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을 끊은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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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숲을보다
작품등록일 :
2023.05.10 17:50
최근연재일 :
2023.07.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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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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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말아야 할 길, 인간의 의미!

모두가 원하는 것!




DUMMY

이수지는 하영이 몰래 찍어 두었던 VIP병동 환자의 사진을 통해 도성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마어마한 특종이 될 것이라 직감했다.

우선 사라진 정지순의 행방부터 알아야 했다. 하영은 단서가 잡히면 제일 먼저 알려 달라고 했지만 그럴 생각이 없었다. 도성의 귀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밝히고 나서 말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도성은 정지순때문에 정신적 타격을 입고 병원에 실려 온 것이 확실하고, 정지순은 혀가 잘리고, 몸이 성하지 않았으니 십중팔구는 죽었다고 보면, 시체는 어디에 있으며, 누가, 왜 죽여야 했는지, 도성은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알아야 했다.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면 지긋지긋한 현장기자를 벗어나, 승진은 물론, 앵커자리도 노려 볼만 하다고 확신했다.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라면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도성은 엄마의 유품으로 간소한 장례를 치뤘다. 엄마의 행방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이를 앙다물며 억눌렀다. 개죽음을 당하는 것을 엄마는 바라지 않을 것이고,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도성은 어느 때보다 평온하게 일상을 보냈고, 더욱 몸 가짐을 조심했다. 아빠가 돌아간 지 십 수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엄마에게 접근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마수가 언제 자신에게 닿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지는 손님을 가장하고 도성이 운영하는 커피숍을 찾아 갔다. 정지순의 행방을 뒤쫓으려고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고, 하는 수 없이 타깃을 변경했다. 수지는 도성의 집 근처에 월세방을 하나 잡고, 도성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귀농을 꿈꾸는 도시여자로 이미지를 만들고, 동네사람들과 호감을 쌓았고, 어르신들과 매일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수다의 방향은 항상 이 동네의 유일한 총각인 도성에게 향했다. 말 수가 적고, 어딘가 모르게 어두워 보이지만 항상 동네 어르신들의 일손을 성심껏 도와주는 도성을 모두가 좋아했고, 마을에 처녀가 나타나자 30살이 넘었지만 장가도 들지 않고 외롭게 살아가는 도성과 짝 지어주기 위해 서로가 중매쟁이가 되어있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을 직감한 수지도 은근슬쩍 호감이 없지는 않다는 의중을 드러냈고, 내일 당장이라도 결혼식이 거행될 것처럼 모두가 들떠 있었다.

도성은 요즘 들어 자신을 둘러 싼 소문으로 이제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았다. 여자친구를 사귈 생각도 없었고, 사귈 수도 없는 인생이었다. 복수를 해야 했고, 그 일에 누군가를 끌어 들일 수는 없었다. 애꿎은 희생자를 늘릴 수도 있고,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기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일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여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역시 세상일은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여인은 창가 쪽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멀리 밖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에 가볍게 날리는 긴 생머리는 여인의 청순함을 더해 주었고, 따스한 햇빛과 파도소리는 훌륭한 배경과 음악이 되어 청춘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어느 순간부터 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여인의 모습에 피하지 않고 한 폭의 아름다운 인물화를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복수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이와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아까 전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을 느끼고 있었던 수지는 모른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도성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도성과 눈을 마주친 수지는 공허함을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성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둘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았다.

수지는 도성에게 무엇인가 있음을 확신했고, 도성은 수지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접근 했음을 느꼈다.

먼저 고개를 돌린 수지는 커피잔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도성은 본능적으로 어깨의 힘을 빼고,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렸다. 강호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은 여자와 노인, 아이라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엄마에게 전해 들었기에 방심할 수가 없었다.

“커피향이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원두는 어떤 것을 쓰나요?”

“에티오피아산입니다.”

단답으로 답하는 도성에게서 자신과 대화할 생각이 없음을 느낀 수지는 더 말을 걸지 않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커피숍을 나왔다. 이제 본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고 느낀 수지는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도성도 수지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2층으로 올라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지와 더 엮이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몸을 숨겨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수지가 그들이 보낸 사람이던, 아니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둘은 그날 밤 동시에 이 곳을 떠나게 되었다.

·····································································································································································.

성국은 이부현의 약점을 잡기 위해 주변인물들을 조사하던 중 수석보좌관인 유정만의 아내 나서현에게 눈길이 갔다. 이부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이부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유정만, 그를 직접 공략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지만 섣불리 움직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에 정만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 서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성국은 서현의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서현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평가는 훌륭했으며 알아갈수록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도 좋고, 미모도 훌륭하며, 친구들 과의 관계도 좋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을 잘 가르치고,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남편의 권세를 믿고 불법투자, 투기를 하거나, 청탁을 받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계기마다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타인의 모범이 된 삶을 살고 있었다.

자료의 맨 마지막 줄에 제2형 당뇨를 앓고 있다는 내용을 읽은 성국은 미안함과 죄책감마저 생겨났다.

