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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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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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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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6화

DUMMY

◐ 지연의 일기 ◑




"선배님.. 심심하죠?"


한량하게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선배와 나..


"아니 별로.."

"에이.. 심심해 보이는데요 뭘.. 우리 시내나 놀러 갈래요?"

"시내? 왜?"

"아니 뭐 그냥..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나 뭣 좀 살 것도 있고.."

"귀찮은데.."


..............

뭐가 그렇게 맨날 귀찮은 거야 대체..

아침에 일어나는 거 보면 제법 부지런한 거 같더만..


"귀찮아도 좀 가죠?"

"뭐 먹을 거라도 사주냐?"


..............

암튼 공짜가 없어 이 선배는..


"안 그래도 그냥 가 줄 거 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알았으니까 빨리 가요."

"오케이"


사실..

어제 퀴즈 우승에서 받은 상금으로..

선배 옷이나 좀 하나 사 줄 생각이었다.

물론.. 내 옷 사고 남은 돈에 한해서..





"와.. 이거 얼마에요?"


첫눈에 딱 맘에 드는 게 있어서.. 바로 집어 든다.


"네.. 8만 2천원 입니다."


............

그냥 선배 사주지 말까?

이거 너무 맘에 드는데..


"선배님.. 이거 어때요? 어울려요?"


살짝 몸에 갖다 댄 후 선배에게 확인해 본다.


"별루.."


.............


"그래요?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네.. 고객님한테 정말 잘 어울리세요."

"거 봐요. 잘 어울린다잖아요. 선배님은 선배님 패션이나 좀.. 에휴.."

"그럼 그거 사든가.."


............

이래서 남자랑은 쇼핑 하기가 싫다니까..

어휴.. 저거 봐라.

나가고 싶어 죽을라고 하네..

으이그..


"저 이걸로 할게요."


미안해요 선배님..

선배님은 그냥 싼 걸로 사야겠어요. 홍홍..





"이번엔 저쪽으로 한번 가봐요."

"또 사게?"


.............

이제 겨우 10분 쇼핑 했어요 선배..

어쩜 그렇게 돌아 다니는 걸 싫어 하시는 거에요..

운동한다 생각하고 좀 얌전히 따라 오세요.

이거 뭐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맘도 사라지려고 하네..


"가요.. 선배님 선물 하나 사줄테니까."

"뭐? 내꺼?"

"네.. 선배님 바지 한 벌 사 드릴테니 언능 따라 와요."

"지.. 진짜? 니가 왜?"


..............

안쓰러워서 그래요.. 안쓰러워서..


"선배님.. 너무 노티 나서 같이 다니기 부끄러워요. 바지 이쁜 걸로 하나 사줄테니까 그거 입고 다녀요."

"그래? 오.. 그럼 나야 땡큐지. 가자."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앞장서 가는 선배..

...........

역시 공짜라니까 입 찢어 지는군..




바지 매장에 들어와..

제법 이뻐 보이는 청바지를 하나 골라 선배에게 건냈다.


"이런 건 애들이나 입는 거 아니냐?"

"선배님 나이가 그럼 애지. 뭐 아저씨에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만.. 왠지 고딩스러운데?"

"선배님은 얼굴이 나이 들어 보여서.. 이렇게라도 입어야 그나마 학생처럼 보여요. 가서 갈아 입고 와 봐요."

"기다려 봐."


흠.. 카드는 안 쓰려고 했더니..

결국 좀 모자라게 생겼네.

하긴 현금도 좀 가지고 있어야 되니

그냥 카드 긁자.


"어머.. 잘 어울리시네요."


점원이 봉구 선배를 향해..

맘에도 없는 칭찬을 해주고 있다.

............

아무리 봐도 안 어울리는데 무슨..


"선배님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기다려 봐요 딴 거 골라 줄 테니까.."

"왜? 이거 괜찮은 거 같은데.."

"안 어울려요. 잠깐 기다려 봐요."


다리가 길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다.

선배 다리 길이에 맞는 걸 골라야 되는데..

