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내 머릿 속에 통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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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뺑뽕
작품등록일 :
2023.02.12 13:03
최근연재일 :
2023.04.30 21:0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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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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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 락카페 디제이 팔뚝에 새겨진 문신

DUMMY

*****


“......?”



사내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눈으로 자신이 내민 손만 가리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사내에게 물었다.



“......혹시... 전달?”



가까이서 보니 사내의 눈썹은 꼭 송충이 같이 아주 진했다. 그는 주희용을 쓱 보더니 한쪽 입꼬리를 위로 쭉 올렸다. 그러자 어딘가 비웃는 듯한 표정이 만들어졌다.


가까이서 보니 사내는 20대 초반의 학생이라기엔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그리고, 운동선수 처럼 꽤 커다란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순간 사내가 입을 열더니 천천히 말했다.



“질문은 안받는다. 내놔”


“아... 제가 기억이 좀 잘 안나서요.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사내는 그에게 내밀었던 손을 갑자기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주희용의 멱살을 세게 부여잡았다. 너무 강하게 쥔 나머지 그의 엉덩이가 조금씩 의자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쿠당탕-!



주희용의 몸이 곧 의자에서 떨어지며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바닥으로 굴렀다. 멱살을 잡은 사내의 팔에서 핏줄이 튀어 올라온 것이 보였다. 손목에는 한자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는 정신이 없어 뭐라고 적혀있는 건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켁, 켁...”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숨이 막혔다. 사내의 힘은 손쓸 방도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어느새 주희용의 얼굴은 숨이 막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왜...이러시는..거죠...?”



그가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멱살을 쥔 사내의 손을 잡고 빼내기 위해 바둥거렸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힘이 너무 세다.



“......당장 내놔”



사내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복기(復碁)를 사용한다’



그 때, 주희용이 속으로 외쳤다.



[‘???’ 자신 또는 주변의 과거 중 복기할 대상 한 가지를 선택하십시오.]



사내는 신의 대리인이 아니기 때문에 메시지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물음표가 대신한다.



‘자신의 과거를 복기 한다’



[몇 시간 이내의 과거를 복기 할까요? (범위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기억을 보유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복기 가능한 시간의 최대 범위: 3시간)]



‘1시간 이내의 과거를 복기한다’



[‘???’의 1시간 이내의 과거에 해당하는 글자 3개가 복기 됩니다!]



곧바로 그의 눈 앞에 몇 개의 글자가 떠올랐다.



+

<결과>

‘양학규’, ‘최승호’, ‘디스켓’


[오늘 남은 횟수]

2회

+



양학규는 누구지. 최승호, 디스켓... 잠깐, 디스켓?



“크윽... 잠시만...잠시만요...이걸 좀 놓고 얘기하시죠...”



그러나 사내는 손을 놓지 않았다.



“꺄악! 저기 사람 죽여요! 도와주세요! 저기좀 보세요!”



그 순간, 멀리서 어슬렁거리던 양선미가 공격당하고 있는 주희용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그 사이 주희용은 천장에 닿을 듯 점점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외침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한순간에 주희용과 사내에게로 집중 되었다.


사내는 잠시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소란은 피하고 싶은 듯 갑자기 손을 팍 풀었다. 그러자 주희용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의자로 떨어졌다.



“크흡...켁...켁...”



주희용은 고통스러워 하며 기침을 여러번 내뱉었다. 사내는 달려오는 양선미를 보더니 조용히 그를 향해 말했다.



“장소는 다시 알려주지. 그 때도 빈손으로 오면... 각오하는게 좋을 거야.”



사내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눈으로는 매섭게 주희용의 눈을 응시했다.


멀리서 달려오던 양선미가 그들이 앉아 있는 책상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사내는 양선미를 피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미친놈아! 어딜 도망가? 여기는 관리자도 없어요?”



그러나 가만히 있을 양선미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도서관에서 일하던 남학생과 수위 아저씨가 그녀의 가까이로 다가왔고, 그녀는 그들에게 호통을 쳤다.



