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0화

◐ 지연의 일기 ◑

상쾌한 아침..

6시도 되지 않았는데 눈이 떠졌다.

더 잘까 했지만..

왠지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긴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10시에 수업도 있고 하니..

일찍 도서관 가서 공부 좀 하다가 수업 들어가면 되겠네.

...............

일찍 일어나면

아침밥을 해결 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쳐 못했다.

그냥 더 잘 걸 그랬나..

그래도 이왕 나온 거..

할 수 없지.

어제 봉구 선배가 알려준 식당에나 가봐야겠다.

아침이니 뭐 사람도 별로 없을테지..

총총 걸음으로.. 공주 식당을 향한다.

헐.. 자리가 없다..

아니.. 새벽부터 이게 웬 전쟁터야?

테이블마다 3-4명씩 빼곡히 앉아 있었다.

다들 혼자 온 사람인 거 같은데..

자리가 없어서 그냥 합석해서 먹는 거구나..

후.. 아침 먹는 것도 전쟁이네..

"야..."

헛... 안쪽 테이블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봉..봉구 선배?

뭐야.. 이런 새벽에?

반가움과 당황스러움이 교차하는 순간..

..........

그나저나 왜 자꾸 갈수록 봉구 선배의 존재가 반가워지는 거지?

불안하네..

"아침 일찍 어쩐 일이세요?"

"어?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인데.."

"아.. 아 전 그냥 일찍 공부나 하려고 나왔어요."

"그래? 암튼 앉아. 밥 먹으러 온 거 아냐?"

...........

뭐..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니..

얌전히 선배 앞에 앉아버린다.

"이모.. 여기도 하나 주세요."

선배가 내 정식을 시킨다.

"선배님 원래 이 시간에 학교에 와요??"

"어? 어.."

"의외로 부지런 하시네요.."

"그래? 재대 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아침만 되면 잠이 안 와서..하하"

..............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뭐해요?"

설마 공부하는 건 아니겠지?

"뭐 그냥..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고.."

"취미 생활요? 뭔데요?"

"어? 아.. 뭐 그런 거 있어. 별거 아냐.."

"뭔데요.."

궁금하다. 이 선배의 취미 생활 이란게..

뭐 이상한 인형 모으기 같은 거 하는 건 아니겠지?

왠지 그럴 것도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

만약 그런 거면.. 다신 아는 척 안 할거야!

"아.. 그냥.. 아침마다 동아리방에 가서 영화 한 편씩 보고 수업에 들어가. 집에 비디오가 없어서.."

"아.. 그러시구나"

.............

지난번에도 동아리 방에서 영화 보던데..

뭐 야한 영화들이긴 했지만..

가만..

이 선배 아침마다 맨날 야한 영화 보는 거 아냐 혹시?

.................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선배로 느껴진다.

"어디 가세요?"

"어.. 도서관.."

"동아리 방에서 영화 보신다고 안 했어요?"

"자리는 맡아 놔야지.."

..............

선배와 함께.. 도서관에 들어온다.

난 요 몇 일 계속 앉던 자리..

선배 또한 내 근처의 늘 앉던 자리에 가방을 놓는다.

훗..

말 안 해도 알아서 근처에 앉아주네..

이 선배 혹시 나랑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저러는 거야?

하긴.. 그러는 게 당연한 거긴 하지..

뭐 아무튼.. 든든하고 좋다.

선배가 책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밖으로 들고 나간다.

비디오 테이프군.

심심한데 따라가서 같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화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확인도 좀 해보고 싶고..

"선배님..."

"어?"

뭐야 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은?

"저.. 저도 심심한데 같이 봐요 우리.."

"어? 이거? 이거.. 별로 재미없는 건데.."

훗...

역시 야한 거군..

표정 보니 딱 알겠네..

말은 또 왜 이렇게 떨어..