오.. 저거 괜찮네..


"이거 입어 봐요."

"이거? 아까 거랑 똑같은 거 아냐?"


............


"다른 거니까.. 언능 고고.."

"어.. 잠깐만.."


다시 바지를 들고 탈의실로 향하는 선배..


"남자 친구분 마.. 맞으시죠?"


옆에서 지켜보던 점원이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근데 말꼬리를 왜 저렇게 흐려?

뭐 남자 친구가 아닌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말투는..

선배를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잖아.

뭔가 기분 나쁜데?


"네? 아.. 아니에요. 그냥 학교 선배에요."


일단 사실은 사실인지라.. 대답은 해준다.


"아.. 그렇죠? 호홍. 어쩐지.."


............

어쩐지?

이씨..

이 점원 진짜 맘에 안 드네.

왜 사람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해?

점원 교육 재대로 받은 거 맞아?


"이거 비밀인데요.."


얄미운 점원의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네.."

"사실.. 제가 지금 저 선배 꼬셔 보려고 억지로 끌고 나와서 이렇게 선물 공세 하고 그러는 거에요. 공부 하느라 너무 바빠서 저랑 만나 주지도 않거든요. 에휴.."

"네? 선배분이 뭐 하시는 분이길래.."

"의대생이에요. 아시잖아요 의대생 공부량 어마어마한 거.."

"어머.. 그..그래요?"


놀래긴..


"방금 한 말은 선배한텐 비밀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거 저 선배는 몰라요."

"네.. 그럴께요."


당황한 듯한 점원의 표정을 보니

좀 전의 짜증이 한방에 사라져 버렸다.

훗..


때마침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 선배.


"어때? 괜찮냐?"


오.. 이거 괜찮네.

선배한테 딱 인데?


"오..선배님.. 그걸로 해요. 이뻐요."

"아.. 그래?"

"이거 얼마에요?"

"네.. 10만 5천 원 이에요"


............

뭐야.. 왜 이렇게 비싸?

난 그냥 3-4만 원정도 생각하고 사 준다고 한 건데..

이러면 못 사주잖아.

아.. 가격표나 보고 고를걸..


"야.. 너무 비싸지 않냐?"


옆에 다가와 넌지시 묻는 선배..

............

슬쩍 점원 표정을 본다.

뭐야.. 저 비웃는 듯 한 표정은?

맘에 안 들어..


"얼마 안 하네. 저기요.. 이걸로 주세요."

"뭐? 진짜? 야.. 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왜 이래요 선배님.. 앞으로 병원 개업 하면 돈을 쓸어 담으실 분이.."


점원 들으라고 오히려 더 큰소리로 말해 버린다.


"어? 뭐?"

"일시불이요!"


어리둥절해 하는 선배를 일단 제지 시킨 후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이거 쓸데없는 오기 때문에 괜한 짓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이미 카드는 내 손을 떠나 점원 손에 넘어가 있었다.

............





"야.. 나 이거 받아도 되는 거냐? 부담 되는데?"


.............

그러게요.

엄청 부담 되시겠어요.

나도 비싸서 못 입는 10만 원 짜리 청바지라니..

어휴.. 내가 미쳤지..


"괜찮아요. 어차피 크게 한 턱 쏠 생각이긴 했어요."

"그래? 이럼 나도 뭔가 좀 해줘야 될 거 같은데.."

"됐어요. 그냥 나 그동안 집에 데려다 주고 그런 거 고마움 표시한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요.."

"그.. 그래? 뭐 암튼 고맙다."





구두 매장을 지나가다..

너무 이쁜 구두가 보여 잠시 멈춘다.


아.. 이쁘다.

사고 싶은데..

아.. 안돼.

이번 달 너무 무리했어.


하지만.. 구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포스에..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가격 8만 천 원..

저런 이쁜 걸 저 가격에 사기도 힘든데..

아.. 저 선배 청바지만 안 사줬어도..

아니.. 싼 거만 사줬어도..

저 구두 살 수 있었잖아.

생각 할수록 아쉽네.. 흑,,


"왜? 저거 살려구?"

