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내 머릿 속에 통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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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뺑뽕
작품등록일 :
2023.02.12 13:03
최근연재일 :
2023.04.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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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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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DUMMY

*****


주희용이 남자의 이름을 내뱉자 그의 입 속에서 시뻘건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래도 하진의 공격에 이빨 하나가 나간 것 같다.




[이로이에 관한 주요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네...”



+

<이로이>

@ 기본 정보

- 천신의 대리인


@ 특성

- 작가 기질: 그는 훗날 책 ‘그들에 관한 기록’을 집필합니다.

- 종족 발현: ?

- 소속: ?


@ 능력 상성

- ?

+



“헉...”



그의 머릿속에 활자로 각인된 책 ‘그들에 관한 기록’의 저자가 바로 그의 눈 앞에 있다.


책이 출판된 년도는 2004년이다. 2004년이면 내가 11살.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는 이 애는 나랑 비슷한 또래. 천신의 대리인인 이 애는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 왔을 것이다. 아마도 책을 저술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일 테다.



[첫 번째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첫 임무인가.



+

<임무>

천신의 대리인 이로이와 신의 계약 성사


[제한시간]

- 1시간

+



이 애랑 신의 계약을 하라고?


그런 와중에 이로이는 그에게 달려드는 안성균의 나머지 무리들을 해결하는 중이었다.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을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오! 또 다른 도전이군요! 도전을 수락합니다!”



이런 소리를 하는 애랑 신의 계약을 해도 되는 걸까. 아무리 임무가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이 애,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데.


주희용은 이로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애의 폼은 꼭 복싱 선수 같았다. 그는 확실하게 가드를 올리고 상대와 적당한 거리를 확보한 뒤 몸에 힘을 실어 앞으로 뻗는다. 그러면 그 순간 상대방은 그의 빠르고 강한 힘에 곧장 뒤로 나가 떨어진다.


이로이는 마지막 남은 안성균의 똘마니까지 처치하고, 전쟁을 마친 전사처럼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바지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흰 담배 곽을 꺼냈다.


담배곽 위쪽에는 조그마한 빨간색 네모 모양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흰색의 소나무가 새겨져 있었다. 문양 아래에는 검정 글씨로 ‘솔'이라 적혀 있었다.



칙칙-



그는 입에 문 담배 끝에 불을 붙인 뒤 깊게 들이 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내쉬었다. 그러자 그의 입 안에서 나온 흰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 올랐다.


주희용은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로이는 그런 그를 내려다 보았다.


주희용은 뭐라도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입 속에 가득한 핏물 때문에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피범벅이 된 침을 몇 번 바닥에 뱉었다.



“너, 이로이... 천신의... 대리인... 맞지...?”


“이야, 너 싸움 더럽게 못하는구나?”



그는 손가락으로 주희용의 입을 가리켰다.



“입이 피 범벅이네”



그는 이어서 주희용의 교복 자켓에 붙은 명찰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주...희용... 희용아, 너 도너츠 만들줄 아냐.”


“도너츠? 빵... 말하는 거야?”


“푸하하하! 야, 빵이겠냐? 봐봐.”



그는 담배를 깊게 들이 마신 뒤 입술을 둥글게 말더니 동그란 모양의 연기를 뿜어 냈다. 그의 입술이 살짝 오므라 들었다 펴질 때마다 동그란 모양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마치 도너츠처럼.



“이게 도너츠다. 자, 너도 해봐.”



그는 주희용에게 그가 피우던 담배를 내밀었다.



“나... 담배 안피는데.”



이로이는 그런 주희용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담배를 안핀다고? 너 아직 세상의 단 맛밖에 모르는구나! 그럼 지금 펴보면 되겠네. 죽도록 쳐맞았을 때는 이거 만한게 없거든. 자.”



그는 다시 주희용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담배 끄트머리에서는 연기가 쉼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주희용은 후들거리는 손으로 이로이가 내민 담배를 받아 들었다. 이로이는 주희용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자, 봐봐. 나처럼 이렇게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 돼. 후- 해봐.”



