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내 머릿 속에 통째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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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뺑뽕
작품등록일 :
2023.02.12 13:03
최근연재일 :
2023.04.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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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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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책의 활자가 머릿속에 각인 됩니다

DUMMY

*****


아홉 번째 회귀 때 아버지는 당장 연구를 중단하겠다며 연구소장에게 언성을 높였다. 아버지가 연구를 중단하려 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이건 아마 형들도 모르는 내용일 것이다.



“소장님도 보셨잖습니까? 그 피실험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보셨잖아요!”


“주박사, 어쩌겠나. 우린 결국 만들라는 대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걸 모르겠나?”


“연구는 실패였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말이죠.”


“...... 실패? 그렇게 되면 자네의 명성에도 먹칠을 하게 될 걸세. 아이들을 생각해야지. 곧 태어날 자네 막내도 말이야!”


“...... 명성이요? 많은 이들이... 아빠가 만든 약이 온 세상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떠들게 되겠죠... 그건 아이들을 위하는게 아닙니다. 연구자에게도 그 정도의 선택권은 있어야지요.”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이 약을 만들면 돼. 나중 일은 법을 만드는 자들이, 시민 단체들이 판단하는 거야. 자네도 이정도는 알만한 사람이지않은가! 응?”



주박사는 굽히지 않았다. 그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 아빠...”



주희용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불렀다. 닿지 않는다는 걸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 순간, 주박사는 무언가 느껴지기라도 한 듯 뒤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주희용과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의 눈이 그를 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의 눈웃음이 꼭 거울 속 자신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연구소장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연구는 중단해야 합니다. 세상 어느 한 명이라도 불행해진다면 그건 잘못된 연구입니다. 이게 ‘베타 뉴로리서렉타’ 연구의 책임자인 저의 결론입니다.”



그러나 연구소장은 완강했다. 연구를 중단 하겠다면 모든 연구 자료를 놔두고 나가라는 말로 대응할 뿐이었다.


.

.

.


주박사는 주희용의 존재를 감지했던 것일까. 주박사는 그를 볼 수 없다. 그건 아홉 번째까지 회귀를 반복하며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그들 부자를 이어 놓은 것만 같았다.


그는 또다시 책을 펼쳤다.



.

.

.



현재시각 22:44



이번이 벌써 열 번째 회귀다. 열 번째로 돌아간 과거에서는 그동안의 회귀와는 다르게 아버지를 만날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목격했던 것은 공사판 한 가운데서 서류 봉투를 주고 받던 두 사내. 어둠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류 봉투를 건네 받던 사내의 눈동자가 찰나의 순간 마치 뱀의 것처럼 세로로 길쭉해 졌었다. 그들은 교환을 마친 뒤 곧바로 차를 타고 떠났다.


그 순간 눈 앞에 등장한 메시지.



[책 ‘그들에 관한 기록' 열 번째 독서를 완료했습니다!]


[책의 모든 활자가 머릿속에 각인 됩니다.]


[책을 반납합니다.]



머릿속에 책 속에서 본 글자들이 뒤엉켜 뒤죽박죽이었다. 책 속의 모든 문장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어지럼증을 느끼며 의자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그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또 다시 책을 펼치기 위해 책상 위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책은 사라지고 없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는 30일 같은 시간이었다. 과거에서 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의 연구 업적을 확인했다. 연구가 진척 될수록 환한 웃음을 보이던 아버지의 얼굴은 어느 순간 그늘로 얼룩졌다. 창 밖만 쳐다보고 멍하니 서있는 시간이 늘어갔고 급기야는 연구소장과 다투기도 했다.


극비리에 진행되던 연구라 자세한 내막은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가 연구를 중단하자고 했던 이유는 뭐였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났던 사내들은 대체 누구일까...


짧은 시간 동안 열 번의 시간 여행을 다녀온 그는 피곤에 절어 침대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는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오래 걸렸군.]



어디선가 굵고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깜짝 놀란 그는 방 안을 살펴 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그는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을 손에 꽉 쥐었다.



[주희용, 이제야 그대에게 닿을 수 있게 되었구나.]



“어디서 나오는 목소리죠...? 당신 누구예요?”



어둠 사이에서 검은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발이 있는 듯 한 발, 한 발 그의 눈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으악! 뭐야...!”



이야옹-!



그 때, 꼭 하얀 양말을 신은 것 같은 검은 고양이가 어둠 속에서 나와 그를 향해 걸어왔다. 꼬리를 위로 세운 채 도도한 걸음걸이로.



