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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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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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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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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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 몬스터(2)

DUMMY

“음···.”


아파트 단지 안은 탄 냄새가 진하게 남아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한데?

진짜 집에 있었다면 바로 죽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우리 동 앞은 아직 현장을 정리 중인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는 테이프가 쳐져 있어 비상계단을 올랐다. 7층에 가까워질수록 코가 따끔거릴 정도로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아직까지 흩날리는 재 가루에 입을 꾹 다물었다.


“흐음···.”


7층에 도착하자 복도에는 까만 그을음이 가득했다. 옆집 아저씨는 화상을 크게 입으셨다는데···.


“여기 오시면 안 돼요! 아직 위험합니다!”


소방관 한 명이 멀뚱히 서있던 나를 발견하고 저지했다.


“아···, 네. 저 근데 여기 집 주인인데···.”

“뭐라고요?”


헬멧을 쓴 탓에 잘 안 들리는 모양이었다.


“여기 집 주인이라고요!”


습기가 낀 고글 안쪽이 보일 만큼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딘가로 무전을 한 그에게 1층으로 내려가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최무강 씨···?”

“네.”


내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소방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어딘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위아래로 훑어봤다.


“망원 센터 오준일입니다. 잠시 얘기 좀···.”


임시 천막의 의자로 안내한 그가 입을 열었다.


“같이 사는 사람 있어요?”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뉴스를 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시신 한구가 발견됐다고.


“아니요, 혼자 살아요.”

“흠···, 집에서 시신이 나왔어요. ···진짜 아니었나 보군요.”


오준일은 낮에 만난 파인더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일단 현장 조사는 더 해야 합니다. 그전까지 다른 곳···, 가 있을만한 데 있어요?”


없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추가 조사가 필요할 수 있으니 연락처 남기고 가요.”

“네.”


몸을 돌려 천막을 나오자 다급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최무강 씨?”


근래에 들어 내 이름이 참 많이 불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네?”

“진짜네요! SBM 박상만기잡니다. 잠시 취재 가능할까요?”

“···무슨 취재요?”

“그···.”


말끝을 흐리던 박상만 기자가 주변을 살핀 후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다시 살아났다는 최무강 병장···. 본인 맞으시죠?”


기자를 별로 믿지 못하는 나는 심드렁한 눈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맞긴 한데···, 취재하셔도 어차피 방송 못 내보내잖아요?”


뼈가 있는 직설적인 내 말에 찔렸는지 민망한 웃음을 지은 그가 나를 바라봤다.


“저희도···, 어떻게든 내보내 보려고 이렇게 취재를 하고 다니는 거죠.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우기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기자들을 대변해 사죄하는 듯한 모습에 조금 미안해졌다. 어차피 갈 곳도 없고 시간은 많으니 그를 따라 단지 내 조용한 벤치를 찾아 앉았다.


따깍.


그가 건넨 편의점 캔 커피를 마시며 질문에 하나씩 대답했다.



***



“이날, 도하 센터 왔던 날 아니야?”


교통사고 일자를 확인한 염기태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 말에 강준수도 로비에서 남도하를 만난 게 기억났다.


그날 남도하에게서 느꼈었던 묘한 분위기가 떠오르자 강준수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왜?”

“아니···, 그날 묘하게 낯설었거든.”

“오랜만에 봐서 그랬겠지.”

“그런가···?”


눈을 감고 있던 조대영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민이는 남도하 만나본 적 없지?”

“네.”

“흠···, 그럼 기태랑 준수가 자연스럽게 만나 봐. 그날 뭐 본 게 있는지.”

“네.”

“섣불리 의심하지 말고.”

“···네.”

“어···, 그럼 저는 뭘 할까요?”


제가 해야 할 일이 전투지원팀으로 넘어가자 난처한 표정으로 정민이 물었다.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 조대영은 바로 입을 열었다.


“주환성, 계속 조사해야지.”

“아···.”

