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내 머릿 속에 통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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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뺑뽕
작품등록일 :
2023.02.12 13:03
최근연재일 :
2023.04.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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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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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8년 만에 잡힌 범인

DUMMY

*****


까악- 까아악-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의 점심 시간, 한 소년이 학교 운동장 옆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소년은 가까워지는 까마귀 울음 소리에 고개를 올려 주변을 살펴 보았다.


그 순간, 그의 곁으로 새까만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소년은 책에서 눈을 떼고 그의 옆에 앉은 까마귀를 내려다 보았다. 몸 색깔이 까만 것과 달리 눈동자는 하얗다. 소년은 조류에 관한 책 어디선가 읽었던, 눈이 하얀 까마귀에 대한 내용을 떠올렸다.



[어두운 색의 눈을 가진 다른 까마귀들과는 달리 눈 색상이 흰 색에 가까운 ‘갈까마귀', 그들은 서로 눈으로 소통한다.]



소년은 자신을 뚫어져라 올려다 보고 있는 까마귀의 눈을 응시했다. 왠지 그가 안녕, 하고 인사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안녕"



그 때, 그의 머리 속에는 어떤 문장들이 펼쳐졌다.



‘이상하군. 이 녀석은 사신의 대리인이 될 녀석인데 왜 천신의 기운이 깃들어 있지?’



“...... 사신의 대리인?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까마귀는 소년의 말에 응답하듯 그 자리에서 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개를 흔들었다.



까아악- 까아악-



갑자기 그의 머리 위로 서너마리의 까마귀가 날아 들더니 이어 열댓마리까지 늘어났다. 까마귀들은 소년의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



“꺄아악! 징그러!”



아이스크림을 물고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열마리 넘게 몰려온 까마귀들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소년의 주변을 벗어났다.



“쟤 걔 아니야? 하진이한테 이상한 소리 했다던? 사신... 뭐였더라?”


“어, 맞아. 2반 주희용. 쟤 뭔가 좀 음침하지 않아? 지가 뭔 라이토야? 데스노트라도 주운 건가.”


“야 조용히해. 이러다 우리 데스노트에 적게 생겼다.”



여학생들은 낄낄 거리며 벤치에 앉은 소년 주희용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았다. 그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사신의 대리인’, 이 말은 그의 학교 생활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까아악- 까아아악-



몰려든 까마귀들은 첫 번째 자리 잡은 까마귀의 주변에, 주희용의 다리 밑에, 그리고 심지어는 그의 머리와 팔 위에도 올라 앉았다.



‘우리랑 대화할 수 있는건 오직 천신의 대리인 뿐. 그것도 천신의 대리인 중 ‘그들’에 속하는 자들만 가능하지. 너, 정체가 뭐야.’



첫 번째 까마귀는 그의 손을 콕콕 쪼았다.



“악...! 아파!”



까마귀는 그의 앓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그의 손을 쪼아댔다. 그러자 생채기가 생기며 그 자리에 붉은 피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나도 몰라, 나도. 그리고 나, 사신의 대리인도 아니야.”



‘...... 사신의 대리인이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다. 너는 사신의 대리인이 확실해.’



“아니. 나는 사신의 대리인은 아니야. 될 뻔 했다고 하면 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주희용의 머리 속에는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




그 날은 그가 고1이었을 때, 수학 수업이 한창이던 날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고 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몰래 핸드폰을 꺼내 책상 밑에 놓고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반면, 모범생이었던 주희용은 전멸한 아이들 사이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선생님의 판서를 따라 적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경고!]



“...... 경고?”



그가 중얼 거리자 칠판에 열심히 풀이를 적고 있던 선생님은 분필을 내려놓고 학생들을 돌아 보았다.



“누구야? 어떤 놈이 장난질이야?”



주희용은 모르는 척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필기를 적어 내려갔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돌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칠판에 풀이를 적기 시작했다.



“...... 으휴, 새끼들 공부 드럽게 안해요. 쯧쯧.”



그리고 그 때, 그의 눈 앞에 등장한 또 다시 올라온 메시지.



[경고! 사신(死神)의 대리인 운명 전달 실패!]



“...... 사신의 대리인?”


“어이, 주희용. 질문 있나?”


