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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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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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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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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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무림맹 (2)

DUMMY

은창 유성과 군사 장서유 그리고 총순찰 태우선은 지난밤 논의한 대로, 우선 무림맹에 남아 있는 대원들을 먼저 가르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뒤에 대원을 충원하기로 정했기에, 아직 훈련원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맹에 남아 있던 대원들을 모두 한곳에 불러 모았다.


군사 장서유가 대원들을 불러 모으며 월봉을, 한 냥에서 두 냥으로 높일 것이라 전했기에 모여든 대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군사 장서유는 은창 유성을 소개했다.


"모두 기운이 넘쳐 보이는구나.

너희가 들은 대로 앞으로는 월 은자 두 냥이 지급될 것이다. 그뿐이겠느냐? 그동안 밀린 은자도 잠시 후 내줄 것이니 그리 알거라."


대원들은 월 두 냥을 내준다 했어도 사실 믿기지 않았었다. 한 냥도 제때 내주지 못하고 밀려 있었으니 두 냥으로 올려준다는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대원들 역시 무림맹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밀려 있던 은자를 내준다니 어디서 은자가 생겼는지는 모르나 듣기 좋은 소리였고, 크게 반길 일임에는 분명했다. 앞에 군사 장서유와 총순찰 태우선 말고 보지 못했던 사람이 함께하고 있으니, 또 어느 세가에서 분쟁이 일어 도움을 청하며 은자를 가져온 것으로만 여겼다.


"모두 주목해라.

여기 계신 분께서 앞으로 너희를 가르치실 훈련원주시다. 너희도 혹시 들었을지 모르나 은창 유성 대협께서는 그동안 전설로만 여겨지던 왕들의 무덤이라 불린 수천문에서 오셨다. 맹주님과 우리 두 사람이 간곡히 청을 넣어 모셨으니, 유 대협의 지시를 잘 따르면 너희도 더는 무시받지 않는 무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너희들 가운데 우수한 모습을 보이는 자에게는, 높은 수준의 무공을 익히게 해 주신다 하셨으니, 너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멀지 않은 시기에 대원들을 충원할 것이니, 너희가 새롭게 들어올 대원들에게 뒤지지는 않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동안 너희들의 수고를 모르지 않기에 당장 모집하려다가 먼저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니 본 군사의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의 훈련을 맡으신 은창 유성 대협께서 말씀하실 것이니, 한마디도 허투루 듣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군사 장서유가 대원들에게 은창 유성이 무림맹에 든 이유를 미리 상의한 대로 알리고, 은창 유성에게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걸음 옆에 서자, 은창 유성이 대원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말했다.


"군사께서 소개하신 대로 앞으로 너희들의 훈련을 책임질 은창 유성이라 한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어 무림맹에 남아 있는 것이겠지만, 앞으로는 그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곳에 남아 시간만 보내는 대원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쳐낼 것이다.


또한 훈련에 따라오지 못하는 대원 역시 내칠 것이라는 말을 먼저 하니, 지금이라도 무림맹의 대원이라는 자부심 없이 그저 잠시 머물려 했던 대원은 떠나거라. 만일 떠나기를 원하는 대원에게는 은자 이십 냥을 지금까지 무림맹 대원으로서 남아 있었던 공로라 여겨 내줄 것이다.


앞으로의 훈련은 너희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힘들 것인데, 만약 지금이 아니라 중도에 나간다 하면 그자의 단전을 폐하고, 아무런 보상 없이 내칠 것이니 그 점도 미리 알고들 있거라.


내공도 없는 너희들의 단전을 폐한다는 말이 의아할 것이나, 훈련을 받다 보면 알겠지만 너희들 모두 내공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만큼 훈련은 힘들겠지만, 견뎌 내는 대원들은 강호 무림에서 더는 무시받지 않는 무인이 될 것이라는 말이니, 그리들 알고 떠나고자 하는 대원이 있으면 지금 나서거라."


은창 유성의 말을 마치고 대원들을 돌아봤지만, 떠난다고 나서는 대원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은창 유성은 물론 모두가 사정이 나름의 사정이 있어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떠난다는 대원이 없는 것에 마음이 흡족해졌다.