그는 이로이의 말에 따라 담배 끄트머리를 물고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켁켁... 큽...”



주희용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며 연신 콜록 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이로이는 박장대소를 했다.



“크크큭... 야, 첨엔 다 그런 거야. 다시 해 봐. 이제 괜찮을 거야.”



주희용은 다시 한 번 담배 끄트머리를 깊게 빨아 들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콜록거림을 멈추고 연기를 후- 내뱉었다.


그 순간 그는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꼈다. 이 얇고 흰 막대기 하나가 두드려 맞아 온 몸이 욱신거리는 상태의 그를 진정시켜 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애랑 신의 계약을 맺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딱 봐도 양아치 같은데.


하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사신의 대리인 자격이 박탈되며 1994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빨리 임무를 완수해 급수를 높여야 한다.


주희용은 연기를 입밖으로 내쉰 뒤 말했다.



“...... 이로이, 신의 계약을... 하자... 나랑...”


“신의계약? 나랑? 큽...”


“......?”


“내가 너랑 계약 해야하는 이유 두 가지만 대봐. 아무나랑 계약을 할 수는 없지.”


“어... 그게... 너 혹시, 책 쓴 적 있어?”


“책이라? 내가 책을 가까이 하는 문학인처럼 보인다는 뜻인가?”


“아니. 말 그대로 책을 집필해 본 적이 있냐는 거야.”


“문학이라면 맞아. 나는 늘상 책을 읽는 문학인이자 이 시대의 지성인이지. 외모와 지성을 모두 갖춘 팔방미인이라 사람들이 늘 나의 비범함에 놀라곤 하지.”


“......”



그가 책의 저자라는 말은 할 수 없다.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는 이 애가 훗날 저술하게 될 책에서 분명 자신에게도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그 아래쪽 문장에는 언급하면 안되는 이유가 적혀 있었다.



+

이 책의 존재에 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언급해서는 안된다. 저자인 나 이로이를 포함해서 말이다.


언급시 이 책의 활자는 영원히 소멸된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까지 전부.

+



책에 관해 언급하면 안된다고 했지, 책 속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 안된다고는 안했다. 그럼 아주 약간의 인용을 해볼까, 이 애가 혹할 만한 걸로.



“그게 끝인가?”


“......”


“계약할 이유가 없나요? 없나요오? 그럼 이제 마감합니다?”


“잠깐, 잠깐만...!”


“오호라, 이유가 생각 나셨나요?”


“내가 천신의 대리인에 관해... 몇 가지를 알고 있어.”


“푸하하하! 그걸 어찌 안것이지? 대단한 능력이군. 좋다! 자, 어서 말해 보거라!”



이로이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발버둥 치는 주희용의 모습이 우스운 듯 낄낄 거렸다.



“어서 말하지 않고 무얼 하느냐?”


“...... 천신의 대리인 중... 예언을 받게 되는 자가 있다.”


“...... 예언?”


“천신의 대리인들 중 예언의 존재를 아는 자는 많지 않지. 그들은 대부분 특정 종족 혹은 특정 그룹에 속해 있어.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예언이 나타나길 기다리지.”



그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얼굴을 활짝 피고 말했다.



“호오...? 신선한 정보로구나!”



이로이는 주희용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향해 그의 얼굴을 들이 밀었다.



“...... 그래서, 그 예언을 받는 자가 누구냐? 응?”



이로이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가까이서 그런 그를 보니 조금 섬찟한 주희용은 몸을 움츠리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



“대답해. 누구냐?”


“그건... 그건... 계약하면 알려줄게.”


“아니? 넌 지금 말 해야 할 거다.”



이로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대답해. 지금 답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거다. 알겠습니까?”



이 방법은 통하지 않는 건가. 예언은 천신의 대리인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예언을 받게 되는 자를 떠받든다. 왜냐하면, 그의 말 한마디에 천신의 대리인들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언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언은 오직 몸 속에 ‘예언의 빛'을 품은 자만이 받을 수 있다.