"아.. 아니에요."

"그럼 언능 가자.."

"이씨.. 어디 갈 데 있어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잠깐 구경이라도 하게 좀 기다려 봐요. 안 그래도 속상해 죽겠구만.."

"응? 왜? 뭐 속상한 일 있냐?"


...........


"선배님.."

"어.."

"제가 저거 신으면.. 이쁘겠죠?"

"구두가 거기서 거기지 뭐.."


............


"신데렐라 같을텐데.. 그쵸?"

"너 지금 저거 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냐?"

"네.."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대답해 버린다.


"사줘?"

"네? 아.. 아니에요."

"한번 신어봐. 어울리나 보게.."

"됐어요. 선배님 돈도 없으시면서.."

"에이.. 뭐 어차피 영화 퀴즈로 상금 받은 거 있는데 뭐.. 한번 신어봐. 어울리면 사 줄 테니까.."


지..진짜로?


"정말요? 괜찮겠어요? 저 언니.. 이거 좀 꺼내 봐 주세요.."


선배 맘이라도 바뀔까..

후다닥 점원에게 구두를 요청한다.


"어머.. 정말 잘 어울리세요. 발이 어쩜 이렇게 이쁘세요?"

"홍홍.. 제가 원래 좀 다 이쁘긴 해요. 발이라고 뭐 별수 있겠어요?"

"이건 정말 고객님 발에 맞춤 구두네요. 이걸로 하시겠어요?"


슬쩍 선배를 본다.

고개를 끄덕이는 선배..

오~~

선배님 짱~~~


"넹.. 이걸로 언능 포장해 주세요. 아.. 아니 그냥 주세요. 지금 신고 가게.."


훗.. 너무 이쁘잖아.

오늘은 그냥 새로 산 것들로 셋팅 하고 가야겠다.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는 선배..

아.. 제법 멋있으시네 오늘..

청바지도 잘 어울리고 말야.


............

하긴.. 저건 내가 사 준거니..

결국 쌤쌤 이잖아..

딱히 크게 고마워 할 이유는 없어.


"선배님 고마워요.."


그래도 예의는 차려 줘야지.


"고맙긴 뭘.. 나도 청바지 받았는데.. 하하.. 이제 다 산 거지?"

"네.. 가요 이제.."





앞서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 윗도리가 눈에 거슬린다.

저렇게 이쁜 청바지를 입고서..

저 후질 구리 한 티셔츠가 웬 말이야..

청바지엔 하얀 티셔츠가 딱 인데..

에휴..


"선배님.. 혹시 집에 하얀색 티셔츠 같은 거 없어요?"

"어. 난 흰색 옷 안 입어.."

"왜요? 이쁜데.."

"빨기 귀찮아."


............


"그렇다고 그렇게 맨날 우중충한 것만 입고 다니실 거에요?"

"우중충 하냐? 이거 나름 유행 타는 건데.."


.............

언제적 유행이란 거야 대체..

아무리 봐도 80년대 스타일인데..


헛..

순간.. 선배 앞쪽으로

눈에 확 띄는 하얀색 티셔츠가 보였다..

오.. 저거 딱 이네.


"선배님 잠깐만요. 이리 와봐요."

"어.. 왜?"

"잠깐만요.. 어디 보자.."


티셔츠를 들어 선배의 몸에 가져다 대본다.


"뭐야 지금.. 이것도 사주려고?"

"오.. 딱 이네. 선배님 이거 사요. 청바지랑 너무 잘 어울려요 이거.."

"어? 나보고 사라고?"

"그럼 선배님이 입는 건데 선배가 사야죠. 돈은 있죠?"

"어? 나 지금 만원밖에 없는데.."


옷의 가격표를 확인해 본다.

4만 3천 원..

.............


"아.. 그래요? 아.. 이거 이쁜데.."

"야.. 됐어 됐어. 나중에 시장 가서 흰색으로 몇 개 살 테니까 걱정 말고.. 언능 가자.."

"그래요.. 뭐 할 수 없죠."

