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능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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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해솔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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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 남도하 or 루베인 (2)

DUMMY

***



거실장 앞으로 걸음을 옮긴 남도하가 문을 활짝 열었다.

크리스털 유리잔이 가지런히 진열된 곳에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정확히는 그 안에 든 무언가를.


달그락.


컵을 뒤집자 남도하의 손바닥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손톱 크기만 한 작은 알갱이가 거뭇한 기운과 함께 반짝였다.


한숨을 내쉰 남인철이 그에게 다가갔다. 익숙한 듯 주머니에 챙겨온 실드캡을 꺼냈다.


뽁.


뚜껑을 열어 남도하에게 건네받은 수정을 조심히 넣으며 물었다.


“시신은 잘 처리한 게지?”

“걱정 마세요, 오랜만에 풀었더니 남김없이 먹어치우던데?”


또르르르륵.


빈 잔에 와인를 따르는 남도하는 재밌다는 듯 대답했다.


실드캡을 바라본 남인철이 굳은 입을 열었다.


“얼마나 더 모아야 하지?”

“글쎄, 연구는 아버지가 해야지.”


그의 입에서 ‘아버지’란 말이 나올 때마다 남인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루베인의 그런 그를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어딘가 멸시가 담긴 눈빛이었다.


“쯧쯧. 그러게 쓸데없이 욕심을 내서는···.”



운석이 충돌한 날. 아니, 충돌했다고 알려진 날.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일이 있었다.


이 일은 더 먼 과거부터 시작된다.


다른 차원의 이세계.

그곳에 전설처럼 알려진 지구와 인간.

이세계의 능력자들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 탐욕과 폭력만 남은 채 그저 살아가는 그 곳이 지루했다.


지구로 오기 위해 그들은 차원을 깨트리기로 한다. 그들의 능력과 의식의 일부를 압축한 에너지는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지구로 넘어왔다.


온전치 못한, 능력만 남은 운석 덩어리가 되어.


의식이 파괴된 운석에는 루베인의 의식만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운석을 발견한 정부에서는 운석에 담긴 거대한 에너지 파동을 알아냈고, 곧 연구에 돌입했다.



***



남도하 15세.

어린 남도하는 남인철의 연구실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회의에 간 사이 심심했던 찰나 늘 잠겨있던 방의 문이 열려 있자 발동된 호기심을 자제할 수 없었다.


큰 유리관 안에 과학시간에 배운 소금결정같이 생긴 것이 들어있었다. 보는 순간 제 아빠가 말한 운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팔만 들어갈 정도의 동그란 문을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 운석 안에 움직이는 까만 무언가를 잡고 싶었다. 부유하듯 떠도는 까만 것에 남도하의 손이 닿는 순간 그것은 남도하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루베인은 몇 년 만에 의식이 깨어났다. 그토록 원하던 인간의 몸에서.


그렇게 바라던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정작 제 능력은 사용할 수 없었다. 지구엔 몬스터가 없었기 때문에.

루베인은 수정을 이용해 크랙을 만들려고 했다. 크랙이 생겨야 이세계의 능력자들도 몬스터도 넘어올 수 있었다.


그는 남도하의 몸을 인질 삼아 남인철에게 연구를 강요했다. 연구의 성과가 보일 때쯤 그들의 목적을 알아챈 인턴 연구원 유광민이 수정덩어리를 들고 도망쳤다.


그를 찾기까지 10년. 그를 찾아 수정을 빼앗은 날.

그날이 세상이 알고 있는 운석이 충돌한 날이다.


수정은 폭발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폭발로 인해 대기권에 작은 크랙이 생겨났다. 이세계 능력자들이 넘어오기엔 아주 작은 균열. 하지만 작은 몬스터들이 넘어오기는 충분했다.


지루했다. 인간들의 삶은 너무도 지루했다.

올라오는 살의를 가까스로 억누르던 루베인은 몬스터가 넘어오자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고작 몬스터를 다룰 수 있는 능력.

이세계에서 취급도 못 받던 루베인은 목적을 바꿨다. 몬스터를 이용해 제가 지구에서 최강이 되기로.