“아, 아니에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공부도 잘하는 애가 갑자기 혼자 중얼거리고 말이야. 집중해.”



뭐지? 내가 잘못 본 걸까. 경고문에 이어 등장한 사신의 대리인이 어쩌구 하는 문장. 내가 헛것을 본 걸까. 나 요즘 나도 모르게 공부 스트레스가 심한가.


그리고, 쏟아져 등장하는 메시지.



[경고!]


[경고! 사신(死神)의 대리인 운명 전달 실패!]


[경고! 사신(死神)의 대리인 임무 전달 실패!]


[경고! 사신(死神)의 대리인 매개물 전달 실패!]


.

.

.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뭐야 이거. 사신의 대리인이 뭔데요? 나한테 왜이래요 갑자기?”



그의 귓가에는 친구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웅성거림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을 느끼며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병원에 실려 갔고, 스트레스성이라는 의사의 답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이미 집에 의사가 둘이나 있으니 더 이상 병원에 누워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날 저녁, 그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켰다. 친구들의 걱정 가득한 문자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하진) 야, 무슨 일이야. 너 괜찮냐?


나) ㅇㅇ...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대. 괜찮음.


하진) 아직도 병원임?


나) 아니. 퇴원했어.


하진) 벌써? 아, 너 엄마랑 둘째형이 의사였지.


하진) 야 그런데, 너 아까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사신의 대리인? 뭐 그런 이야기.


나) 아... 그게...


하진) 뭔데? 비밀이야? 그럼 나한테만 말 해봐.


나) 아... 뭐냐면, 내 눈 앞에 좀 이상한 메시지가 나타났거든?


하진) 메시지?


나) 어... 갑자기 눈 앞에 경고문이 뜨더니 ‘사신의 대리인 운명 전달 실패'라고 그러더라고.


하진) 사신의 대리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하진이와 문자를 주고 받은 다음 날, 친구들은 그를 사신의 대리인이라 놀리기 시작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친구니까. 장난으로 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경고 메시지는 시도 때도 없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메시지는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도, 급식실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나타났다.


결국, 가장 친한 친구부터 차츰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친구라 믿었던 아이들 역시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그를 괴롭히는 아이들까지 생겨났다.


그렇게, 그는 혼자가 되었다.




*****




까마귀는 주희용의 손을 한참 쪼다가 이내 멈추었다. 그에게서 더 이상 나올게 없다는 생각에 이른 듯,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말을 남긴채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 올랐다.



푸드득- 푸드득-



“...... 잘가라. 너네라도 있어서 재밌었어.”



‘훗, 너는 사신의 대리인이 맞아. 다시 만나러 오지, 특이한 녀석.’



주희용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교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교실로 들어가는 길은 끔찍했다. 어느 누구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다면 그걸로 다행이었다.



“큭큭, 살인자 새끼.”


“야, 쟤 맞지? 근데 쟤 방금 까마귀랑 대화한 거 맞지?”


“어, 맞는 것 같아. 하진이가 맞댔어, 쟤.”



믿었던 친구한테 맞는 뒤통수는 쓰리고, 또 아팠다. 현실이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애들의 웃음 소리는 그의 귓가를 몇 번이고 울려댔다.



“그럼 뭐야, 쟤도 살인자라는 건가?”



오늘은 강도가 좀 센 것 같은데. 살인자? 나 살인자 아니야. 그는 머릿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 때, 그의 눈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



“야”


“...... 정하진?”



하진은 그의 눈 앞에 그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 속에 비친 것은 뉴스 기사 제목이었다.



[호산초의 저주, 드디어 풀리나? 범인은 30대 후반의 남성]



“...... 뭐야 이거?”



주희용은 떨리는 목소리로 하진에게 물었다. 하진은 화면을 한참 밑으로 내리더니 한 문장을 확대해 보여주었다.



+


[가해자 박 모씨는 모든 범행 사실을 인정하며 덧붙였습니다.]


[“그 아이, 나와 같은 눈을 가졌던데. 또 보자, 꼬맹이”]


+



“...... 범인...잡힌...거야?”



하진이 화면을 위로 올리더니 사진 속에 찍힌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해자는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이로 한 쪽 눈이 살짝 드러났다. 하진은 주희용의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눈, 살인자의 눈이냐?”