답답한 마음에 세주에게 전화를 건 성국은 지금까지 상황을 말하고, 아무래도 이런 일에는 자신이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성국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본 세주는 서현의 자료를 보내 달라고 했다.

팩스로 받아 본 자료는 성국이 말한대로 흠잡을 것 없이 아주 깨끗했다.

서현을 포기해도 되지만 그동안 들인 시간과 인력, 돈이 적은 것이 아니기에 다시한번 처음부터 자료를 읽어 본 세주는 진료기록이 최근 3년간의 기록만 있고 그 이전의 자료가 없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성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국아, 3년간의 진료기록밖에 없는데 중요하지 않아서 빼놓은 거야? 아니면 애초부터 없었던 거야?”

“없었어.” 성국은 진료기록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기에 별 생각없이 넘겼었다.

“그래? 알았어.” 진료기록을 보면 훨씬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은 것이 분명한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뭔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신체상의 결점일 수도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조사를 했다.

하지만, 누가 일부러 지워버린 것처럼 어디에도 진료기록은 남겨져 있지 않았고, 조사할수록 의구심이 생긴 세주는 무엇인가 있다고 확신했으며, 성국에게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진료기록이 뭐가 중요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세주의 부탁대로 서현의 주치의를 찾아갔다.

골동품 수집을 좋아하는 그의 취미를 이용해 단 둘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골동품은 김성태가 애지중지하는 백자를 가지고 갔다. 세주가 성태를 설득했고, 더 큰 이익을 위해 아끼는 것이지만 과감히 투자했다.)

백자를 본 주치의 방정만은 입이 귀밑에 걸릴 정도로 좋아했다.

골동품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처하는 방정만이 보기에 백자는 진품이 확실했고, 집에 있는 청자와 나란히 진열한다면 기가 막힐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공짜로 드릴 수도 있고, 팔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이해가 가지 않은 정만은 성국을 빤히 바라보았고, 성국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잠깐 머리를 굴려 본 정만은 성국이 바라는 것이 있음을 깨닫고 질문을 했다.

“뭘 원하시는 것입니까?”

“한 사람의 진료기록을 좀 볼 수 있을까요?”

“누구입니까?”

“나서현입니다.”

“··· 그것이면 됩니까?”

“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당신이 ‘나서현’을 담당하기전 진료기록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

“서현님이 병원에 내원한 것은 우리 병원이 처음이고, 제가 첫 담당의 이기 때문입니다.”

“정말입니까?”

“네. 제가 처음으로 진료를 보았고, 처방을 내렸거든요.”

“하지만 당신의 처방전에는 진료기록에 없는 병에 대한 처방도 내려져 있는데 어찌 아신 것입니까?”

“음··· 환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발설할 수는 없습니다.” 정만은 그 기록에 대해 함구하는 조건으로 많은 돈을 받았기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쉽네요. 여기 백자는 물론 다른 것도 드리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그럼 이만”

성국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백자를 다시 포장하여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런 성국의 모습을 지켜보던 방정만은 미련없이 떠나려는 뒤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성국은 미묘한 웃음을 짓고 못 이기는 척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백자외에 뭐가 더 있습니까?”

“거래라는 것은 서로 원하는 것을 줘야만 이루어지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넘겨주면 백자는 물론 다른 것도 보여 주시는 것입니까?”

“네.”

“그럼 내일 다시 이곳에서 만납시다.” 정만은 자신의 탐욕에 굴복하고 말았다.

·······························································································································································.

“보다시피 저는 남보다 살이 많이 쪘습니다. 여름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람들이 저를 보면 피합니다. 냄새가 난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자리에 앉으면 마치 파렴치한을 보듯 바라보며, 멸시의 눈길을 보냅니다. 물론 대놓고 그러지는 않지만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집니다. 저도 살을 빼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저를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저는 피해를 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두려워서 공공시설을 이용하기조차 겁이 납니다. 윤리와 도의를 강조하는 당신의 입장에서 봐도 저의 잘못인가요?”

“대화의 주제를 벗어난 것이지만 저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하시니 답해드리겠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하여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잘못하지 않고, 당신을 외면하는 사람들도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선입견이라는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게 되는 것일 뿐입니다.”

“어찌 하라는 것입니까?”

“스스로의 내면을 바꾸던, 외면을 바꾸던 하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의자에 앉으면 2명이 앉을 자리를 혼자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고, 살이 많이 찌면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공사회에서는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눈치 있게 사람이 많으면 자리를 양보하고, 최대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선입견을 버리지 않은 인간들로부터 상처를 받기 싫으시면 마음을 수양하시던, 이를 악물고 살을 빼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나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저와 다른 이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합시다. 구조헬기가 왔는데 저를 구하면 두 명을 구조할 수 없게 되고, 저를 구하지 않으면 두 명을 구하게 됩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걸 왜 제가 결정해야 하죠? 당신은 아까도 말했듯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똑 같은 대우를 받기를 원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인간입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당신의 목숨인데 당신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에 말입니다.”