“고양이...?”



[그대를 사신의 대리인에 임명한다. 그대의 영혼은 이제 사신(死神)의 것이다.]



고양이의 몸에서 저음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 순간, 그의 몸에 있는 무언가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연기는 허공에서 구름이 되어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그러자, 몸이 붕 뜰 것 처럼 가벼워졌다. 몸 안이 얼음장 같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하다.



“으윽... 뭐야, 이게. 윽....”



[영혼 회수 완료]



검은 고양이는 그에게 하얀 발 한쪽을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을 만지라는 듯 시선을 자신의 내민 발 쪽으로 떨어뜨렸다.



끼야옹-!



“누... 누구신데 저한테 이러는 거예요?”



야옹-!



하지만 고양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주희용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고양이에게로 내밀었다. 그러자 고양이의 몸에서 또 다시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과거로 시간을 거스르는 자여, 가여운 영혼이여.]



그 순간, 고양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그대가 할 일은 과거로 돌아가 그대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잠깐 그러면... 1994년으로 가는 것도 가능한가요?”



[후훗, 1994년이라면... 그대의 아비 주창현이 세상을 떠난 그 해를 말하는 것일 테지.]



고양이의 콧수염이 들썩였다.



“맞아요. 과거로 간다면 저는 그 해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것도 선택할 수 있는 건가요?”



[그대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어야겠군.]



“......?”



[사신의 대리인은 그들이 아끼고 사랑하던 이가 세상을 떠난 바로 그 해로 돌아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신은 억울함을 지닌채 지상을 떠나 저승으로 넘어온 영혼들을 가여이 여긴다.]



“사신이요...?”



[크흠...! 사신은... 인간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마음이 약한 신이다.]



이야옹-!



고양이는 어딘가 불편한듯 웅크리고 있던 몸을 바짝 일으켰다.



[그대의 아비가 떠난 해는 1994년도 갑술년(甲戌年).]



“...... 네”



[그대의 모든 임무는 그 해에 있다. 그곳에서 그대의 아비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주희용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책의 반납과 함께 끝나버린 과거로의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다.



[허나, 주어진 임무 외의 일을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지니 주의하라.]


[그대가 가진 능력으로 억울하고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라. 그대의 아비를 포함하여.]


[눈 앞에 놓인 그대의 능력치를 확인하라. 손을 올려 확인해 볼 수 있다.]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AR 화면처럼 디스플레이 같은 것이 생겨났다. 상단에는 그의 이름과 등급이 적혀 있었다.




<주희용(朱熙勇) | 18급(級)>



주희용, 이건 난데...? 18급(級)? 이건 뭐지.


그 순간 그는 책 ‘그들에 관한 기록’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렸다.



+

천신의 대리인은 철저한 계급 사회로 움직인다. 18급(級), ... 1급(級), 1단(段), 2단(段), ... 이건 바둑에서와 유사하게 급수(級數)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건 결국 그들 사이의 계급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급수에 따라 가진 능력치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



+

하지만, 계급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기는 한다. 그건 바로 ‘특성'과 ‘봉인 된 능력'이다. 특성과 봉인된 능력이 어떤 것인 지에 따라 자신 보다 월등히 높은 등급을 뛰어 넘는 것도 가능하다.

+



이건 천신의 대리인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사신의 대리인도 유사하다면, ‘급(級)’은 아마도 바둑의 급수, 즉 게임으로 치면 레벨 같은 것을 의미하는 걸 거다.


18급(級)인 걸 보아하니, 아직 ‘단'으로 승급하지 못한 ‘아마추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는 이어서 아래쪽을 훑어 보았다.



<특성>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활자 각인



<아이템>

- ?



‘활자 각인’이 여기에 ‘특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아까 메시지로 확인했던 것이 여기에 적혀 있다. 그 말은 이 상태창 같은게 정말 게임처럼 나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단 말인가.


주희용은 허공에 뜬 화면의 중앙으로 눈을 돌렸다.



<능력>

- 복기(復碁)/ Lv.4

- ?

- ?

- ?



능력 ‘복기(復碁)’. 복기도 마찬가지로 바둑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이는 한 번 둔 바둑의 판국을 비평할 때 사용하는데, 놓았던 순서대로 처음부터 다시 놓는 것을 말한다.


