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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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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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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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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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DUMMY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무강아!”


푸른 눈의 에블린이 양팔을 벌리며 나를 맞이했다.


“어젠 죄송했어요.”

“아니야, 너도 놀랬겠지.”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밝게 웃으며 덥석 내 팔을 잡고 팔짱을 꼈다.


“들어가자.”


이렇게 상냥한데.

강준수를 흘끔 돌아보고 그녀의 이끌림에 따라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콧노래까지 부르던 에블린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왜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녀는 눈이 동그래졌다가 눈썹이 꿈틀대다가 입술이 씰룩대다가 제 턱 끝을 꼬집기를 반복했다.


“으음···.”


쭉 내민 입술을 꾹 다물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으흠···.”


팔짱을 끼고 의자 뒤로 등을 기댄 에블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원래 몸에 근육이 없었다고?”

“네.”

“흉터들도 사라지고?”


신체에 변화된 것들을 빠짐없이 얘기했다. 면접에 가산점이라도 붙으려면 뭐든 어필해야 했으니까.


내 대답에 에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기록이랑 군대 기록을 비교해 봤어. 네 말대로 지금 네 몸은 전이랑 완전히 다른 몸이라고 봐야 될 정도야.”


꼼꼼하게 내 몸을 훑어보는 에블린의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몸 상태는 완벽해.”


‘몸 상태는?’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리며 물 한 컵을 벌컥 들이마셨다.


“답지 않게, 뭘 그렇게 끌어?”


나보다 긴장한 듯한 강준수도 생수병을 입에 들이부었다. 그의 말에 에블린도 답답한 듯 미간이 확 조여졌다.


“으!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고! 자, 봐 봐.”


에블린이 돌린 모니터에는 두 개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엑스레이 사진과 초음파 사진.


나는 어디를 봐야 하는지 눈알을 빠르게 굴렸다. 에블린의 손가락이 사진을 향하고 있었다. 방황하던 내 눈동자는 에블린이 가리킨 곳, 심장에 멈춰 섰다.


‘뭐가 이상한 거지?’


눈을 옆으로 살짝 돌려 강준수의 표정을 살폈다. 어느새 그의 표정도 눈앞의 에블린처럼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없어.”

“뭐가요?”

“수정조각이···,”


능력자들에게서만 나타난다는 수정조각. 내 심장 어딘가에 붙어있어야 할 수정조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모니터로 얼굴을 더 들이밀었다. 양쪽 화면을 번갈아 살펴봤다.

시력이 좋아지나 마나.


애초에 수정조각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몰랐다.

테이블에 놓인 빈 생수병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전, 능력자가 아닌 거예요?”


에블린이 좁혀진 미간을 문질렀다.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넌 죽었었어. 부검도 했던데?”


부검···? 이 새끼들이···.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려는 욕을 간신히 참았다.


머리를 움켜쥐던 에블린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으! 안되겠어. 남 박사님한테 가봐야지.”

“지금?”

“응. 당장!”


고민이 끝난 그녀는 순식간에 짐을 챙겨 연구실을 나가버렸다. 갑자기 휑해진 연구실에 멀뚱히 앉아있는 꼴이 되었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구경시켜 줄까?”


시계를 보는 내게 강준수가 물었고, 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층별 안내도 앞에 섰다.


6f 임원실

5f 연구실

4f 검사실/회복실

3f 사무실/회의실

2f 사무실/회의실

1f 로비/카페

b1 구내식당

b2 훈련장/체력단련장

b3 주차장


"흐음···."


턱을 쓸며 한참을 살피던 강준수가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기대와 달리 외부인인 내가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몇 안 됐다.


“아침 먹었어?”

“아니요.”

“식당 밥 맛있는데, 먹을래?”


이미 검사실과 회복실은 가봤고, 강준수는 지하에 있는 식당에 먼저 데려갔다. 급식 맛이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입에 넣는 순간 얼토당토않는 맛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예상했다는 듯 강준수는 내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큭. 어때? 죽이지?”

