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슬을 끊은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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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숲을보다
작품등록일 :
2023.05.10 17:50
최근연재일 :
2023.07.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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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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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혀'는 화의 근원이다.

모두가 원하는 것!




DUMMY

일범이 신메뉴 개발상황을 둘러보던 중 비서가 헐레벌떡 달려와 강만식이 사람을 보내왔다고 알렸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일범은 계속 연구원의 업무 보고를 들었다. 비서는 강만식의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지만 일범이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한국 재계에서 세손가락안에 드는 회사의 대표인 강만식에게 밉보이면 이 바닥에서는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하기에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비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범은 계속 자신이 할 일을 했고 한 시간여가 지나서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일범을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상대방이 가볍게 목례를 하기에 일범도 가볍게 목례로 답하고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강만식의 비서실장 김연우는 고일범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지만 재능만 믿고 잘난 척하는 이들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었기에 침착하게 대응했다. 대표님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실장인 자신을 보낸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삼양그룹’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연우라고 합니다.”

“고일범이라고 합니다.”

“바쁘신 것 같아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대표님이 한번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일범의 대답에 연우는 순간 당황했다. 아무리 잘난 놈이라도 강만식이 직접 만나자고 하면 입이 귀밑에 걸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반대로 상대는 귀찮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그럼 이유를 알아 오십시오. 한가하지 않은 몸이라 이만···”

지금까지 살면서 강만식의 부름에 이유를 알아 오라는 답을 듣기는 처음인지라 연우는 순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 사이 일범은 사무실문을 열고 밖으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건물밖으로 나온 일범은 재빠르게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강만식과 같은 인물들과 엮이면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미련없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김연우가 개인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문을 막으라고 지시했기에 탈주는 실패하고 말았다. 뒤따라 나온 연우와 이혁은 차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차를 치워주십시오. 이 곳은 제 회사인 동시에 저의 개인 소유지입니다.”

“대표님과 척을 지면 앞으로 많이 곤란하실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척을 지겠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유를 알아 오시면 만나러 가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가서 만나시면 이유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저도 할 일이 있습니다.”

“강만식대표님의 초청을 뿌리칠 만큼 중요한 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협박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중요한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합니까? 당신이 판단하면 저는 무조건 죄인이 될 것이고 제가 판단하면 저는 죄인이 아니 되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제가 판단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래요? 마치 ‘백형철’님처럼 말입니까?”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면 정말로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들이야 말로 힘을 가졌다고 함부로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언젠가 그 힘에 눌려 죽을 지도 모르니까요.”

“당신의 뜻은 확실히 알겠습니다.”

“저는 아까 전부터 제 뜻을 확실히 밝혔는데 이제야 아시게 되었다니··· 실망입니다.”

이죽이죽 거리는 일범의 말투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김연우는 애꿎은 운전기사에게 화풀이를 했다.

연우가 떠난 후 사무실로 되돌아온 일범은 앞으로의 인생이 ㅈ되었음을 알기에 깊은 고민에 잠겼다. 죽임을 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사사건건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를 하고, 말려 죽이려 할 것이 너무나 명백했기에 하루빨리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맘에 없는 말을 못 하는 성격 탓에 종종 곤란한 일을 겪었고, 해서 늘 자제하느라 노력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할머니도 말씀하셨다. “너는 혓바닥 때문에 목이 날아갈 팔자다.” 라고 말이다.

한참을 고민한 일범은 드디어 기가 막힌 해결방안을 찾아 냈고,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

한 사람의 목숨 값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린 인경은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게 병가를 내고 결근을 했고, 그 결과 오늘 드디어 사직을 권고 받았다.

···

어제 저녁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숙취로 어지러움과 두통, 메스꺼움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인경은 숙취해소제를 먹기 위해 비틀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해소제와 물을 마시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고 다시 물을 마시고 구토를 하고, 이렇게 몇차례를 반복해서야 조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열물이 입안에 남아 쓰고 텁텁한 느낌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메스꺼움이 사라진 것 만으로 살 것 같았다.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 막 잠이 들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박인경 변호사님. 저는 고일범이라고 합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제 개인변호사가 되어 주실 수 있나요?”

“죄송하지만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요?”

“많이 바쁘시군요. 죄송합니다.”

“아뇨. 바쁜 건 아니지만 숙취로 좀 많이 힘들어서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언제 전화하면 될까요?”

“내일 오후에는 괜찮을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인경은 다시 잠에 들었다. 전에는 일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술이 깨는 것이 우선이었다.

····································.

다음날, 일범과 약속을 잡은 인경은 인터넷으로 고일범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으나 딱히 이렇다할 자료는 없었다. 자신을 개인변호사로 채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인데 아무것도 검색되는 것이 없다는 것은 별 볼일 없는 인간이거나,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인간이 분명했다. 이런 인간들 치고 좋은 일을 하는 인간이 극히 드물었기에 몹시 망설여 졌지만 만나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 판단하고 일단 약속장소로 나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있던 일범은 카페안으로 들어오는 인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TV와 사진으로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인경의 등장으로 뭇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를 향했고, 일범은 알 수 없는 뿌듯함 같은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감정에 현타가 온 일범은 정신을 차리고 인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범을 향했고 질투와 부러움이 가득했다.