“뭘 봐요? 빨리 쫓아요, 저 놈! 방금 사람 죽이려고 한 거 못봤나?”



그 사이 사내는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고 그 뒤를 수위 아저씨가 쫓아갔다. 남학생은 멀뚱멀뚱 서있다가 양선미의 눈치를 살피며 책상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으윽...”



주희용은 목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했다. 양선미는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 승호 목 빨간 거 봐... 야 사신의 대리인, 저 놈이 뭐라디?”



그녀는 최승호의 얼굴을 한 주희용의 목을 안타깝다는 얼굴로 쳐다 보았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만져보았다. 디스켓은 다행히 잘 들어있었다.



“나한테 뭔가를 내놓으라고 하더라고”


“뭘?”


“내 생각엔...”



그런데 이 여자애한테 최승호의 비밀을 말해도 되는 걸까.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양선미는 주희용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며 서있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음 지었다.



[경고!]


[천신의 대리인 양선미가 당신의 능력 흉내내기를 진행 중입니다!]



“말하기 싫다 이거지? 그냥 내가 알아낼게"


“아, 알았어. 말할게"


“너, 웬만하면 바른 대로 말하는게 좋을 거다?”



[천신의 대리인 양선미가 당신의 능력 흉내내기를 중단합니다.]



“그런데 저 남자, 낯이 익네? 어디서 봤더라 저런 돌덩이 같이 생긴걸? 나한테 번호 물어봤던 앤가, 음료수 주고 도망갔던 앤가...? 아, 얼굴이 다 비슷해서 모르겠네? 아무튼 말해봐 어디”


“그게... 저 자가 나한테 뭔가를 내놓으라고 하더라고...”


“뭔데?”



그는 주머니에서 최승호의 방에서 챙긴 디스켓을 꺼냈다.



“내생각엔... 이거. 너, 이런 디스켓에 대해 뭐 아는거 있어? 최승호가 들고다닌 걸 본 적이 있다던가"



그 때, 그녀가 디스켓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주희용이 곧바로 손을 뒤로 빼내 그녀의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야! 내가 들고 도망가기라도 할까봐 겁나는 거니?”


“음... 응"


“하, 기가막혀. 야, 내가 누구 물건 훔쳐보고 이런 거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



그 때, 주희용은 컴퓨터를 찾기 위해 발을 한 발자국 뗐다.



[경고!]



또 경고?



[천신의 대리인 양선미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시, 계약 조건 위반입니다.]


[그래도 이동 하시겠습니까?]



“푸흐흡....!”



허공을 보며 당황하는 주희용을 보며 양선미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신의 대리인, 어딜 도망가려구?”


“아...”


“너, 내 노예가 되고 싶은 거구나? 그치? 누나가 음... 너무 많이 부려먹지는 않을게. 푸흐흐”


“...... 이거 먼저 확인하면 안되겠냐. 너도 궁금하지 않아?”



그의 바램과는 달리 그녀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음, 근데 나는 어느쪽이든 상관 없기는 해. 락카페를 가는 것도 좋고, 락카페 안가고 노예 한 명 부리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고?”



그러나, 그녀는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 가자, 락카페...”


“음, 좀 아쉬운데? 너 정말 노예가 되어볼 생각은 없는 거야?”



“어... 절대...”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를 주희용이 터덜터덜 따라 걸었다. 락카페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녀는 벌써부터 몸을 흔들며 지하로 난 락카페 입구를 따라 걸어 내려갔다. 그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락카페 안은 젊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다. 주황 빛의 조명 아래 벽 한 켠에는 LP판과 CD가 잔뜩 꽂혀 있었고 그 바로 앞에는 마치 락커처럼 머리가 곱슬거리며 긴 디제이가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고 있었다. 디제이의 맞은편는 테이블에 앉아 술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는 영화 속에서나 봤던 장면을 그의 두 눈으로 보게 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락카페라는 곳은 클럽보다는 규모가 조금 작았고, 감성주점과는 비슷해 보였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정겨운 분위기 같아 보였다.