“네, 이게···.”


말하는 시간도 아까워 재빨리 다시 음식들을 입에 넣었다. 성호 아주머니껜 죄송하지만 진짜 너무 맛있었다.


“와! 여기 주방장님 능력자예요?”

“어떻게 알았어?”

“진짜예요?!”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점점 더 이곳에 입사해야 할 이유가 늘어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족할 만큼 배를 채우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여기 입사하고 싶다고?”


아까 한 얘기를 흘려들은 줄 알았는데 계속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네.”

“왜?”

“뭐···.”

“복수하게?”


내가 말끝을 흐리자 그가 짐작하듯 바로 되물었다.


“···그건 당연한 거고요.”


시선을 올려 강준수의 눈을 바로 직시했다. 뚫어지게 보는 그의 눈빛에도 내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안타까운 눈빛으로 변한 그가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벌어진 입술을 씹었다.


가족을 잃은 자의 복수는 함부로 말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그의 표정에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그거고. 어차피 특전사 계속 도전하려고 했어요. 근데 능력이 발현됐으니까 군대보단 여기가 낫겠다 싶은 거죠.”

“······푸흡.”


강준수의 입술 사이로 바람이 빠지듯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강준수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쪽 눈썹을 찡그린 내가 퉁명스럽게 그를 쳐다봤다.


“흠흠. 너 세 번 떨어졌다며?”

“······네 번이요.”

“크큭. 야, 여기 특전사보다 빡세다. 능력만 있다고 아무나 막 들어오는 거 아니야.”


순간 정곡을 찔린 나는 움찔했지만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돌렸다.


“훈련하는 거 구경할래?”



[제3 훈련장]


이중으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었다. 그 안에 잔뜩 골이 난 표정의 염기태가 홀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잠깐 봤음에도 그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큭. 어제 된통 당했나 보네.”


강준수가 시시덕거리며 유리문 손잡이를 잡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습기가 훅 번져 나왔다.


인기척에 염기태가 날카롭게 고개를 돌렸다.


강준수와 함께 있는 나를 보고는 곧 자세를 풀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흐아, 삭신이야.”


그는 바닥에 놓인 생수병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직장 상사가 될지도 모를 그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내 인사에 그가 멀뚱히 쳐다보더니 피식 웃음을 지었다.


“겁을 상실한 줄 알았더니.”


음···. 그가 내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얼핏 떠올랐다.


“벌써 끝났어?”

“검사받고, 밥 먹고 구경시키고 있어.”

“그래? 결과는?”

“남 박사님 만나러 간대.”


일순 염기태의 얼굴에 불쾌함이 가득 차올랐다. 이내 표정을 떨친 그가 강준수를 쏘아봤다.


“근데 넌 형님 지원 나갔는데 안부도 안 묻냐?”

“멀쩡하구만 뭘.”


혀를 짧게 찬 염기태의 시선은 다시 내게 돌아왔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듯한 얼굴이었다.


“그나저나 널 이제 어떡하지?”


염기태의 뜬금없는 질문에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자 그가 말을 이었다.


“군대 말이야. 너 죽었다고 기사까지 떴는데, 영안실에서 사라져버려서···. 하···.”


말을 하다 말고 그가 강준수를 돌아보며 인상을 구겼다. 강준수는 시선을 피해 애먼 바닥에 발만 툭툭 굴리고 있었다.


“내가 왜 저놈 말에 넘어가서···.”


염기태의 목소리에 깊은 후회가 감돌았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나저나 시체가 사라졌는데도 찾을 생각도 않다니, 이 썩어빠진···.


“후우···.”


그나저나 퍽 난감한 상황인 게 다시 실감 나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튀어나왔다.


“안 그래도 소지품 찾으러 가야 해요.”


급격히 어두워진 안색에 강준수가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살폈다.


“왜? 걱정돼?”

