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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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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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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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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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화 - 네가 살린 거야

DUMMY

“최무강! 같이 가!”


뒤에서 성호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안성호···?”

“뭐야, 표정이 왜 그래?”


얼빠진 표정으로 성호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멀쩡했다.


“너, 괜찮아?”


헛 움음을 짓는 안성호가 뭘 잘못 먹었냐는 듯 쳐다봤다. 그제야 안성호가 입고 있는 교복이 보였다. 아래를 내려 보자 나도 교복을 입고 있었다.


“꿈···?”


꿈이라고 인식되자 성호의 한쪽 팔이 내 어깨로 올려졌다.

바닥은 어느새 피로 흥건했다.


뚝. 뚝.


떨어지는 소리에 시선을 들었다.


조금 전까지 멀쩡했던 성호의 교복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시선을 더 올리자 피로 물든 성호의 입이 웃고 있었다.


성호와 눈이 마주쳤다. 얼어붙을만큼 차가운 눈빛이었다.


“꿈이 아니지, 너 때문에 내가 죽은 거잖아.”


“컥···.”


숨통이 조여 오는 느낌에 눈이 번쩍 떠졌다.

꿈이었다.

꿈···?

아니, 꿈이 아니다.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회복실···?”



깨어난 나를 보며 에블린이 호들갑스럽게 다가왔다.


“일어났어? 좀 어때?”

“성호, 성호는요?”


다급한 내 물음에 에블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표정에 두 손이 떨려왔다.

정말 꿈이 아니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가 숙여졌다.


“일단은 살았어.”


번쩍.


고개가 천천히 올라갔다.

에블린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어디 있어요, 지금?”


***


드르륵.


조심스레 병실 문을 열었다.


덩그러니 누워있는 성호가 보였다. 호스들이 그의 몸에 어지럽게 달려 있었다. 호흡기를 달고도 숨소리가 거칠었다. 핏기가 없는 얼굴색이 보기만 해도 시렸다.


그래도···. 그래도 살아있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 다리가 휘청거렸다. 뒤에 선 에블린이 내 팔뚝을 잡고 지탱해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에블린이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겨우 살아났어.”

“···감사합니다.”

“난 뭐, 걔네들이 애썼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에블린은 고개를 숙인 최무강의 턱 끝을 살짝 올려 얼굴을 마주했다.


“네가 살린 거야.”


눈에 물이 차 에블린의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성호를 바라봤다.


“이 애도 애썼고.”

“깨어나는 거죠?”

“응, 그럴 거야.”


성호의 모습을 보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옥상에 정원 있는데, 바람 좀 쐴래?”


내 표정을 알아챘는지 에블린은 덤덤하게 제안했다.


넓은 옥상은 어지간한 수목원만큼 규모가 꽤 있었다. 그 덕에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 있었다.


성호에게 미안하게도 내 몸은 그전보다 좋아졌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눈을 감고 내 몸에 집중했다.


모든 감각들이 확장된 느낌이었다.


잎사귀들이 부딪치는 소리, 비가 왔는지 흙에서 피어나는 축축한 흙냄새, 바람에 퍼지는 에블린의 살내음, 벤치의 오돌토돌한 미세한 느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투박한 발걸음 소리···. 점점 더 커지는 발걸음 소리···?



“여기서 뭐해?”


어느새 강준수와 염기태가 벤치 뒤에 서있었다.


“병실에도 없고···, 여기 있을 것 같았지.”

“반갑다 최무강.”


두 사람의 뒤에 비치는 햇살에 그들의 미소가 더 근사해 보였다.

나도 저들처럼 누군가를 지켜내고 싶다.


***


“야, 앉아서 먹어.”

“오늘 진짜 역대급인데?”


식판에 음식을 담으며 한 입씩 먹어보던 강준수가 식판이 넘치도록 가득 담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자 몰려오는 허기에 내 배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바로 항의를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와 바로 구내식당으로 내려왔다.


자리를 찾아 앉은 강준수가 맞은편에 앉는 에블린을 쳐다봤다.


“에블린.”

“응?”

“남 박사님 만난 건 어떻게 됐어?”


최무강의 검사 결과를 본 그녀는 바로 남인철을 만나러 갔었다.


“아-, 박사님도 처음 보신대.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휴대폰 날짜를 확인하던 그녀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그 눈으로 옆자리에 앉으려는 나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오늘이네?”

“···네?”

“하하하.”


