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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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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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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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2화

DUMMY

◐ 지연의 일기 ◑




또 다시 찾아온 토요일.

늦게 까지 보던 책을 마무리 짓느라고

새벽 3시에 잠을 잤더니..

도저히 일어날 엄두가 안 난다.

겨우 겨우 눈만 뜬 채로 선배에게 문자를 보낸다.


* 저 늦잠 자요. 아침은 패스 *

* 땡큐.. *


.............

선배도 늦잠을 원했었군. 훗..





선배 방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메일 확인이나 좀 할 겸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야.. 가자.."

"에? 어디 가요?"

"학교 안 가?"

"토요일인데 뭐하러 가요?"

"아.. 넌 그렇지? 난 수업 있어서 가봐야 되는데.."

"토요일인데 수업을 해요?"

"어.. 휴강 했던 수업을 오늘 한다고 해서.."


.............


"그래요? 그럼.. 다녀오세요."

"넌 안 가냐?"

"가도 할 것도 없는데 뭐하러 가요 귀찮게.."

"평소에 할 일 없어도 잘만 가더만. 뭐야.. 그럼 여기 있게?"

"네.. 안 그래도 인터넷 좀 쓸 일 있는데.. 잘 됐네요. 다녀와요 언능.."

"어.. 뭐.. 그래 그럼.."

"아 선배님.. 올 때 아이스크림 좀 사다 줘요. 퍼 먹는 걸로.."

"돈 없어."

"이씨.. 요즘 꽁돈 많이 들어 왔잖아요. 함 쏴요."

"아.. 알았다. 뭘로 사와?"

"아무거나 사와요. 저 퍼먹는 건 다 좋아해요."

"오케이."




아.. 잠을 너무 못 자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져 온다.

잠깐 눈 좀 붙일까?

.........

남자 집에서 자려니까

괜히 좀 찝찝하긴 한데..

뭐.. 괜찮겠지?

그래.. 딱 한 시간만 자자.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 떨어져 버린다.





부시럭 부시럭..

뭔 소리야?


"어이구.. 냉장고 꼬라지가 이게 뭐야.."


............

나 꿈꾸나?

웬 아줌마 목소리가 들리지?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뚱뚱한 아줌마가..

등을 진 채로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꿈인가 보네.

뭐야..

누군데.. 감히 내 꿈에 나타나는 거야.


..............

근데 뭐 이렇게 생생해?

꿈 맞나?


"아줌마"


슬쩍 불러본다.

헉..

뭐야..

이거 꿈 아니잖아?


"어라? 깼나 보네.."


............


"누.. 누구세요?"

"그러게.. 넌 누구니?"

"아.. 전 봉구 선배 후밴데요.."

"아 그래? 나 봉구 엄마야.."


............

뭐야.. 갑자기 말도 없이..

아.. 아니지.

여긴 봉구 선배 방이었지 참..


"여긴 웬일이세요?"


헛.. 말도 헛 나와 버린다.


"자식 놈 방에 온 거 가지고 웬일이냐니. 그나저나 봉구는 어디 갔어?"

"네.. 잠깐 수업 갔어요."

"그래?"

"네.."

"근데 학생.. 별로 할 일 없지?

"네? 아..뭐.."

"그럼.. 나가서 행주 좀 들고 와봐."

"네? 아.. 네.."


주방으로 가서 행주를 들고 온다.


"자.. 저 안쪽부터 좀 닦아봐. 으이그 이 녀석 한 달에 한 번은 좀 닦으라니까.."


................

군말 없이 냉장고 안쪽을 닦는다.


"근데.. 학생은 이름이 어떻게 돼?"

"아.. 이지연이에요"


부지런히 냉장고를 닦으며

아줌마의 질문에 대답해 준다.


"부모님은 뭐하시고?"

"그건 왜 물어보세요?"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

뭐야.. 저 말투..

봉구 선배랑 똑같잖아.


"그런 건 아니에요. 아버지는 외교관이시고.. 어머니는 전업 주부세요"

"외교관? 어머.. 훌륭한 집안이네."

