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을 끊은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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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숲을보다
작품등록일 :
2023.05.10 17:50
최근연재일 :
2023.07.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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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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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해결해 줘야 할 것들!

모두가 원하는 것!




DUMMY

일범은 ksb에 투자를 하고 남은 금액 중 1600억을 들여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만드는 회사인 sg(소프트웨어&게임)컴퍼니를 인수하여 전문 경영인을 따로 두고 자신은 뒤로 물러났다. 도중에 일이 잘 못 되어 태위의 자금줄이 한 번에 끊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또한 개인 자금을 들여 태위가 쓸 건물을 하나 매입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인경은 일범의 개인변호사로서 회사를 인수하고, 건물을 매입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등, 모든 법적인 절차를 도맡아 처리했으며 일범의 방패로서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일이기에 즐겁게 했다.

다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일범이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하루 아침에 손안에 넣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돈의 출처에 대해 먼저 말을 하지 않기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인경이 먼저 질문을 했다.

“일범님, 궁금한 것이 있어 그러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나요?”

“묻지 마십시오.” 일범은 인경이 어떤 질문을 할지 짐작 가기도 했고, 실은 자신도 류하가 어떤 방법으로 그 돈을 손에 넣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거절했다.

“저는 당신의 법적 대리인으로서 앞으로 그 돈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변호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알아야 변호를 하던 말던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궁금하나요?”

“궁금하기보다 저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일이 생겨도 대처하지 않을까요?”

“부끄럽지만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제3자를 통해 투자금을 받았고, 그 돈이 양지의 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약이나 청부업, 이런 것들이 엮인 돈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죠?”

“아닐 것입니다. 그도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면요.”

“아닐 것이다··· 장담은 못하시는 군요?”

“···.”

“알겠습니다.”

일범과 헤어진 인경은 자신이 또다시 ‘잘 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늑대를 피하니 하이에나 무리를 만난 느낌, 지금이 딱 그랬다.

·········.

손정국은 류하와의 대화를 이혁에게 보고를 했고, 이혁은 칼 밥을 먹고 사는 인생에 망설일 것이 없다고 답해 주었다.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한 태위는 창당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기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불러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당명과 강령, 당헌, 당면목표를 정하고 당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당대표 및 중앙당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은 태위가 맡았으며 경상도당 창립준비위원회는 그곳 출신인 김설희가 맡았으며, 부산시는 조정아가, 전라남도당은 역시 그곳 출신 마현아, 광주시는 공유상, 대전시는 반가영, 전북도당은 왕경석, 강원도당은 진가율, 충청도당은 맡을 만한 사람이 없기에 일단 준비위원회를 결성하지 않았다.

지방당창립위원회는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손발이 맞는 사람으로 위원회를 꾸리도록 했다. 그리고 각 당창립준비위원회는 회계사 한 명과 변호사한명을 뽑기로 했으며, 태위의 가장 가까이서 손발이 되어줄 사람들은 면접을 보고 추가로 더 뽑기로 했다.

태위가 창립준비에 정신없는 사이 류하는 앞으로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았다. 우선 전에 태위가 말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아 갔다. 만나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해본 류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허풍이 심하고, 이렇다할 뚜렷한 무엇이 없고,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었다고는 하나 읽는 것에 그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으며 실속이 전혀 없었다. 해서 류하는 태위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에 절대로 큰일을 맡겨서는 아니 된다고 단단히 못 박았다.

그리고 나서 현재는 자그마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UFC선수로 이름을 날린 김문일을 찾아 갔다. 문일은 사람이 착하고, 자신을 뽐낼 줄 몰랐으며, 옳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류하가 문일은 찾은 이유는 앞으로 태위의 목숨을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어둠속에서 지킨다면, 양지에서는 문일과 같은 사람만이 제대로 지킬 수 있었다.

“네? 경호요?” 문일은 갑자기 나타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경호를 부탁하는 류하가 어이가 없었다.

“네.”

“싫습니다. 저는 싸우기 싫어서 은퇴를 했고, 누군가의 밑에서 비위를 맞추는 것도 질색입니다.”