서둘러 구내식당을 나와 로비의 카페로 향했다. 배불리 먹지 못해 투덜거리는 강준수의 입을 막기 위한 에블린의 전략이었다.


“구내식당은 기본 두 그릇은 먹어줘야 하는데···.”

“끄응···. 디저트도 먹어.”

“그래 어쩔 수 없지.”

“무강이는···. 검사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게.”

“네···.”


음료가 나오는 동안 케이크 구경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에블린이 누군가와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레 돌아본 최무강의 눈에 두 남자가 보였다. 눈이 마주친 에블린이 손짓했다.


“박사님, 얘에요. 최무강. 무강아, 이 분이 남인철 박사님이셔.”

“안녕하세요.”


나를 보는 남인철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오셨어요?”


음료를 받아들고 온 염기태가 인사를 했다. 염기태의 분위기가 어딘가 묘했다. 지난번 훈련장에서도 느낀···. 적대감?


“박사님! 오랜만이네요?”

“그래, 오랜만이군.”


이어서 다가온 강준수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남인철의 뒤쪽에 서있던 남자를 발견했다.


“음? 도하 아니야?”


강준수의 인사에 살짝 눈을 접은 그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기억하시네요, 준수 형?”

“당연하지! 어떻게 한 번을 안 놀러 와?”

“하하, 아버지가 연구원에 계시니까, 이쪽은 올 일이 없었죠.”


남도하가 가까이 다가오자 강준수의 몸이 한순간 멈칫했다. 고개를 살짝 갸웃한 그는 이내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뭐야, 남 박사님 아니면 올 일이 없다는 거야?”

“그런 건 아니고요.”


남도하는 반듯한 이미지에 남인철과는 달리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남도하를 보자마자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무거운 것이 뇌를 짓누르든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를 향하는 그의 부드러운 눈동자에서 오싹함이 느껴졌다.

거대한 뱀 앞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작은 쥐가 된 기분이었다.


“음···,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저분?”


강준수와 염기태가 나를 돌아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끝에 서있던 에블린도 나를 보고는 황급히 다가왔다.


“무강아, 왜 그래?”

“···아니에요, 잠깐 어지러워서.”

“쯧, 네가 밥을 못 먹게 했잖아.”

“아···, 그래. 빨리 올라가서 검사하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블린은 남인철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검사실로 향했다.


“염기태 팀장.”


남인철이 염기태만을 따로 불러 세웠다.


“잠시 얘기 좀 할까?”


***


“아까 그 사람은 누구예요?”

“도하? 남 박사님 아들.”


강준수는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여기서 일하다가 공부한다고 그만뒀지···. 5년 됐나?”


5년 전이면···. 운석이 충돌한 해였다.


“무강아, 신체검사 먼저 하자.”


준비를 마치고 나온 에블린이 최무강을 불렀다.

간단히 신체검사를 마치고 그녀를 따라 영상 촬영실로 들어갔다.


엑스레이, 초음파, MRI는 기본에 지난번 검사보다 더 다양한 장비들이 사용됐다.


검사를 마친 뒤 촬영실을 나오자 남인철 박사가 이미 들어와 있었다.


눈이 마주친 최무강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얇은 입술이 살짝 벌어진다.


“고생했네.”

“박사님, 이제 뭐 좀 먹어도 돼요?”


역시 끼니에 진심인 남자. 강준수.

항의하던 내 배는 더 이상 소리조차 나지 않을 만큼 배가 고팠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돌아본 남인철의 날카로운 눈이 살짝 휘어지자 남도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


쉬익.


“그렇지?”


집으로 돌아가는 남도하의 표정에 흥분이 서려 있었다.

그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도마뱀의 얼굴이 빼꼼 튀어나왔다.


쉭, 쉬익.


“그래, 나도 뭔가 이상해.”


작은 도마뱀이 재킷에서 완전히 몸이 빠져나오자 여덟 개의 꼬리가 화려하게 꿈틀댔다. 몸을 완전히 드러낸 문어꼬리도마뱀이 그의 어깨에 올라앉았다.


쉬익. 쉬익.


“뭐? 확실하지?”


혀를 날름 뱉었다 집어넣는 모습에 남도하, 아니 루베인이 입매를 굳혔다.


“분명히 염화계통이었는데···, 새로운 파장이라···. 그 녀석도 다중능력인가?”


문어꼬리도마뱀은 피부로 능력의 파장을 읽을 수 있고, 한번 감지한 능력을 찾아낼 수도 있는 몬스터다.


루베인이 가장 찾고 싶은 능력인 염화계.