"딱히 훌륭하진 않아요. 아빤 맨날 술만 드시고 오는데요 뭘.."

"그래?"

"네.. 외교 일을 하는 건지.. 술 연구를 하는 건지.."

"호홍.. 원래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술 마실 일이 많은 거지."


............


"저 다 닦았는데요?"

"그럼 가서 걸레 좀 빨아와."


이씨...


"왜요? 또 뭐 해야 돼요?"

"어.. 방도 좀 닦고 해야지."

"아까 봉구 선배가 닦았어요."

"가서 들고 오렴.."


..............

뭐야..

무섭게시리..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목소리여서 그런가

괜히 더 쫄리네.

얌전히 걸레를 빨아서..

방으로 들어 온다.


"일단 책상 아래쪽하고 침대 아래쪽부터 좀 닦아봐."


이씨.. 왜 나한테 다 시키는 거야..


"아줌마 것도 하나 빨아다 드릴까요?"

"아줌마?"

"아.. 죄송해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아닌가? 그럼 뭐라고 불러요?"

"어머님이라고 해야지.."

"어머니요? 그건 애인 사이 에서나 쓰는 표현인데.."

"봉구 애인 아냐?"


...............


"아닌데요."

"그래? 그럼 왜 애인도 아닌데 봉구 침대에서 자고 있었어?"


.............

이씨.. 할 말 없게..


"그..그건.. 그냥 뭐 친한 선후배니까.."

"그래? 내가 좀 오해했나 보네. 미안해 학생.."

"아뇨 뭐.."


저도 할 말은 없죠.


"근데.. 지연 학생.. 혹시 여기서 밥 먹어?"

"네? 아.. 아니요"


당황을 해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 나왔다.


"그래? 거참 이상하네. 반찬이 왜 이렇게 빨리 떨어지지? 봉구 녀석이 하루 세 끼를 다 집에서 먹을 리도 없는데.."


.............

괜히 거짓말했나?

이 아줌마 왠지 눈치 챈 거 같은데..


"저.. 사실.. 여기서 먹긴 해요.."


결국 솔직히 털어놔 버린다.


"그렇지? 어쩐지.."

"죄송해요."

"아냐 아냐.. 학생이 죄송할 게 뭐 있어.. 빨리 걸레질이나 마저 해."


...............

흠.. 어째 이 아줌마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는 거 같은데?





"아줌마.."

"어머니라고 하라니까.."


...........


"아.. 어머니.."

"어 왜?"

"다 닦았는데요.."

"아.. 그래?"

"네.."

"그럼 좀 따라와. 시장 좀 보게.."


...............

이 아줌마 혹시 나를 이 집 가정부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왜 자꾸 아까부터 이래라 저래라야?


"저도 가야 돼요?"

"어.. 빨리 나와."


................

아까부터 계속 거절하고 싶었는데..

아줌마에게서 풍겨 나오는 포스가

너무 압도적이라 쉽사리 거역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또 아무 말 못하고

얌전히 따라 나서는 나였다.




"지연 학생은 이쁘게 생겼네."

"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어른이 이런 말 할 땐..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답 해야지.."


................

지금이 무슨 80년대도 아니고..

웬 격식이래?

그리고 아까부터 왜 자꾸 훈계조야?

내가 애야?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줌마의 훈계에 따르고 만다.




"아줌마.. 아.. 아니 어머니.."

"어 왜?"

"근데 어머니는 원래 이렇게 아무한테나 이렇게 막 시키고 그러세요?"

"뭐가?"

"아니.. 저랑 오늘 첨 본 건데.. 아무렇지도 않게 막 시키시니까 신기해서요."

"당연히 아무한테나 그러진 않지. 지연 학생이야 그냥 딸 처럼 편하고 이뻐서 그러는 거고.."


................

이거 지금 칭찬인가?

뭔가 찜찜한데?




시장에서 반찬 거리를 잔뜩 사서는..

다시 봉구 선배의 집으로 돌아왔다.

.............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대체..