“경호라고 해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당신이 모든 것을 판단하면 됩니다. 그리고 비위를 맞추거나 하는 일은 더욱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경호라는 것은 제 인생을 포기하고 그 사람의 인생에 끌려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경호라는 직업자체가 싫으신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돈도 적당히 있고, 지금도 충분히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생각보다 완강한 문일의 모습에 류하는 조금 당황했다. 돈으로는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자아가 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해서 마지막 수를 던져 보기로 했다.

“제가 이렇게 부탁하는 것은 문일님이 정의롭고, 약한자에게는 도움을 주고 강한자에게는 절대로 굽히지 않고 싸워주는 진정한 정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태위님은 사회정의를 위해 싸우려 하십니다. 그러나 상대할 적이 너무 강대하고, 찬바람을 막아 줄 바람막이 한 장도 없는, 늑대무리에 한 가운데에 놓인 벌거숭이 갓난아이와 다름이 없습니다. 만약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산채로 뜯겨 늑대들의 뱃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하는 류하를 본 문일은 잘못한 것도 없이 죄의식 같은 것을 느꼈다.

문일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눈치챈 류하는 더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넉두리를 부렸다.

“진정하십시오. 어떤 상황인지 들어나 봅시다.” 절반은 성공했다고 느낀 류하는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태위님은 썩어 빠진 현 정치계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시려고 합니다. 이미 당 창립준비도 하고 계시며, 든든한 후원자도 있고, 모든 것이 갖추어졌으나 자신을 돌볼 생각을 안하고 계십니다. 제가 능력이 된다면 도움을 주고 싶으나 저는 그 분의 안위를 걱정만 할 뿐 무엇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입니다. 해서 염치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 뵙게 된 것입니다.”

“하시려는 일은 대단하시나 그게 가능하긴 한 것입니까?”

“그 분이 말씀하시길 민심을 얻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셨고, 그 정도 인품과 능력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만나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계속하여 손으로 눈물, 콧물을 훔치는 류하에게 손수건을 건네 준 문일은 태위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해주었다.

이제 문일을 얻느냐, 마느냐는 태위에게 달린 일이었지만 류하는 태위를 믿었다.

·······························································································································································

도성은 저기 멀리서 자신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는 부모님들을 보았다. 기쁜 마음에 달려가 보지만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었다. 함께 가고 싶어 아빠, 엄마를 불러 보지만 목소리가 입안에서만 맴돌 뿐 입밖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더욱 힘차게 달려 보지만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이제 시야에서 보이지조차 않았다.

달려가기를 멈추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억에 없는 곳이었다. 사방이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초원이었다. 풀을 만지려고 허리를 굽히니 어느 새 잔디는 사라지고 사막에서나 볼 법한 삭막한 땅이 나타났다. 머리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공간은 끝없이 팽창하고 점점 어둠이 깔렸다. 이제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도 없어졌다고 느낀 순간 깊은 어둠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불안하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사지의 힘을 빼고 어둠속에 몸을 맡기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끝없이 추락하던 도성의 눈앞에 문득 아빠가 나타났다. 아빠는 도성의 팔, 다리가 길고, 재능이 특출해서 훌륭한 검도인이 될 것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행복감에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 새 아빠는 사라지고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했고, 눈물을 흘리며 어서 이곳을 벗어나라고 했다. 같이 있고 싶은데 왜 가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괜찮다고 말해 보지만 그럴수록 엄마는 더욱 화를 냈다.

문득 눈 앞에 자신이 보였다. 누가 보아도 자신이었다. 원숭이처럼 긴 사지와 길게 째진 눈, 마르고 단단한 육신··· 불현듯 아빠는 죽고, 엄마는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아까 전 보았던 것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공간은 빠르게 압축하고 눈앞에 익숙한 공간이 나타났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혀가 말려 들어가 기도가 막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도성은 악착같이 주방으로 기어가 식칼을 뽑아 들고 목을 그어 기도를 열었다. 공기와 함께 피가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119를 부르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기에 휴대폰을 꺼내 긴급 SOS를 112에 보냈다. 자신의 피에 질식사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이었다. 그동안 119가 도착하지 않는 다면 분명히 죽을 것이었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쇼크로 인한 정신력 소모와 폐에 차오르는 피로 인한 산소공급의 저하는 도성의 뇌를 수면상태로 전환시켰다.