하지만 그러기에 넘어오는 몬스터들이 한없이 초라했다.


‘크랙을 조금만 더 연다면···.’


크랙을 열 방법을 연구하던 차, 사람들에게 이상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조급했다.


루베인은 능력이 발현됐다는 사람을 찾아갔다. 다행히 저처럼 이세계의 의식은 없었지만 지구에 저 말고 다른 능력자는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죽어가는 능력자의 몸을 갉아먹던 갑옷풍뎅이가 무언가를 뱉어냈다.


땅바닥에 떨어진 작은 조각.

반짝이는 수정조각을 본 루베인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흉괴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 져나왔다.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크크큭. 이건 운명이야, 내가 지구를 손에 쥘 운명. 크크크큭.”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이제크···. 그 새끼 능력은 내가 갖는다.’



***



드르르륵.


“어?”

“흐아아아암.”


체력단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조대영이 아니었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강준수였다.


“형? 부장님은요?”

“흐아아아. 부장님 긴급회의래···.”


연달아 하품을 한 강준수는 눈에 맺힌 눈물방울을 닦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깍지 낀 손을 위로 쭉 뻗은 채 좌우로 몸을 꺾었다.


뚜둑. 뚜두두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트레칭을 끝낸 강준수가 나를 향해 묘한 미소를 짓는다.


“최무강, 실력 한번 볼까?”


내 실력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끄으으으···! 혀, 형!!! 그만!!! 그만요!!!!”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는 아찔한 감각이 살을 아려왔다. 바스켓에 가득 담긴 얼음에 발을 넣었을 때도 이렇지 않았다. 단순하게 겉만 얼리는 게 아닌 피부 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얼어붙은 발에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이 상체만 바동거렸다. 주먹으로 얼음을 내리치려던 순간 멈칫했다. 영화에서 보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얼음 깨지면 다리도 깨지는 건가?’


“겉에만 얼린 거야.”


내 생각을 읽은 듯 그가 말했다.


“거짓말!”

“어쭈···?”


반항 어린 내 눈빛에 강준수의 얼굴에 장난이 가득 담겼다.


쿠드드득.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까보다 몸속 더 깊은 곳까지 냉기가 뻗어왔다. 종아리만 얼었을 뿐인데 냉기는 심장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하아악! 아! 죄송해요!!! 으으으···!”


스스스스슥.

주르룩.


꽁꽁 얼어 좀처럼 녹지 않을 것 같던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 물이 되어 주르룩 흘러내렸다.


냉기가 사라지자 화상을 입은 듯 욱신거렸다.


“으으···.”


이내 축축하게 젖은 바지와 양말,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찝찝함에 고통을 잊은 채 가늘게 뜬 눈으로 강준수를 바라봤다.


“어···, 복도 끝에 세탁실 있어.”

“다녀올게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발걸음을 옮겨 문을 나서려는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드르르르륵.


열린 문의 빈 공간을 가득 메운 조대영이 서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손목을 올려 시계를 본 뒤 고개를 기울였다.


“아직 8시 안됐는데?”

“···네.”


다시 축축한 바지를 걷어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 벌써 끝났어요? 뭔 일이에요?”

“일단 훈련부터.”


입을 빼죽 내민 강준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 가?”


조대영이 그런 그의 발을 붙잡았다.


“오셨으니까 사무실 가야죠.”


어딘가 못마땅한 눈빛이 강준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 불길함을 감지한 강준수가 말을 더듬었다.


“왜, 왜요?”

“너도 이리 와. 쥬르칸 털에 당해놓고 느끼는 게 없냐?”


빈정거리는 말투에 강준수의 얼굴이 차게 식었다. 아마 저 얘기를 가지고 최소 3개월은 당해야 할 생각을 하니 치가 떨렸다.


“에헤이! 그건 잠깐 방심한 거라니까요?”

“그러니까 정신 상태부터 다시 단련해.”


단호하게 말한 조대영은 턱 끝으로 강준수의 위치를 지정했다.


“흐으···.”


