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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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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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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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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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화 - 두 번째

DUMMY

벼락같은 내 고함에 성호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들고 뻣뻣해진 몸을 돌렸다.


“친구였구나?”


냉소적인 웃음을 비친 여자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인다.


성호에게 바로 달려드는 모습.

손끝이 날카롭게 변하는 모습.


칼날처럼 변한 손끝은 성호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몸을 옥죄고 있는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입술을 피가나도록 짓씹었다.


‘움직여라!’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


타앗.


땅을 박찼다. 근육이 터질 것 같았다.

아슬아슬하다.


“흐아아압!”


마지막 박차는 다리 근육에 모든 힘을 끌어모아 몸을 날렸다.


퍼억. 쿵!


“으윽···.”


내 몸에 튕겨져 나간 성호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나를 보는 성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다. 작은 눈 안에 보이는 눈동자는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최무강···.”


달싹이던 성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투둑. 투두둑.


가슴팍 어딘가가 뜨거웠다.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였다.


쇄골 아래로 칼날이···. 그 여자의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이런, 큰일 날 뻔했잖아! 진태일! 뭐 하는 거야?”


뒤에서 놀란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다다다닷.


“최무가아아앙!”


어느새 일어선 성호가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오른팔을 겨우 들어 올렸다.


“안···, 돼! 오지 마···. 하악···.”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손이 빠져나가려고 한다.


‘안 돼!’


콰아아아악.


쇄골주변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그녀의 팔을 조였다.


“읏! 뭐야? 힘 안 빼?”


그 여자가 종아리에 발길질을 한다. 내가 움직일 기미가 안보이자 발길질을 멈추고 구두를 벗는다.


“힘.”


푹.


“빼라고!”


푹.


“으큭···.”


“이 새끼야!”


푹.


송곳처럼 변한 발끝이 종아리를, 허벅지를 뚫고 있다.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왼쪽으로 기운 몸의 무게에 무릎이 땅에 닿았다.


“끄으윽···.”


눈이 스르르 감겨오고 있다. 흐려지는 시야로 못생긴 얼굴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하···, 안 도망가고 뭐 하는 거야.


“그만 둬어어어!!”


성호가 내게 발길질하는 발을 끌어안았다.


칼날로 변한 그 여자의 발을···.

눈이 감겼다.


“도···망, 치라고, 안성호···.”

“하아···.”

“······.”


그렇게 나는 또 죽었다.



***



“왜 다시 와?”


나갔던 강준수가 면회실로 돌아오자 염기태가 물었다.


“안 나오고 뭐해?”

“잠깐 얘기 좀 하느라.”


나갈 때 모습 그대로 앉아있는 김상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강준수가 문에 기대 팔짱을 끼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무슨 소리를 한 겨 또?”

“또 라니. 가자.”


양 눈썹을 쭉 올린 염기태는 능청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거 들고 와.”


강준수의 턱끝이 테이블 위의 파란 소쿠리를 향해 있었다.


“정신이 없긴 했나 보네.”


파란 소쿠리를 든 염기태가 김상희를 돌아봤다.


“그럼, 잘 알아 들으신 걸로 알고, 가보겠습니다.”


김상희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면회실을 나와 걸음을 재촉하던 두 사람은 날카로운 감각을 느꼈다.


“시X!”


파바밧.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차장을 향해 튀어 달려갔다.


주차장에 먼저 도착한 강준수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안성호를 막 찌르려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파앗!


콰드드득.


“으큭···.”

“뭐 하는 짓이지?”


여자의 뒤에 선 강준수가 가느다란 목을 한손에 움켜쥐었다. 틀어잡힌 목이 점점 조여오자 여자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파스스스.


칼날로 변화시킨 팔꿈치는 강준수의 몸에 닿기도 전에 얼어붙어 갔다.


“끄···으···.”


여자의 눈동자가 까뒤집어 지고 있었다.


퍼억.


더 세게 목을 움켜지려는 강준수의 팔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올려쳐졌다.


“읏···.”


