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한 연습생이 데뷔 멤버랑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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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슌
작품등록일 :
2023.01.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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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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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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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경고 발동!

DUMMY

2화


유현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인생의 마지막에서는 뇌가 모든 기억을 빠르게 훑는다던데 그런 것인가 했다.


“52번 연습생!”


52번. 유현은 그 번호를 잊을 수 없었다.

맨 처음 자신에게 부여된 연습생 번호였다.

순위로 불리기 전에는 고유번호로 불렸었다.


“고성원?”


유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성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성원도 유현을 살피는 눈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걱정하는 눈빛이었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너무 힘들면 말해도 되고. 촬영 순서 정도는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성원이 유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어? 아. 괜찮아.”


꿈이라기에는 너무도 생생했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만져지는 촉감까지도.

마치 지금이 꿈이 아니라 여태까지 있던 일들이 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성원은 유현의 얼굴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근데 내가 너한테 이름을 말했던가?”


첫인상 온라인 투표 이후 실제 이름이 공개되었다.

물론 그 전에 사람들이 이름이고 나이고 과거 사진이고 탈탈 털어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거 봤어.”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턴 온 더 라이트>에 참가한다는 연습생들이라고 떠도는 목록 중에 성원은 고씨인 탓에 가장 위에 있었다.

유현이 머리를 굴리다 그것을 기억해내고 둘러댔다.


“뭐, 어쨌든 내 이름 아는 거, 티는 내지 마. 이름 불렀다가는 좋은 소리 못 들을 테니까.”


제작진들은 첫 번째 미션이 끝날 때까지 연습생끼리 서로의 본명을 알려주지 않도록 했다.

또한 아는 사이더라도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마 경쟁적인 구도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어, 미안해. 조심할게.”

“52번 연습생!”

“네!”


유현은 자신을 부르는 제작진의 호출에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이거 꿈이 아니잖아.’


스태프를 따라가 보니 PR영상 촬영룸이었다.

방은 벽뿐만 아니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흰색이었다.


‘그러면 내가 왜 고성원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유현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십자 표시된 곳에 서서 천천히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꿈이라기 보다는 마치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유현의 마음 속에 희망이 생겼다.


‘꿈이든 과거로 돌아온 것이든, 내가 이제부터 잘하면 그따위로 시궁창처럼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거잖아.’


유현의 기억 속에 PR영상은 1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이름을 제외한 모든 것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첫인상으로 대부분의 상위권이 결정되는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유현은 그 당시 조회수 12위, 좋아요 8위 정도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었다.


“준비됐으면 카메라 보고 여기 타이머 소리 들리면 그때부터 말씀하시면 됩니다.”


카메라 너머에 큰 전자시계가 보였다.

유현은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며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시스템 경고!

[PR영상 촬영 중 PTSD

발생 예상 시간: 5초 전]


그때였다. 갑자기 유현의 시야에 반투명한 글자들이 깜빡거렸다.


‘이게 뭐지?’


마치 컴퓨터에서 오류메시지가 뜬 것 같은 모양새였다.

몇 초 지나고서 다시 그 글자들은 유현의 앞에서 사라졌다.


삐-


타이머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상 촬영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유현이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 여러 대와 수많은 제작진들이 보였다.


“쟤 왜 저래?”


유현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카메라에 숨이 막혔다.

굳어버린 유현을 보고 제작진들은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저들끼리 웅성웅성거렸다.

카메라 감독님이 손짓으로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유현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긴장되는 게 아니야.’


유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덜덜 떨리는 손을 모아쥐었다.


유현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은 늘 많았다.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최종 탈락하자 조롱하던 시선.


최종 데뷔 그룹과 비교하여 패배자로 낙인 찍으며 동정하던 시선.


사이비에 의존하던 어머니의 텅 빈 눈빛과 술에 취한 아버지의 증오에 찬 시선.


정신적 불안 증세로 차기 그룹에서 빠졌을 때 남아있던 팬들마저 힘들어 자신을 놓던 시선.


고성원의 죽음에 대해 의심하고 책임을 묻던 시선들까지.


[촬영 기회는 단 한 번 밖에 없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30초가 흘렀다.

제작진은 답답했는지 스케치북에 글자를 써서 가리켰다.

유현이 고개를 들지 않자 일부러 크흠 소리를 내며 눈치를 주었다.


“제가, 제가 잘하는 것은···.”


유현은 간신히 입을 떼고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떨리는 손 만큼이나 유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유현의 눈동자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흔들렸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숨이 막혀.’