경찰은 자살 시도라고 판단했지만 하영의 생각은 달랐다. 이 환자는 살기 위해 자신의 목을 그은 것이었다. 어떠한 원인으로 혀가 말려 들어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런 판단을 한다는 것은 보통사람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정신을 차린 도성은 살아 있음에 안도했다. 살아만 있다면 복수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으나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는 않았다. 마취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한참 주무르고 나서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어제 환자를 보기 위해 병실을 찾은 하영은 정신을 차린 것을 확인하고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 도성은 자신을 보며 웃으며 들어오는 의사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눈을 감고 외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성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담당의 최하영이라고 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성은 아직 혀가 굳어 있어 천천히 대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네··· 덕분에 괜찮은 것 같습니다.”

“혹 실례가 안된다면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면···.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네.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밥은 먹을 수 없나요?”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면 괜찮습니다. 아침 식사로 죽이 나올 거에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환자분이 정확하게 식도를 피해 기도만 잘랐기에 식사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뿐입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드셨을 텐데··· 운이 좋은 것인지, 실력이 있으신 건지··· 아무튼 다행이에요.”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병실을 나선 하영은 며칠 전 VIP 병동에서 있었던 미스터리한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강렬한 느낌을 지을 수가 없었다. 궁금증이 도져 곧바로 병원을 나와 신문사 기자인 친구를 찾아 나섰다.

·······························································································································································..

태위가 변호사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은 일범은 인경을 추천해 주었다. 인경은 월급의 1.5배를 받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하고 사무실도 옮겼다. 인경은 당 창립준비를 위한 모든 법적인 절차를 도맡아 진행하는 한편 일범에게 돈을 대준 사람의 뒷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는 자신의 욕망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해치거나, 도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범의 회사내 CCTV기록도 사라져 있어 얼굴 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경비원의 말로는 태위와 한 사람이 다녀간 날 저녁 10분간 원인 모를 정전이 발생했다고 했다. 기록이 사라진 것도 하영이 물어서야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위와 일범은 인경이 그 사람에 대해 물을 때마다 말을 아끼며 어떤 단서도 주지 않았다. 파면 팔수록 의문투성이인 그 사람에게 더욱 의심이 심해진 인경은 아예 사람을 써서 태위와 일범이 만나는 모든 사람의 인상착의를 파악하게 했다.

류하는 태위와 일범의 주위를 어설프게 맴도는 사람들이 신경 쓰여 뒷조사를 했고, 인경이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인경의 뒷조사도 했고, 조직과 연관되거나 타정당들과 연관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류하는 인경을 직접 만나기로 하고 태위에게 약속장소를 알려 주었다.

“인경님, 당신이 궁금해하시는 분이 직접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네?” 인경은 애를 쓰며 숨으려 하는 사람이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하자 조금 당황했다.

“오늘 오후 3시 장소는 이태원 썸머레인카페입니다.”

······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로 카페에 들어선 인경은 맨 뒤쪽좌석에 앉은 남자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보고 생각보다 잘 생겼다고 생각하며 걸어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류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인경이라고 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나서 인경은 커피를 주문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둘은 커피를 한 모금 씩 마시고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인경은 낯선 남자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무엇이라도 더 알아내기 위해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특별한 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으며, 공허해 보이기까지 했다.

류하는 인경이 자신에게 궁금한 것이 많으니 먼저 질문하기를 기다렸지만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니 부담스러웠다.

“제 얼굴이 궁금했던 것입니까?”

“아뇨”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마침 손님도 없고, 손님들은 외국인이니 괜찮을 겁니다.”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고는 항상 사소한 것에서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사고라 하시면?”

“지금 우리들이 하는 일은 하나가 삐끗하면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설마 모르지는 않겠죠?”

“알고 있습니다. 저도 태위님을 돕기 전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는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스스로 집안을 시끄럽게 하시는 것입니까?

“태위님의 뒤에 있는 당신이 궁금했습니다. 저는 아픈 과거가 있고, 잘 못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위님께 다 들었다면서요?”

