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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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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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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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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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 몬스터(3)

DUMMY

꾹-.

꾹-.


무심하게 채널을 돌리던 손이 낯익은 얼굴에 멈춰졌다.

부드러운 표정의 남인철이 최근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의 패널석에 앉아있었다.


- 최근 들어 몬스터들의 공격 사례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인간들에게 친화적이었던 C급 몬스터가 공격을 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변화에 대해서 특수능력센터 남인철 박사님 모시고 대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 안녕하십니까, 남인철입니다.


- ‘C급 몬스터의 반란’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 네, SNS 영상에서 봤습니다.


- 이런 몬스터들의 변화에 대해서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하군요.


- 흠···. 우리가 몬스터에 대해 알게 된 건 고작 4, 5년 되었습니다. 한 몬스터의 습성을 속속들이 알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요. ‘변화’라고 말하기엔 아직도 그들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


- 그렇다면 C급 몬스터가 사람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 누차 말씀드렸지만 몬스터의 급을 나눈 건 사람에게 공격을 하느냐 안 하느냐로 나눈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능력이 가해질 피해 범위를 가늠한 거죠.


- 그렇다면···. 가장 최근 있었던 일입니다. C급 몬스터인 파란토끼가 인파가 있는 곳에 나타나 무턱대고 공격을 했었는데요. 영상 한번 보실까요?



“크크크큭.”


흘러나오는 영상에 고소를 머금는 웃음소리가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아버지···, 진땀 좀 빼시겠네.”


탁.


리모컨을 내려놓은 남도하가 제보 영상 속에서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또다시 큭큭거리며 웃어댔다.


“크크큭. 웃기는 놈들이야···, 정말. 저깟 몬스터 따위에 저렇게 겁을 먹어가지고는···, 쯧쯧.”


웃음소리는 이내 하찮은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르르르르르.


소파 등받이에 몸을 편히 기대 소리가 나는 뒤 쪽으로 고개를 꺾었다. 켈레독이 슬리퍼를 물어뜯으며 장난치고 있었다.


“저게 C급이라니···. 큭. 출세했다 너.”


자리에서 일어선 남도하가 천천히 계단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 벽면에 있는 책장을 스르르 밀자 숨겨진 밀실이 나왔다. 익숙하게 벽에 걸린 라이트를 들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컹컹.

크르르르큭.

뷔요- 뷔요-.

파사사사사사.


철문을 열자 가지 각각의 소리들이 밀실을 가득 매웠다.


“흠···, 어디 보자···.”


안쪽 구석 얼굴을 비추지 않고 엎드려 있는 한 녀석이 보였다. 남도하의 눈에서 안광이 번득이자 엎드려 있던 것이 경직된 몸을 돌려 남도하를 마주 봤다.


그 앞에선 남도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 이게 뭐더라?”


제가 있던 이세계에서는 볼 가치도 없었던 하등 몬스터. 그곳에서 루베인은 그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


쉬익, 쉬이이익.


“아아-, 쥬르칸!”


족제비와 비슷한 생김새지만 조금 더 크고 연한 보라색 털을 가지고 있다. 부드러워 보이는 털결이지만 흥분하거나 경계하면 날카로운 바늘처럼 변한다. 일반 족제비와 가장 다른 점은 외눈이라는 것.


입꼬리를 말아올린 남도하가 케이지의 문을 열었다.

천천히 네 발로 기어 나온 쥬르칸이 남도하의 옆에 두발로 섰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강준수? 이 자가 왜?’



***



“키야, 남이사님 사는 동네라 역시 다르네.”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양평 전원마을 단지로 들어섰다.


스으으윽.


창문을 내려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강준수는 놀러 가기라도 하는 것 마냥 신나있었다.


“연락은 한 거지?”

“아까 출발 전에 했는데 안 받더라고?”


염기태가 눈썹을 구겼다.


“갔다가 허탕치면 어쩌려고···.”

“이참에 바람 좀 쐬야지. 무강이도 같이 오면 좋았을걸.”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제 부장님하고 술 한잔했어.”


창가에서 눈을 못 떼던 강준수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 나만 빼고?”

“크흠···. 니가 범준이 핑계 대고 갔잖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강준수가 떨떠름한 시선을 보냈다. 애써 시선을 피하며 염기태가 말을 이었다.


