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1,246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5.15 08:40
조회
2,270
추천
37
글자
13쪽

쇼고스

DUMMY

쇼고스의 모습은 흉측했다.

자체적으로 흉측한 생김새도 한몫했지만, 멜렉의 아름다운 몸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더욱 흉측하게 느껴졌다.


누구보다 요르가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 세계수 앞을 막고 서 있었다.

멜렉이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면 그대로 세상에서 지워 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요르조차도 쇼고스라는 생명체에 대해 막연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요르! 긴장하지 마! 멜렉도 이 상태로 세계수로 다가가는 짓은 하지 않아.”

“맞아요. 요르문간드. 약속하죠. 난 세계수에 다가가지 않아요.”


멜렉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요르는 지금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요르의 몸에서 흘러나와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류신이 멜렉 앞으로 다가갔다.

뒤룩뒤룩 눈을 굴리던 쇼고스의 눈동자가 다가오는 류신을 향했다.

기생생물이라기 보다는 지능이 있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몸에 이런 걸 왜 달고 있는 거야?”


류신의 물음에 멜렉은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쿠트에 파멸자가 찾아왔어. 놈은 자신의 이름을 니알라토텝(Nyarlathotep)이라고 소개했지. 우리는 싸웠어. 나와 내 보좌까지 힘을 모아서······ 그렇게 파멸자를 완전히 제압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야. 놈이 죽기 전에 무언가를 나에게 던졌고 그게 쇼고스였지.”

“놈은 죽었고?”

“물론 놈은 그 자리에서 끝났지.”


류신은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멜렉의 표정에서 슬픔을 봤다.


“지금의 저 친구는 그때의 보좌가 당연히 아니겠네.”

“맞아. 내 보좌는 드래곤 로드였어. 그때의 싸움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멜렉의 얼굴에 남아 있는 슬픔의 이유를 류신은 알 수 있었다. 이제 쇼고스만 제거하면 된다. 하지만 눈앞의 생명은 확실히 난감했다.

류신도 이세계에서 480만 년을 살았지만 처음 보는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파멸자가 가지고 온 이계의 생물이야. 우리가 모르는 게 당연해.”

“너에게 가는 피해는?”

“내 생명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어. 언젠가 내 힘이 모두 떨어지면 완전히 날 지배하게 될 거야.”


쇼고스에 지배되면 어떤 모습이 되는 걸까. 궁금한 것을 넘어 왠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확실히 이런 건 처음 보네. 조금 살펴봐야 할 거 같아.”


이계의 생명은 류신이 알던 존재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래도 생명이다. 생명의 기본은 어느 세계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에 기대를 걸며 류신은 멜렉의 등 뒤로 돌아갔다.

순간 황금 갑옷을 입은 사내가 류신의 앞을 막아섰다.


“지금 멜렉 님에게 뭘 하려는······”


하지만 황금 갑옷의 사내는 미처 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어느새 빠르게 다가온 세로가 그를 붙잡아 끌고 갔기 때문이다.


“크윽! 넌 뭐냐?”

“네가 낄 자리가 아냐.”


황금 갑옷의 사내가 버둥거렸지만, 세로의 손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직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세로임에도 황금 갑옷의 사내가 밀리고 있었다.

그가 멜렉의 친위대라고는 해도 480만 년이나 류신의 보좌를 했던 하이엘프의 여왕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쟨 왜 데리고 있는 거야? 너무 약해 보이는데?”


류신이 황금 갑옷의 사내를 슬쩍 보고는 물었다.


“말쿠트에서 내가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어. 그때부터 자신의 생명은 내 것이라며 따라다니고 있지.”

“아! 스토커 같은 거구나.”


멜렉이 피식 웃었다.

류신이 황금 갑옷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세로를 봤다.


“세로! 행여 죽이지는 마라.”

“날 어떻게 보는 거죠?”


세로가 인상을 쓰며 류신을 노려봤다. 그러는 와중에도 황금 갑옷은 어떻게든 세로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물론 어림도 없었지만.