“맞아요. 하지만 그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과정이 훌륭하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기를 원할 뿐입니다.”

“인경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해서 과거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뭐, 과거를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은 인간이면 당연한 일이긴 하죠. 하지만 진흙탕에서 싸우는데 흙탕물을 묻히지 않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 속에 뛰어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도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 이 말인가요?”

“네.”

“정말요? 어떻게 말입니까?”

“’정의’와 ‘진실’로 민심을 얻는 것입니다.”

“대화가 계속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태위님의 이념이 정의롭다면서요? 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는 그 과정 자체도 그렇게 하자는 뜻입니다.”

“그러니까요. 그 과정을 어떻게 ‘정의롭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하시라는 것입니다.”

“우선 한가지 답해 주십시오.”

“네, 말씀하십시오.”

“일범님에게 투자한 돈은 누구의 돈입니까?”

“인경님의 말씀대로라면 깨끗하지 않은 돈입니다.”

“그렇습니다. 제 말의 요지는 그런 돈을 쓰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과정을 깨끗이, 양심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명성도 빽도 없는 태위님이 단기간에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돈이죠."

“그렇습니다. 하면 지금 당신이 받는 월급을 받지 않고, 오히려 당신의 돈을 투자해서 태위님을 도우실 수 있으십니까?”

“············”

“물론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단 살아야 무엇이든 할 수가 있고, 살아 남으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이상만으로 배고픔을 달랠 수는 없으니까요. 해서 저는 그 배고픔을 해결해야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습니다.”

“떳떳한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신의 능력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 밀려고 하는데 누가 선뜻 나서며, 돈 잡아먹는 하마인 이 일에 누가 그 많은 자금을 대줄 수 있단 말입니까?”

“돈을 대준 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어째서 당신을 도운 것입니까?”

“양지의 인간들은 상황이 급변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돈을 잃지만 안는다면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지의 인간들은 이미 칼끝에 올라선 인생들입니다. 언제나 상황은 급변하고, 자다가 가슴에 칼이 꼽힐지,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이것은 상황이 조금 더 악화된 것일 뿐,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도박에 성공한 다면 상상이상의 이익과 안전을 보장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돈의 출처를 태위님은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

“아뇨.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도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부탁이 아니니 신중하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류하님은 그 돈을 쓰는데 양심의 가책이나 그런 것은 없으십니까?”

“당연히 없습니다. 어떤 돈이던 잘 쓰면 되는 것 아닙니까?”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 이 말씀이시군요?”

“착각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태위님과 저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

“태위님은 정의로울 것입니다. 모든 과정이! 허나 제가 하는 일이 정의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도움을 받은 태위님도 그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말인가요?”

“네.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당신이 직접 하셔도 됩니다.”

“··· 그 때가 언제 인가요?”

“인경님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류하님과 님을 도운 그들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입니다.”

“···.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것인가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다면 맞을 겁니다.”

“류하님은 그렇다 쳐도 그들도 결과를 예측 못했을 리가 없는데 괜찮으십니까?”

“저를 걱정해 주는 건가요?”

“아뇨. 태위님과 그 동료들을 걱정할 뿐입니다.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니까요.”

“그렇군요. 당신은 그들을 전혀 모르고,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답이 되었습니까?”

“충분하진 않지만···네.”

“이만 일어나 볼까요?”

“하나만 더 질문해도 될까요?”

“네.”

“류하님은 저를 믿으시나요?”

“당신은 죗값을 치를 용기는 없지만, 반성은 하고 있으니 최소한 본 바탕이 나쁜 인간이거나, 어리석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나요?”

“더 필요한가요?”

“제가 용기를 내면 어찌 되나요?”

“지금은···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 싸움에서 제가 이겨도 결과는 같은 가요?”

“이길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죗값을 완벽히 치르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합니까?”

“간단합니다. 힘을 가지면 됩니다. 맞서 싸우려는 적보다 더 강한 힘을···”

“민심이 가장 큰 힘이 아닐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 힘을 올바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능력을 키우십시오.”

“지켜낼 ‘힘’이 없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이불깃을 보고 발을 뻗어야 하는 법이죠.”




길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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