"그나저나 뭐 좀 먹으러 가자. 계속 돌아 다녔더니 배고파 죽겠다."


.............

겨우 30분 돌아 다녀 놓고 엄살은..

내가 쇼핑 하면서 이렇게 단 시간에 물건 산 것도 처음인 건데..

에휴..


아.. 그나저나 저 티셔츠 왜 이렇게 미련이 남는 거야..

그냥 내가 확 사 줘 버려?

아.. 안돼!

이제 카드 더 쓰면..

아빠한테 카드 뺏길지도 몰라.

참아~ 이지연!


"저쪽에 롯데리아 있던데.. 거기로 갈까?"


배가 고픈지 발걸음을 서두르는 선배..

나보다 한걸음 앞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눈에는 계속..

선배의 뒷모습..

아니..

후질 구리 한 선배의 티셔츠만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아.. 도저히 안되겠어.

이쁘고 비싼 청바치를 입고 있는데

대체 왜 저 티셔츠만 눈에 들어오는 거냐고..

짜증나..



"선배님 이쪽으로 와 봐요."

"어? 어디가?"

"빨리 와요. 아까 그 티셔츠 사게.."

"어? 나 돈 없다니까.."

"제가 사 줄 테니까 오기나 해요.."

"뭐? 또?"


.............





나 오늘 미쳤다.

내 것도 아니고..

이 앞에.. 우걱우걱 햄버거를 먹고 있는

봉구 선배의 옷들을 사는데..

내 돈 15만원을 날렸다.

하하.. 나 왜 이래?


"야.. 너 오늘 왜 이러냐? 갑자기 이러니까 무섭잖아."


...........

그러게요.

저도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


"아껴 입으세요. 세탁하실 때도 손 세탁 하시구요. 웬만하면 그 티셔츠 입고 술자리 가지 마세요. 담배 냄새 배여요. 밥 먹을 때도 조심해서 먹으시고.. 그리고.. 그 청바지는 자주 빨지 마세요. 자주 안 빨려면 조심조심 입으셔야 되는 거 아시죠?"


..............

딸들 시집 보낼 때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걸까..

에휴..


"어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너 목소리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몰라요. 아까부터 기운이 없네요. 이 햄버거도 선배님이 드세요."


..........

아.. 15만 원이면..

지난번에 봐 뒀던 그 이쁜 핸드백을 사고도

만 원이나 남는 돈이네.

아.. 오늘 내가 여길 왜 나온 거야..




집에 가는 길...

살짝 걸음을 늦춰..

또 한번 선배의 뒷모습을 훑어보고 있다.

흠.. 좋아..

역시 나의 패션 감각은 놀라워..

내일 사람들이 보면..

난리 나겠는 걸?

오랜만에 사람들한테 칭찬 좀 원 없이 받아보세요 선배님.. 훗..

뿌듯함을 안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훑어 내려가 본다.


...........

뭐..뭐야..

저 구두 왜 저렇게 촌스러워?

청바지랑 안 어울리잖아..


"선배님.. 자.. 잠깐만요."







◐ 봉구의 일기 ◑




아.. 좋다.

그냥 하루 종일 이렇게 지연이랑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을 거 같다.

오늘 따라 아이스크림도 꿀맛이네.


"선배님 심심하죠?"

"아니 별로.."


심심할 리가 있겠니..

니가 옆에 있는데..


"에이.. 심심해 보이는데요 뭘.. 우리 시내나 놀러 갈래요?"


응? 시내?


"시내? 왜?"

"아니 뭐 그냥..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나 뭣 좀 살 것도 있고.."


지금 데이트 하자는 거니 혹시?


"귀찮은데.."


그래도 기다렸다는 듯 좋다고 할 순 없으니..

슬쩍 한번 튕겨준다.


"귀찮아도.. 좀 가죠?"


얘가.. 언제부터 인진 몰라도..

그냥.. 자기 맘대로 막 밀어 붙이는 애가 되어 버렸다.

.............

뭐 그렇다고 그게 싫은 건 아니었다.