"지연아.. 이리 와 봐."


어느 순간부터..

지연 학생에서 지연이로 호칭이 바뀌어 있었다.


"네.."


그리고 나 역시도

충실한 개처럼..

군 말 없이 명령에 복종하고 있었다.


"너.. 요리는 좀 할 줄 아니?"

"요리요? 뭐 그냥 간단한 거 정도는 해요."

"그래? 어떤 거?"

"라면이나 김치 볶음밥 같은 거요."

"그건 아무나 다 하는거잖니.. 찌개 같은 건 할 줄 알아?"

"아뇨.."

"흠.. 그럼 일단 김치찌개부터 한번 해보자"

"지금요?"

"어.. 왜?"

"아.. 아니요. 그냥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돼서.."

"준비는 무슨.. 재료만 있으면 되는 걸. 자.. 일단 김치부터 꺼내 오렴."


이씨.. 신부 수업이라도 시키려는 거야 뭐야..

................

하지만.. 이런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몸은 이미 냉장고를 향하고 있엇다.


"자.. 일단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는 거야."

"그건 알아요."

"아.. 그래? 그 다음은 고기가 익으면 김치를 넣고.."

"그것도 알아요."

"뭐야.. 그럼 다 아네.."

"그게 다에요?"

"어.."

"딴 건 안 넣어요?"

"물론 더 넣긴 해야 되는데 별 건 없어. 거기 양파 좀 줘 볼래?."


시장에서 사온 양파를 하나 꺼내어 아줌마에게 건냈다.


"양파를 듬뿍 썰어 넣어주면 단 맛이 올라 와서 김치의 짜고 쓴 맛을 좀 잡아준단다"


오.. 진짜?

처음 알았네?

일단 좋은 정보니 알아 둬야지. 훗..


"아.. 그렇구나.."

"얼큰한 게 좋으면 딱히 넣을 필요는 없고. 알겠니?"

"네.."

"두부는 넣고 싶으면 넣고 싫으면 안 넣어도 되고.."

"끝이에요?"

"어.. 그냥 쭉 끓이면 돼"

"뭐야.. 별 것도 아니네요?"

"그렇지.. 고기랑 김치만 있으면 언제든 해 먹으면 돼.""


...............

뭐야.. 이 아무것도 아닌 요리를 못 해 먹어서

그동안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었었단 말야?


"자.. 일단 이쪽엔 김치찌개를 끓이도록 하고.. 다음은 계란찜을 해보도록 하자꾸나."

"계란찜이요?"

"어.. 거기 계란들 꺼내 봐."

"네.."

"계란찜은 할 줄 알지?"

"아뇨.. 뭐 근데 물에 계란만 풀어서 끓이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물 조절이랑 간 좀 잘 맞춰주고.. 그럼 지연이가 한 번 해봐."

"제가요?"

"어.. 얼마나 잘하나 한번 보게.."


..............

왠지 긴장되는데?


그릇에 계란을 풀어 휘저은 후..

냄비에는 물을 넣는다.

그릇에 있는 계란을 냄비에 있는 물에 섞으려는 순간..


"잠깐만.."


아줌마가 나의 손을 잡으며 멈춰 세웠다.


"왜요?"

"새우젓으로 간 맞춰야지."

"지금 넣어요? 다 익으면 뿌리는 거 아닌가?"

"이건 계란 후라이가 아니야. 자 여기 통에 새우젓 반 스푼 정도만 퍼서 넣으렴."

"네.."

"아니.. 거기 말고.. 물 쪽에 넣어."


새우젓을 퍼서 계란이 담긴 그릇에 넣으려는데

아줌마가 나의 수저 방향을 바꾸며 정정해 준다.


"물에요? 계란에 넣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계란에 넣어도 상관 없는데.. 처음엔 그냥 물에 넣어서 하도록 해."

"그건 또 왜요?"

"간이 잘 맞는지를 생 계란을 떠먹어 보면서 확인 할 수는 없잖니.. 처음엔 물에 타서 간 맞추도록 하렴."