"미처 예상치 못했구나. 너희들 모두가 이리 단단히 뭉쳐 있었다니 참으로 기쁘고 감격스럽다. 하지만 분명히 말을 전했고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 했으니 내 말은 그대로 지켜질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 반년만 잘 따라와도 너희는 강호 어디에서도 삼류 무사 대접은 받을 것이다.


물론 너희들 가운데 지금도 삼류는 된다 여기는 대원이 있을 것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희들 가운데 삼류라 할 대원은 없는 듯싶어 한 말이다. 그 말인즉 너희가 지금 삼류라 자신한다면 훈련을 받고 나면 이류가 될 것이고, 이류라 한다면 일류 고수가 되겠지.


내 약조는 분명하게 지켜질 것이니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혹여 너희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 지금은 제대로 익히지 못해 미치지 못하나,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는 무공이라면 그 또한 살펴 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의리를 지켜 남아 있는 너희를 믿고 싶으니, 힘들더라도 참고 따라와 주었으면 한다. 너희도 알다시피 지금 맹 안에는 무인의 수가 크게 부족하다. 그러니 계속 모아들일 것이고 너희가 그들을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은 너희가 내 말을 믿기 힘들 것이나, 따라오다 보면 절로 믿게 될 것이니 더는 말하지 않겠다. 앞으로 무림맹이 변화하는 모습을 너희들의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니, 나중에 너희가 무림맹의 산증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은창 유성의 말이 끝나자 총순찰 태우선이 자신도 훈련에 함께할 것이라 했다. 대원들은 태우선도 훈련을 시키는 자리에 나와 대원들을 다그칠 것이라 들었지만, 태우선은 말 그대로 은창 유성의 훈련에 자신도 참여해 배우겠다는 말이었다.


군사 장서유가 총순찰 태우선의 선언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 대원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강호의 전설을 스승으로 모신 자리이니 잔치를 열어 즐겨야 하지 않겠느냐?"


대원들은 그저 잔치라는 말에 환호했다.


"너희들은 조를 나눠 모두가 충분히 마실 만큼 술도 사 오고, 잔치에 쓰일 음식 재료도 구해 오거라. 돼지도 큰 놈으로 서너 마리 구해 오고,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이 있었으면 그것들도 사 오거라. 은자는 넉넉히 내줄 것이니 마을에 폐를 끼쳐 맹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남아 있는 대원들은 불을 피우고 물도 넉넉히 끓여 놓거라. 시간이 이르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서둘러야 마음껏 먹고 즐길 것 아니더냐? 어려운 가운데 모두 남겠다 해 주니 고맙다. 얼른 조를 나눠 잔치 준비를 하거라."


군사 장서유는 그동안 쓰지 못하고 알뜰히 모아 놓았던 은자를 풀었다. 얼핏 봐도 백 냥은 족히 넘을 은자가 대원들에게 나눠지자, 은자를 손에 든 대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모두가 함께한 무림맹의 잔치는 밤을 지새우고 다음 날 늦게까지 이어졌다. 비록 기녀들의 가무 풍악 소리도 없었지만, 먹고 마시고 취해 쓰러지면 누었다가, 술이 깨면 다시 먹고 마시기를 반복하며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술에 취하고 흥에 취했다.


잔치를 마치고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지만, 대원들의 모습에는 잔치의 여운이 가득했다. 은창 유성은 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별다른 말 없이 대열을 맞추라 하고 달리라 지시했다. 하루 휴식을 주며 더 이상의 음주를 막았지만, 남은 술이 있었는지 술 냄새를 풍기는 대원들이 있었지만, 은창 유성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훈련원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에 은창 유성은 무림맹 전각을 도는 것으로 달리는 경로를 정했다. 비록 다 쓰러져 가는 전각이었지만, 그 둘레만큼은 작지 않아 한 바퀴 돌면 십 리를 넘어섰다.


불과 한 바퀴도 돌지 못한 대원들이 속출했다. 은창 유성은 그들 모두를 대열에서 끌어내 무림맹 앞에 놓아두고 마혈을 짚었다. 달리지 않고 쉬게 하는 줄 알았겠지만 마혈이 짚이고 나니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혈액의 순환이 느려지자 온 몸이 가려워졌다.


하지만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니 아무리 가려워도 해소할 수 없었으니, 마혈을 짚여 무림맹 앞에 누여진 대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두 바퀴째 접어들자 쓰러지는 대원은 늘어 갔고, 그들 역시 마혈을 짚어 던져 놓았다.