“나는 괜찮아. 그러니 너도 지금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해.”


멜렉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제야 황금 갑옷이 버둥거리던 것을 멈췄고, 세로도 그를 놓아주었다.

자유로워진 황금 갑옷이 세로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은 세로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류신이 멜렉의 등 뒤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그의 기운이 손을 거쳐 멜렉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던 쇼고스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낯선 기운이 몸을 타고 들어오자 경계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기운에 따라 멜렉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류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가 보낸 기운을 처음에는 경계하던 쇼고스가 나중에는 마치 맛난 먹잇감이라도 되는 듯 흡수했다.

그러는 사이에 류신은 쇼고스의 촉수가 멜렉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단단히 박힌 쇼고스의 촉수를 억지로 떼어내려 한다면 심장이 다칠 수도 있었다. 아무리 신의 대리인이라 해도 심장이 파괴되면 죽는 것은 똑같다.


류신은 시험 삼아 기운을 날카롭게 만들어 쇼고스에게 보냈다. 날카로운 기운으로 쇼고스를 몰아내 보려는 시도였다.


“으윽, 으으윽.”


순간 멜렉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쇼고스의 촉수가 강하게 멜렉의 심장을 움켜쥔 것이다.

류신은 기운을 거둬들였다. 이대로라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뭔가 조금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쇼고스 따위가 아니다.


류신이 멜렉의 등에서 손을 떼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멜렉이 류신을 힐끔 봤다.


“왜······ 멈추는 거야?”

“이대로는 안 돼.”

“밀어붙였어야지.”

“그러다 너 죽어.”


류신의 말에 멜렉이 입을 다물었다.

류신이 망토를 집어 들어 멜렉에게 건넸다.

멜렉이 기운 없는 표정으로 망토를 입었다. 그제야 그녀의 알몸도, 쇼고스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너도 방법이 없다는 거네.”


멜렉은 기운 없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기운을 소모한 듯했다. 아니면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것에 대한 실망감인지도 모른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묻는 말에 대답해 줘야겠어. 너 뭔가 숨기는 게 있지?”


류신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멜렉을 봤다.


“내가? 내가 숨기는 게 뭐가 있을까?”


멜렉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류신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결국 멜렉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후- 알아챈 거야?”

“그래. 네 몸을 살펴보면서 알았어. 언제부터야?”

“걸린 걸 알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쇼고스가 몸에 들어오면서야. 그 전엔 전혀 몰랐어.”

“쇼고스를 제거한다고 해도 너는······”

“알아. 난 죽겠지. 그런데 모두가 어차피 죽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류신은 할 말이 없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신조차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신은 영원히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물론 신은 오래 산다. 지겹게 오래 산다. 그러나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하는 겁니까?”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 황금 갑옷의 사내가 다가오며 물었다.

세로가 막으려 했지만, 류신의 눈빛을 보고는 멈췄다.

그녀도 지금 하는 얘기가 어렴풋하게 멜렉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멜렉 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단다. 그건 너도, 나도 마찬가지야. 심지어 신조차도 죽음을 피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았어. 그러니 죽음이 두렵지는 않아. 그저 온전한 내 모습으로 살다가 죽고 싶을 뿐이야.”


멜렉이 류신을 봤다. 그녀의 표정은 간절했다.


“쇼고스를 떼어내면 아마 5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거야. 쇼고스를 달고 있으면 더 오래는 살겠지. 하지만 결국 나는 나의 이성을 잃게 될 거야. 난 괴물로 살고 싶지 않아. 온전히 나로 살고 싶어. 도와줘.”


멜렉의 말에 류신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녀가 걸린 것은 절대로 고칠 수 없는 병이다.

신의 질병.

세계수도 고칠 수 없고, 신도 걸리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병, 멜렉은 바로 그 병에 걸렸다.

오히려 지금은 쇼고스가 신의 질병도 흡수하고 있어 진행 속도가 늦춰진 상태였다. 멜렉이 그나마 건강한 모습으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그나저나 신의 질병에도 이 쇼고스라는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버티고 있었다. 신기한 녀석이다.