강준수가 땅을 박차 올랐다. 그대로 버텼다면 팔이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오른팔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강준수가 어느새 여자 옆에 서 있는 남자를 응시했다.


“커헉···. 헉···, 헉.”


숨을 토해내는 여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강준수를 노려봤다. 남자가 팔을 들어 막았다.


“비켜.”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다.”

“······젠장!”


분통을 터뜨린 여자가 이를 갈며 뒤에 쓰러진 최무강에게 다가갔다.


스윽. 스윽.


최무강의 주변에 나타난 하얀 선이 사각형을 그려냈다.


[공간분리]


커터 칼로 깔끔하게 잘라낸 듯 종이처럼 분리된 사각형이 이내 사라졌다. 최무강이 사라졌다.


“뭐···.”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여자가 말을 잇지 못했다. 여자는 재빨리 안성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주변에도 이미 하얀 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 어떤 새끼야?”


여자가 다급하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파사사사삭.


순식간에 바닥이 얼어붙었다. 얼음 위에 서있는 그들의 발끝을 타고 얼음결정이 점점 번져나갔다.


파밧.


재빨리 몸을 뒤로 날린 남자가 얼음에서 벗어났다. 여자는 이미 정강이까지 얼어붙은 발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잘라내!”


강준수를 향해 단검을 날리며 남자가 외쳤다.


강준수는 빠르게 날아오는 단검을 가볍게 피했다. 하지만 단검이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염력···?’


단검이 심장에 닿으려는 찰나,


[프로즌]


깡! 까앙-!


강준수의 가슴위로 뒤덮인 얼음에 단검이 튕겨나갔다.


“쳇.”


미간을 좁힌 남자가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칼날로 변한 그녀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망설이는 모습에 남자가 짧게 혀를 차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염기태는 여자가 주저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분노에 못 이겨 글썽이는 여자의 주변에 어느새 하얀 선이 그려지고 있다.


“이···, ㅆ.”


말이 다 뱉어지기 전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다.


“괜찮아 강준수?”


염기태가 달려와 강준수를 살폈다.

가슴에 생겨난 얼음이 서서히 녹고 있었다.


“애들은···?”

“······안 좋아. 서둘러야 해.”


***


지이이잉. 지이이잉.


‘···왜 진태일이?’


“끝났어?”

- 현장에 파인더가 있었다.

“뭐?”

- 표미진을 데려갔다.


‘제길···, 하필.’


“최무강은?”

- 죽었다.


끼잉. 낑.


쓰다듬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내 말이 알아듣기가 어려운가?”

- 루베인. 최무강에겐 수정조각이 없었다.


콰드드득.


“확실해?”

- 그래. 내가 확인했어.

“······일단, 알겠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멍하게 입술을 짓씹었다.


“진태일이 확인했다면 확실한 건데···.”


다리에 감도는 축축한 느낌에 고개를 숙였다.


끼잉, 낑.


일반 강아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강아지가 다리에 몸을 부비고 있었다. 켈레독. 지옥을 지키는 개가 떠오르는 머리가 셋 달린 개.

그중 머리 하나가 축 쳐져 있었다.


인상을 잔뜩 구긴 루베인이 소리쳤다.


“시끄러워!”


낑낑거리던 켈레독의 소리가 뚝 그쳐졌다.


루베인은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잘근 물어뜯었다.


그동안 최무강을 계속 주시해 왔다.

비록 그때, 발현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그는···. 이제크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


다시 살아났다기에 이번에야말로 수정을 강탈하려 했다.

수정이 없다니···, 발현된 게 아니란 말인가?


꿈틀.


비릿한 피 맛에 루베인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바짝 뜯어진 손끝에서 피가 흘렀다.


퉤.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


***


<다시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이 목소리···. 어디서 들어 봤더라···?


크헉.


그래, 분명히 이 목소리를 듣고 몸이···.


으으으윽.


또다.


으드드드득.


온몸의 뼈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모든 뼈가 블록처럼 분리되었다가 재조립하듯 쉬지 않고 소리를 내기 바빴다. 제대로 맞춰지고 있는 건지 걱정할 여유 따윈 없었다.


