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내 머릿 속에 통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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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뺑뽕
작품등록일 :
2023.02.12 13:03
최근연재일 :
2023.04.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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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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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

DUMMY

*****


‘과거로 돌아 가겠습니까’라는 메시지에 이어 또 다른 메시지가 등장했다.



[예/ 아니오 중 선택하세요]



과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는 선택을 하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어느 누구도 과거라는 달콤한 유혹은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그런데 이거 어떻게 대답 해야 하는 거지. 그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누구한테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은 메시지가 뜰 때마다 폭탄 메시지가 한꺼번에 밀려오듯 눈 앞에 쏟아졌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는 기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폭탄이 쏟아지지도, 기절하지도 않았다. 메시지는 명확히 그의 눈 앞에 떠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 네, 돌아갈래요!”



그러자 곧바로 뜬 또 다른 메시지.



[원하는 년도를 선택하세요]


[1. 2012년/ 2. 2008년/ 3. 2002년/ 4. 1994년]



그리고 이어 눈 앞에 뜬 네 개의 년도. 최신부터 먼 과거까지 있다. 여기 네 개의 년도 중 내가 선택하고 싶은 년도는 단 하나다.


그는 원하는 년도의 이름을 외쳤다.




*****



“....... 흐억”



주희용의 입에서 그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찌는 듯한 더위. 이 정도 더위는 처음이다. 그는 강한 햇빛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통- 통-



이윽고 조금씩 눈을 떴을 때, 그의 눈 앞에서는 테니스 경기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초록색으로 칠해진 코트 한 가운데 서있었다.


그 때, 그의 눈 앞으로 테니스 공이 빠르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으악!”



그는 잽싸게 몸을 숙였다. 공은 그의 바로 뒤에 서있던 남자의 채에 맞았다. 그러자, 공은 다시 상대편 코트로 넘어갔다.



“......죄송합니다...”



그는 몸을 숙이며 얼른 코트 바깥으로 빠져 나갔다. 하필 돌아와도 이런 곳이라니. 그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펜스로 둘러 쳐진 테니스 코트,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회색의 건물. 건물 위에는 ‘한국종합화학연구소’라고 적혀 있다.


가만, ‘한국종합화학연구소’라면 우리나라 최대의 화학 연구소인데. 그리고, 내가 과거로 온 것이 맞다면, 내가 아는 사람 중 지금 이곳에 다니고 있을 사람이 있다.



어?



그는 낯이 익은 얼굴에 다시 한 번 뒤에 있던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아...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온 단어에 입을 틀어 막았다.


4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의 사내. 아빠와 닮은 얼굴이라고는 하나, 그는 아빠의 얼굴을 사진으로만 봤을 뿐 정확한 생김새는 알지 못했다. 따라서 이 사내를 아빠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 순간, 공을 넘기던 사내가 무리해서 공을 받아 치료다 중심을 잃으며 넘어졌다.



“어이, 주박사! 괜찮아?”


“아... 아프다...”


“그러게 살살 하지! 자네 날 이기려면 아직 멀었어.”


“조금만 더 기다리시지요. 제가 곧 따라 잡을 겁니다, 소장님.”



주박사. 주박사라면 엄마가 아빠를 칭할 때 줄곧 부르던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정말로...



“이제 그만 하고 들어가자고! 이 더위에 다 죽게 생겼어!”



머리가 새하얀, 소장이라는 사내가 채를 바닥에 내려 놓은 뒤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예, 가시죠! 뭔 놈의 더위가 사람 잡겠네요.”



주박사는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이마부터 턱 밑까지 쉼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주희용은 벤치 옆에 서서 주박사를 지켜 보았다. 저 사내, 아빠가 분명하다.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모든 본능이 말해주고 있다, 저 사람이 내 아빠라고.


그의 심장이 쿵쿵 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는 언제나 사진 속에만 존재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아빠가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내가 정말 과거로 온 것이 맞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희용이가 왔다고, 당신의 아들 주희용이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그리고, 너무 보고 싶었다고.


그는 생각을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채로 주박사의 앞에 다가갔다.



“...... 주... 창현...씨 맞으시죠?”



그러나, 주박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소장이라는 사내와의 대화에 열중하며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이상하다. 못들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는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주창현씨!”



하지만 이번에도 주박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 처럼 말이다.


왜지. 대체 왜 나를 모르는 척 하는 거지.


그는 주박사의 바로 앞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길을 가로 막고 섰다.



“주창현씨! 맞으시죠? 네?”



그 순간,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주희용의 앞에 서있던 주박사는 그를 지나쳐 앞을 향해 걸어갔다. 마치 그의 몸을 통과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


그럴 리 없다. 그럴 수는 없다.


그는 다시 한 번 더 크게 외쳤다.



“주창현씨!”



그러나 주박사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 아빠! 나 희용이야!”



그 때, 주박사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 보았다. 주박사는 무언가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주박사? 왜, 뭐 찾는 거 있나? 두고온 거라도 있는 거야?”


“...... 아, 아닙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요.”