그녀와 백화점을 왔다.

평소에는..

여자들과 쇼핑 하는 걸..

남자가 하는 가장 부질 없는 행위 중 하나로 여겨오던 나였지만..

오늘은 상대가 지연이다.

그녀나 되니까..

이렇게 까지 웃으면서 동행해 주는 정도지

엄마나.. 다른 별 상관없는 아가씨들과의 쇼핑이었다면..

벌써 도망가 버렸을 것이다.

근데..

백화점에 들어서면서 부터 귀찮아 지기 시작해 버린다.


.............

쇼핑 만큼은 지연이여도 별 수가 없구만.





"선배님 이거 어때요? 어울려요?"


이쁘긴 한데 비싸잖니.


"별루.."


선배가.. 너 돈 아끼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니까.. 이해 하렴.


"그래요?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네.. 고객님 한테 정말 잘 어울리세요.."


............


"거 봐요.. 잘 어울린다잖아요. 선배님은 선배님 패션이나 좀.. 에휴.."


내 패션이 어디가 어때서?

얘가.. 남자들의 패션을 잘 모르는구만..


"그럼 그거 사든가.."


괜시리 퉁명스러워졌다.

아.. 귀찮아..

빨리 나가서 그냥 지연이랑 길거리나 걸으면 좋겠다..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해볼까?

흠.. 좀 오버일란가?

아니지..

친한 선후배는 뭐 영화도 못 봐?

그래..

분위기 봐서 슬쩍 한 번 제안해 봐야겠다.




옷을 사 놓고도 또다시 옷 매장을 찾아다니는 그녀..

뭐야.. 살게 많았던 거야?


"또 사게?"

"가요.. 선배님 선물 하나 사줄 테니까.."


엥?

지금 뭐라고 한 거?

내 선물을 사 준다고?


"뭐? 내꺼?"

"네.. 선배님 바지 한 벌 사줄게요. 따라 와요."


헐.. 정말인가본데?


"지.. 진짜? 니가 왜?"

"선배님.. 너무 노티 나서 같이 다니기 부끄러워요. 바지 이쁜 걸로 하나 사줄 테니까 그거 입고 다녀요."


..............

뭐야.. 창피해서 사 준다고?

우이씨..

............

근데... 그래도 얘 착하네.

날 생각해서 이렇게 선물까지 해주고..

딱히 생일도 아닌데 말야.


.............

가만..

혹시 얘 진짜로 날 좋아하는 거 아냐?

애인도 아닌 사람한테

옷 같은 거 사주고 그러는 여자가 있나?

아무리 봐도 못 본 거 같은데..


맞지?

그런 여자 없지?

오호..


"그래? 오.. 그럼 나야 땡큐지. 가자.."


갑자기 엔돌핀이 솟는다.

쇼핑 이거..

의외로 재밌을 거 같구만.

후훗...





.............

나보고 지금 이런 걸 입으라고?


"이런 건 애들이나 입는 거 아니냐?"


그녀가 골라준 청바지를 건네 받으며 묻는다.


"선배님 나이가 그럼 애지.. 뭐 아저씨에요?"


내가 동안스럽단 얘기지 지금?


"아니 뭐 그런 건 아니다만.. 왠지 고딩스러운데?"

"선배님은 얼굴이 나이 들어 보여서.. 이렇게라도 입어야 그나마 학생처럼 보여요. 가서 갈아입고 와 봐요."


.............

동안처럼은 안 보이나 보군..


"기다려봐.."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나온다.


"어머.. 잘 어울리시네요.."


점원이 나를 보며 말한다.

오.. 그래?

하긴.. 내가 뭔들 안 어울리겠어..


"선배님.. 그거 좀 아닌 거 같아요. 기다려 봐요 딴 거 골라줄 테니까.."


.............


"왜? 이거 괜찮은 거 같은데.."

"안 어울려요. 잠깐 기다려 봐요."


그러더니 여기저기 다시 청바지를 찾는 그녀..


"이거 입어봐요.."

"이거? 아까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

"다른 거니까 언능 고고.."