어느 시절에나 젊은 사람들은 비슷한 공간을 공유해 오고 있다. 그 공간 속에 음악과 술은 빠지지 않는 것 같고.


그녀는 구석진 테이블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전히 흥에 겨워 몸을 들썩 거리고 있는 그녀였다. 그도 그녀를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메시지가 등장했다.



[‘민경식'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민경식이라면 ‘사람 찾기' 임무에 나오는 그 민경식?



주희용은 락카페 안을 둘러 보았다.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민경식이 있다. 1994년 현재 1970년생인 그의 나이는 25세. 락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정도 나이는 되는 것 같다.


대체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어떻게 민경식을 찾는단 말인가?


그 때, 양선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 한 잔을 비우고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그녀는 또 다시 맥주 잔에 맥주를 한 가득 따른 뒤 원샷을 했다. 그리고 쾅 소리가 나도록 힘을 주어 테이블 위에 잔을 내려 놓았다.



“야!”


“왜...?”



그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하고 있었다.



“디제이한테 가서 태지오빠 노래나 틀어달라고 해.”


“왜 내가...?”


“나보다 한참 어린게 어디서? 야, 그럼 내가 가리?”


“......”



그녀는 약간 풀린 눈으로 DJ 박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 사람한테 말하고 오면 되는 거야?”



그녀는 대답 대신 빨리 가라는 듯 그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DJ 박스 가까이 걸어갔다. 안쪽에서는 디제이가 머리를 휘날리며 LP판을 돌리고 있었다. 자신이 튼 음악에 심취해 있던 디제이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디제이는 실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한 번 쳐다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주희용의 머릿속에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요, 제가 지금 사람을 찾고 있는데 혹시 그 마이크 한 번만 쓸 수 있을까요?”



디제이는 귀찮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찾는 사람이 누군데"


“민경식이요. 1970년생 민경식씨 좀 불러주실 수 있나요?”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 장난 아닌데요. 불러 주세요”


“하... 이 좆만한 새끼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가"



디제이는 귀에 머리카락을 꽂으며 주희용을 위, 아래로 흘겨 보았다.



“5분 뒤, 화장실로.”


“네? 화장실은 왜요?”



그 때, 주희용의 머릿속에는 몇 년 전 고등학생 시절 겪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화장실에 곧이 곧대로 따라 가면 발생하는 일은 십중팔구 구타였다. 주희용은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을 노려보는 디제이를 스캔해 보았다. 긴 파마 머리에 팔에 잔뜩 새겨진 문신과 그 위로 걸쳐진 악세사리들, 그리고 무엇보다 껄렁껄렁한 태도. 아무래도 잘못 걸린 것 같다.



“야, 대답 안하냐?"


“죄송합니다. 사람은 알아서 찾아 보겠습니다."


“씨팔, 장난하나”



어? 잠깐...?



그 순간, 디제이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의 글자가 그의 눈에 들어 왔다.



驛馬煞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한자어. 혹시 이 사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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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 땅 속에 있는 두글자 23.04.30 13 0 12쪽
20 19화 - 화투패는 예술이다 23.04.30 16 0 12쪽
19 18화 - 사람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23.04.30 15 0 13쪽
» 17화 - 락카페 디제이 팔뚝에 새겨진 문신 23.04.27 17 0 11쪽
17 16화 - 외국문학 45번 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23.04.26 26 0 14쪽
16 15화 - 이름 없는 디스켓을 발견했다 23.04.24 32 0 12쪽
15 14화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 23.02.23 66 0 13쪽
14 13화 - 이로이를 죽이면, 나는 너를 살려줄 것이다 23.02.22 68 0 14쪽
13 12화 -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있는 아이 23.02.20 73 0 13쪽
12 11화 - 1994년, 과팅에서 만난 그녀 23.02.19 75 0 14쪽
11 10화 - 아스피린 합성 실험 23.02.19 81 0 13쪽
10 9화 -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23.02.18 8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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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 거래 조건은 생의 '1시간' 23.02.14 26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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