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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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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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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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7. 완벽의 기준

DUMMY

베르와 로테는 말없이 걸었다.


베르는 갑자기 어디선가 허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로테를 돌아보니 현실계에서 늘 하고 있던 차가워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로테의 눈빛이 흔들렸다.


“지금은 좀 혼란스러워...”


“뭐가요?”


길게 한숨이 나온다.


“최대한 인식하지 않으려고 했어. 네가 알베르트... 내 남편이면서 나에게 들끓는 고백을 하던 베르테르라는 걸.”


사실 베르도 알베르트로서의 감정이나 베르테르로서의 감정이 드러난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로테를 바라보는 감정이 알베르트나 베르테르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뒷말은 둘 다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베르 안에 한 명이 더 있다는 거겠지?”


“...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알베르트의 계산은 빗나간 거구나.”


“아니요.”


이건 이전에 페이와 이야기했던 부분이었다.


“알베르트는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을 거라고 페이가 그러더라고요.”


“... 그래.”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각성계는 혼란스럽지만 받아들여야 할 거야. 아니, 각성계의 문제가 아니지. 나도 방금 베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민을 했거든.”


“뭘요?”


“그 ‘완벽의 기준’, 그러니까 ‘신의 정의’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아...”


“알베르트도 베르테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그거야 당신을 보고 떠올린 생각이니까 그렇죠.


“나도 그걸 느낄 수 있을까?”


“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신의 정의가 움직이면 우리가 알고 있던 ‘정적인 세계’가 움직이겠구나. 거기까지 봤다니 정말 대단한데...”


주어가 없는 칭찬이지만 누구를 향한 칭찬인지는 알 수 있었다.


“로테의 변화는... 모습만 변하는 게 아니었나요? 성격이 같이 변하는 것 같던데.”


“아. 아마도 변신이 ‘복제’와 같이 진행되다 보니까 복제한 성격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아.”


“그럼 원래 가지고 있는 성향과 좀 다르게 살아간다는 건데... 불편하지는 않아요?”


로테가 발걸음을 멈췄다.


얼떨결에 한 걸음 더 나가던 베르도 어정쩡하게 걸음을 멈추고 로테를 돌아봤다.


“원래의 샤를로테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어... 딱히 그런 게 아니라...”


로테는 베르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혹시 네 안에 있는 알베르트나 베르테르의 의지를 전달하는 거야?”


정말 그런 걸까?


방금 로테가 외모를 바꾼 순간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알베르트나 베르테르의 감정일까?


“...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쥐어짜서 대답했다.


오히려 그 대답에 샤를로테의 눈빛이 흔들렸다.


“알베르트나 베르테르와 같은 마음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로테의 존재자체가 빛나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 순간 깨달았다.


“마치 이상형의 아이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건...”


“아이돌?”


로테는 어라우절 엔터를 알고는 있었지만 아이돌과는 거리가 멀어서 정확히 감이 오지 않았다.


“...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란 이야기지?”


“아마도요. 실물로 가장 예쁜 연예인을 본 느낌이랄까.”


잠시 말이 없던 로테가 조그맣게 말했다.


“고마워.”


설마 부끄러워하는 건가?


“하긴. 이제 더 이상은 다른 누구로 변신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하니까...”


다시 세상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


“각성계의 왕이 왔었다.”


트리플 A의 회의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독일의 대표의 말에 CIA가 반문했다.


“독일에 말입니까?”


“아니. 각성계에.”


그 말에 다들 독일대표가 각성계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워낙 말을 안 하는 인물이라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었다.


“... 드디어 본격적으로 각성계 접수에 나서는 겁니까?”


“아니다.”


독일 대표는 무표정했다.


“접수하고 말 것도 없다. 그는 왕이니까. 자신이 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갔을 뿐이다.”


그 짧은 사이에 각성계의 왕으로 인정받았다고?


“유산을 증명한 건가요?”


독일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그 자신이 왕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답답한 화법에 CIA가 뭔가 더 물으려는 순간 독일 대표가 말을 덧붙였다.


“이제 그가 왕이고, 그가 기준이다.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왕이 아니라 그가 ‘완벽의 기준’을 바꿀 수도 있다는 지점이다.”


덜컹!


그 말에 몇 명이 반응했다.