강준수는 어쩔 수 없이 억울한 한숨을 토하며 조대영의 턱 끝이 가리키는 최무강의 옆에 나란히 섰다.


최무강의 입꼬리가 한껏 휘어 올라가고 있었다.



*



“허억···, 헉···.”


이건 내 숨소리가 아니다.


“방심이라더니, 그 꼴이 뭐냐?”


준수형의 흐트러지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아후···, 저 인간은 늙지도 않나···. 으크윽···!”


조대영은 무게를 조절하는 능력이다. 그는 주로 신체 주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어 상대방의 움직임을 제압한다.


아마 압사가 가능할 지도···?


이런 훈련에 익숙한 듯 강준수와 조대영은 서로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냈다.


내 훈련을 해준다고 와놓고는···.

조대영은 8시가 되자 칼같이 훈련을 끝냈다.


개운한 표정의 그들과 구내식당으로 내려왔다. 구내식당은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네에?!”


조용한 구석자리를 찾아 앉은 조대영이 긴급회의 내용을 덤덤하게 전달했다.


“표미진이 도주했다고요?”


강준수는 숟가락을 내려놓을 정도로 화가 난 목소리였다.


나도 그에 못지않게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표미진에게서 유의미한 정보를 찾지 못한 채 넘겨졌다고 했다. 국정원의 조사가 시작되면 바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란 말에 조급함을 겨우 눌러내리고 있었는데···.


“어쩌다가요?”

“감호소에서 국정원으로 이동 중이었대. 능력자 요원 둘에 일반 요원 하나, 세 명이나 죽었어.”

“공범이 있는 거예요? 표미진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근처 CCTV, 블랙박스···. 남아 있는 게 없어.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이제 알려온 걸 보면 똥줄 타게 알아봤겠지, 덮으려고. 결국 찾아낸 것도 없고 지원 요청이 왔다.”


얼핏 차분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대영의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때 도망친 새끼도 흔적 하나 못 찾았는데···, 또 뺑이 치겠 생겼네.”


강준수가 황망한 표정으로 다시 숟가락을 들며 말했다.


“···우리 부가 아니다.”

“네?”


굳어있던 조대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강준수가 잘못 들었다는 듯 들던 숟가락질을 멈추고 동그란 눈으로 되물었다.


“우리 부가 아니라니?”

“특능 3부에서 맡기로 했다.”


쾅!


“무슨 소리예요? 그게!”


번득이는 눈이 조대영을 뚫을 기세로 바라봤다.


“홍근식이 복귀한다.”



***



“흠···. 체력은 영 아닌데?”

“하아···, 하아···.”


투둑. 툭.


훈련실 바닥은 주환성이 흘린 땀방울로 흥건했다. 몇 번을 깊게 숨을 몰아쉬어도 그의 거칠어진 호흡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땀에 흠뻑 젖어 이마에 덕지덕지 붙은 머리칼이 거슬린 듯 거칠게 쓸어 올렸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힘없이 비틀거리는 다리. 허벅지를 붙잡고 겨우 버티고 서있는 주환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 주제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함미화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함미화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많이 부족해···. 어쩌지?”


이 체력으로는 합격을 주기 곤란했다. 실전에서 체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능력을 사용하는 전투는 기본적으로 체력도 뒷받침돼줘야 한다.


함미화는 주환성을 테스트하러 오기 전 에블린의 당부가 떠올랐다.


- 팀장님! 환성이 잘 부탁해요!

- 으이그, 벌써 정 붙어서 어쩌려고?


“···노력할게요.”


그가 몰아쉬던 호흡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거친 숨소리에 섞여 잘 들리지 않았다.


“응? 뭐라고?”

“체력훈련···, 더 노력할게요.”


파인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는 말에 가소로웠다. 아무리 제가 원했던 삶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가 속해 있던 세상은 사회의 악 같은 존재였다. 그런 곳에서 거의 일생을 살아왔다시피 했던 그가 파인더라니···.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저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일단 능력 테스트로 넘어가 볼까?’


‘정은 내가 들었네···.’


함미화의 얼굴엔 저도 모르게 입가에 피식 웃음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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