그러면서 나의 등을 떠 미는 그녀였다.


"알았어. 잠깐만.."


또다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어때? 괜찮냐?"

"오..선배님 그걸로 해요. 이뻐요.."


엉? 진짜?


"아.. 그래?"

"이거 얼마에요?"

"네.. 10만 5천 원이에요"


헐.. 10만 5천 원?

뭔 놈의 청바지가 10만 원씩이나 해?

이 브랜드 유명 브랜드도 아닌 거 같은데..

............

그녀도 가격 듣고는 제법 놀란 표정이던데..

아무래도.. 딴 데 가서 사야 될 거 같다.


"야.. 너무 비싸지 않냐?"


슬쩍 그녀에게 가서 묻는다.


"얼마 안 하네. 저기요.. 이걸로 주세요."


잉?


"뭐? 진짜? 야.. 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얘 왜 이래?

10만 원이야 10만 원..

아니.. 평소에 밥 한 끼 가지고도 난리를 치는 애가..

이런 10만 원 짜리 바지를..

그것도 자기 것도 아닌 다른 사람 걸 사는데..

이렇게 고민에 여지도 없이 사 버린다는 게 말이 돼?


내가 이런 걸 받을 만큼..

너한테 중요한 존재라도 되는 거냐 혹시?


"왜 이래요 선배님.. 앞으로 병원 개업하면 돈을 쓸어 담으실 분이.."


얘는 뜬금없이 웬 헛소리야..


"일시불이요."


...........

얘네 집 정말 부잔가?

할부도 아니고 일시불로 긁어 버리네.





워낙 순식간에 결정 되고 진행된 일이라..

허둥지둥 계산을 마치고 나오긴 했는데..

왠지.. 영 신경이 쓰인다.


물론.. 그녀가 나를 위해 이런 선물을 사 준다는 게 너무 좋긴 한데..

한편으론..

내가 이런 비싼 선물을 받을 만큼

그녀에게 잘 해준 게 있나..

의구심도 들고 있었다.


"야.. 나 이거 받아도 되는 거냐? 부담 되는데?"

"괜찮아요. 어차피 크게 한 턱 쏠 생각이긴 했어요."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큰 한 턱 이잖니..


"그래? 이럼 나도 뭔가 좀 해줘야 될 거 같은데.."


그래.. 다음 달 용돈 들어오면..

나도 10만 원 짜리 옷 사줘야지..


"됐어요. 그냥 나 그동안 집에 데려다 주고 그런 거 고마움 표시한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요.."


아냐.. 나도 사 줄께..

멋진 원피스나 투피스로 한 벌 쫙 뽑아주마.

기대해라.


"그.. 그래? 뭐 암튼 고맙다.."





구두 매장 앞에서 멈춰 버린 그녀..

한참을 진열대에 놓여진 구두만 응시하고 있다.

뭐야.. 저거 사고 싶은 건가?


"왜? 사고 싶냐?"

"아.. 아니에요."

"그럼 언능 가자."

"이씨.. 어디 갈 데 있어요?"


...........

왜 이래 갑자기..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잠깐 구경이라도 하게 좀 기다려 봐요. 안 그래도 속상해 죽겠구만.."

"응? 왜? 뭐 속상한 일이라도 있냐?"


뭐지?

좀 전까진 멀쩡하더니..


"선배님.."

"어.."

"제가 저거 신으면.. 이쁘겠죠?"


.............


"구두가 거기서 거기지 뭐.."


아.. 그냥 이쁘다고 해줄 걸..

왜 생각 없이 말이 튀어 나오고 난리냐..


"신데렐라 같을텐데.. 그쵸?"

"너 지금 저거 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거냐?"


왠지 그런 거 같은데?


"네.."


맞네..

역시 사고 싶었던 거였어.

근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사고 싶으면 사면 되는 거지.

혹시 돈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니?

...............

생각해 보니..

나한테 청바지 사준다고 거금을 날린 그녀였다.

아.. 맘 아프게시리..


좋아..