주희용은 고민에 빠졌다. 책에 따르면, ‘예언을 받게 되는 자에 대한 정보’는 고급 정보 중 하나다. 이 정보를 바로 그에게 넘겨주기에는 조금 아쉬운데.



“......”



주희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너 이 새끼, 크크큭... 크하하!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껄인 거냐?”


“......”


“너, 복싱을 배워둬라.”


“복싱...?”


“어.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널 정당한 방법으로 죽도록 패 줄테니까. 날 갖고 논 대가가 이렇게 혹독하다. 그렇지만 꽤 솔깃했다. 예언의 존재를 아는 사신의 대리인이라니. 우리 친구들 좀 놀아주다가 패널티만 먹게 생겼네. 뭐, 재미는 있었어.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이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희용의 반대편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막 바닥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있던 하진과 안성균의 무리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갔다. 이로이는 그런 그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씩 웃음을 지었다. 그는 부리나케 달려가는 무리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 친구들! 또 보자! 담번엔 더 친해지자!”



이로이의 목소리를 들은 안성균의 무리들은 흠칫 놀라며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로이는 배를 붙잡고 깔깔거리며 웃다가 다시 걸음을 떼고 주희용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로이는 주희용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 안돼, 잠깐만...!”



계약을 실패로 끝낼 수는 없다. 그는 뭐라도 말하려 머리를 쥐어 짜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 가는 이로이의 등에서 희미한 빨간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 빛이다... 몸에서...”



주희용이 그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이로이가 그를 향해 돌아 섰다.



“빛? 너 빛이라고 했냐?”


“응... 너 몸에서 빛이 나오고 있어...”


“그럴 리 없다.”


“......?”


“네가 그 빛을 봤을 리가 없어, 너는 사신의 대리인이니까. 이 빛은... 천신의 대리인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방금 보였는데... 잠깐! 너 혹시... 예언을 받는 자...?”



주희용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로이의 말이 맞았다. 천신의 대리인에게서 나오는 빛은 그들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보인다.


혹시 ‘제 2의 상태창’에 등장한 ‘천신의 대리인의 눈’ 때문에 가능한 걸까.


그가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예언을 받는 자는 2100년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명 뿐이다. 그리고 이로이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예언을 받는 자의 몸에서 나오는 빛은 푸른 에메랄드 빛이기 때문이다.



“빨간 빛...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그럼 이건 대체 뭐지...?”



주희용의 중얼거림에 이로이는 처음으로 당황한 얼굴을 보였다.



“내가...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라고?”


“응... 예언을 받는 자는 빛의 색이 달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자세히는 알려줄 수 없어. 내 계약자가 된다면 더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확실해.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야.”



이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주희용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렇단 말이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종족 발현도 하지 않았는데 예언을 받는 자라는 것이...”


“......”


“크하하하하핫! 크하하하하! 찾았다, 찾았다!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



이로이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의 갈색 눈을 번뜩이며 웃었다. 생긴건 여자들이 꽤나 따르게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딱 미친놈이다.



“잠깐... 찾았다니? 그럼 너, 나를 일부러 찾아온 거야?”


“그럼, 계약을 진행해 볼까 친구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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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 락카페 디제이 팔뚝에 새겨진 문신 23.04.27 17 0 11쪽
17 16화 - 외국문학 45번 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23.04.26 26 0 14쪽
16 15화 - 이름 없는 디스켓을 발견했다 23.04.24 32 0 12쪽
15 14화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 23.02.23 66 0 13쪽
14 13화 - 이로이를 죽이면, 나는 너를 살려줄 것이다 23.02.22 68 0 14쪽
13 12화 -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있는 아이 23.02.20 7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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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23.02.18 8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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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 23.02.16 156 0 12쪽
5 4화 -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23.02.14 201 2 13쪽
4 3화 - 거래 조건은 생의 '1시간' 23.02.14 265 2 13쪽
3 2화 - 피해자 DNA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이상하다 23.02.12 363 5 12쪽
2 1화 - 8년 만에 잡힌 범인 23.02.12 542 7 12쪽
1 0화 - 프롤로그 23.02.12 714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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