아하..

그런 깊은 뜻이 있었네.

역시 유용한 팁..

기억해 두자.


............

가만..

그냥 수첩 들고 와서 좀 적을까?

이런 거 막상 배우려면 여러모로 번거로울텐데..

이렇게 기회 생겼을 때 배워두면 좋잖아.

오.. 그래..

일단 적어 놓자.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수첩과 펜을 들고 나온다.


"뭐하려고?"

"아.. 그냥 메모 좀 해 놓으려구요"

"뭘? 계란찜 만드는 거?"

"뭐 그것도 그렇고 그냥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어요."

"그래.. 그럼 그러도록 하고.. 자 일단 간은 했으니.."

"자.. 잠깐만요.."


아줌마가 계란과 물을 섞기 전에 새우젓을 더 퍼서 물에 탔다.


"짜겠네.."

"괜찮아요. 전 원래 짠 게 더 좋아요."

"너 먹을 거 아냐.."

"그럼요?"

"봉구 먹여야지.."

"............"

"자.. 계란 몇 개 더 풀고 물도 더 넣자.."


..............

이씨..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기에 한 수저 떠먹어 본다.

오.. 맛있는데?


"와.. 아줌.. 아니.. 어머니.. 이거 맛 좀 보세요."

"어디 보자."


아줌마가 수저를 들고 맛을 보신다.


"괜찮은데?"

"그쵸? 어머.. 저 요리에 소질 있나 봐요."

"그러게.. 처음인데도 꽤 훌륭하네.. "

"홍홍.. 당연하죠. 제 손이 어디 보통 손인가요.."


................

나 왜 이렇게 들 뜬 거야?


"계란찜도 익은 거 같은데.. 한번 열어봐."

"네.."


뚜껑을 열자..

아주 먹음직스런 계란찜이..

모습을 드러냈다.

헐.. 이걸 지금 내가 한 거라고?


"어디.. 이것도 맛 좀 볼까?"


역시나 수저를 들고 맛을 보시는 아줌마..


"오호.. 이것도 맛있구나.."

"진짜요? 우왕.. 어디.."


나도 한 스푼 떠서 맛을 보았다.

오오오... 맛있다.

진짜 맛있어.

너무 많이 익지도 않고

그렇다고 덜 익지도 않은

딱 알맞은 정도의 부드러움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이거 진짜로 내가 한 거 맞아?

이 정도면 식당에서 파는 것만큼 맛있잖아.

우왕~


"자 이제 기본 반찬은 했고.. 그럼 메인 요리를 준비 해야겠네."

"메인 요리요?"


슬슬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어.. 잡채."

"잡채요?"

"어.. 아까 사온 당면하고 고기 좀 꺼내봐."


우와..

나 지금 잡채 하는 것도 배우는 거야?


"네.. 여기요."


이젠 오히려 신이 나서..

아줌마의 지시를 기쁜 마음으로 따르고 있다.

하하.. 이거 왜 이렇게 신나는 거야..


"어.. 그래.. 그럼 지연인 이제 좀 쉬어.."


잉? 쉬라고?


"네?"

"어.. 요리 하느라 수고 했으니까 이제 쉬라고.."


뭐야?

갑자기 왜?


"안 가르쳐 줘요?"

"뭘? 잡채?"

"네.."

"이것도 배우려고?"

"아니 뭐.. 어차피 가르쳐 줄 거면 다 가르쳐 주셔야죠.."

"이거 배워서 뭐하게.. 어차피 해 먹을 일도 없을텐데."


.............

그런가?

하긴.. 자취생이 잡채 해 먹을 일이 뭐 있어..


"하긴.. 그러네요. 전 그럼 들어가서 쉴게요."

"그래.. 아 그러지 말고.. 심심하면 마늘이나 좀 까."


...........

이씨...


"그냥 잡채 하는 거 배울래요. 가르쳐 줘요."

"호홍.. 그래? 그래도 마늘은 까야 돼. 다 까고 나와.."


..................





"별로 어렵진 않네요.."