유현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주목 공포증이 생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집중하여 바라보면 숨이 멎는 것만 같은 감정을 느꼈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다음에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영상 촬영 10초 전에야 유현이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마저도 눈을 감은 채로 말해서 버벅이지 않을 수 있던 것이다.

유현은 천천히 눈을 떠서 앞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눈 대신 시계를 보니 조금 나았다.


‘남은 시간은 고작 2초.’


시계의 숫자는 00:02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현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쥐었다.

유현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바꿔보고 싶습니다.”


유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이머가 울렸다.

제작진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혀를 차는 소리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죄송합니다.”

“53번 연습생 들어오라고 하세요.”


유현은 제작진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선 촬영실을 나섰다.

문을 닫으려는데 틈 사이로 유현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연예인 한다면서 카메라 공포증이라니, 참나. 쟤 무대 공포증도 있는 거 아냐?”

“아직 연습생이니까 그럴 수도 있죠, 뭐.”

“쉿, 아직 문 안 닫혔어요.”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지만 저런 평을 듣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했기에 유현은 애써 담담한 척 굴었다.

유현은 연습생들이 모여서 대기하고 있는 강당으로 이동했다.

이미 촬영을 마친 연습생들도 섞여있었다.


“촬영 끝났나 보네.”


유현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성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53번 고성원이었는데.’


자신의 기억과 일치하는 촬영 순서에 유현은 혼란스러웠다.


‘정말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라도 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 눈 앞에 보이던 이상한 글자도 이해할 수 없었다.

특별한 능력이라도 생긴 것인가 싶어 유현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면 상황이 더 나아져야 되는 거 아닌가?’


PR영상 촬영은 완전 망했다.

이래서는 절대 좋아요가 많이 나올 수가 없었다.

조회수는 많이 나올 수도 있었다. 부정적인 화제성으로 말이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시선은 불안정하지 목소리는 떨고 있으니 동정표 외에는 얻을 수 없는 영상이었다.


‘아니야, 지금은 내가 상황 파악이 느려서 그랬던 것뿐이고. 앞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으니까.’


유현은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니라는 가정을 해보았다.

제 눈에 보였던 시스템 경고창. 그것을 신경 쓴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었다.


‘나에게 기회가 다시 온 거야.’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불편해. 카메라는 전혀 못 보겠고.’


문제는 유현의 정신이 7년동안 산전수전 다 겪어 너덜너덜한 상태 그대로 과거로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당시 데뷔 문턱까지 갔으니까 그때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한다면.’


한 단계만 위로 올라간다면 인생이 바뀌게 된다.

유현은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절박해졌다.

그 지옥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기억해내야 해. 그 당시 PR영상 순서, 조회수, 좋아요 수, 연습생들의 순위까지도.’


기억력이 좋은 편인 유현도 7년 전의 정보까지 세세히 기억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껏해야 상위권과 제 순위권 전후의 연습생만 기억이 났지만 그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PR영상 조회수+좋아요 수 합산 순위]

1위 8번 연습생

2위 19번 연습생

3위 32번 연습생

···

14위 52번 연습생

···

25위 53번 연습생


유현의 기억 속에 자신의 PR영상 순위는 14위였다.

그에 비해 고성원의 순위는 25위에 불과했었다.


‘그때 그 놈은 숫기가 없어서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유현이 준비했던 노래 한 소절과 짧은 춤 그리고 흡사 대선출마하는 후보마냥 자신의 비전에 대한 연설까지 알차게 보여줬을 때에 고성원은 허둥대며 말을 시작할 때마다 “어, 어··· 음.” 이러면서 진땀을 흘리기만 했었다.


‘그것도 오늘의 나만큼 망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현이 생각에 잠긴 사이 촬영을 마쳤는지 성원이 유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유현은 의식하지 않는 척 하려 했지만 성원이 유현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오이.”

“오이?”

“이름 못 부르니까 숫자로 불러야 하잖아.”


성원이 유현의 번호인 52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당시 유현은 마지막 미션 외에 성원과 이렇다 할 친분을 쌓지 않았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친한 척을 해오는 성원의 행동에 유현은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까 몸 안 좋아보이던데 촬영은 잘 했고?”

“···그냥 그랬는데.”


굳이 망했다고 제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유현은 대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너는?”


성원은 유현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뭐, 나도 그냥 그랬는데.”


유현은 성원의 묘하게 여유로워 보이는 태도가 이상했다.

7년 전의 조급하고 낯가림이 심했던 고성원과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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