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보고 있노라면
생생하게 그려지는 그날
엄지 손톱을 물들인
검은 멍자국
유리안 진열된 보석인양
만질 수 없는 멍
자라나는 손톱의 길이만큼
흘러버린 반년의 시간
검붉은 멍은 잘라졌다
사라진 멍이지만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남아있는 마음의 멍
인생이란 게 그렇듯
또 태어난 멍
다시 반년이면 사라질 걸 알지만
멍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남아있는 멍은 하나인데
상처를 상처로 덧칠하는 아픔
이 또한
시간이 지워주겠지만
깊이 새겨진 멍의 기억
품고 살아야 하는 삶
손톱 끝 매달려 있는 멍
해가 지나면 사라질 흔적
매만져보는 말끔해진 손톱
쓰라린 가슴 속 멍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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