그가 넘어온 이세계에서 염화계 능력자는 단 한 명. 이제크였다.


3년 전 우연히 마주친 남자애에게서 능력을 감지한 것도 문어꼬리도마뱀이었다.


“다시 살아난 거 보면 능력은 발현됐다는 건데···, 왜 수정조각이 없는 거야!”


쾅-!

빠아아아앙-!


흥분을 못이긴 루베인이 주먹이 핸들을 내리쳤다.

시끄러운 경적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앞에서 정차하고 있던 차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껄렁 해보이는 남자가 고개를 꺾으며 다가왔다.


탁탁.


창문을 두드리는 모습마저 경박스러웠다.


즈으으으으읏.


태연한 남도하의 표정에 남자의 얼굴은 한층 더 일그러졌다.


“이 봐, 눈깔 없어? 빨간불이잖아!”

“······,”

“하! 무시하는 거야? 말하고 있잖아!”


빵빵!


그새 바뀐 신호에 뒤에 차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경적을 울려댔다.


“오빠! 그냥 와!”


조수석에서 내린 그와 똑같아 보이는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썅!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카악, 퉤!”


보닛에 침을 뱉은 그가 비뚜름하게 웃고는 차로 돌아간다.


즈으으읏.


남도하가 작은 틈을 남겨두고 창을 올렸다.


남자의 차를 추월한 남도하가 룸미러에 시선을 올렸다. 따라오던 차가 갑자기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크크큭.”


남도하는 속도를 줄이며 그 모습에 즐거워했다.


좌우로 몸부림치듯 방향을 잃던 차가 옆 차선으로 넘어가며 달려오던 차와 충돌 후 멈춰 섰다.


잠시 멈춰 세운 남도하의 차 창문에 반투명해진 문어꼬리도마뱀이 올라왔다. 아까보다 통통해진 몸은 작은 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여덟 개의 꼬리에 달린 빨판에 방울방울 맺힌 피를 본 남도하가 인상을 구겼다.


“피 털고 들어와.”


그 말에 문어꼬리도마뱀의 꼬리가 사방으로 흩날리듯 파닥파닥 움직였다. 남아있는 몇 방울이 빨판으로 쏙 들어갔다.


즈으읏.


그제야 들어올 수 있게 된 문어꼬리도마뱀이 자기의 자리인 양 남도하의 어깨로 올라와 앉았다.


***


내 검사 결과를 두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급한대로 휴게실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결과를 기다렸다.


강준수가 부대에 나타난 자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남자는 놓쳤어.”

“그 사람은 무슨 능력이었어요?”

“염력.”

“역시, 그래서 몸을 못 움직였구나.”

“그랬어?”


그의 눈이 닿는 순간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성호에게 갈 때 무슨 정신으로 풀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형. 그럼, 그 여자는 어디 있어요?”


그 여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가둬놨지.”

“여기 센터에요?”

“그건 왜?”


가느스름한 눈이 된 강준수가 물었다.

입술을 달싹거리자 그의 눈이 점점 더 가느다래지고 있었다.


“그 여자가 저한테 전한 말이 있어요.”


가느다란 눈이 동그래졌다.


“뭔데?”

“‘루베인이 직접 못 와서 미안하대.’ 라고 말했어요.”


강준수의 동그란 눈이 찡그려졌다.


“루베인?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알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 표정에 강준수가 흠칫했다.


“설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 새낀 거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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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 남도하 or 루베인 (1) 23.06.08 35 2 12쪽
25 25화 - 몬스터(5) 23.06.07 35 3 12쪽
24 24화 - 몬스터(4) 23.06.06 38 1 12쪽
23 23화 - 몬스터(3) 23.06.05 34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2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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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행복흥신소(4) +2 23.05.29 45 2 12쪽
18 18화 - 행복흥신소(3) +1 23.05.29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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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 무조건 한방 +2 23.05.22 53 3 12쪽
14 14화 - 그놈 목소리 +2 23.05.19 5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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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8화 - 황금알 +2 23.05.13 82 6 12쪽
» 07화 - 네가 살린 거야 +2 23.05.12 95 5 12쪽
6 06화 - 두 번째 +4 23.05.12 11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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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4화 - 가면 될 거 아니야 +2 23.05.11 125 6 12쪽
3 03화 - 죽은자는 말이 없다고? +1 23.05.10 179 9 12쪽
2 02화 - 부활 +2 23.05.10 225 7 12쪽
1 01화 - 아무일도 없었다 +3 23.05.10 330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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