안 그래도 영퀴 대회 상금으로 너 맛있는 거나 사 줄 생각 이었는데..

그냥 이 구두로 쏴주마.


"사줘?"

"네? 아니에요. 됐어요."

"한번 신어봐. 어울리나 보게.."

"됐어요. 선배님 돈도 없으시면서.."


걱정 마라.

가격 보니까..

다행히 사줄 돈은 된 단다.


"에이.. 뭐 어차피 영화 퀴즈로 상금 받은 거 있는데 뭐. 한번 신어봐. 어울리면 사줄테니까.."

"정말요? 괜찮겠어요? 저 언니.. 이거 좀 꺼내봐 주세요."


너무 좋아하네..

보고 있는 나도 흐뭇해진다.

.........

나 이러다가 매번 저런 모습 보고 싶어서

돈 막 써 제끼는 거 아냐?


"어머.. 정말 잘 어울리세요. 발이 어쩜 이렇게 이쁘세요?"

"홍홍.. 제가 원래 좀 다 이쁘긴 해요. 발 이라고 뭐 별 수 있겠어요?"


얘 공주병은 유난히 귀엽단 말이지..


"이건 정말 고객님 발에 맞춤 구두네요. 이걸로 하시겠어요?"


슬쩍 나를 보는 그녀..

최대한 멋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여준다..





"선배님.. 혹시 집에 하얀색 티셔츠 같은 거 없어요?"


그녀가 뒤에서 쫓아오면서 묻는다.


"어.. 난 흰색 옷 안 입어."

"왜요? 이쁜데.."

"빨기 귀찮아.."


남자라면 모두 똑같은 생각 일거다.


"선배님.. 잠깐만요. 이리 와 봐요."


갑자기 내 팔목을 잡아 끄는 그녀..


"어.. 왜?"

"잠깐만요. 어디 보자.."


그러더니 한 가게 앞에 진열 된 옷을 집어 든다.

얘 지금 또 나 선물 해주는 거야?

이거 완전 연인스러운 분위긴데?


"뭐야 지금.. 이것도 사주려고?"

"오 딱이네. 선배님 이거 사요. 청바지랑 너무 잘 어울려요 이거.."


응? 이거 사라고?

사주는 게 아니라?


"어? 나보고 사라고?"

"그럼 선배님이 입는 건데 선배가 사야죠. 돈은 있죠?"


............


"어? 나 지금 만원밖에 없는데.."

"아.. 그래요? 아.. 이거 이쁜데.."

"야.. 됐어 됐어. 나중에 시장 가서 흰색으로 몇 개 살 테니까 걱정 말고.. 언능 가자."


시장 가면 5천원이면 사는 천 쪼가리를

왜 4만 원이나 주고 사니.. 아깝게..


"그래요.. 뭐 할 수 없죠."

"그나저나 뭐 좀 먹으러 가자. 계속 돌아 다녔더니 배고파 죽겠다."


어디 앉아서 그냥 좀 쉬고 싶었다.

아.. 여자들은 도대체 이게 뭐가 좋다고

그렇게 몇 시간씩 돌아 다니는 거야?

30분 쇼핑 한 게 노가다 반나절 뛴 거 만큼이나 힘들구만..

..............


그나저나 얘는 아까부터 왜 자꾸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야..


"선배님.. 일루 와 봐요."


갑자기 또 내 팔목을 잡고 뒤로 끌고 가는 그녀..


"어? 어디가?"

"빨리 와요. 아까 그 티셔츠 사게.."


뭐?

아니 나 그거 안 산다니까..


"어? 나 돈 없다니까.."

"제가 사 줄 테니까 오기나 해요."


.............





맥도날드에 들어와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했다.

그래.. 이거라도 사줘야지.

오늘 받아 먹은 선물이 도대체 얼마치냐..

앞으로 일주일은 내가 밥 좀 사줘야겠다.


그나저나 궁금하네.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기에

부잣집도 아닌 애가 이렇게 무식하게 돈을 써대?

여자들은 보통 남자친구 한테도 이렇게 선뜻 돈 안 쓰지 않나?