나중에 던져진 대원들은 앞서 던져진 대원들이 편히 쉬고 있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앞선 대원들의 표정은 시퍼렇게 변해 죽을상을 쓰고 있었기에 잠시 의아해했지만, 스스로 느껴 보니 왜 죽을상을 하고 있었는지 절로 알게 되었다.


세 바퀴가 되자 달리는 대원은 없었다. 은창 유성은 마지막 대원을 던져 놓고 이각이 흘러 마지막 대원이 무슨 일인지 알게되자 모두의 마혈을 풀어줬다. 마혈이 풀린 대원들은 순식간에 가려움은 사라졌지만, 굳은 몸을 주물러 펴느라 양손이 분주해졌다.


은창 유성은 그런 대원들을 향해 한마디 던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대원이 다섯 바퀴를 뛸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분명히 말하거니 모든 대원이니 그리 알거라."


은창 유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대원들은 은창 유성의 말에 질색하고 말았다. 분명 쓰러진 대원들 모두를 무림맹 앞으로 옮긴 것이 은창 유성이었으니, 은창 유성은 적어도 열 바퀴 아니 스무 바퀴는 돈 셈이었다.


첫 훈련을 지켜본 군사 장서유와 총순찰 태우선도 처음에는 가볍게 여겼지만, 마혈을 짚어 던져 놓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름 명호를 가진 고수들이었으니 마혈을 짚은 채 두면 어찌 된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은창 유성이 대원들과 함께 움직이며 쓰러지는 대원들이 나올 때마다, 집어 들고 무림맹 앞에 던져 놓는 것을 지켜봤으니, 은창 유성의 경공이 어떠한지도 살필 수 있었고, 마지막 대원까지 던져 놓고도 이각의 시간을 지체해 모든 대원이 마혈을 짚이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에 고개를 내저었다.


대원들은 날마다 조금씩 견뎌 내기 시작해 엿새가 지나자 드디어 모든 대원이 다섯 바퀴를 도는 데 성공했다. 이어진 훈련에서 대원들은 이제 자신감을 가졌는지 표정이 밝아 보였는데, 달리기를 준비하던 대원들에게 은창 유성은 마보 자세를 취하라고 했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반쯤 굽혀 자세를 낮추고는 양팔을 앞으로 낸 자세가 마보였다. 무인이라면 모두가 수련한 자세였기에 대원들은 이제 달리지 않는 것에 안도했지만, 마보로 반 시진을 유지하라는 은창 유성의 말에 사색으로 변하고 말았다.


"모든 무공은 그 뿌리가 받쳐 줘야 흔들리지 않고 펼쳐지는 것이다. 마보는 그 뿌리를 단단히 하는 데 더없이 좋으나 너희들은 아직 근력이 붙지 않아 힘들 것이다. 그러니 반 시진만 견디면 그것으로 훈련을 마치겠다."


마치 너희들의 준비가 덜 돼 있어 반 시진으로 봐준다는 듯 말하는, 은창 유성을 보며 대원들은 반 시진을 마보로 견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기에, 쓰러지면 또 무슨 벌이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실시."


"실시."


복창 소리는 크게 울려 나왔다. 그래도 무인이라고 마보 자세는 바로 나왔지만 대원들은 일각 일각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팔은 내려가려 하고 허벅지는 터져 나가려 했다. 허리는 또 왜 그리 끊어지려 하는지, 처음 무공에 들어 마보로 기합받던 시절이 절로 떠오를 지경이었다.


은창 유성의 한 손에 작은 자루가 들려 있었는데, 대원들의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팔이 내려가면 팔에, 주저앉으면 허벅지에, 허리를 비틀면 허리에, 콩알이 날아들었는데, 맞은 부위가 한 치는 퍼렇게 멍들 지경으로 아팠다.


대원들의 비명 소리가 연신 이어졌다. 은창 유성은 잘하라는 말도 자세를 바로 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원들 앞에 작은 의자를 놓고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자루에서 꺼낸 콩을 튕겨 낼 뿐이었다.


