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내 머릿 속에 통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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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뺑뽕
작품등록일 :
2023.02.1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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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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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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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

DUMMY

*****


자신이 이로이라고 밝힌 그 아이는 빨리 돌아가야 한다며 그를 지나쳐 서둘러 앞으로 달려갔다.



“...... 꼬마야! 잠깐만!”



그의 부름에도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그는 멍하니 아이의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작은 체구에도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아이.


이로이. 흔한 이름인가.


그런데 이제 생각해 보니 그의 계약자 이로이와 꼬마 아이의 얼굴은 꽤 많은 부분이 겹쳐 보였다.


하얀 얼굴, 찢어진 눈, 그리고 부리부리한 코. 마치 아역배우 같이 생긴 아이의 모습은 꼭 그가 아는 이로이의 축소판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그가 본 어린 이로이는 아직은 천신의 대리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천신의 대리인에 대해 알고 있다. 그리고 아까 본 그 사내로부터 계속해서 죽음의 위협을 받아 왔다.


사내는 대체 왜 그렇게까지 이로이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그는 자리에 서서 그의 머릿속에 각인된 책 ‘그들에 관한 기록’의 활자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문장이 조합되었다. 그는 수많은 문장들을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로이를 죽이지 않고 계약 조건을 달성하는 방법을.


이 책은 벌써 오십 번도 넘게 읽었을 것이다.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에 어떤 글자가 있는 지도 이제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아무리 활자를 넘겨도 새롭게 알아낼 것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행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어 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없다. 그 어떤 방법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녕, 살인을 피할 수는 없다는 말인가.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폭죽이 터지며 새로운 메시지가 등장했다.



[축하합니다!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책의 저자가 당신에게 특전을 내립니다!]


[이제 ‘독서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토론을 위한 안건을 상정하십시오.]



+

<독서토론/Lv.1>

책 ‘그들에 관한 기록’에 관한 토론 안건을 상정해 저자의 무의식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토론 주제는 책 내용에 한정됩니다.

(단, 저자의 무의식이 토론을 수락할 지 말 지는 당신이 상정하는 토론 안건에 달렸습니다.)


[습득기술]

- 저자의 무의식과 토론


[추가정보]

- 사용 가능 횟수: 하루 3회

- 총 태도 점수 감점: 0점

+



“저자의 무의식이랑... 토론...?”



[어떤 안건을 상정하시겠습니까?]



책의 저자라면 이로이인데, 그렇다면 이제 그의 무의식과 토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토론하고 싶은 안건은 하난데, 이게 가능한 걸까.


그는 숨을 후 내쉬고 온 정신을 한 곳에 집중했다.



“토론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은 ‘천신의 대리인을 죽인 것 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한다.”



[토론 안건이 접수 되었습니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에 접속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10초 정도 기다린 끝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에 접속했습니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이 당신이 제기한 안건의 수준에 코웃음을 칩니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이 당신과의 토론을 거부합니다.]


[다른 안건을 상정해 주십시오! (남은 횟수: 2회)]



코웃음을 쳤다고?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천신의 대리인과의 계약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내용은 이미 책에 명시되어 있어서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을 안건으로 해야 할까.


그는 다시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토론 안건을 상정한다. 안건은 ‘천신의 대리인을 직접 죽이지 않고 죽이는 방법’으로 한다.”



[토론 안건이 접수 되었습니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에 접속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또다시 몇 초 정도 기다린 끝에 메시지가 눈 앞에 나타났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에 접속했습니다!]


[이로이의 무의식이 당신의 안건에 길길이 날뜁니다.]


[그는 당신에게 ‘XX끼 XX, XX하지마’라며 욕지꺼리를 퍼붓습니다.]


[다른 안건을 상정해 주십시오! (남은 횟수: 1회)]



이로이의 무의식은 토론 안건에 대해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기회는 한 번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한 번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안건을 상정해야 그의 입맛에 맞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제자리를 이리저리 돌며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리고 불현듯, 이로이의 입맛을 만족시킬만한 토론 안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토론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자 아까와 같은 메시지가 올라왔다.



[토론 안건이 접수 되었습니다!]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에 접속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발. 제발 이번에는 돼라.



[저자 이로이의 무의식에 접속했습니다!]


[이로이의 무의식이 분노로 차오릅니다.]



안돼. 안돼! 이번에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건가.