근데 왜 얘는 나를 위해 이렇게 충동 구매를 해 대는 거야?

정말.. 날 좋아하는 건가?

아.. 궁금해..


"야.. 너 오늘 왜 이러냐? 갑자기 이러니까 무섭잖아."


슬쩍 반응을 본다..


"아껴 입으세요. 세탁하실 때도 손 세탁 하시구요. 웬만하면 그 티셔츠 입고 술자리 가지 마세요. 담배 냄새 배여요. 밥 먹을 때도 조심해서 먹으시고.. 그리고.. 그 청바지는 자주 빨지 마세요. 자주 안 빨려면 조심조심 입으셔야 되는 거 아시죠?"


.............

뭐야.. 왜 이리 힘이 없어?

쇼핑할 땐 신나게 돌아 다니더니..

그새 지쳤나?


"어.. 그래.. 뭐 그래야지.. 근데.. 너 목소리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몰라요. 아까부터 기운이 없네요. 이 햄버거도 선배님이 드세요."


............

결국.. 콜라만 찔끔찔끔 마셔 대는 그녀였다.

힘든가 보군.

뭐야.. 겨우 30분 돌아다녀 놓고..

틈틈이 운동 좀 시켜야겠구만..






"선배님.."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그녀가 부른다.


"어.."

"내일 딱 이렇게 입고 오셔야 되요. 아셨죠?"

"이렇게? 이거 좀 불편한데.."

"이씨.. 그럼 사 놓고 짱 박아 놓을 거에요?"

"아.. 아냐. 입고 오지 뭐.."

"그대로 다 하고 와야 돼요. 하나도 빼지 말고.."

"어.. 근데 구두만 그냥 신던 거 신으면 안되냐? 불편한데.."

"안되욧.. 무조건 다 새로 산 걸로 하고 와요."

"아.. 알았어.."

"그리고.. 집에 혹시 안경 없어요?"

"안경? 나 시력 좋은데.."

"그래요? 아.. 안경만 있으면 딱 인데.."

"어? 뭐가?"

"아.. 아니에요.."

"근데 너.. 이렇게 돈 펑펑 써도 되냐?"

"당연히 안되죠. 저 이번 달 적자에요 이제.."

"밥 먹을 돈은 있냐?"

"당연히 선배님이 사줘야죠. 제가 오늘 쏜 게 얼만데.."

"나도 거지라.."

"뭐.. 그럼 할 수 없죠. 노가다라도 뛰세요."

"뭐? 그 힘든 걸 또 하라고?"

"그럼 저 굶길거에요?"

"집에서 해 먹으면 돼지. 너 집에 쌀 없어?"

"귀찮아요.."

"아직 배가 덜 고픈가 보네."

"선배님은 집에서 밥 해 먹어요?"

"나야 뭐.. 너 땜에 요즘은 안 해 먹긴 하는데.. 원래 아침 저녁은 집에서 먹었어.."

"그래요? 반찬 많아요?"

"왜? 빌붙게?"

"쏜 게 얼만데.. 한 달은 빌붙어야죠.."

"반찬이라고 해봐야.. 밑반찬이나 장조림 같은 거 정돈데.."

"장조림? 혹시 메추리알 있는 거요?"

"어"

"오.. 나 그거 짱 좋아 하는데.. 잘됐네. 우리 내일부터 아침은 선배님 집에서 먹어요."

"내일부터? 뭐 그러던가. 근데 쌀이 있나 모르겠네."

"없으면 전화해요. 저 집에 쌀 남아돌아요."

"그러냐?"

"네.. 하도 안 먹어서 썩어나겠네.."

"쌀은 그렇게 쉽게 안 썩어."

"그래요?"

"어.. 대신 벌레가 생기지. 쌀벌레 라고.."

"윽.. 드러.."

"니네 집 쌀에도 벌레가 드글드글 할꺼야.."

"진짜요? 한 달 밖에 안됐는데?"

"한 달이면 수천 마리는 생겼을걸?"

"에? 지..진짜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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