어렸을 때는 바둑을 곧잘 했었지만 커가면서는 바둑은 그만둔 그였다. 그는 바둑 세계는 이길 수 없는 천재들로 가득한 필드라는걸 너무 빨리 깨달았다.


대체 복기라는 걸 무슨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걸까. 어릴 때 바둑 조금 했다고 복기 할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진 걸까. 그나마 다행인건 레벨이 1은 아니다. 바둑을 꽁으로 하진 않은 것 같다.


그 순간 화면 속 ‘복기(復碁)’라는 글자가 두어 번 빛을 내며 반짝 거렸다.


눌러보라는 뜻인가.


그는 손을 들어 올려 글자를 터치해 보았다. 그러자 다른 화면으로 전환되며 설명이 등장했다. 그는 설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복기(復碁)/ Lv.4>

[설명]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능력. 어디까지, 얼마나 복기할 수 있는 지는 본인의 능력에 달렸습니다.


[습득 기술]

- 문자(文字)



문자를 복기한다는 의미인가. 그는 화면에 떠 있는 ‘문자(文字)’를 터치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넘길 때처럼 손바닥을 허공에 대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다시 첫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게 다... 저의 능력이라는 거죠?”



주희용은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


[그대의 급수는 아직 ‘단(段)’이 되지 못하였다. 과거로 돌아가기 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단, 단 한 번의 승급도 하지 못한 자는 과거로 넘어갈 수 없느니라. ]


[임무 완수를 통해 승급을 할 수 있도록 하라. ]



“네... 그런데... 그쪽은... 누구죠? 고양이... 님?”



[나는 그대와 같은 사신의 대리인들을 돕는 정령이다. 지금은 고양이의 몸을 빌려 자네에게 나타났지만, 실체는 ‘용’. 그렇기 때문에 실체 그대로 인간 세계에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그대 주변의 어떤 것으로도 나타나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그대에게 변화가 생길 때, 그리고 그대가 위험해 처할 때 나타난다.]



“제가 그쪽을... 소환할 수도 있는 건가요?”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쓸모 없는 일로 부르지는 말지어다. 정령이 담당하는 대리인이 여럿이니 앞길을 막지는 말지어다.]



고양이는 그의 질문에 당황한 듯 콧수염을 씰룩이며 움직였다.



“그런데... 저는 그쪽을 뭐라고 불러야 하죠?”



[‘응룡’이라 부르도록 하라.]



“응룡...”



[그대의 상태창을 마저 확인하라.]



주희용은 응룡의 지시에 따라 화면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신의 계약>

- 계약자: ?



그는 ‘계약자’라는 단어를 손으로 터치했다.



<신의 계약>

[설명]

당신은 만 20살이 되기 전까지 계약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가진 능력은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계약이 가능한 천신의 대리인은 발견 즉시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역시 독서는 좋은 것!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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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 사람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23.04.30 15 0 13쪽
18 17화 - 락카페 디제이 팔뚝에 새겨진 문신 23.04.27 17 0 11쪽
17 16화 - 외국문학 45번 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23.04.26 26 0 14쪽
16 15화 - 이름 없는 디스켓을 발견했다 23.04.24 32 0 12쪽
15 14화 - 책 ‘그들에 관한 기록’ 100회 완독 업적 23.02.23 67 0 13쪽
14 13화 - 이로이를 죽이면, 나는 너를 살려줄 것이다 23.02.22 68 0 14쪽
13 12화 -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있는 아이 23.02.20 73 0 13쪽
12 11화 - 1994년, 과팅에서 만난 그녀 23.02.19 76 0 14쪽
11 10화 - 아스피린 합성 실험 23.02.19 81 0 13쪽
10 9화 - 너는 예언을 받는 자가 아니구나 23.02.18 86 0 12쪽
9 8화 - 도전을 수락합니다! 23.02.18 96 0 13쪽
» 7화 - 책의 활자가 머릿속에 각인 됩니다 23.02.18 111 0 12쪽
7 6화 - 사라진 임상실험 피험자 23.02.17 121 0 12쪽
6 5화 -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팀 23.02.16 157 0 12쪽
5 4화 -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23.02.14 201 2 13쪽
4 3화 - 거래 조건은 생의 '1시간' 23.02.14 265 2 13쪽
3 2화 - 피해자 DNA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가 이상하다 23.02.12 363 5 12쪽
2 1화 - 8년 만에 잡힌 범인 23.02.12 542 7 12쪽
1 0화 - 프롤로그 23.02.12 714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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