“누구랑 수정을 거래하는지도···.”

“···네에?!”


가뜩이나 큰 정민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주환성 말로는 김치수가 누군가에게 수정을 팔고 있었다는군···.”


우드득.


조대영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그의 주먹에 핏줄이 불끈 솟아났다.


“일단 병원에 있는 이봉두부터 만나 봐.”

“이봉두요?”

“김치수 부하. 김치수가 손 쓰기 전에 서둘러야 해.”

“네. 그럼 지금 바로···.”

“아니.”


조대영이 서둘러 자리에 일어서려는 정민의 말을 끊었다.


“현장조사 끝나자마자 바로 지원 갔잖아. 주환성 폭주도 막았다며?”

“네···.”

“컨디션 조절해. 쉬고 내일 가도 돼.”

“알겠습니다.”


인사를 한 정민이 먼저 회의실을 나갔다.


“그럼 저희도···.”


염기태와 강준수도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어딜 가?”

“네?”


날카롭게 치켜뜬 눈엔 조금 전 정민에게 따뜻하게 말하던 조대영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왜요? 범준이 안 자고 기다리는데···.”


아들을 무기 삼는 강준수를 흘끔 본 조대영이 강준수에게만 들어가라고 하자 염기태의 낯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조대영의 말이 바뀌기 전 강준수는 재빨리 회의실을 벗어났다.


떨떠름한 얼굴의 염기태와 눈이 마주친 조대영이 짧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늦었는데 술이나 한잔하자.”

“···아, 사람 간 떨어지게. 뭐 그런 걸로 무게 잡고 말해요?”


가슴을 쓸어내린 염기태가 이내 눈을 번득이며 말을 쏟아냈다. 그런 그를 보며 조대영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옅게 번졌다.


‘강준수가 사람을 버려놨어···.’



***



“흠···, 지금 하신 말씀들은 다 사실이죠?”

“네. 제가 겪은 거, 알고 있는 건 전부 말씀드렸어요.”


기자라 그런가? 내 생각보다 별로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오히려 내 말에 거짓이 있는지 의심부터 한다.


“그럼 최무강 씨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게 능력인 건가요?”

“능력에 관해서는···, 말씀드리기 곤란해서요···.”


기태형이 능력은 안 알려지는 게 좋다고 했으니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보고 있던 낡은 수첩을 덮었다. 질문할 것들이 다 끝났는지 쥐고 있던 휴대용 녹음기와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경황도 없었을 텐데, 취재 응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멀리서 큰 그림자가 성큼성큼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림자가 가로등 가까이로 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준수형?”

“하···, 최무강. 한참 찾았잖아.”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너, 갈 데 없잖아?”


아···.


이내 강준수는 내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구···?”


곁눈질로 나를 향해 물었지만 박상만기자가 먼저 제 소개를 했다.


“SBM 박상만 기잡니다.”

“기자요? ···기자가 왜?”

“음···.”


그가 곤란한 듯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봤다.


“총기 사고요, 그거 관련해서 취재하러 오셨대요.”

“여긴 어떻게 알고?”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지?

오늘 폭발한 집이 우리 집이란 것도 알고 온 건가?


어색하게 얼버무리는 박상만에게 가늘게 뜬 시선을 보냈다.


“···그건 말씀드리기가 좀···. 제가 워낙 여기저기 발이 넓어서요···.”


박상만은 말하기 곤란한 듯 말끝을 길게 늘렸다.


내 의심의 눈초리와 강준수의 굳은 얼굴에 박상만의 얼굴에 식은땀이 반질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바싹 마른 입술이 겨우 떨어졌다.


“···그럼 전 이만. 무강 씨 오늘 고맙습니다. 연락할게요.”


다급하게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모습에 그를 굳이 붙잡진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말하지 않는 모습에 신뢰가 갔달까?


준수형은 끝까지 못마땅한 눈으로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돼서야 고개를 돌렸다.