"뭐 괜찮아요. 저 재미없는 것도 의외로 좋아해요. 야한 거 빼곤 다 봐요."

"그.. 그래? 근데 야한 건 못 보냐?"

훗.. 이 선배.. 긴장하는 거 보니까 재밌다.

"뭐 못 보는 건 아닌데.. 경멸 하죠. 정말 싫어요."

"아.. 그러냐? 하하.. 뭐 경멸 할 거 까지야.. 그것도 하나의 창작물인데.."

"창작물은 무슨.. 아.. 전 진짜 세상에서 야동이 제일 싫어요 증말.."

어디.. 이 선배 반응 좀 보자..

"아.. 야.. 나 생각해 보니까.. 레포트 써야 한다는 거 깜빡했다.."

"네?"

"아.. 오후에 레포트 제출 해야 되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크크킄.. 뭐야 지금..

"그래요? 그럼 영화는?"

"영..영화는 무슨.. 바빠 죽겠는데.. 나중에 봐야겠네."

이렇게 대놓고 티가 나다니.

"아.. 그럼 테이프 주세요.. 저 혼자라도 가서 보게.."

"어? 아.. 아냐.. 내일 같이 봐. 혼자 보기엔.. 좀.."

"네? 혼자 보기가 왜요?"

"아.. 암튼.. 안돼. 야.. 너 공부하러 일찍 온 거라며?"

"네.. 뭐 근데.."

"근데는 무슨.. 가서 공부해. 담 주에 시험인데 영화 볼 시간이 어딨어.."

완전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선배..

제법 귀엽다.. 훗..

* 선배님.. 그거 야한 비디오죠? *

열람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곤 슬쩍 봉구 선배쪽을 확인 한다.

훗.. 답장을 어떻게 보내려나..

* 공부에 집중하자! *

후후훗.. 끝까지 오리발은..

* 선배님.. 실망이에요 ㅠㅠ *

* 너 공부 안하냐? *

* 선배님은 결코 야한 거 안 보실 거라 믿었는데.. *

* 나 지금 레포트 쓰느라 바뻐. 저녁때 놀아주마! *

크크킄..

자꾸 이 선배 놀리는 게 재밌어지네..

◐ 봉구의 일기 ◑

재대 한지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6시면 눈이 떠진다.

잠을 더 자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기니..

이건 좋아야 되는거야 말아야 되는거야

꾸역꾸역 학교 갈 채비를 한다.

요즘은 아침마다 가는 곳이 있다.

링고가 사라진 이후로..

에로 비디오를 못 보던 나에게 한줄기 희망이 된 곳...

이른 아침.. 텅 빈 동아리 방이 바로 그곳이었다.

너무 이른 아침이기에 비디오는 늘.. 전날 밤에 빌려 놓는다.

어제 밤에도 화끈한 영화로 두 편.. 준비해 놨다.. 룰루..

"이모.. 밥 줘요.."

"어.. 어서 와.."

반갑게 맞아주시는 이모..

저 이모는 행복할꺼야..

자식이 수백 명이네..

나 같은 학생들 밥해주는 즐거움도.. 꽤나 쏠쏠하겠지?

자리를 잡고 앉아..

오늘 감상할 비디오의 내용을 흐뭇하게 상상해 본다.

엥?

지연이?

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갑작스런 그녀의 출현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그녀를 부른다.

"야..."

그녀도 다소 놀란 듯.. 흠칫 한다.

헐.. 아침부터 그녀를 만날줄이야..

시험 기간이라 공부하러 온 모양이네..

제법 모범생인가 보군..

뭐.. 적적한 아침 식사에.. 말 벗이 생기니 좋긴 하다.

도서관에 자리를 맡아 논 후..

그녀 몰래.. 검정 봉지에 담긴 테이프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아.. 왜 아침부터 와 가지고 이렇게 신경 쓰이게 하는 거야..

후딱 보고 반납 해야겠다.

"선배님..."

