현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프로필 사진도 갑자기 찍어서 저 완전 찐빵처럼 나왔다니까요?”


형곤이 제 볼에 바람을 넣고 빵빵하게 만들며 말했다.

나름 막내스러운 애교였지만 이 방 안에서는 받아줄 만한 인간들이 없었다.


“슬슬 배고프지 않아?”


한태는 체력의 한계를 느낀 것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른 연습생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점심 먹을까요?”


성원도 타이밍이 맞다 생각한 것인지 연습을 멈추고 박수를 치며 사람들을 모았다.


“우리 PPL이 샌드위치던가, 햄버거던가?”

“햄버거일걸?”

“12시부터 중앙에서 받아와야 한다고 들었어요.”


형곤은 자신의 배에 붙은 이름표 스티커를 흘깃 쳐다보았다.

이름 옆에 괄호치고 있는 숫자는 나이를 나타냈다.

자신이 가장 막내이기 때문에 갔다와야 하나 형곤이 눈치를 보았다.


“제가 다녀올게요.”


유현이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 52번 보기보다 따뜻한 남자네.”


상일은 자신이 갔다 오기 귀찮았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는지 박수까지 쳐댔다.

그렇게 유현이 총대를 매나 싶었는데 성원이 유현을 따라 번쩍 손을 들었다.


“저도 같이 갈게요.”


성원이 자신을 따라 일어나자 유현은 멈칫거리며 성원을 바라보았다.


“한 명이서 다섯 개 가져오기는 좀 벅차지 않나 싶어서. 음료도 있을 텐데.”


논리적으로 타당한 성원의 말에 유현은 굳이 혼자 다녀오겠다고 고집할 수가 없었다.

성원이 불편하긴 했지만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동갑이라 그런가 사이가 좋다~”

“그러면 저는 제로 콜라로 가져다 주세요!”


형곤의 말을 뒤로 하고 유현은 연습실 문을 닫으며 성원을 흘깃 쳐다보았다.


‘무슨 의도지?’


단순한 배려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러웠다.

사실 고성원 자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상했다.


“되게 잘 추더라.”


성원이 유현보다 한 걸음 앞서 걷다가 말했다.


“처음 본 게 아닌 것처럼.”


성원이 유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유현은 성원과 눈을 마주쳤다.

유현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그냥 하는 말인가?’


마치 자신을 안다는 듯한 뉘앙스에 유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단순히 춤을 잘 춘다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쎄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회귀 따위가 있을 거라 생각할 리가 없잖아.’


유현은 성원이 가볍게 던진 말인지 자신을 떠보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설마.’


돌아온 과거 속에서 모두가 다 똑같은 말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데 한 사람만 달랐다.

유일한 변수는 고성원이었다.

유현은 가만히 성원을 보다가 말했다.


“너도 잘 하던데.”

“내가?”

“네 능력 다 보여준 거 아니잖아, 아직.”


성원은 자리에 멈춰서서 유현을 내려다보았다.

유현은 성원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하려나.’

유현은 긴장한 채로 성원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는 유현에게 성원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너한테 칭찬받은 거지?”


성원은 전혀 기분 나쁜 티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해맑게 웃으며 만세를 해댔다.


“와, 나 친구한테 칭찬받았다!”


유현은 성원의 행동에 당황해서 한 걸음 물러났다.


‘뭐하는 짓이지? 미친 건가?’


햄버거를 받으러 가던 다른 연습생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성원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얘가 저보고 잘한대요!”


성원이 유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다른 손으로 유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성원은 카메라에 대고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자랑까지 했다.


“저기, 알았으니까 그만하고 밥 받으러 가자.”


유현은 창피해져서 성원의 옷자락을 잡고 질질 끌었다.


“내가 칭찬을 받은 지가 좀 오래 됐거든. 기분이 좋아서 오버했네. 미안.”


성원이 킬킬거리며 유현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회귀를 두 명이서 할 리가 없잖아. 그냥 미래가 바뀌면서 변한 거겠지.’


유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고성원이 이상하긴 했지만 유현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변한 것이라고 치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묘하게 찜찜하단 말이지.’


그러면서도 유현은 성원이 몰래 짓던 그 웃음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유현보다 한 발자국 뒤에서 걷던 성원은 기지개를 켜며 유현의 뒷통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햄버거 드시면서 연습생별로 맛표현 한 번씩은 하라고 해주세요.”

“아, 네.”

“‘감자튀김이 웨지라서 더 맛있네?’ 이 멘트 한 팀당 한 명은 꼭 해야되고요.”

“네, 알겠습니다.”


유현과 성원은 PPL 멘트까지 안내받고서 햄버거를 한아름 들고 돌아왔다.


“햄버거 왔습니다~”


성원이 밝은 목소리로 문을 열며 말했다.

유현은 어쩐지 자신에게 음료가 몰려 무거운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 햄버거!”


형곤이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상일도 먹을 것 앞에서 얼굴이 밝아졌다.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나도 다녀올걸. 고생 많았어.”


한태 형이 성원과 유현의 봉투를 받아들며 말했다.

배가 고팠는지 다들 빠르게 세팅을 했다.