투두둑, 툭. 툭.


“컥···.”


끔찍한 고통에 비명도 나오다 끊기길 반복한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에 고통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꾸역꾸역 제 몸 곳곳을 채워가는 소름 끼치는 느낌에 몸부림을 쳤다. 분명 눈물이 나는 것 같은데 뜨거운 체온에 바로 증발해 버리고 있었다.


“끄으으···.”


‘아···!’


순간 얼굴에 닿는 서늘한 무언가에 열감이 내려가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차가운 느낌이 한순간 고통을 잊게 만들었다.


“흐으···.”


수차례 반복되는 과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게 다시 살아나는 과정인가?

이런 고통이라면 차라리···.

···차라리?


으드드득.


안 돼.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끄으으으아아아아아···!”

“하아······.”

“하아···.”

“······.”


털썩.


“끝, 난 건가···?”


강준수와 에블린은 괴기 영화를 본 것처럼 하얗게 질려있었다.

최무강이 수없이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주차장에서 옮겨온 최무강은 이미 죽어있었다.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건 없을 테니.


며칠 전 총기 사고에서는 사망 시각 49시간이 지난 후 깨어났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43시간째.

그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불러도 정신을 못 차리는 그의 몸은 뒤틀리고 뒤틀리고 뒤틀리기를 반복했다.


“···보기 꽤 힘드네?”


침묵 속에서 에블린이 바짝 마른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은 죽지 못해 버티는 거겠지···.”


강준수가 최무강의 뺨에 올려둔 손을 떼며 말했다.


뒤틀린 몸을 똑바르게 펴줬다. 벌어진 턱도 닫아주고 뒤집어 까진 눈꺼풀을 덮어줬다. 뜨거워진 수건을 살짝 얼려 얼굴을 닦아줬다.


3 년 전 병실에 누워 있던 어린 최무강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



덜컥.


“무강이는?”


뒤를 슬쩍 돌아본 염기태가 다시 문서를 작성하며 물었다. 며칠 내내 상부에 불려 들어가며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혼이 빠진 얼굴이었다.


“깼어···.”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려 동그란 눈으로 쳐다봤다.


“깼다고? 언제?”

“조금 전에.”

“그래? 근데···, 너 표정이 왜 그래? 깼다며?”


그렇게 기다리던 최무강이 깨어났음에도 강준수의 표정은 오히려 더 어두워져 있었다. 입을 꾹 다문 모습에 염기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고 올게.”

“아직 정신은 안 돌아왔어. 깬 게 아니고 살아났다고 해야겠네···.”

“무슨 일 있어? 에블린이 뭐 잘못됐대?”


고개를 젓고 의자에 걸터앉은 강준수가 마른 세수를 했다.


“형···.”

“···왜?”

“무강이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일가족 살인사건’


최무강의 가족들이 몰살되기 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두 건의 사건이 더 있었다. 정부는 능력 발현 현상을 인정하기 전부터 비밀조직을 만들었었고 특수능력센터의 시초였다.


“난 그때, 사람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처음 봤어.”

“······.”


현장에 늦게 도착한 그들은 참혹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거실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과 흩날려 있는 살점들···. 온몸이 피 칠갑이 된 채 정신을 잃은 남자애 하나. 그 애는 정신을 잃은 상태로도 계속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근데, 오늘 그 모습을 또 봤어···.”


강준수는 제가 괴로운 듯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묵묵히 듣던 염기태가 그런 강준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본 적 있어.”


제수씨가 죽던 날.


“살아났으니까 됐지, 집에 가서 범진이랑 밥이나 먹어.”


염기태가 강준수를 일으켜 세웠다.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 나가는 강준수의 모습이 사라지자 발걸음을 돌렸다.


똑똑.

드르륵.


“흠······.”


조용한 회복실 안에 염기태의 긴 탄식음이 퍼졌다.


반쪽이 된 얼굴과 땀에 절어 있는 초췌한 모습에 염기태의 미간 깊게 패이고 있었다.


“살아나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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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23.06.10 35 2 12쪽
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5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5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7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4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2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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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5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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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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