그 순간, 복도에 서있던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하진의 손 끝으로 향했다.



“아, 아니야... 나는...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애들이 그러던데, 너 밖에서 까마귀들이랑도 대화 했다고.”


“그... 그건...”



주변에 서있던 아이들의 쿡쿡 거리는 소리, 그리고 비아냥 거리는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 오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그와 함께 바둑을 두던 하진의 손 끝은 이제 그에게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웁...”



비릿한 냄새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 때 맡았던 피 비린내가 그의 몸을 쥐어 짜는 것 같았다. 그는 입을 틀어 막고 화장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퍼져 나갔다.



“맞네, 음침한 새끼.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더니.”


“아까 봤어? 까마귀랑 막 뭐라고 대화 하던데. 이번에도 사신의 대리인이라고...”


“븅신새끼. 공부만 하더니 돌았네.”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그 날, 잊을 수 없던 그 날.




*****




주희용은 평소처럼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 놀았다. 날이 어둑해지자 친구들은 저녁을 먹으러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제외였다. 그날따라 그의 어머니는 늦게까지 수술이 잡혀 있었고 대학생이었던 형 둘은 엠티, 개강 파티로 집을 비웠다.


가족들이 걱정하니까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집으로 향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는 머릿속으로 모험을 생각했다. 혼자 이 주변을 모험한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집에는 아침에 엄마가 끓여놓은 맛있는 된장찌개가 있다.


그는 나무 막대기 하나를 주워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성큼성큼 아파트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흥분됐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는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들을 떠올렸다. 루피, 나루토... 이들은 모두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꼭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윽고 학교 주변까지 도착했을 때, 그는 새로운 장소는 없을 지 두리번 거렸다. 학교 주변이지만 그가 못 가본 장소. 그 때 그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학교옆 공터였다. 좁은 골목을 지나야 나오는 그곳은 평소에는 집과 방향이 달라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좋아. 오늘 내가 저기를 다녀와서 친구들한테 말해주는 거다.


오늘따라 공터 주변은 어두웠다. 그 주변만 형광등이 꺼진 듯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 조금 무서웠지만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안에 뭐가 있는 지만 보고 나와야겠다. 그는 입구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끄으읍...”



그런데 그 때, 누군가의 신음 소리 같은 것이 새어나오는게 들렸다. 어린 그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온몸이 쭈뼛 섰지만 고양이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끄으으윽...”



또 다시 들려온 신음소리.


그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풀 숲에 서있던 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린 주희용은 화들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사내의 발 밑으로 움직이는 무언가.


주희용은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더 이상 놀라지 않은 척을 할 수가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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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 사람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23.04.30 15 0 13쪽
18 17화 - 락카페 디제이 팔뚝에 새겨진 문신 23.04.27 17 0 11쪽
17 16화 - 외국문학 45번 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23.04.26 26 0 14쪽
16 15화 - 이름 없는 디스켓을 발견했다 23.04.24 32 0 12쪽
15 14화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 23.02.23 66 0 13쪽
14 13화 - 이로이를 죽이면, 나는 너를 살려줄 것이다 23.02.22 68 0 14쪽
13 12화 -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있는 아이 23.02.20 73 0 13쪽
12 11화 - 1994년, 과팅에서 만난 그녀 23.02.19 75 0 14쪽
11 10화 - 아스피린 합성 실험 23.02.19 81 0 13쪽
10 9화 -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23.02.18 85 0 12쪽
9 8화 - 도전을 수락합니다! 23.02.18 96 0 13쪽
8 7화 - 책의 활자가 머릿속에 각인 됩니다 23.02.18 110 0 12쪽
7 6화 - 사라진 임상실험 피험자 23.02.17 121 0 12쪽
6 5화 -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 23.02.16 156 0 12쪽
5 4화 -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23.02.14 201 2 13쪽
4 3화 - 거래 조건은 생의 '1시간' 23.02.14 265 2 13쪽
3 2화 - 피해자 DNA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이상하다 23.02.12 363 5 12쪽
» 1화 - 8년 만에 잡힌 범인 23.02.12 542 7 12쪽
1 0화 - 프롤로그 23.02.12 714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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