“형은 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네가 갈 데가 어딨냐? 집 밖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 준수형이 바로 말을 이었다.


“뭐 물어봤어?”

“그냥···, 총기 사고 관련된 내용이랑 음성파일이 사실인지, 원본이 있는지···. 그런 거요.”

“오늘 건?”

“오늘요?”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침부터 테스트에 납치에···, 돌아오니 집은 타버리고···.


“후우···. 어떤 거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오늘 일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올려 까만 하늘을 멍하니 쳐다봤다.


피식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준수형의 큰 손이 내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


“고생했다. 일단 가서 쉴까?”

“어디요?”

“어디긴, 우리 집이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그를 향해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빨리 가야 해. 범준이 삐졌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네. 빨리 가요.”



***



다음 날.


“으···.”


정신이 들자 몰려오는 뻐근함에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촤락.


다급한 발걸음이 다가와 커튼을 경쾌하게 걷었다.


“깼어요?”

“···하아, 응.”


에블린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도감이 든 함미화가 대답했다.


“넌 괜찮아? 주환성은?”

“저도 환성이도 멀쩡해요. 팀장님은요?”


눈을 감고 신체 하나하나를 움직여본 함미화가 괜찮은 듯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머리가 울렸다.


“아···, 머리가 좀 울리네?”

“왼쪽 옆광대에 실금이 좀 갔는데 금방 나을 거예요.”


김치수의 부하가 달려들며 얼굴을 가격했던 마지막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이를 바득 갈려다 또 윽 소리를 내며 인상을 구겼다. 분한듯 침대 시트를 주먹으로 움켜쥐었다.


“아오, 그 새끼! 내가 꼭 잡는다.”

“아마 잡혔을걸요?”


함미화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지금 이곳에 제가 무사히 와있는 것도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잡혔다고?


그녀의 표정에 에블린이 웃으며 답했다.


“근처에 무강이가 있었어요. 바로 민이도 왔구요.”

“아아···. 그랬구나.”


이야기를 듣던 함미화의 고개가 꺾어졌다.


“으윽···. 최무강이란 애. 집이 폭발했다고 하지 않았어? 무사했던 거야?”

“네, 집에 없었대요 다행히. 아, 다행히가 아닌가?”


묘하게 말을 하는 에블린을 바라보자 그녀에게 있었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하···. 김치수란 놈은 참 공사가 다망하네?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잠수를 탔다고?”


기가 막힌 듯 연신 콧방귀를 뀌던 차에 회복실 문이 조심히 열렸다.


“팀장님?”

“민아!”


아플 텐데도 꾸역 인상을 구기던 함미화의 얼굴이 정민을 보자마자 대번에 환하게 펴지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이제 괜찮아. 폭주 막았다며? 넌 괜찮니?”

“네. 어제 푹 잤더니 멀쩡해요.”

“그래 어젠 고마웠어.”


훈훈한 대화가 짤막하게 이어지고 이내 정민이 입을 열었다.


“팀장님 깨셨나 보고 가려고 잠깐 들렀어요.”

“어디 가는데?”

“부장님이 ‘수정거래’관련해서 조사하라고 하셨어요. 김치수 부하가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해서 만나러 가려고요.”

“혼자?”

“뭐, 병원에 경찰들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요?”


함미화가 미간을 좁히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곧 시선이 천천히 에블린을 향했다.


“안돼요.”

“왜? 괜찮다며?”

“머리 울린다면서요!”

“팀장님! 저 진짜 괜찮아요! 이만 가 볼게요!”


당황한 정민은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인사를 하고 회복실을 나갔다.


“···그 새끼들 하는 짓이 영 구린데···.”


불안한 내색을 감추지 못한 함미화는 정민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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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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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행복흥신소(1) +4 23.05.23 49 3 11쪽
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3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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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 우리가 할 일 +2 23.05.17 60 5 12쪽
11 11화 - 수정이식 +2 23.05.16 6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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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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