각주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완벽의 기준을 바꾼다고요? 그가 신의 기준을 바꿀 수 있다고요? 그럼 그가 신에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겁니까?”


각성계 사람들끼리의 대화에 나머지 대표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재빨리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애초에 왕이라는 건 가장 가까우니까 왕인 거다. 그리고...”


독일 대표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는 확실히 좀 다르다. 아마 그가 각성계의 왕이 되었다는 것은 각성계가 변한다고 봐야겠지.”


“각성계가 어떻게 변한다는 이야기죠?”



각국 대표들은 갑작스러운 정보에 당황하고 있었다.


“각성계가 변한다는 말을 이해를 못 하면 의미가 없다.”


독일 대표는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입을 닫았다.


각주는 독일 대표의 말뜻을 알고 있었기에 혼란스러웠다.


‘각성계가... 완벽의 세계가 변화가 생긴다는 건가?’


각성계에 변화가 있던 건 ‘신’이 개입했던 순간이었다. 자신에게 신이 찾아와 ‘인과’를 가져가던 것처럼.


“정말로... 신이 되는 건가?”


각주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만일 현재 각성계의 왕이 각성계를 변화시킬 정도로 힘이 있다면 ‘유산’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회의장은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에 소란스러웠다.


“자. 모두 조용히 하시고... 일단 독일 대표님의 정보에 감사드리며 서로 정리를 좀 해봅시다. 각성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야 저희가 대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트리플 A의 설립 목적이고요.”


미국 CIA 측에서 장내를 정리했다.


“서로 감추기만 해서는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되니까 조금은 정보를 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 대표님의 정보에 감사드리며 저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좀 정리해 보죠.”


CIA 측에서 먼저 정보를 풀었다.


“지금 어차피 여기 계신 나라의 대부분이 각성계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 중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것도 그 연구의 결과고요.”


그게 각성계의 특징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공간을 이동하거나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할 때 각성계가 활용되는 측면만 보더라도 앞으로 각성계의 의미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각성계에 변화가 있다면 연구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CIA의 말은 빙 둘러서 결국 어떤 변화인지 알고 싶다는 뜻이었다.


“미국이 단독으로 연구를 하는 게 불가능해서 이 자리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여러분도 아실 거라고 봅니다. 적어도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각성계이기에 이런 자리에서 논의하고자 할 뿐이죠.”


하지만 말을 해줘야 할 ‘각성계 출신’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잠긴 채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 벤더에서 왕을 만났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그럼 벤더가 왕과 손을 잡았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요?”


나름 머리를 굴리던 프랑스 대표가 말하자 독일 대표가 내뱉듯 말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벤더다 아니다가 의미가 없단 말이다.”


프랑스 대표의 얼굴이 붉어졌다.


뭐라고 반박하려는 순간 각주가 먼저 말했다.


“각성계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시간의 흐름이나 인과의 흐름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어서 일파가 갈라지고 그런 게 존재하는 거지만... ‘고정된 값’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나 인과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럼 각성계의 왕이 그 ‘고정된 값’이 되었다는 겁니까?”


“되었다... 가 아니라 그렇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거나 그거나 뭐가 다른데?’라고 중얼거리는 프랑스 대표를 뒤로 하고 각주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은 그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각성계의 기준을 넘어섰다는 이야기죠.”


각주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이제 그의 행보를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래비티였습니다!”


음방에서 노래하는 그래비티를 보면서 설단이 중얼거렸다.


“이번 앨범으로 1위 후보는 무리겠는데?”


설단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데스티니가 여전히 잘 나가고 있잖습니까.”


자이의 말에 설단이 자이를 붙들었다.


“그래. 그런 의미로 노래 좀 더 만들어 주라. 이번에 소라랑 애들 데뷔도 해야 하고...”


“아니 하지만...”


자이는 난처했다. 원래 작곡가로서 욕심이 있어서 작곡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이제 로테의 동생들은 전부 모인 상태였다. 애초에 각성자를 모으기 위해서 어라우절 엔터를 만들고 노래를 만들었던 것 아니었나?


“그... 애들 데뷔는 이름을 뭘로 하실 생각인데요?”


“아. 그거 아직 못 정했어.”