잡채를 만드는 법까지 배워 버렸다.

엄청 어려운 요리라고 생각 했는데..

막상 만들어 보니.. 별 거 없었다.

그냥 당면 익히고 고기.야채 볶아서.. 간장 넣고.. 손으로 비비는 게 다였다.


"응.. 손이 많이 가는 거 뿐이지.. 방법 자체는 별 거 없어."

"아.. 근데 진짜 해 먹긴 귀찮겠넹. 전 그냥 잡채는 사 먹고 말래요."

"그래.. 호홍.. 이런 건 그냥 명절 같은 때나 먹는 게 상책이야. 나도 봉구 녀석만 아니면 잡채 같은 거 할 일 없을텐데.. 녀석이 하도 잡채를 좋아라 해서.."

"그래요?"

"어.. 그 녀석이 제일 좋아 하는게 잡채랑 계란찜이거든.."

"홍홍.. 선배도 입이 딱히 고급은 아니네요.."





* 선배님 빨리 와요. 밥 먹게.. *


밥상을 차려 놓고 문자를 보낸다.


* 밥 또 먹자고? *


..............

언능 오세요.

제가 제 손으로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랍니다..

이런 기회.. 아무나 못 잡아요.

선배님이 향후 몇 년 간은 유일할 거에요.

그러니 그냥..

아무 말 말고 원 없이 누리세요.


* 네.. 배 좀 꺼져야 되니까.. 뛰어 오세요 *

* 어 그래. 알았다. *





"어.. 엄마.."


선배는 엄마의 방문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라고 만다.


"뭐 이렇게 놀래? 엄마 처음 봐?"


훗.. 이 아줌마 말투 왜 이렇게 재밌지?


"아..아니.. 왜 말도 없이.."

"언젠 말하고 왔니? 그나저나 얼른 들어와. 지연이가 너 주려고 밥 차려 놨어."

"니가?"


엄마의 방문에 놀랐던 선배는

내가 차린 밥상이라는 소리에 또 다시 눈이 휘둥그래 졌다.


"왜 그렇게 놀래요? 선배 어머님도 오시고 해서.. 모처럼 제가 실력 발휘 좀 했어요."

"지..진짜? 이걸 니가 했다고?"


슬쩍 아줌마 표정을 본다.

왠지 아줌마도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미소를 짓고 계신다.


"지연이 얘가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 요리사 해도 되겠어.."


그리곤 나의 농담에 동참까지 해준다..

이 아줌마.. 갈수록 맘에 드네..

훗..


"진짜 니가 한 거 맞아?"


..............


"솔직히.. 잡채만 어머님이 하시고 김치찌개랑 계란찜은 제가 한 거에요."


계속 의심에 눈초리를 보내기에 하는 수 없이 이실직고를 한다.


"진짜? 계란찜도? 와.. 너 제법이다."

"그쵸? 홍홍.. 타고났나 봐요."

"그냥 니들 둘이 날 잡아라. 보니까 아주 그냥 죽이 척척 맞네.."


잉?

아.. 아줌마 그건..


"하하.. 엄마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

뭐야.. 저 정색하는 표정은?

누군 좋데?

흥!!




"어머니.. 저 이제 가볼께요."

"아.. 그럴래? 그래.. 오늘 수고 많았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고마웠죠. 요리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어차피 나중에 가르쳐 줄 거 미리 가르쳐 준 거 뿐인데.."

"네?"


................

뭐야.. 저 의미심장한 말은?

설마 이 아줌마..

날 며느리 같은 걸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호홍.. 암튼 가봐 이제.."

"네.."

"근데 봉구 넌 어디가?"

"아.. 지연이 좀 데려다 주게.."

"아.. 그래? 집도 데려다 줘?"


...............


"어? 아.. 어.. 그냥.."

"어머.. 니들 빨리 날 잡자 그냥.."


.................


"하하.. 저 가 볼게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민망해서.. 후다닥 문을 닫고 나온다.








◐ 봉구의 일기 ◑




지연이는 내 방에 있고..

난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왔다.