헛..

그녀가 부른다..

"어?"

"저.. 저도 심심한데 같이 봐요 우리.."

.............

아..... 설마 했는데.. 이렇게 쫓아 나올 줄이야..

절대 안되지..

이걸 어찌 같이 보니..

"어? 이거? 이거.. 별로 재미 없는 건데.."

당황한 나머지.. 얼버무리고 만다...

"뭐 괜찮아요. 저 재미 없는 것도 의외로 좋아해요.. 야한 거 빼곤 다 봐요.."

.............

야한 거 빼고?

하필 왜 야한 거 뿐이냐..

"그.. 그래? 근데 야한 건 못 보냐?"

설마.. 못 보는 건 아니겠지..

"뭐 못 보는 건 아닌데.. 경멸하죠.. 정말 싫어요.."

................

뭐야.. 저 진심 어린 말투는..

그렇게 싫은거야?

아.. 갑자기.. 손에 든 비디오 테이프을 쓰레기통에 쳐 박고 싶어졌다.

"아.. 그러냐? 하하.. 뭐 경멸 할 거 까지야.. 그것도 하나의 창작물인데.."

당황스러움에.. 억지로 둘러대곤 있지만.. 에휴..

상당히 안타까운 상황임엔 틀림없었다.

"창작물은 무슨.. 아.. 전 진짜 세상에서 야동이 제일 싫어요.. 증말.."

흑.. 이 좋은 게 도대체 왜 싫은 거니..

넌 여자라서 모르는구나.

남자에게 이건 꿈이자 희망이요.. 삶에 원동력 이란다.

................

그나저나 오늘은 이거 못 볼거 같다.

아니.. 이 비디오 테이프 자체를 숨겨야 한다.

이거 들키면.. 그녀에게 난 완전 인간 말종으로 찍히게 되는 것이다.

"아.. 야.. 나 생각해보니까.. 레포트 써야 한다는걸 깜빡했다.."

"네?"

"아.. 오후에 레포트 제출 해야 되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그나마 순발력을 발휘해 핑계를 댔다.

"그래요? 그럼 영화는?"

"영..영화는 무슨.. 바빠 죽겠는데.. 나중에 봐야겠네.."

아.. 좀 어설프긴 하지만.. 그나마 최상책으로 꺼낸 카드였다.

"아.. 그럼 테이프 주세요.. 저 혼자라도 가서 보게.."

...............

뭐야 이 집요함은..

얘도 가만 보면 좀 무서울 때가 있다..

"어? 아.. 아냐.. 내일 같이 봐. 혼자 보기엔.. 좀.."

앗차..

말이 헛나와 버렸다.

"네? 혼자 보기가 왜요?"

"아.. 암튼.. 안돼.. 야.. 너 공부하러 일찍 온 거라며?"

"네.. 뭐 근데.."

"근데는 무슨.. 가서 공부해.. 담 주에 시험인데 영화 볼 시간이 어딨어.."

이상하게 생각할 테지만..

그래도 에로 비디오라는 걸 들키는 것 보다야 낫지..

그녀도 나의 태도가 뭔가 수상쩍은지..

알 수 없는 웃음을 띄어 버린다.

에휴.. 뭐냐 이거..

아침부터..

일진 별로네..

헛... 그녀가 내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전화번호를 교환한 후...

언제쯤 첫 연락을 해올지 내내 기대 중이었던 터라.. 더 반가웠다..

뭐라고 보냈을까..

설레는 맘으로 문자함을 열어본다.

* 선배님... 그거 야한 비디오죠? *

..............

기념적인 그녀의 첫 문자 내용이 어째 이러냐.. 흑

고개를 들어 그녀쪽을 쳐다 본다.

나를 바라보며.. 슬쩍 웃는 그녀..

비웃는 거 같다.

눈치 챘나 보군.. 에휴..

아.. 망신 망신 대망신..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