대원들 사이가 좁아 감춰질 것 같은 곳으로도 여지없이 날아드니, 대원들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콩 자루가 다 비었는지 거꾸로 털어 보고는 오늘 하루 마보 훈련을 마쳤다. 하지만 대원들의 몸은 어느 한 곳 성해 보이는 곳이 없었다.


은창 유성이 안으로 사라지자 서둘러 위아래 옷을 훌렁 벗어 던진 대원들의 피부는, 그나마 마보였기에 머리는 맞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정도로, 팔, 다리, 허리, 등 할 것 없이 시퍼런 멍으로 도배를 하고들 있었다.


마보는 매일처럼 이어졌다. 그나마 반 시진뿐이어서 다행이었지만, 마보를 마치고 나면 이어지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 토끼뜀으로 한 바퀴, 오리걸음으로 한 바퀴, 날마다 한 가지씩 훈련이 늘어 갔다.


힘이 드니 무공은 가르치지 않고 벌만 내린다는 불만이 나왔지만, 은창 유성은 대원들의 불만조차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분근착골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느낄 만큼 아니 후회가 들 만큼의 고통이 내려졌다.


한 달을 넘기고서야 강호 무인들의 무공이 아닌 군부에서 군졸들이나 익히는 백타가 전해졌다. 한 달 내내 번을 설 때 말고는 도검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백타를 수련하라는 말이었으니, 벌이 두려워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지만, 대원들의 표정에 불만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백타를 익히고 나면 비무를 할 것이다. 제대로 익혔다 여겨지면 육합도법을 가르치려 하니 그리 알고 더욱 노력하거라. 육합도법이라 하니 너희들이 무시하는 듯싶구나. 하지만 육합도법만으로도 충분히 절정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거라. 때가 되면 시법을 보일 것이나 너희들이 지금 머리에 떠올린 육합도법은 육합도법이 아니다.


우선은 백타를 익혀 비무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훈련에 임하거라. 백타는 너희들도 아는 바와 같이 군문의 무공이다. 하자만 목숨을 걸고 치러야 하는 전쟁터에서 이 백타만큼 효과적인 무공이 없다는 것을 너희는 모르는 듯싶구나.


무파의 수공은 모두 타(손으로 때리는 수법)에서 나왔다. 그뿐이겠느냐? 무파의 퇴법은 모두 백타의 퇴(발로 차내는 수법)에서 발전한 것들이다. 솔(잡아 던지는 수법)은 또 어떠하더냐? 수공에 타와 솔이 없는 것을 보았더냐? 마지막으로 나(조이고 누르는 수법)를 말하자면 구명절초와 다를 것이 있겠느냐? 여기에 대가리가 단단하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 수법이 박(박치기)이다.


십팔반 병기를 모두 다룰 수 있어도 백타를 행하지 못하는 군졸은 살아남기가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거라. 시간을 오래 줄 수 없으니 지금부터는 밤낮을 가리지 말고 익히거라.


앞으로 한 달 동안 누구를 만나더라도 백타 한판을 벌이고서야 다음 일을 하거라. 장소도 가리지 말고 시간도 구애받지 말기를 바란다. 다만 식사 시간만큼은 절대 금한다. 모두 알아들었으면 가르쳐 준 대로 익히거라.


처음에는 대원들이 서로 보게 되면 장난스럽게 백타 흉내만 내고 움직였지만, 비무에서 타, 퇴, 솔, 나, 각 부분의 우승자에게, 교룡금나수, 풍신퇴, 백환장, 비응보의 비급을 내릴 것이라 말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하던 일을 못 할지언정 한번 부딪치면 지칠 때까지 멈추려 들지 않았고, 밤잠을 줄여서까지 수련에 집중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언제봐도 흙투성이였으나 비록 무림의 고수들은 하찮게 여기는 비급이었어도, 지금까지 어떤 비급도 가까이하지 못했던 대원들이었기에 비급에 대한 갈망은 너무도 컸다.


순식간에 지나간 한 달, 비무가 치러지고 약속했던 비급이 전해졌다. 은창 유성은 비급을 전해 받은 대원들에게 비급을 익히는 방법을 알려 주고는 훈련에서 제외시켰다. 남은 대원들의 부러움을 가득 안고 멀리 떨어져 비급을 살피는 대원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남겨진 대원들에게 육합권과 육합도법을 시범 보였다.