“도와주세요. 하실 수 있잖아요.”


세로까지 나서서 거들었다.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겠지.”


이젠 요르까지.

류신이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쇼고스가 생명의 기운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 큰 성과다. 게다가 아무리 크고 탐스러운 열매라 해도 멀리 있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작더라도 가까운 기운에 반응한다. 이것은 쇼고스를 공략하는 데는 꽤 큰 정보다.


“내가 널 도와주면······ 넌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류신이 물었다.


“여기서 지내게 해줄게.”


멜렉이 세계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류신이 이곳에서 지내도 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류신은 콧방귀를 꼈다.


“그건 네가 선택하는 게 아니야.”

“과연 그럴까? 세계가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는 알고 있지?”


물론 류신도 남태현과 황미연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디테일한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의 대리인들이 돌아와 세계를 찢어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내가 세계수를 차지한 걸 모두 알고 있어. 그리고 몇몇은 정말로 세계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도 해. 그런데 내가 주변에 알려서 세계수를 점거하고 있는 자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다른 지역의 지배자들이 몰려들지 않을까?”

“흥. 그까짓 놈들 내가 무서워할까 봐?”

“무서워해야 할 거야. 하나나 둘이면 몰라도 여덟이 한꺼번에 덤벼들 테니까.”


류신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싸웠던 파멸자가 떠올랐다. 그런 놈이 여덟이 한 번에 덤벼든다는 것이다.

혼자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놈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넘겨줄게.”

“정보를? 마치 내가 알아서 놈들과 싸우라는 말처럼 들리네.”

“맞아. 결국 그렇게 될 거야.”

“어째서?”


류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놈들은 모두 너의 등장을 알아. 모르고 있다고 해도 조만간 알게 되겠지. 케테르에 보냈던 파멸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거기서 마지막 귀환자가 나타났어. 누구나 예상할 거야. 그게 바로 케테르의 에흐예라고.”

“······”

“그들이 널 그냥 놔둘까?”


난감한, 아니 귀찮은 상황이긴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덟이 모두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네 말대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놈들이 날 잡겠다고 달려들어야 하는데······ 왜 조용하지?”

“그 정보도 넘기겠다는 거야. 네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그리고 신에 대한 것과 봉인에 대한 정보도.”


순간 류신의 눈빛이 반짝였다.


“신? 그 노인네에 대한 정보?”

“그래. 맞아.”

“그건 혹하네. 정말 탑에 봉인된 거 맞아? 모두가 모여 탑에 결계를 쳤고?”


류신은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물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

“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도와줄 거야? 말 거야?”


다시 멜렉이 물었다. 역시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젠장. 알았어. 대신 네가 알고 있는 건 전부 토해내야 할 거야.”

“걱정 마. 그만 말하라고 할 때까지 말해줄 테니까.”


멜렉이 환하게 웃었다.


“아! 그리고 난 레인이야. 원래 이름은 레인코바 소노바인데 그냥 레인이라고 불러.”

“레인? 좋은 이름이네. 내 이름은 신. 류신.”

“신이라······ 멋진 이름인데?”

“멋지긴······ 여기서 기다려.”


류신이 어디론가 가려 했다.


“어디 가게?”

“어디 가세요?”


레인과 세로가 동시에 물었다.


“저 녀석을 없애는 건 내 힘만으로는 힘들어. 떼어낼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없애려면 필요한 게 하나 있어. 그걸 가지러 가는 거야.”


류신의 앞에 갑자기 공간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왜곡된 공간의 건너편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다들 그 공간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지만 요르만은 알고 있는 듯 굳은 표정이 되었다.


“진짜 그곳에 가려는 거야?”


요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 그냥 대화만 하고 올 거야. 필요한 거만 얻으면 되니까.”


류신은 요르의 걱정을 무시하고 공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기회를 주마 23.05.28 1,321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6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4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81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3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2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9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5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6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 쇼고스 +1 23.05.15 2,271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7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1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3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4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5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7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8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3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4 5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