하하..

집에서 지연이가 나를 기다린다니..

이거 완전 신혼 분위기잖아.

수업 끝나자 마자 후다닥 뛰어가야지.. 후훗..




"봉구형.."


수업을 마치고 건물을 나오자 민수 녀석이 부른다.


"아.. 민수야. 아직 집에 안 갔어?"

"네.. 오늘 볼 일이 좀 있어서요.."

"그래?"

"네.. 형은 어디 가세요?"

"어.. 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야. 근데 넌 무슨 볼 일인데?"

"아.. 그냥 가기 전에 지연이 얼굴이나 보고 갈까 하구요.."


이.. 이런..

.............

얘 이러다 지연이한테 목숨 거는 거 아냐?

어째 불안하네..


"하하 그래?"

"어머.. 봉구 오빠.."


헛..

이 목소리는?

멀리서 윤아가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오빠 뭐해요? 어머 안녕하세요."


윤아가 민수를 보더니 인사를 한다.


"아.. 안녕. 근데 이름이 뭐였지?"


민수가.. 윤아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지..

그녀에게 묻는다.


"아.. 윤아에요. 어제 말씀 드렸는데.."

"아.. 그렇지.. 하하.."

"어디 가니?"


내가 윤아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냥 할 것도 없고 해서 동아리 방에나 놀러 가려구요. 오빠하고 민수 선배님은요?"

"어.. 난 집에 가는 길인데.."


집에서 지연이가 기다린단다.


"어.. 난.. 뭐 딱히.."


민수 녀석은.. 할게 없어 보이는군. 후훗..

그래..

니가 그냥 윤아랑 좀 놀아줘라.

지금 보니까.. 제법 잘 어울리네..

딱 이야 딱..


"야.. 난 먼저 가야겠다.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 그러세요?"

"어.. 뭐 둘이 할 일도 없어 보이는데.. 데이트나 하던가. 하하하"


민수야..

윤아 좀 잘 챙겨주렴..

착하고 귀여운 애란다.


"어머.. 오빠.. 치.."

"하하.. 봉구형도 참.. 짖꿎기는.."

"뭐 암튼 나는 간다. 수고해~"


그리고선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가 버린다.

훗.. 잘해봐.





"야.. 김봉구.."


................

오늘은 왜 이렇게 가는 길마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거야..

이번엔 환수형이다.


"아.. 형.."

"집에 가냐?"

"네.."

"지연이는?"


..............

저보다 지연이가 더 궁금한 건가요 혹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하하.. 알겠다. 야.. 심심하면 당구나 한 게임 치러갈까?"

"네?"

"모처럼 할 것도 없고.. 오랜만에 한 게임 치자."


................


"저 바쁜데.."

"바뻐? 집에 간다며?"

"네.. 집에 어머니 와 계서서.."


딱히 핑계 거리도 안 떠오르고 해서.. 대충 엄마 왔다고 둘러댔다.


"아..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알겠다."

"네.. 그럼 전 가 볼게요."


죄송해요 환수형..

오늘은 지연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같이 놀아 드릴 수가 없네요.

나중에 지연이 없을 때.. 신나게 놀아 드릴게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잉?

왜 신발이 두 개야?

지연이가 친구라도 데려왔나?

슬쩍 문에 귀를 대고..

방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들어 본다.


"어머니.. 장조림 좀 많이 해주세요. 메추리알도 많이 넣어서요."

"메추리알? 지연인 메추리알 좋아하나 보구나."

"네.. 완전 좋아해요. 히힛.."

"호홍.. 알았어. 다음에 올 땐 지연이 것까지 해서 많이 싸오도록 하마."


.............

저.. 저 목소린?

후다닥 문을 열어 버린다.


"어.. 엄마.."

"뭐 이렇게 놀래? 엄마 처음 봐?"

"아..아니.. 왜 말도 없이.."


뭐야.. 지금 지연이랑 엄마가 같이 앉아서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언젠 말하고 왔니? 그나저나 얼른 들어와. 지연이가 너 주려고 밥 차려 놨어."