“무강이 우리 팀으로 받는다고.”

“그게 왜? 당연한 거 아니야? 형이 추천도 했는데?”

“···아마 주환성도.”

“뭐?”


강준수가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아직 조사가 끝난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야?”

“일단 남이사의 의지가 강력해. 되는건 시간문제지. 다녀보니까···, 나쁜 애 같진 않더라고.”


강준수가 가느다랗게 뜬 눈을 한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 고작 하루, 아니 반나절 있었거든?”

“그걸로 치면 너도 겨우 하루 있어놓고 무강이 추천서 써달라고 졸랐잖아!”

“참나···, 그건 결이 다르지. 걘 그동안 무슨 짓을 하고 다녔을지 알 수가 없잖아.”


강준수의 말에 틀린 게 없었다. 이미 조대영의 제안에 승낙한 뒤였던 터라 염기태의 이마에 땀 한 방울이 맺혔다.


“가장 큰 건. 주환성이 하고 싶다고 했어.”

“켁.”


물을 마시던 강준수의 목에서 넘어가던 물이 뿜어져 나오자 염기태가 눈살을 구겼다.


“걔가? 왜 갑자기?”

“동생이 파인더가 되고 싶어 했다나?”

“허···.”


강준수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어제 주환성의 비극 같은 서사는 들었다. 그렇다고 그가 해왔던 일들이 정당화될 순 없다.


“이 건으로 이사들도 말이 많아서 인사위까지 열릴 건가 봐. 달애도 부르기로 했대.”

“에엥? 걔 능력 쓰기 싫어하잖아.”

“남이사 명령인데 지가 별 수 있겠냐?”


알만 하다는 듯 강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다시 번득이는 눈이로 염기태에게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니, 그런데, 왜 우리 팀이라고?”


노려보는 눈빛에 염기태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조대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주환성을 파인더로 만들려는 남인철의 속셈을 의심했다. 조심히 알아본 결과 주환성과 남인철의 관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제 선에서 나중에 있을 후환을 막을 방법을 미리 강구하고자 했다.


특능센터 내부에는 남인철을 경계하는 세력이 있었다. 크랙의 연구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과 그의 유별난 광기를 우려하며 경계하는 세력들. 조대영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최무강과 주환성.


그런 남인철이 관심 갖고 있는 두 사람을 그의 뜻대로 휘둘리게 두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어린 그들을 제 아래에 둔다면 적어도 방패막이는 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흐음, 그 양반 나이 들더니 왜 그렇게 감성적으로 변했지?”

“너도 나이 들어 봐라···.”


고깝게 쳐다보는 염기태의 눈을 스르륵 흘려버린 강준수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머금어졌다.


“여긴가?”


강준수의 벌어진 턱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으리으리한 주택이란 말이 딱 떠오르는 큰 전원주택이었다.


“와-, 범진이 여기 와서 축구해도 되겠네.”

“크큭. 남이사님 혈압 올리기 딱이네.”


띠리리리리리.


- 누구세요?

“도하 만나러 왔습니다. 강준수라고 합니다.”

- ···잠시만요.


지이이잉. 지이이잉.


담배를 한 대 태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강준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도하야.”

- 형. 지금 저희 집이에요?

“응 집 앞이야. 아까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 아, 곧 나갈게요.

“응? 들어가면 안 돼?”

- 아···, 알겠어요. 들어오세요.


삐익.

덜컹.


“저택이야, 아주. 들어가기가 힘들어.”


강준수는 연신 구시렁대면서도 정원을 구경하기 바빴다. 중간 정도 걸어가자 남도하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강준수가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여, 여기서 보니까 좀 다르네?”

“하하, 그래요? 안녕하세요.”


염기태가 특수능력센터에 들어올 즘 남도하는 센터를 그만뒀다. 잠깐 겪은 사이일 뿐 강준수처럼 너스레를 떨 사이는 아니다.


“네, 안녕하세요.”


앞서가던 남도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뒤돌아 물었다.


“형 근데···, 갑자기 저희 집은 왜?”

“크크큭. 궁금하지? 들어가, 가서 얘기해.”

“···네.”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여는 남도하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있었다.