“왜 당신의 목숨에 대한 결정을 남이 내려 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저는 당신의 판단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두가지 경우를 나누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헬기에 탔습니까? 아니면 아직 타지 않은 상태입니까?”

“이미 탔다고 합시다.”

“좋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두 명을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한 명을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십니까?”

“두 명을 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저는 이미 헬기에 탔고, 스스로 내릴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그곳에서 당신을 내리고 두 명을 태웠으면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제가 악당이 됩니다. 당신이 살이 많이 쪄서 차별한 것이 되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그냥 태우고 가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이 파렴치한이 되는 것입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말입니다. 해서 당신은 그 결정을 제가 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맞습니까?”

“···.”

“그 상황에서 만약 당신 스스로 자신을 희생하고 두 명을 살리면 당신은 영웅이 됩니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해서 묻고 싶습니다. 정말 스스로 내릴 생각은 전혀 없으신 것입니까?”

“강요하는 것인가요?”

“강요가 아닙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왜 스스로 결정할 일을 남이 대신하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본인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거죠? 당신이 결정하면 모든 것이 쉬운데, 굳이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고 합니까? 살던, 죽던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누구에게나 생명은 소중하며, 타인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 같은 것은 없으니까요.”

“제가 어떤 선택을 하면 정답인가요?”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이 당신에게는 정답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제가 살아남으면 나 때문에 두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평생 파렴치한이라는 수식어가 저를 괴롭힐 것이고, 죄책감속에 살게 되겠죠?”

“살아남았으면 그런 것을 감수하고, 그들의 몫까지 합쳐 열심히 살아야겠죠.”

“이겨내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그런 무책임한 죽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죽어서도 고통받을 것입니다. 당신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두 분에게 말이죠.”

“스스로 판단하고 바뀌라는 말씀이시군요.”

“자신이 바뀌지 않고, 남이 먼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심히 어리석은 것이 아닐까요?”

“저도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손을 들고 태위에게 질문을 했다.

“얼마든지 하십시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고, 지금 그것은 더욱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닌 단점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어찌 해결해야 하겠습니까?”

“단점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MZ세대를 비하하는 단어가 된 ‘MZ다운 행동’ 이라는 것에 숨은 이기적인 행동들, 혹은 ‘촉법’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거나,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십니까?”

“오늘 질문이 너무 난이도가 높네요.” 태위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제 생각에는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자유가 주어진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세상에 생겨났을 때 법보다 먼저 생긴 것이 윤리와 도의이고, 법을 잘 지킨다고 해서 사회적인간의 책임을 다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인간사회가 유지되고,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서로가 윤리와 도덕이라는 암묵적인 룰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도리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간단하지 않을까요? 강자는 약자를 배려하고, 약자는 그 배려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감사함을 느낄 줄 알며, 서로서로 친절을 베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대가 감사함을 모르고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면 어찌 해야 합니까?”

“몰상식한 행동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는 그런 친절을 베풀지 않으려고 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한, 두 사람의 행동을 그 사람들이 속한 사회계층에 투영시켜서는 안 되며, 한, 두 번의 아픔을 평생 기억하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기적인 사람들은 죄책감 따위는 없이 더욱 그렇게 행동할 것이고, 친절을 베푼 사람만 피해를 입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결과적으로 착한 사람은 상처를 받고, 악한 이들은 계속하여 이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게 과연 맞나요?”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당신이나, 제가 그들과 똑 같이 행동하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행동하면 과연 이 사회가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사막이 될 것입니다.”

“그럼 그런 사람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법으로는 그들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도 그걸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속된 말로 ‘눈치가 없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기적인 면과, 그로 인해 얻는 이익만 보지만 실은 그들도 엄청난 벌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사회가 내리는 벌이죠. 그들은 사회적인간이지만 그 속에 끼지 못하고 겉돌고 있습니다. 사회인이지만 사회인이 아닌 것입니다. 언젠가 스스로 깨우치려고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성인군자라고 해도 그들을 깨우치기는 힘들 것입니다. 어찌 보면 불쌍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입니다.”

“그럼 그들을 방치하거나, 버려야 하나요?”

“그들을 감싸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죠.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계속하여 노력하는 것이 국가를 책임진 이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답이 되셨나요?”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조금 쉬었다 할까요?” 장시간에 걸친 질의응답으로 지친 태위는 바람을 쐬기 위해 잠시 휴회를 했다.

태위는 더 많은 동지들을 얻기 위해 밤낮없이 달려왔고, 오늘도 5시간에 거쳐 질문을 받고 답했다. 1분도 쉬지 못하여 육체는 힘들었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고, 심장은 더욱 활기차게 뛰고 있었다.

류하를 만난지 3개월이 넘지 않아 기틀이 다져지고, 4천명이 안 되던 동료들이 이제 10만을 넘어서고 있었으며, 나날이 성장하는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 행복했다.




길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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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만은 파멸을 부르고... 23.05.25 31 0 9쪽
14 그가 하려는 것! 23.05.24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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