“고일범님?”

“네. 처음 뵙겠습니다. 변호사님.”

“사무실은 따로 없나요? 카페에서···”

“죄송합니다. 외곽에 사무실이 하나 있긴 한데 너무 멀어서···”

인경은 고일범을 보고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에 조금 놀랬다.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와는 영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인경은 명품 슈트와 고급시계를 차고, 협업을 구실로 자신을 꼬시기 위해서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약속을 잡은 졸부를 상상했었다.)

외모는 지극히 평범했지만 알 수 없는 아우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뭐 나쁘진 않네요. 데이트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기엔 제가 너무 꾸미지 않았네요.”

“그러네요.”

“하하하···” 일범은 인경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인터넷을 뒤져봐도 아무런 정보도 없더라구요.”

“전에는 자그마한 피자가게를 했고, 지금은 라면사업을 하고 있으며, 취미로 투자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저를 개인변호사로 쓰시려면 자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것 만으로는 부담스러울 텐데··· 투자를 크게 하시나 봐요?”

“먹고살 정도는 벌고 있습니다.”

“겸손하신 건가요? 재수가 없는 건가요?”

“재수가 없는 편이긴 합니다.”

“재수가 없는데 돈이 많으시니 능력이 좋으신가봐요?”

“네. 그럴 수도 있죠. 그건 그렇고 만약 개인변호사를 받아들이신다면 얼마를 원하십니까?”

“음··· 제가 ‘삼봉’에서 받은 마지막 월급이 이것저것 다 떼고도 ‘천이백’었어요. 뭐 그걸 다 받으려는 것은 아니고, 그 정도는 되었던 사람이다··· 뭐 그런거죠.”

“음··· 생각보다 많이 받으셨네요.”

“저번 달 까지는 800이었어요. 다 아는 그 사건이 있은 후 몸값이 조금 올랐죠.”

“세금을 생각하면 두배로 오르셨네요?”

“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쁘지는 않았어요. 어찌 되었든 저 자신을 인정받은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저는 그 사건에 대해 비난하거나,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나간 일이고 당신은 이제 그 곳에 있지 않으니까요.”

“초면에 외람된 질문이지만 일범님은 ‘정의’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경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무작정 질문을 던졌다.

“··· 저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의’ 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받아 조금 당황했지만 일범은 진지하게 답해주었다.

“’범법자들에게도 나름의 ‘정의’ 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말인가요?”

“네. 다만 그들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 옳지 않았을 뿐입니다.”

“심오하네요. 그렇다면 사회가 ‘정의’ 라고 부르는 것을 이행하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간단합니다. 그 ‘정의’라는 것이 실행될 때까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힘’이 없는 ‘정의’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으니까요.”

“일범님은 장사꾼 치고 넘치는 그릇을 가진 듯합니다.”

“저 보다 훌륭한 사람은 차고 넘칩니다. 다만 때를 얻지 못해 비상할 수 없는 것뿐일 겁니다.”

“아는 사람들 중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시네요?”

“그렇게 느꼈다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분도 만나 보고 싶네요.”

“인연이 닿으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제 협상을 해볼까요?”

“네. 본론에서 너무 벗어났네요.”

“제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월 1000입니다. 마, 포, 차 다 떼고 인경님의 통장에 들어가는 금액 기준입니다.”

“좋습니다. 계약서는 가져오셨나요?”

“네.”

“’을’은 개인변호사 이므로 투잡, 쓰리잡을 하던 ‘갑’은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을’은 ‘갑’이 의뢰하는 사건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며, ‘갑’이 원하는 시간에 만날 수가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정말 이정도면 되나요?”

“계약이란 법 조항과 같이 많고, 세분화할수록 틈이 많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범위가 너무 넓어서 틈이 많은 것 아닌 가요?”

“교활한 인간들에게는 틈이 많은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집행자가 힘이 있고, 옳은 판단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알아서 도리를 지켜라 이 말씀이시네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 요즘은 모두가 법을 지키지만 인간의 도의와 윤리를 지키지 않고 있으니까요. 상황에 따른 조항을 다 쓰려면 계약서가 수백장은 있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호호호, 저는 멀지 않아 그런 세상이 온 다에 한 표를 걸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쪽에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길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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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오만은 파멸을 부르고... 23.05.25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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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른 방법, 연속되는 불행! 23.05.18 34 1 14쪽
8 욕망은 지옥에 발을 들이게 하고.... 23.05.17 42 1 17쪽
7 고독한 자리 23.05.16 39 1 12쪽
» '혀'는 화의 근원이다. 23.05.15 40 1 12쪽
5 첫 걸음! +1 23.05.13 50 2 16쪽
4 운명의 수레바퀴는 구르기 시작하고... 23.05.12 49 2 17쪽
3 방황하는 자들! 23.05.11 52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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