‘이름도 못 정했는데 곡부터 달라고 하신 겁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눌렀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글자 멋있는 말은 거의 다 썼더라고. 아니면 다른 그룹이 이미 썼거나.”


그런 문제였나...


“그리고 이번에 들어온 막내 둘이... 너무 어리기도 하고 딱히 아이돌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아.”


“아...”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베르나 소라 같은 경우, 각성계가 열리기 전이라서 각성을 거치면 불안정하고 어라우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각성 같은 걸 경험한다고 해서 꼭 어라우절에 묶일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들어온 막내 두 명은 각성현상을 겪자 당연하다는 듯이 각성자관리국에 신고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소라가 실망이 크겠네요.”


“진짜 머콘이랑 둘이 묶어서 데뷔라도 시켜야 할까...”


“누나가 거절하면 말도 못 꺼내실 거면서...”


설단이 입맛을 다셨다.


머콘은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였지만 성격이 너무 강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기억이 돌아온 두 동생들도 누나라고 부르면서도 약간 멀리할 정도였다.


“거기다 2인조는 안 돼. 적어도 3명은 되어야지. 쉽지 않네.”


그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문제가 있어?”


자이와 설단이 둘 다 하던 것을 멈추고 멍하니 쳐다봤다.


“왜?”


“누... 누구?”


“너는 누나도 못 알아보니?”


로테가 자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이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로... 로테 누님이라고?”


설단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너도 알다시피 그 이전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모습을 바꿔야 했으니까.”


‘이러면 어딜 봐서 누님이야...’라며 중얼거리던 설단은 머리에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로테 님이랑 머콘이 소라랑 같이 데뷔를 하면 돼... 지 않을까요?”


“데뷔? 아이돌?”


로테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거 못하는데?”


“그냥 웃고만 있어도 1위 찍으실 것 같은데요...”


“막내들을 시키는 건 어때? 막내들 찾았다고 하지 않았어? 걔들 귀엽지 않니?”


로테는 옛날을 떠올렸다. 로테와 나이차이가 많이 났던 동생들은 항상 언니, 누나를 부르며 로테에게 매달리고 무릎에 올라와서 앉아있곤 했었다.


물론 지금의 그 아이들은 아주 많이 달라졌겠지만...


로테는 고민이 들었다.


나만 계속 과거를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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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 워너비 아이돌 23.05.10 76 2 15쪽
» 97. 완벽의 기준 23.05.09 80 2 13쪽
97 96. 왕이 되는 순간 23.05.08 76 2 13쪽
96 95. 주문의 주인 23.05.07 79 2 14쪽
95 94. 조건 불만족 23.05.06 83 2 15쪽
94 93. 멸망의 조건 23.05.05 91 2 14쪽
93 92. 현실 적응 23.05.04 83 3 12쪽
92 91. 공과 업 23.05.03 91 2 13쪽
91 90. 비선형 역학 23.05.02 88 2 14쪽
90 89. 대답할 수 없는 질문 23.05.01 87 2 14쪽
89 88. 괴리 23.04.30 91 2 13쪽
88 87. 인과 23.04.29 83 2 13쪽
87 86. 운명의 이끌림 23.04.28 91 3 14쪽
86 85.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4.27 97 2 13쪽
85 84. 기억의 조각 23.04.26 101 3 13쪽
84 83. 셋 중의 하나 23.04.25 99 2 13쪽
83 82. 왕의 기억(3) 23.04.24 98 2 14쪽
82 81. 왕의 기억(2) 23.04.23 100 2 12쪽
81 80. 왕의 기억(1) 23.04.22 101 2 14쪽
80 79. 거래의 성립 +1 23.04.21 93 2 12쪽
79 78. 전쟁의 핵심 23.04.20 97 3 13쪽
78 77. 선전포고 23.04.19 100 3 13쪽
77 76. 돌고 돌아 제자리? 23.04.18 102 3 14쪽
76 75. 맹약의 대상자들 23.04.17 102 3 14쪽
75 74. 리셋 23.04.16 108 3 14쪽
74 73. 각성자 아이돌 23.04.15 111 3 14쪽
73 72. 인질 23.04.14 103 3 14쪽
72 71. 왕의 유산 +1 23.04.13 109 4 14쪽
71 70. 함정인가? 23.04.12 10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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