눈앞에 보이는 푸짐한 밥상.

웬 진수성찬이야?

이걸 지연이가 했다고?

하하.. 농담은..


"니가?"

"왜 그렇게 놀래요? 선배 어머님도 오시고 해서 모처럼 제가 실력 발휘 좀 했어요."


...............

얜 무슨 농담을 진담처럼 얘기 하냐..

헷갈리게..


"지..진짜? 이걸 니가 했다고?"

"지연이 얘가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 요리사 해도 되겠어.."


................

뭐야.. 진짜야?

에이 설마..

딴 건 그렇다 쳐도 잡채를 무슨 지연이가 해..

귀찮아서.. 밥도 안 해 먹는 앤데..


"자 먹자꾸나. 봉구 너도 가방 내려놓고 얼른 앉어."

"어.. 알았어.."




아.. 이런 따뜻한 분위기..

너무 좋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었는데..

그땐 윤경이가..

이번엔 지연이가 앉아 있는 것 뿐이다.

...........

뭐야.. 데쟈뷰인가?


당연히 예감도 좋다.

그때도.. 이런 분위기에서

윤경이와 나의 사이가 더 깊어졌으니..

그때 같은 전개라면 오늘 저녁쯤엔

지연이랑 나랑..

우하하하..


밥 먹다 말고 괜히 크게 웃어버리는 나였다.

...............




먹은지 몇 시간 되진 않았지만..

그녀의 정성을 생각해서 열심히 먹는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이거 진짜 지연이가 한 거 맞나?

분명.. 엄마가 해주던 맛은 아니다.


"진짜 니가 한 거 맞아?"

"솔직히.. 잡채만 어머님이 하시고 김치찌개랑 계란찜은 제가 한 거에요"


진짜?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아니.. 얘는 이런 훌륭한 솜씨를 갖고 있었으면서

왜 맨날 밥도 안 해 먹고 그렇게 궁상을 떨었데?


"진짜? 계란찜도? 와.. 너 제법이다.."

"그쵸? 홍홍.. 타고났나 봐요."

"그냥 니들 둘이 날 잡아라. 뭐 보니까 아주 그냥 죽이 잘 맞네."


헛... 어..엄마..

당황스럽게시리..


"하하.. 엄마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정색해 버린다.




"어머니.. 저 이제 가볼께요."

"아.. 그럴래? 그래.. 오늘 수고 많았어.."


아.. 엄마랑 지연이가 친해진 거 같아 너무 뿌듯하다.

우리 엄마가 은근히 젊은 여자 애들하고 잘 어울리시네.

윤경이 때도 그렇게 윤경이가 좋아라 따르더니..

이번에 지연이도 우리 엄마를

상당히 맘에 들어하는 표정이다.

엄마.. 고마워요. 훗..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고마웠죠. 요리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쩐지..

생전 요리라곤 안 해 봤을 거 같은 지연이가

웬일로 그렇게 재대로 된 상을 차렸나 했다.

훗.. 엄마도 참..

애를 이렇게 길들이시네.. 흐흐

존경해요 어머니..


"감사는 무슨.. 어차피 나중에 가르쳐 줄 거 미리 가르쳐 준 거 뿐인데.."


으이그.. 엄마..

그런 말을 벌써 하면 어째요.

나중에 때 되면 하시면 돼지.

부끄럽게시리..


"네?"

"호홍.. 암튼 가봐 이제.."

"네.."

"근데 봉구 넌 어디가?"

"아.. 지연이 좀 데려다 주게.."

"아.. 그래? 집도 데려다 줘?"


................

어.. 맨날 데려다 줘.

이젠 내 삶에 일부야.


"어? 아.. 어.. 그냥.."

"어머.. 니들 빨리 날 잡자 그냥.."


.....................


"하하.. 저 가 볼게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그녀도 민망한지..

후다닥 문을 나선다.

귀여운 것.. 훗..





"선배님 어머니 재밌으시네요.."

"그러냐? 하하.. 뭐.."