***



“아···, 지친다.”


말로만 듣던 대한민국에서 휴대폰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실로 실감했다.


아침부터 증명사진 찍고, 신분증과 운전면허증 재발급 신청하고, 휴대폰을 산 다음에야 은행 업무까지 볼 수 있었다.


“후우···, 이제 다 끝났나?”


[새 폰 개시 완료]


띠링!


문자를 보내기 무섭게 답장이 왔다.


[ㅇㅇ]


······성호가 손가락도 다쳤던가?


숙제처럼 할 일을 다 끝내고 서둘러 특수능력센터로 향했다.


경찰에서 특수능력센터로 조사협조 요청이 왔다. 어제의 몇몇 사건에 대해 나와 주환성의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로비 데스크에 있는 누나의 눈웃음을 받고 기분 좋게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띵동.


회의실로 가기 전 에블린 누나가 있을 회복실로 먼저 향했다.


똑똑.

드르르륵.


회복실 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벌써 깨어났나?”


문 앞에 서서 어정쩡하게 안을 두리번거리는 데 작은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피식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내 어깨에 손이 올려지는 순간!


“누나!”

“으아악!”


심장에 손을 올리며 얼굴이 사색이 된 에블린의 모습에 미안해졌다.


“미안해요, 누나. 많이 놀랐어요?”

“이씨. 청각이 오른 것도 안 좋구만.”


억울한 듯 눈썹을 내린 에블린이 이내 쓴웃음을 뱉었다.


“아니지, 그 덕에 내 목소리를 들었지?”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아요?”

“응 멀쩡해, 다 해독됐어.”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깨를 몇 번 휘둔 에블린은 이내 으으하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건, 근육통···. 으···. ”


내가 안타깝게 쳐다보자 이내 웃은 에블린이 별거 아니란 듯 말하며 소회의실이 있는 곳을 턱짓했다.


“소회의실로 가 봐. 환성이도 좀 전에 들어갔어.”

“네, 이따 다시 들릴게요.”


똑똑.


문이 열리자 정면으로 조대영 부장의 얼굴이 보였다. 어제보다 더 어두운 얼굴색에 표정까지 미미하게 굳어있었다.


내 인사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앉을 자리인 것처럼 주환성의 옆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끄그그극.


의자 끄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자 옆자리의 주환성이 신경질적으로 흘겨봤다. 멋쩍게 웃어 보이고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조대영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인상을 가진 사람과 마주 앉았다. 조대영이 중압감으로 묵직하게 눌러내리는 느낌이라면 이 사람은 날카롭게 속속들이 분석하는 느낌이 들었다.


“망원서 박해영 경위입니다.”


목소리마저도.



***



“김치수 씨가 사업장 정리한 건 들으셨죠?”

“······.”

“대단하네요. 하루 만에···, 아니지. 반나절만에 사업장 정리를 싹 하고, 미리 준비한 것처럼요?”

“······.”

“흠···. 이봉두 씨는 지금 최무강 씨 납치미수, 송대현 살해 및 장기매매 등 혐의가 있어요.”


이봉두의 눈가가 씰룩였다.

모든 범죄가 제가 한 것으로 되어 있다는 건 김치수의 무언의 지시이다.


“아! 방화 혐의를 빼먹었네?”


정민이 깜빡한 듯 말을 잇자 이봉두의 입이 열릴 듯 말 듯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 새끼를 믿느니 공무원을 믿지.’


고민하는 그의 표정을 살피던 정민은 흔들리는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적당한 때에 먼저 입을 열었다.


“몇 가지만 협조해 주시면 일부 죄목에 대해서는 최무강 씨가 진실을 증언을 해줄 거예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이봉두가 뱁새눈처럼 동그란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뭘 알고 싶은데?”


얼핏 입꼬리가 올라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민의 눈동자는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


이봉두는 그의 눈빛에 순간 몸이 움츠러들 정도였다.


“수정 거래부터요. 알고 있는 것 전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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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몬스터(4) 23.06.06 37 1 12쪽
» 23화 - 몬스터(3) 23.06.05 34 2 12쪽
22 22화 - 몬스터(2) 23.06.03 41 2 12쪽
21 21화 - 몬스터(1) 23.06.02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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