“응? 자네 지금 나한테 졌다고 아쉬워서 그러는 건가? 왜, 한 판 더 하고싶나?”


“하하, 그럴리가요. 그러면 진짜 저희 더위로 죽습니다. 가시죠, 얼른.”



그는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아무래도 과거로 돌아온 것이 맞는 것 같다. 내 앞에 있는 저 사내, 주박사가 내 아빠인 것도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나는 지금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일단 아버지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연구소장과 테니스를 친 뒤, 일을 하러 실험 가운을 입고 실험실로 항했다. 그가 속한 팀은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이었다.



“팀장님, 서울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베타 뉴로리서렉타 임상실험 162번 피실험자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오, 그래? 어제까지는 하루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랬는데... 팀장님, 이거 아무래도... 성공인 것 같아요. 심지어 말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한 상태라고 합니다.”


“...... 그렇단 말이지? 그럼, 어서 162번 피실험자를 만나러 가봐야겠군. 자네 얼른 출장 요청서 올려놔요. 소장님 전결로.”


“어... 신약개발팀 상무님과 전무님은 결재선에필요 없을까요?”


“안해도 될 것 같네. 그럴 시간이 없어.”



아버지는 방금 막 입었던 가운을 급히 벗어 던졌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가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더미들을 뒤지더니 몇 가지를 추려 노란 서류 봉투에 집어 넣었다.


그는 들뜬 얼굴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실험 결과가 고무적이라는 말을 듣고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서류 봉투를 품에 안고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부하직원과 함께 삼엄한 경비를 지나 밖으로 향했다. 그도 아버지를 뒤따라 갔다.



쾅!



그가 아버지를 따라 연구소 문을 나서려 하자, 그는 무언가에 세게 부딪친 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보이지 않는 문이라도 있는 듯 그를 가로 막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 아빠! 저좀 기다려 주세요!”



그는 다시 한 번 빠르게 정문으로 내달렸다.



쾅!



하지만 소용 없었다. 무언가, 그가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막고 있다. 그는 이번엔 방법을 바꾸어 정문을 감싸고 있는 펜스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 방법도 역시 먹히지 않았다.


결계라도 쳐진 듯, 온 사방이 막혀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를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아무리 빠르게 문으로 내달려도, 온 사방에 쳐져있는 펜스 위로 올라서도 소용이 없었다.


무더운 날씨에 결국 그는 탈진할 듯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땀이 여기저기 비오듯 쏟아졌다.


하... 이제 어쩌지.


일단 땀이라도 식히기 위해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에게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일단 아버지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아버지의 방은 아까 아버지가 서류를 헤집어 놓은 탓에 어지러운 상태였다. 그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아버지의 체온이 남아 있는 의자.


아버지는 신약 개발을 담당했다고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화학과의 최연소 교수로 임용 되기까지 했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연구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사고로 그와 함께 일했던 연구원 마저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우리나라 알츠하이머 연구는 지금과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아까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 임상실험 피실험자의 상태가 많이 호전 되었다고까지 한 걸 보면, 그리 예상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베타 뉴로리서렉타’



아버지가 연구하던 약의 이름. 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그였다. 서류는 온통 약학 용어로 도배되어 있어 그는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 돌아가긴 할 수 있는 걸까.


그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책 ‘그들에 관한 기록’을 바라보았다. 이 책만이 그와 그가 속해 있던 세계를 연결해 주고 있었다. 그는 책을 펼쳤다.


‘그들에 대한 기록'은 ‘천신의 대리인’에 대한 기록이었다. 아쉽게도 ‘사신의 대리인’에 관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신의 대리인에 관해 언급된 내용은 주로 ‘천신의 대리인’과 ‘사신의 대리인’ 사이의 ‘계약’에 관한 것이었다.



+

천신과 사신은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또다시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다 결국 지친 둘은 ‘힘의 균형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에 따르면, 천신과 사신 둘 중 어느 누구도 더 강한 힘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그들은 자신의 대리인들이 계약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


.

.

.


그는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달이 뜰 때까지 기다려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자 날이 밝아졌다. 아마도 하루가 지난 것 같았다.


그는 책의 마지막장까지 넘겼다. 그리고 책을 덮었다.


다 읽었다.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등장한 메시지.



[현실로 복귀합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야 말로 완전한 무(無)의 상태다.


마음이 편안하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누구도 나를 손가락질 하며 수군대지 않는다. 믿었던 친구가 내뱉은 욕지거리에 심장이 꿈틀대지도 않는다.



.

.

.


눈을 뜬 순간, 그는 주변을 돌아 보았다. 그는 아버지의 책상이 아닌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마치 꿈을 꾼 듯 모든 것이 그대로다. 그는 핸드폰을 켜고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시각 22:31


고작 1분이 지났다고?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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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 이로이를 죽이면, 나는 너를 살려줄 것이다 23.02.22 6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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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 23.02.16 157 0 12쪽
5 4화 -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23.02.14 201 2 13쪽
4 3화 - 거래 조건은 생의 '1시간' 23.02.14 26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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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 8년 만에 잡힌 범인 23.02.12 54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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