그는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이로이의 무의식이 당신에게 손짓합니다.]



어...?



[이로이의 무의식이 대화방에 입장했습니다! 이제 저자와의 토론을 진행하십시오!]



그의 눈 앞에 채팅방 같은 화면이 등장했다. 그 밑으로는 가상의 키보드 같은 것이 떠있었다. 그는 키보드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이로이의 무의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토론방]

* 이로이의 무의식) 100회 완독을 축하한다.


* 주희용) 감사합니다.


* 이로이의 무의식) 처음 두 안건은 망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다시는 언급하지 말길 말한다.


* 주희용) 네,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 이로이의 무의식) 잡소리는 집어 치우고, 이제 토론을 시작해 보도록 하자.



다행히 토론은 제한시간이 없었다. 무의식 속 이로이는 생각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와 대화한 저자는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긴 했지만, 저자는 그와의 토론을 재밌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저자의 무의식과 대략 한 시간 정도를 대화한 끝에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즉, 살인을 하지 않고 저자 자신인 이로이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 이로이의 무의식) 그럼, 결론에 도달한 것 같군. 다음에는 더 좋은 안건으로 부탁하지. 토론은 많이 할수록 느는 법이니까. 아, 예상한 것보다 꽤 시간이 지체 되었군. 나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만.



[저자의 무의식이 토론방을 나갔습니다!]


[독서 토론이 종료됩니다.]


[오늘 사용 가능한 독서 토론 횟수: 0]



토론이 종료됐다. 이제 남은건 언제 ‘그 방법’을 통해 계약 조건을 이행하느냐 하는 것 뿐이다.


그 순간,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저자가 당신에게 토론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합니다. 이번 주 내로 최소1000자의 피드백을 작성 후 제출하세요(미제출시 태도 점수 5점 감점. 태도 점수 감점이 10점을 넘으면 일주일 동안 토론이 불가능합니다.).]



뭐야, 피드백을 1000자나 쓰라고? 과거까지 와서 과제를 하라니...


그는 최근 지겹도록 제출한 과제며 보고서에 질려 있던 터였다.



[지금 피드백을 작성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또 다시 가상의 키보드가 나타나더니 이번에는 피드백을 작성할 수 있는 빈 페이지가 등장했다.



“......지금은 하지 않겠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여기서 피드백을 쓰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의 손목에 놓인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벌써 열한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주변은 벌써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그는 다리가 아파 벤치에 앉았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토론에 집중해 있었다.


아무래도 행선지를 변경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시간에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 가봤자 아무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일단... 최승호의 본가로 향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주머니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주소를 확인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걸려 최승호의 주민등록증에 적힌 집을 찾아 갔다.


초인종 옆에는 ‘최태길' 이라는 이름의 갈색 명패가 붙어 있었다. 최승호의 아버지인가. 집을 잘 찾아온 것 같다.


그는 주머니에 있던 열쇠를 꺼내 열쇠 구멍에 넣었다. 그러자 철컥- 소리가 나며 대문이 열렸다.



“승호 왔니? 왜이렇게 늦었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최승호의 어머니가 신발장 앞으로 나오며 그를 반겨 주었다.



“아,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는 쭈뼛거리며 최승호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거실로 들어서자 런닝 차림의 최승호 아버지가 식탁에 놓인 컵에 물을 따르고 있었다. 주희용은 그의 아버지에게도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최승호의 아버지는 그의 인사에 놀란 얼굴이었다.



“그, 그래... 늦었구나. 일찍일찍 다녀라. 크흠...”



최승호 아버지는 그를 슬쩍 보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최승호의 어머니가 말했다.



“웬일이니? 아버지랑 말도 안하던 애가 무슨 바람이 들었어? 아버지랑 대화 하기로 한 거야?”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인사가 반가운 모양이었다.


최승호는 아버지랑 사이가 별로 안좋은가?



“네... 그, 그렇죠... 아, 얼른 주무세요. 시간이 늦었어요.”



최승호 아버지가 부엌 거실 옆 방으로 들어 갔으니 그럼 최승호 방은 이쪽일 것 같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자.


그는 거실 맞은편 방 문을 열었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읽고 있던 여자애가 고개를 들었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얼굴.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여자애의 눈이 그를 흘겨 보았다.



“야! 노크도 안하고 감히 여길 들어와? 나가!”