내뻗는 권에서 우렛소리가 나오고, 뿌리치는 도에서 푸른 섬광이 피어나자 대원들의 눈이 퉁방울만큼 커졌다. 비급을 들고 멀리 갔던 대원들도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고 지켜봤다. 육합권이라 하고 육합도법이라 하니 무시했었건만, 자신들이 받은 비급이 저만 할까 싶었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쉬엄 없이 흐르고 대원들 모두가 좌선하고 운기조식을 드는 경지에 들어섰다. 나름 알려진 무파나 세가에서 보면 웃을 일이었지만, 하급 무인들 가운데 내기를 움직여 내공을 익히게 된 무인은 드물었다.


부딪치지 않았으니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예전 대원들과 비교하자면 적어도 열 배의 무력으로 성장한 것은 분명했다. 기초적인 몸이 만들어지고 나자 군사 장서유와 총순찰 태우선도 훈련에 합류해, 대원들을 가르치고 세 사람이 비무를 통해 가지고 있던 무공의 수준을 높여 갔다.


은창 유성이 보인 훈련의 성과를 지켜보던 맹주 여시준이 세 사람을 불러 말했다.


"대원을 충원하는 문제 말씀이외다. 이리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굳이 유명무실한 분타를 두는 것보다 분타 대원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것으로 충원을 대신했으면 하오. 물론 훈련을 마치고 나면 그때 가서 더 필요한 만큼 들이거나, 아니면 비무대회를 열어 충원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겠소이까?"


맹주 여시준의 제안은 아직 남아 있는 대원들을 자신의 사람이라 여겨 조금이라도 혜택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지만, 새로 충원하는 것에 비하면 무림맹이 경비를 따로 지출할 필요도 없었고, 기왕이면 그동안 고생하고 무시받으며 남아 있는 대원들에게, 은창 유성의 훈련을 받게 하는 것이 무림맹에 도움이 되리라 여겨 나온 말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훈련원 자리를 만들며 대원들이 지낼 거처도 만들어 왔으니, 불과 몇 되지 않는 분타 대원들이 들어와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보다 그들이 무인이라면 지금 맹에 있는 대원들의 모습만 봐도 어느 것이 좋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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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무림맹 (2) +1 23.07.11 3,535 33 18쪽
63 63화 무림맹 (1) +1 23.07.10 3,583 33 16쪽
62 62화 금의위 (4) +2 23.07.09 3,587 35 17쪽
61 61화 금의위 (3) +1 23.07.08 3,607 32 17쪽
60 60화 금의위 (2) +1 23.07.07 3,694 32 14쪽
59 59화 금의위 (1) +1 23.07.06 3,749 32 14쪽
58 58화 남궁세가 (17) +1 23.07.05 3,669 35 14쪽
57 57화 남궁세가 (16) +1 23.07.04 3,655 33 18쪽
56 56화 남궁세가 (15) +1 23.07.03 3,657 32 15쪽
55 55화 남궁세가 (14) +1 23.07.01 3,696 32 15쪽
54 54화 남궁세가 (13) +1 23.07.01 3,684 33 8쪽
53 53화 남궁세가 (12) +1 23.06.30 3,724 34 14쪽
52 52화 남궁세가 (11) +1 23.06.29 3,737 36 14쪽
51 51화 남궁세가 (10) +1 23.06.28 3,769 37 15쪽
50 50화 남궁세가 (9) +1 23.06.27 3,837 35 15쪽
49 49화 남궁세가 (8) +1 23.06.26 3,839 33 14쪽
48 48화 남궁세가 (7) +2 23.06.25 3,821 38 18쪽
47 47화 남궁세가 (6) +1 23.06.24 3,812 32 14쪽
46 46화 남궁세가 (5) +1 23.06.23 3,809 36 15쪽
45 45화 남궁세가 (4) +1 23.06.21 3,828 36 17쪽
44 44화 남궁세가 (3) +1 23.06.21 3,868 34 16쪽
43 43화 남궁세가 (2) +1 23.06.19 3,852 36 15쪽
42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857 37 18쪽
41 41화 경동 천하 (2) +1 23.06.18 3,892 39 14쪽
40 40화 경동 천하 (1) +1 23.06.17 4,113 39 14쪽
39 39화 정왕부 (4) +1 23.06.16 3,971 3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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