"재밌어요.. 첨엔 무서웠는데 볼수록 괜찮으신 분 같아요."

"그래? 뭐 그 엄마에 그 아들 아니겠냐.."

"선배님 친 아들 맞아요?"

"..............."

"근데 너 우리 엄마랑 무슨 얘기했냐?"

"뭐.. 별 얘긴 안 했어요. 아.. 그 얘기 들었다."

"뭐?"

"선배님 고등학교 때 맨날 애들한테 맞고 살았다면서요? 홍홍"

".................."

"싸움 잘 한다는 거 뻥이었죠?"

"아.. 아냐. 지금은 잘해. 고등학교 땐 워낙 공부만 하다 보니까 바빠서 그랬지.."

"치.. 거짓말.."

"우씨.. 단증 보여줘?"

"보여줘 봐요."

"집에 있는데.."

"가요.. 확인 좀 해보게.."

"................."

"솔직히.. 없죠?"

"있어.."

"없으면.. 술 한잔 쏠게요."

"그래도 있어.."

"치.. 없어도 되는데.."

"있다니까 그러네.."

"알았어요 알았어. 그나저나 날도 훤한데 뭐하러 데려다 주러 나와요?"

"그러게.. 왜 나왔지?"

"저랑 같이 있고 싶었어요?"

"아니 별로.. 그냥 맨날 데려다 주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나온 거야."

"과연.."

"과연은 무슨.."

"아.. 그나저나 난 이제 뭐하나.. 선배님도 엄마랑 있어야 될 테고.."

"책은 다 봤냐? 독서나 하면 되지 뭘 걱정해.."

"다 봤어요. 딴 책 빌려 봐야겠네."

"그래? 그럼 지금 빌리러 가든가.."

"오늘은 귀찮아요. 책은 자고로 잔디밭에서 봐야 제 맛 이에요. 월요일 날 빌리죠 뭐.."

"그래? 그럼 뭐.. 집에 가서 방바닥이나 긁던가.."

"이씨.. 안 그래도 할 거 없어 걱정인데.. 선배님까지 이러기에요?"


띵동~


"어? 민수 선배님 문자네.."

"그.. 그래?"

"뭐야.. 나 심심한 거 어찌 아시고.. 홍홍.."

"뭐래는데?"

"저 보고 심심하면 얼굴이나 보자는 데요?"

"그.. 그래? 뭐.. 자..잘됐네.."

"그러게요. 술이나 한 잔 사 달래야겠다."

"술? 넌 어제도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냐?"

"뭐.. 간단히 마시면 되죠."

"..............."

"근데 민수 선배님은 애인도 없으신가? 이런 황금 같은 주말에 왜 나한테 연락을 하지?"

"애인 많아. 그놈."

"네? 많아요? 아.. 하긴 뭐.."

"왜.. 아쉽냐?"

"뭔 소리에요?"

"아.. 아냐. 그나저나.. 나 좀 있다 심심하면 갈 테니까 연락해."

"선배님이요? 왜요?"

"..............."

"오고 싶어요?"

"뭐.. 그냥.. 어차피 집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고.."

"알았어요.. 봐서 연락 드리던지 할게요."

"그.. 그래라.."





* 심심하면 나와요.. *


그녀에게 문자가 온다.


* 어딘데? *

* 잔디밭 *


잔디밭?

술 마시러 간다더니..


* 어? 민수랑 술 마시는 거 아니었냐? *

* 어제 먹어서 그런가 안 땡겨요. 그냥 커피나 한잔 하고 헤어졌어요*


아.. 다행이야.



* 지금 뭐하는데? *

* 책봐요. *


후다닥 자켓을 걸쳐 입고 그녀가 앉아있을 학교 잔디밭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잠깐 슈퍼에 들려..

낮에 사다 주지 못했던 아이스크림을 산다.

과자도 좀 살까?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던 비스켓과 초콜릿을 몇 개 사 들고

다시 잔디밭으로 향했다.




* 올 때 아이스크림 좀 사와요. 퍼 먹는 걸로..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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