옆에 서서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그의 어머니는 당황한 듯한 그를 보며 웃더니 말했다.



“우리 승호가 오늘 안하던 짓을 다 하네. 지 동생 안부도 살피고.”


“아, 그... 그냥 궁금해서요. 우리 동생 잘 있나. 하하하...”



그는 많이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옆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 문을 열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어머니.”



최승호의 어머니는 그런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최승호의 방은 단촐했다. 갈색 책상과 작은 옷장, 그리고 바닥에 깔린 그의 이부자리. 그는 녹초가 된 몸을 잠시 이불 위에 뉘었다. 그리고 하루를 되돌아 보았다.


아스피린 합성 실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응룡을 만나 임무를 부여 받은 뒤 모든 것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갑작스러운 과팅, 저자와의 독서 토론 그리고...


그는 생각을 채 마치지 못한 채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

.

.


주희용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침이다. 길고 힘든 꿈을 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1994년 이곳에 그대로 있다.


그 순간, 그의 눈길이 책상 옆에 놓인 서랍장 위에서 멈추었다. 그 위에는 족히 스무 개는 넘어 보이는 상패와 트로피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장 가까이로 다가가 트로피들을 살펴 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승’이라는 단어였다.



- 84년도 동대문구청장기 어린이 바둑대회 준우승

- 87년도 나우물산배 청소년 바둑대회 우승

...

- 90년도 응씨배 바둑대회 준우승(최승호 6단)



그는 커다란 응씨배 바둑대회 트로피를 들어 보았다.


이런 세계적인 대회에서 트로피를 수상하는건 어떤 기분일까?


최승호는 바둑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응씨배라면 그도 잘 알고 있는 바둑 세계 선수권 대회이다. 그런 곳에서 준우승이라니. 대단한 실력이다.


그도 어릴적에는 바둑에 꽤나 소질이 있었다. 그 덕에 바둑 대회에도 한 번 나갔었고, 우승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바둑에 흥미를 잃었다.


그는 트로피를 다시 내려놓기 위해 서랍장 위의 트로피가 있던 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어?



그곳에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아마 트로피 아래에 누가 넣어 놨던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던것 같다. 쪽지에는 어른스러운 글씨체가 적혀 있었다.



+

나우건설 한명근 전무

맥 주소 AB-CD-EF-3X-7X-2X

이메일 [email protected]

비리 정황 확보

+



나우건설...?


나우건설은 ‘나우그룹’ 계열사이다. ‘나우그룹’이라면 양선미의 집안이 운영하는 현재까지도 명실상부한 대기업이다.


그런데 비리 정황 확보라니, 이게 왜 최승호 집에 있는 거지?



[최승호의 비밀업무에 관한 단서를 확보했습니다!(1/3)]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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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 화투패는 예술이다 23.04.30 16 0 12쪽
19 18화 - 사람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23.04.30 15 0 13쪽
18 17화 - 락카페 디제이 팔뚝에 새겨진 문신 23.04.27 17 0 11쪽
17 16화 - 외국문학 45번 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23.04.26 26 0 14쪽
16 15화 - 이름 없는 디스켓을 발견했다 23.04.24 32 0 12쪽
» 14화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 23.02.23 67 0 13쪽
14 13화 - 이로이를 죽이면, 나는 너를 살려줄 것이다 23.02.22 68 0 14쪽
13 12화 -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있는 아이 23.02.20 73 0 13쪽
12 11화 - 1994년, 과팅에서 만난 그녀 23.02.19 76 0 14쪽
11 10화 - 아스피린 합성 실험 23.02.19 81 0 13쪽
10 9화 -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23.02.18 86 0 12쪽
9 8화 - 도전을 수락합니다! 23.02.18 96 0 13쪽
8 7화 - 책의 활자가 머릿속에 각인 됩니다 23.02.18 110 0 12쪽
7 6화 - 사라진 임상실험 피험자 23.02.17 121 0 12쪽
6 5화 -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 23.02.16 157 0 12쪽
5 4화 -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23.02.14 201 2 13쪽
4 3화 - 거래 조건은 생의 '1시간' 23.02.14 265 2 13쪽
3 2화 - 피해자 DNA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이상하다 23.02.12 363 5 12쪽
2 1화 - 8년 만에 잡힌 범인 23.02.12 542 7 12쪽
1 0화 - 프롤로그 23.02.12 714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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