“그것도 그렇고···, 3개월 남은 건 어떻게 채우나 해서요.”


잠시 잊었지만 3개월이 남아있었다.


“무슨 소리야? ptsd면 의병전역이지.”


염기태의 말에 순간 내 동공이 확장됐다.


‘천잰데? 왜 난 생각 못 했지? 아니지! 난 ptsd가 아니라고!’


삽시간에 여러 표정으로 변하는 나를 두 사람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결국 명일호와 있었던 그날 일을 털어놨다.


“흐음···. 또 명성이네···.”


뭔가 탐탁지 않는 듯 염기태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혼자 가도 되겠어?”

“성호랑 가기로 했어요. 지금 몇 시에요?”


시계를 확인한 강준수가 손목을 들어 보여줬다.

이미 10분이 지나있었다.


“저 이제 가볼게요.”


서둘러 인사를 하고 정문으로 나갔다. 앙증맞은 익숙한 경차 하나가 앞에 서있었다.


“미안, 오래 기다렸냐?”

“아니, 검사는? 뭐래?”


성호가 보자마자 내 검사 결과부터 묻는다.


“몸 상태는 아주 좋대.”

“다른 건?”

“그건 좀 더 있어야 나오나 봐.”


괜히 얼버무리며 네비에 주소를 찍으려고 보자 이미 부대 주소가 찍혀 있었다. 하긴, 면회를 한두 번 온 게 아니었으니.


“출발한다.”



최무강이 떠나고 훈련실에 남은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강준수가 슬그머니 염기태의 눈치를 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형.”

“새끼···. 왜 이래? 불안하게.”


‘형’이란 말만 들었을 뿐인데도 염기태의 표정은 사악 가라앉았다.


“영안실에서 그렇게 데려오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지?”


염기태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날 강준수가 하도 난리를 쳐서 진짜 확인만 하러 간 거였는데···.


“우리 때문에 무강이 곤란해지진 않겠지?”


염기태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입에서는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설마 명성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고 애를 어떻게 하겠어?”

“야 이, 씨!”


퍽. 퍽.


염기태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강준수의 탄탄한 가슴을 때렸다.


“그냥 말해! 가고 싶다고! 가면 될 거 아니야!!!!”


맞기만 하는 강준수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형이 가자고 한 거다?”

“어후, 씨. 능글맞은 새끼.”


강준수는 낄낄대며 서둘러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빨리 씻고 나와! 형.”


염기태는 복장 터지는 맘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 못마땅하긴 했지만, 한번 얼굴이나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명일호···. 얼굴이나 보자.’



***



띠리리링. 띠리리링.


수화기를 들자마자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대장님!

“무슨 일인가?”

- 최, 최무강 병장이 나타났습니다!

“···뭐?”


김상희가 믿을 수 없는 소리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최무강이라니!”

- 최무강이 맞습니다···. 저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허, 지금 어디 있어?

- 면회실로 일단···.

“미쳤어?! 누가 보기라도 하면···!”


‘지금 또 옮기면 더 눈에 띄겠지···.’


“아, 아니! 아무도 들이지 마. 지금 가지.”

- 네 알겠습니다!


김상희 대대장이 불안한 기색으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어제 영안실에서 시체가 사라지고 내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최무강이 살아 돌아왔다고?

조급해진 김상희는 걸음을 서둘러 면회실로 향했다.


벌컥.


면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상희를 보자마자 최무강이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전진!”


대충 경례를 받은 김상희가 휘둥그레진 눈을 비비며 깜빡였다.


‘지, 진짜 최무강이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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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 몬스터(2) 23.06.03 42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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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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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3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3 3 11쪽
13 13화 - 타락한 수정 +2 23.05.18 64 3 12쪽
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60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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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2 6 12쪽
5 05화 - 직접 못 와서 미안 +2 23.05.11 110 6 11쪽
»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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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2화 - 부활 +2 23.05.10 224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29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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