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필요한 날
이른 아침 가는 비 손님
잠시 지나가는 것이려니
손 바닥 하늘 삼아 맞이한다
간간이 들려오는 휘몰아치는 바람
조금씩 번져가는 빗방울 무늬 커튼
좀 더 머물다 가려니
잔잔한 두드림에 취해본다
고요함을 밀어내는 빗소리
유혹을 못 이겨 내다본 풍경
이미 발 앞을 적시는 빗물
나른한 오후의 리후레쉬 타임
힘껏 들이마시는 비내음
깊이 뱉어보는 가슴 먹먹함
빗줄기에 비치는 그리운 얼굴
연기에 날려 보내는 마음
사소한 딴 짓거리 조차
비집고 들이미는 보고픔
부서지는 빗방울에 담아 보아도
비워내지 못하는 간절함
그칠 기세 없는 손님
젖어버린 귀로(歸路) 수놓은 추억
요란한 빗줄기에 쓸쓸한 발걸음
우산은 챙겼을까
맞지는 않겠지
그리움 보다 먼저 찾아오는 걱정
이런 날
우산 하나 들고
처마 아래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아쉬움 만큼 어두워진 빗길
그 마음 만이라도 외로움에 젖지 않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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