동그랗게 모여 옹기종기 앉아 햄버거 하나씩을 받아들었다.

식욕이 왕성한 사람들을 위해 여분의 햄버거까지 있었다.

아마 상일의 것이 될 듯했다.


“아, 저희 먹기 전에 PPL 멘트 하나씩 해야 돼요.”

“PPL 멘트?”


멘트를 맛깔나게 하면 카메라에 한 번은 더 잡힐 수 있었다.

다른 연습생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연습생별로 맛표현 한 번씩 하라고 했어요.”

“아, 맛표현 하면 또 난데.”


상일이 편집점을 위해 박수를 크게 한 번 치고선 작위적인 표정을 지었다.

혀를 낼름 거리더니 크게 한 입을 베어불고서 ‘흐으음’거리는 콧소리를 냈다.


“와, 입 안에서 패티가 살아있는 느낌인데?”

“패티가 살아있으면 좀 징그럽지 않을까요?”


형곤이 눈치 없게 끼어들자 상일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성원은 상일을 흘깃 쳐다보다가 형곤에게 말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막내 맛표현 좀 들어볼까?”

“잠시만요.”


형곤은 연기 시작 전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듯이 눈 앞에서 요란하게 손을 움직여댔다.

형곤이 쥐똥만큼 햄버거를 베어물더니 입을 틀어막고 말했다.


“잠시만요, 저 한 입만 먹었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눈물은 왜 나는 거죠?”

“너무 맛있어서 이런 걸 제가 먹어도 될까 싶어가지고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하는 형곤을 뒤로 하고 한태의 차례가 되었다.


“좀 부담스럽지만 한 번 해볼게.”


한태가 햄버거를 한 입 먹으려고 했지만 잘못 잡은 탓에 햄버거 안에 들어있던 패티와 양상추가 후두둑 떨어졌다.


“아, 형. 최연장자라고 또 이렇게 불쌍함 어필하시면 어떻게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형 벌써 손 떨리는 나이 된 거예요?”


한태 형이 햄버거를 놓친 것에 대해 상일과 형곤이 웃으면서 놀려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유현은 불편함을 느꼈다.


‘고작 스물 다섯한테 온갖 늙은이 프레임은 다 씌우네.’


그도 그럴 것이 회귀 전의 정유현은 지금의 한태 형보다 한 살 더 많은 스물 여섯이었기 때문이었다.


“형 젊어요.”


유현이 대뜸 한태 형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뜬금없는 유현의 행동에 3초간 정적이 일었다.


“야, 네가 제일 나빠.”

“이 형 가만히 있다가 빵 터뜨리네.”


유현의 말이 그저 웃겼는지 다들 배를 잡고 웃어댔다.

유현은 딱히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언짢았다.

하지만 한태 형도 웃고 있었기 때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맛이 깔끔해서 언제 먹어도 부담 없을 것 같은데요?”


그 와중에 성원이 자연스럽게 멘트를 쳤다. 성원은 유현에게 눈짓을 보냈다.

유현만 남았다는 뜻이었다.


“맛, 맛있어요.”


유현은 자신에게 주목되는 시선에 체할 것 같았다.

이런 멘트 하나하나도 작은 기회였는데 입이 움직이지 않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친구가 맛표현을 너무 못했는데 고정 멘트 시켜도 될까요?”


성원이 유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다른 연습생들의 동의를 얻었다.

유현은 성원이 자신에게 왜 이런 배려를 해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그래. 뭐. 어차피 아까 건 통편집 당할 것 같으니.”


상일은 내심 자신이 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성원의 말에 반기를 들 용기까지는 없었다.


“고정 멘트가 뭔데?”

“이 친구도 들었으니까 바로 할 수 있을 거예요.”


성원이 멍석을 깔아주자 유현은 그냥 하지 말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현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부들거리는 손으로 감자튀김을 집어들고 말했다.


“감..자 튀김이 웨지라서 더 맛있네요.”


그 말이 뭐라고 잔뜩 벌게진 얼굴에 형들이고 동생이고 다들 웃느라 뒤로 넘어갔다.


“아, 저 형 냉미남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웃기네요.”


유현은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싶어 마냥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도 성격이 원래 이러진 않았다고.’


유현이 묵묵히 감자튀김을 입에 욱여넣으며 생각했다.


‘7년 동안 그늘에만 있으면 누구나 나처럼 성격이 변하는 건 당연하잖아.’


유현은 친화력도 소통능력도 바닥이 되었기에 단체생활이 버거웠다.

이런 성격이 아이돌에 맞지 않다는 건 알지만 단번에 성격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바꿔야 돼. 아니, 돌아가야 돼.’


유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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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센터-윙 인터뷰 23.02.06 12 0 10쪽
17 타도53 23.02.02 17 1 10쪽
16 센터를 불편해 하던 이유 23.02.01 16 0 10쪽
15 아이돌 한다는 사람이 23.01.31 16 0 11쪽
14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23.01.30 19 0 10쪽
13 센터로 추천합니다 23.01.27 20 0 11쪽
12 이미 해소된 오류입니다 23.01.26 25 0 10쪽
11 1등에게 위로 하고 위로 받기 23.01.25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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